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팔목 핀제거 수술(참 사람 마음이란 게, 이렇게 변덕스럽다)

camsang 2026. 8. 22. 10:49

*** 수술을 앞두고 마음이 몇 번이나 돌아섰다***

-일자 : 2026년 8얼 20일~23일)

 

사람은 역시 적응의 동물인가 보다.
일상에 적응해 불편함을 잊고 지내다가도, 아주 가끔 그 불편함이 느껴질 때면 지나간 후회를 붙잡고 ‘왜 하필 나였을까’를 되뇌곤 한다.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에 또다시 나를 자책하기도 한다.
그래서 크게 불편하지 않은 한, 될 수 있으면 잊고 지내려 했다. 그런데 사위의 간곡한 조언도 있었고, 자고 일어나면 손이 뻣뻣하게 굳는 증상도 있어 결국 팔목 핀 제거 수술을 결심했다. 수술 날짜까지 잡고 과정을 밟아가면서, 예전의 수술과 치료 과정을 다시 겪어야 한다는 생각에 인터넷을 뒤지며 ‘이대로 안고 살아갈 방법은 없을까’를 찾아보았다.
그런데 의사들도, 수술을 받은 사람들도 대부분 불편함이 없다면 굳이 핀 제거 수술을 권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 이거다.
집사람과 내용을 공유하고 내 편으로 만들어 슬그머니 합리화를 한다.
‘뭐 하러 돈까지 들여 그 아찔했던 수술을 또 받고, 다시 치료의 불편함까지 감수해야 한단 말인가.’
전화로 수술 취소를 알리고 나니, 묵직했던 마음이 한결 후련해졌다.
참, 간사하기로는 사람만 한 게 없다.
딱 작년 이맘때, 8월 14일에 팔목이 골절됐다. 하필 다음 날은 광복절이라 꼼짝없이 혼자 끔찍한 고통을 견뎌내야만 했다.
내 아픔을 알 리 없는 생일 모임에서 회비 이야기만 나누는 것이 못내 서운했는데, 이번 모임에서는 우연찮게 팔목 수술이 화제가 됐다. 
계원인 간호사들까지도 “왜 수술을 안 하느냐”고 의문을 제기하니, 그 말에 또 현혹되어 마음이 갈팡질팡한다.
병원업무 시간전에 후딱 가야산을 다녀오려했는데 비까지 내린다.
혹시 번복했던 날짜에 다른 사람이 예약했을까 싶어 비사이를 뚫고 집으로 내달려 명함을 찾아 다행히 예약은 다시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비러먹을, 마음이 또 흔들린다.
수술 날짜를 다시 잡고 나니, 긴장감에 가슴은 콩닥콩닥 뛰고 있다.
참 사람 마음이란 게, 이렇게 변덕스럽다.

비내리는 중마동



야근 후 긴장감에 잠을 설쳤다.
수술비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말을 현실로 만들어주려는 듯, 적금까지 해약했다. 정년퇴임을 하고 보니 어느새 나의 처지가 한없이 나약하게 느껴진다. 그 마음을 애써 감추며 나 홀로 입원 수속을 밟는다.
아직은 자유로운 몸이지만 환자복으로 갈아입는 순간부터 병원 안으로 행동반경이 제한된다. 그마저도 수술 전 준비를 위해 주사 바늘이 꽂히면서 발걸음까지 묶여버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 마음대로 움직이던 몸이었는데, 어느새 나는 병원에 맡겨진 환자가 되어 있었다.


집사람에게 운전을 맡기는 건 실례다.
중마동에서 순천까지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야 하고, 두 시간 가까이 걸리니 혼자 감당하려 했다. 하지만 보호자가 꼭 필요하다니 어쩔 수 없이 수술날 올수밖에 없는데 긴장하고 있는 나를 안심시키기는커녕, 집사람은 오히려 이런저런 말로 내 긴장감을 더 끌어올린다.
입원실 밖에 대기하고 있던 수술 이동용 침대가 나를 순식간에 중환자로 만들어버렸다. 침대에 누워 집사람이 침대를 밀고, 천장의 조명들이 하나둘 지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니 꼭 메디컬 드라마의 한 장면 같다.
꼭 이런 경험까지 해봐야 하나 싶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수술대 위에 누워보는 체험은 없어도 아무 지장이 없는데 말이다.
수술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는 내 모습이 어쩐지 한없이 나약한 중년처럼 느껴진다.
수술은 의사가 하고, 나는 그저 누워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수술이 끝나자 다시 침대에 실려 입원실로 돌아오고 있다.
예전 골절 수술 때의 기억이 떠오르는지, 집사람은 내 곁을 지키며 이것저것 살피고 눈치까지 보느라 참 고생이다.
무통주사에 진통제가 투여되고 있어서인지 아직 별다른 통증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집사람은 얼음팩을 챙겨주며 기꺼이 수발을 자처한다.
아픈 사람보다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더 힘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평소 군것질이라곤 하지 않는 나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환자를 남겨두고 돌아가는 길이 못내 미안했던지 집사람은 편의점에 들러 과자와 커피를 사주고 귀가했다.
혼자 남겨진 나는 병원 로비를 한동안 배회하다가 주차장에 세워둔 차를 외곽 주차장으로 옮겼다.
여기는 주차 공간도 비좁은 데다 하루 주차비까지 만만치 않다.
그런데 차를 옮기는 일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족쇄처럼 따라다니는 수액걸이를 단단히 단도리하고 움직이는 것.
차를 옮기는 것조차 이제는 하나의 미션이다.
다인실을 쓰다 보니 같은 병실을 사용하는 환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신경이 쓰이고 관심이 간다.
웃고 떠들던 젊은 환자가 한참 동안 수술을 받고 돌아오더니,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며 악을 쓰는 사람으로 돌변했다.
보호자도 연인에서 아버지로 바뀌었다. 나도 아버지이면서, 부자간에 저렇게나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울 수 있을까 싶다.
물론 견디기 힘든 통증이 이성을 지배했을 수도 있다. 그래도 그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환자는 병원에서는 약을 처방해 잠을 재운 듯한데, 정작 아들의 수발을 드는 아버지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
한 공간에 있는 나 역시 편히 잠들 수 없었다.
그렇게 병실의 밤은 길기만 했다.

 



밤새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다가, 이른 새벽 창밖을 내다본다.
평소에는 차량이 밀리는 것만 봐도 답답증을 느꼈는데, 병실에서 바라보니 그 복잡한 도로마저 역동적으로 보인다. 이른 시간부터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에게서는 새삼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피트니스장에는 건강한 사람들이 있고, 도서관에는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술집에는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그들 모두는 건강한 사람들이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은 병원이나 요양시설에 모여 있다 보니, 우리는 눈에 보이는 세상만을 현실이고 진실인 것처럼 여기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건강함만이 살아 있는 자의 특권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365일, 수년째 하루도 빠짐없이 1만 보 이상을 걸어왔다.
병원에 입원했다고 그 습관을 포기할 수는 없다. 취사장을 운동장 삼아 제자리걷기를 하고, 런닝머신을 걷는다는 생각으로 부지런히 발을 움직인다. 기어코 1만 보를 채우고서야 조식을 먹는다.
평소 맛없기로 소문난 병원밥인데, 오늘은 반찬 하나 남기지 않고 모조리 비웠다.
운동을 하고 배가 고프면 무엇이든 맛있어지는 법이다.

 


병원의 하루 업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복용약이 추가되고, 수액걸이에도 새로운 수액이 매달린다.
의무적인 회진이 지나가고 나는 무료한 환자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노트북을 켠다.
이참에 숙제처럼 미뤄 두었던 산행일지를 정리하려던 계획은 손가락의 부자연스러움 때문에 무산된다. 넷플릭스를 뒤적이다가 엇같은 사랑이란 드라마에 걸려들어 과자 봉지를 뜯고 몰입한다. 자꾸만 손이 가는 과자처럼 다음 회를 넘기다 보니 어느새 과자는 바닥이 났고,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다.

 

 


의사의 회진도 없는 토요일 아침이다. 창틈으로 비집고 들어오던 햇살을 커튼으로 차단하자, 덜컹거리던 간호사들의 카트 소리마저 들리지 않아 병실은 고요하다.


퇴원하는 날이라 드레싱을 기다리고 있는데, 처치가 늦어진다며 간호사가 먼저 소독을 해 주었다. 치료는 찰과상을 입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이를 보며 나중에는 의원에 가는 대신 자가 치료를 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뭐든 은밀하게 감춰 두었을 때가 두려운 법이다. 하지만 한 번 보고 나면 공포심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손목과 손가락의 움직임을 제한하던 부목을 싹둑 잘라 내자 움직임이 한결 편해졌고, 운전도 자유로워져 통원 치료를 받게 되었다. 의사는 엑스레이에만 관심이 있는 듯했다. 결국 나의 고집에 못 이겨 치료 기간만 제한하고 자유를 허락했지만, 만만찮은 아내의 감시망 때문에 차마 붕대까지 풀 수는 없었다.

 


자가 치료의 장점은 내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상처가 아문 것을 기념해 술을 마셨다오랫동안 금주한 탓인지 몸은 알코올을 반기기는커녕 거부 반응을 보였다. 괜히 술을 마셨다는 후회가 밀려들었다.

 


일이 없어 놀아 보면 안다. 일터가 낙원이라는 것을. 아파 보면 안다. 건강이 얼마나 큰 재산인지를.

눈을 뜨고 하루를 맞이하는 일, 두 발로 가고 싶은 곳을 마음껏 갈 수 있는 일,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을 수 있는 일…. 감사한 일투성이고, 감동의 연속이다.

 

 

저수지까지 말려 버렸던 긴 가믐이 끝나고 몇일째 계속 비가 내리고 있다.

 

 


그동안 참 많이도 몸을 혹사시켰다. 이제부터는 내 몸을 무엇보다 아끼고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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