** 예산 가야산**
-.일자 : 2025년 2월 23일
-.코스 : 원효암입구-원효봉-가야봉-석문봉-옥양봉-남연군묘-가야산주차장(10.3km / 5시간 25분)
아지랑이가 피어 오를 것이 포근해진 날씨에 친구들 따라서 봄 나들이나 다녀 오마 하고 신청을 해놓았던 산행이었는데 전국을 급랭 시켜버린 날씨로 고민을 거듭되지만 혼탁한 현시대에서 제정신이라도 추수릴려면 또 산행만 한 것이 없다.
뭔 나라가 월급 빼고는 다 올라서 산행비 마저도 6만원이고 딸랑 꼬마 김밥에 음료 하나를 제공 할 뿐인데도 버스는 만차이니 이게 작금의 경제 현실이다.
혹한기로 인한 서해랑길의 휴먼 기간을 틈새 산행으로 메우다 보니 충청도가 친숙해졌다.
얼마 전에도 덕숭산에 올라 통신탑이 있는 가야산을 조망하였었는데 이렇게 다시금 찾을 줄 그땐 몰랐다.
가야산이 덕숭산과 함께 도립공원으로 지정 되었는데 황망한 국도변에서 내린다.
확 달려 드는 차가운 바람은 아이스크림을 삼킨 것처럼 머리를 띵하게 만드는데 이정표 대신 상황산원효사란 표지석이 있다.
가야산의 옛 명칭이 상왕산 이였다는 걸 나중에야 안 나로써는 현 위치 파악도 안되고 있다.
완벽한 보온을 구축 하고 있는 두 친구를 기다리며 우물쭈물하였다가는 헐떡이면서 뒤를 쫓다 보니 무릎은 삐그덕 거리고 육신은 체온조절을 핑계로 태업을 할 태세라서 겉옷을 갈무리 한 것으로 달랜다.
원효사의 터가 명당인지 진입로를 따라서 펜션들이다.
원효사를 버리고 계곡을 건너 서면서 산길이 시작되고 겨우 단체의 꼬리를 잡았다.
동네 야산만 같은 분위기의 양지바른 등로가 길게 줄을 세웠고 산비탈에 희끔한 눈은 아이젠을 착용하게 만든다.
음지는 녹았던 눈이 결빙되어서 무척이나 위협적이고 양지바른 곳은 아이젠의 발톱에 낙엽이 찍혀 뒤뚱거리는 참 어중간한 계절의 산행이다.
조망이 조금씩 트이기 시작하며 누가 보아도 저곳이 원효봉이라 여길 곳에 원효봉이 있다.
서해안으로 스며드는 이곳의 산릉들은 야트막하여서 6백미터급도 관제탑처럼 막힘 없는 조망처가 되어 준다.
산세에 비해 꽤나 듬직한 정성석이 있고 방송탑이 있는 가야산이 건너편에 있다.
덕숭산을 조망하고 상가저수지는 미세먼지가 지워 버린 서해바다를 대신 하였다.
내림길이 얼음이다. 무섭다. 쫄린다.
육신은 신체기능의 저하와 회복력을 핑계로 내려 서길 주저 하는데 이럴 줄 알고 챙겨 온 아이젠으로 타협을 한다.
등로가 결빙되어서 무척이나 위협적인데도 안전 시설물이 하나도 없어 도대체가 이곳이 도립공원이 맞나 싶고 등로 마저도 눈에 묻혀 버렸다.
아무래도 이곳 원효봉은 산객들의 선호도가 없는 듯하고 어기적거리면서 길을 헤치며 도로에 내려선다.
옷에서는 아지랑이처럼 김이 폴폴 새어 나오고 따스해진 기온 속에서의 정적으로 하산을 다 해버린 듯한 기분이다.
방송탑으로 이어진 도로는 뱀처럼 갈지자로 휘어서 올라가고 있고 사면길은 산불방지 기간으로 통제를 시켜 놓았지만 눈에 찍힌 발자국을 따른다.
눈이 없는 따스한 남녘이 삶의 터전인 나로서는 TV속의 폭설 현장이 비현실적으로만 비춰 졌는데 적설량으로 보아선 축사도 비닐하우스도 주저 앉일만 하다.
아이젠을 신고 있음에도 미끌리고 엠보싱화 된 울퉁불퉁한 등로가 힘을 빼는 사면 길이 지속된다.
호흡이 거칠어 지고 출력이 저하된다.
난 참수리가 건네는 유통기간이 지난 떡 하나를 먹어 에너지를 보충했고 놀자는 패싱을 하여서 욕을 먹었다.
이쯤에서는 가야산 정상을 향해서 치고 올라야만 하는데 사면 만을 고집하더니 기어코 지나쳐 버리고 가야산주차장에서 올라 오는 등로와 합류되더니 아예 비켜나 버린다.
설마가 현실이 되었고 다져져 있는 발자국을 따라서 가야산정상 방향으로 올라 고양이가 어슬렁거리는 도로를 따라서 개가 지키는 방송시설과 마주 하지만 정작 가야산 정상은 철조망 속에 갇혀 있다.
이곳은 분명 올라 온 기억이 있는데 맞물리지 않는 기어처럼 헛돌기만 하여 재생이 불가하니 쌩 머리가 아프다.
함께 올라 온 동지들의 기억력을 보탬으로 하여 이곳이 금북정맥이란 걸 알았지만 어떻게 이곳을 헤쳐 나갔었는지는 되돌려 볼 수 있었던 블로그가 사라져 아쉽다.
생선을 노리는 고양이처럼 주변만을 탐색하다가 내려 설수 밖에 없고 주 등로와 합류하여서 가야산 정상석이 있는 가야산 전망대에 오른다.
실향민이 향수를 달래는 망향의 동산처럼 많은 사람들이 가야산 정상석을 담고는 유유히 사라져도 금북정맥의 표지석만은 앵커리지처럼 흩어진 기억들을 붙잡는다.
여지 것의 산행은 나의 운동 코스인 가야산과 별다름이 없었기에 투자한 시간과 경비의 효율성을 생각했었는데 산줄기가 참으로 멋찌다.
이 산줄기를 분수령으로 하여 북사면은 안성의 삽교천이 흐르고 남쪽 사면을 따라 흐르는 물은 금강으로 흘러 든다.
서해바다를 휩쓸고 온 바람이 살풀이라도 하듯이 마구 휘젖고 다녀 눈을 뜰 수도 없고 피부가 따갑다.
만경창파를 거침없이 질주해 오던 바람이 나뭇가지에 걸려 귀신 같은 비명을 질려 대고 있다.
분명 봄이 오는 듯 했는데 어디론가 내 뼈 버렸고 노출된 피부를 괴사 시켜 버릴 만큼 위협적이라 고개를 팍 숙이고 내림길을 내달린다.
지금으로선 배낭에서 옷을 꺼내 입는 시간 마저도 사치다.
암반의 쉼터에 올랐지만 바람을 피해 갈수가 없어 이 또한 그냥 지나 칠 수 밖에 없다.
거북이바위 소원바위 등이 눈길을 잡아도 휴대폰을 꺼낼 만큼 멋찌 진 않다.
등로가 좋기도 하지만 이쪽 사람들은 눈길에 최적화 되어 있는 듯 아이젠도 없는 사람들이 많고 그렇다고 우리처럼 중무장을 하지도 않았다.
점심은 먹어야 하는데 바람을 피할 곳이 없다.
느낌상 이 능선을 올라 버리면 안될 것 같아서 사면에 눈을 다져서 점심 자릴 구축했는데 주변이 어둑해 지더니 눈발이 휘날린다.
흐리긴 하였어도 하늘에는 먹구름도 없는데 이게 축복인지 토끼몰이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난민처럼 덜덜 떨면서 밥을 우겨 넣으며 신경마취체처럼 소주를 들이킨다.
부작용 이야 나중에 생각할 일이다.
한차례 눈이 휩쓸고 간 후 폭풍 전야와 같은 고요 속에서 석문봉과 옥양봉이 자태를 나타낸다.
그리 까탈 스럽게 굴지 않아도 거리만큼은 정직하여 각개로 흩어졌고 석문봉 정상석에서 모여 든다.
바다를 지워버린 조망 속에서도 서해랑길의 해안선이 그려 지는 건 얼마 후에는 내가 그곳을 걸으며 이곳을 회상하게 될 것이라 서다.
우리가 산악회에 와서 이렇게 모여서 단체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게 순전이 눈과 바람의 조력 때문이지만 그 만큼 우리들만의 낭만은 사라져 버렸다.
그새가 언제라고 대기에는 온기가 도는 듯하고 수묵화처럼 산과 능선의 농담이 그려낸 수묵화가 파노라마가 되어 펼쳐져 있다.
항상 결정하고 실행하는 게 힘들지만 막상 이렇게 나오면 참 좋다.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림길이 수시로 나오고 옥양봉에 올라 서니 총무님이 성수를 하사 하신다.
점심 후 배낭을 정리 할 때야에 존재를 알았던 족발이 제물이 되었다.
내림길이 지루하게 느껴지고 가야산주차장까지 내려가는 도로가 상당히 멀어 의구심까지 든다.
주차장은 꽤나 넓고 덕산도립공원사무소의 양지바른 곳은 늙은 숯닭들의 아지트가 되어 물 한모금 마시고 하늘 한번 처다 보는 단순한 행위를 반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