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창원 천주산 산행

camsang 2025. 4. 6. 20:33

**천주산 진달래 산행 **

-.일자 : 2025년 4월 5일

-.코스 :무기마을-작대산-양미재-상봉(농바위)-달천고개-천주산-만남의광장-달천주차장(13.3km/6시간 8분)


전국적인 산불로 인해 마음은 편치 않지만 벚꽃이 탐스럽게 피어났으며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인지라 여기저기 산행지를 알아보다가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천주산을 예약했는데 하필이면 비 소식이 있습니다.
산불이 났을 때나 오지 벚꽃만 다 질 것 같습니다.

 


3개의 산행코스 중에는 물어볼 필요도 없이 긴 코스이고 또 A코스인 함안의 무기마을에서 모두가 내려 버립니다.
식당에서 계산하는 것도 아닌데도 친구의 신발끈 묶는 시간이 길어 꼴찌입니다.

 


마을길을 벗어나자 산행안내도가 있고 일렬로 길게 줄을 지으며 등반이 시작되고 차가운 봄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간간히 보이는 진달래꽃은 이미 떨어졌고 메달려 있는 것도 햇살이 없으니 볼품이 없지만 아직은 천주산 진달래군락지에 대한 희망이 있습니다.
어쩌다 보니 용띠 3명이 자연스레 뭉쳐졌고 세상살이의 얘기 속에서 삶을 통달한 것 마냥 이렇게 산에 다닐 수 있는 소소한 일상에 감사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오솔길이었던 걸로 기억되는데 등산로가 무척이나 좋고 산불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된 소나무도 돋보입니다.

 


안내도도 잘 되어 있습니다. 줄기차게 올라가던 등산로에서 작은 정상은 인증 장소가 되고 휴식의 시간입니다.

 


우리의 속도가 급격히 저하되어 있어 추월을 시도하다가 놀자에게 걸려서 이젠 정말로 꼼짝없이 후미에 묶여 버렸습니다. 산행이야 후에 만회할 수가 있고 이런 우정은 마음을 풍족하게 해줍니다.

 


이곳은 봉우리마다에 이름을 챙겼고 듬직한 표지석도 있어 포토타임에 간격을 줄일 수는 있으나 우리라고 증명을 안 날 길 수가 없으니 그게 그겁니다.
산불 조심 재난 문자가 오고 있는데 나무를 뒤흔드는 바람은 꽃잎을 떨어뜨릴 냉기를 품고 있습니다. 비 냄새가 묻어납니다.
천천히 걷는다고 몸에 무리가 없는 게 아니라서 허리의 통증에 나이가 들었음이 실감하는데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닙니다.

 


우회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서봉을 기어코 올라가 인증하는 건 무슨 오기인지?

 


수직의 길이 평탄화되어서 정자가 있는 적대산에 오릅니다.
광장에서 보물이라도 찾고 있는 것인지 다들 바닥을 기고 있는데 할미꽃을 담기 위해 꼬부랑 노인들이 되어 있습니다.
산 아래는 골프장이 만남의 광장에는 벚꽃이 피어 하얀 종잇장을 펼쳐 놓은 것만 같고 붉게 물들어 있어야 할 천주산 능선은 갈색입니다.
봄에는 모든 것들이 꽃입니다.

 


천주산까지 그냥 곱게 흘러가면 좋으련만 양목이고개까지 하염없이 내려갑니다.
오늘은 그나마 흐리고 바람이라도 불어주어 다행이지 햇볕 쨍쨍한 마른날이라면 다리에 힘 빠지게 생겼습니다.이 코스를 회피하려 했던 이유입니다.

 


겨유 올려 놓았던 고도를 다 반납하고 나서야 산 아래로 고속도로가 뚫린 양미재가 함안과 창원을 가릅니다.

 


산행길이 인생길입니다.
묘지에 동백꽃 붉고 키다리나무는 하얀 목련꽃을 주렁주렁 메달아 봄을 오지게도 즐기는데 우린 오르락내리락에 등줄기에 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앞서간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오르막을 앞두고서 배를 불려 놓으면 나만 고생이고 그동안에 술을 절제하려고 식은땀 흘렸는데 건네는 막걸리 한 잔에 무너집니다.
나도 답례로 사람 관계를 원활하게 해주고, 분위기 화기애애하게 만들어 기분 짱 좋게 만드는 마법의 하얀 물을 꺼내 시간마저 잊었습니다.

 


지속적인 오름길은 잡념이 없지만 시간도 정지한 듯 풍경속에 같혀 버린게 문제여도 거북이 걸음으로 상봉의 농바위에 올려 놓습니다.
천주산 능선의 진달래군락지가 조망되어 마음은 한층 가벼워졌는데 기어코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달천고개의 장사치는 장사를 접었고 긴 계단이 하늘길처럼 솟아 있습니다. 하산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서연 씨 때문인지 물어보지도 않는 정상의 생중계에 경쟁이 붙었습니다.

 


진달래꽃은 아직 앙다문 채라서 이 비가 그치고 나면 활짝 꽃잎을 펼칠 것 같아 아쉽긴 하지만 그 덕에 정상석은 우리의 몫이 되어 보듬고 안고 막 찍어댑니다.

 


이젠 오르막은 끝, 관광코스와 하산만 남았습니다.
어쩌다 진달래군락지의 관람 데크에 발을 디디지 못하고 능선에서 쳐다보지만 시원찮은 건 마찬가지입니다.

 


폭삭거리는 먼지를 잡아주는 비는 벽에 흙을 바르듯 바지에 흙을 붙여 놓아 걸음걸이는 더 거북해졌어도 이 또한 게의치 않습니다.
순천에서 비 핑계 대고 낮술을 마시고 있던 친구들이 소나기가 온다고 하여 뻥인 줄 알았는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여 배낭커버를 씌우고 능선을 벗어납니다.

 


아뿔싸...
계단 나무의 미끄럼을 피하려다가 흙에 미끄러져 공중부양하며 엉덩이 썰매까지 탑니다.
세상사 조심해도 안 될 일도 있습니다. 부끄러움에 큰 것만 대충 떨어내고 샘터에서 닦아 냅니다.

 


총무님을 만나 우리의 최후 보루가 생겼습니다.
주적거리고 내리고 있는 비를 피할 수도 없는 임도를 따라서 만남의 광장까지는 꽤나 긴 거리인데 오고가는 농담이 지겨움을 잊게 합니다.

 


산불로 진달래축제가 취소된 만남의 광장은 소방대 훈련으로 대체되어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정작 차량을 통제시켜 놓아 버스를 찾아 삼만리입니다.
총무님이 없었더라면 길거리의 미아가 될 황당한 도로가에 주차가 되어 있는데 또 이곳을 어떻게들 잘도 찾아와 있어 우리가 꼴찌입니다.
우리에게 집중된 시선이 부담스럽습니다. 타박보다는 새양쥐꼴을 보고 따스한 커피 한 잔을 건네는 정이 있는 산악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