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봉산 & 덕숭산 연계 산행 ***
-.일자 : 2024년 11월 30일
-.코스 : 용봉초교-투석봉-용봉산-악귀봉-뫼넘이고개-수덕고개-덕숭산-수덕사(11.8KM / 4시간 30분)
 
있는 듯 없는 듯이 어영부영 하고 있던 겨울이 기습 눈 폭탄으로 존재를 과시하긴 했는데 기상관측 이후 11월에 최대 폭설로 전국을 혼란상태로 만들어 놓았다.
최강 한파를 대동한 습설은 첫눈의 설렘을 재난으로 만들어 놓았고 매스컴은 모처럼에 호기를 잡아서 죙일 떠들어 댄다.
짙푸름이 계절을 붙잡고 있는 남도에서 겨울맞이 산행이란 테마는 적중을 했지만 TV 속의 영상들이 잔영으로 남아서 배낭 무게만을 늘려 놓았다.
뿌옇게 김서린 차창으로 비친 밖의 풍경은 곧 비를 뿌릴 듯 하나 염려했던 눈은 안 보인다.
충청남도청이 있는 내포신도시는 허허벌판에서 사막의 신기루처럼 솟아 있고 야트막한 산들이 용봉산의 형체를 지워 놓았다.
용봉초등학교에서 하차하여 산행을 시작한다.
용봉산이 도립공원이고 홍성에서는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은 곳이라는데 찾는 등산 안내도가 안보여서 램블러에 의지해 고양이들만이 노닐고 있는 가계 앞을 지난다.

 

전국에 팔봉산도 참 많지만 이곳도 팔봉산으로 불리우지 않았던가?
요즘 산의 기억들이 지워져 가면서 확신을 할 수가 없으니 두 발로 확인 하기로 한다.

 


마을 진입로만 임도의 끝자락에 용봉산미륵불이 있고 본격적으로 등산이 시작된다.
오늘이 11월의 막날이자 퇴직을 딱 한달 남겨둔 날이라서 산길을 나 홀로 걷는 무념의 시간 속에서 흔들리고 있는 마음을 정리해 보고자 앞서서 나간다.
산우들과의 어울림도 좋지만 보고 듣고 말하는 것에서는 추수 후에 남겨진 낱알처럼 매번 후회란 걸 남겨 놓았기 때문이다.

 


가지런한 돌계단은 나름의 수행자를 인도하고 정자에서 쉼을 하던 산객은 탁발을 하듯 간식을 건네 준다.
주 등산로가 아닌지 사람이 없고 도립공원답지 않게 산길도 수더분하다.
얼마 전 쏟아 부었던 공포의 첫눈이 세상을 마비 시켜 놓았고 첫눈 오는 날에 연인들의 속삭임과 희망 메시지들은 재난 방송으로 바뀌어서 나를 중무장 시켜 놓았기에 작은 오르막에도 땀이 흐른다.
우리나라도 꽤나 넓은지 방송 화면에 비친 풍경은 재난이었는데 현실은 말짱하기만 하고 대지의 온기에 뿌옇게 흐려져서 시계가 좋지 않다.

 


용봉산 투석봉이 이정표와 정상석으로 존재를 나타낸다.
분명 이곳 홍성 팔봉산은 서너 번을 찾았었다.
블로그 라도 살아 있다면 지워진 기억의 흔적이라도 찾아 볼 터인데 새하얀 눈밭에 발자국을 찍듯 새롭게 족적을 남겨 간다.
다만 어슴프레한 기억 속에서는 그닥 높지 않는 봉우리들과 가탈스럽지만은 않았었던 바위들이 위안이다.

 


용봉산이 최고봉이란 닉을 얻었고 사람들은 소풍을 나온 듯 옹기종기들 모여 앉아서 K 산행문화를 즐기고들 있는데 모두들 산림욕장에서 올라 온 듯하다.
이런 어울림이 사람 사는 세상이다.
은퇴 후 로망이었던 전원주택이 자가 격리가 되고 갈수록 팔지도 못하는 애물단지로 전략해 가듯 사람은 대중 속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홀로 유유자적 즐겨 보고자 한 것은 나의 오판이었다.
결국 고산님과 합류하였고 주 등산로와는 떨어져 있는 최영장군활터의 정자에서 사막처럼 삭막해 보이는 내포 신도시를 과녁 삼아서 시선을 맞추고 되돌아 올라 온다.

 

 


사람들의 다양성만큼 바위들도 개성이 있는 곳이다.

 


자그마한 봉우리들 마다에 이름을 얻었고 정상석은 존재를 부각 시켜 놓아 사람들이 모여 든다.

 


바위에 자생하며 옆으로 크는 소나무는 용봉산의 명물이라는데 끈질긴 생명력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살아 남기 위한 자구책으로 키를 키우지 않고 있다.
그래서 자세히 관찰해야만 볼 수 있는데 안내판이 존재를 부각시켜 준다.

 


이곳은 도시가 가까이에 있어 대부분은 가벼운 운동복 차림이라서 중무장을 한 내가 머쓱하다.
바위와 바위를 계단이 잇고 다리가 놓여져 있어 스릴은 없다.
제각기의 바위들은 안내문으로 인해 TV의 자막처럼 보는 사람의 의식을 장악하여 퍼즐을 맞추듯 형태를 살피고 인증을 남긴다.

 

 


악귀봉을 내려와 용바위에 올랐지만 도대체가 어디가 무엇이 용의 형태인지 바구돌만 크다
하여 휴양림을 향한 능선상의 병풍바위는 휴대폰으로 땅겨 본 것으로 가름하였고 딱히 쉴만한 곳도 없어 전망대에 올라 선다.

 


전망이 트여 내포신도시의 안내도와 그림 맞추기 하기에는 적합하지만 여전히 도시는 쌩뚱맞고 정감이 안긴다.
그 많았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들 사라져 버렸을까?
요상하게 몸을 풀던 사람이 멋쩍게 사라지고는 인적이 딱 끊어지며 혼자다.

 


휴양림의 영역권을 완전하게 벗어 난 듯 한데 덕산온천으로 향하는 수암산 안내도가 이어 받아서 길안내를 자처한다.

 


숲길이다.
육산으로 걷기에도 좋은데 촘촘하고도 세심하게도 계단까지 만들어 놓았으니 이런 정성이라면 당연스레 이용을 해줘야만 한다.

 


모처럼 널널하게 또 여유자적 걸어서 가루실고개에 내려서니 앞섰던 선배들이 점심을 먹고 있어 약주 한잔 얻어 마시다가 다시금 뭉쳤다.

 


수암산으로 이어진 등로를 꺾어 둔리저수지로 내려가는 길은 접근로 로써 이용이 없어 보인다.

 


덕숭산은 둔리저수지로 내려서서 도로를 따라 둔리 2리마을로 들어가고 수덕고개까지 가루실안길을 따라야만 하는데 간간히 이정표가 있다 해도 이건 좀 무리수이지 싶다.

 


차량통행이 제법 많은 수덕사로를 넘어선 산길은 철조망에 막혀 휘돌아서 능선에 접선한다.

 


모처럼 만에 보는 야생에 신경세포들이 곤두선다.
저수지까지 내려 서 버렸으니 즐곳 오르막이다.
바위지역을 벗어나며 조망도 없고 잔가지들로 땅만 보면서 뚝뚝 땀을 흘린다.
개척 산행이 아닌 선답자들의 흔적만을 쫓아야만 하는 이런 산길은 쉬이 피곤해 진다.

 


사위도 어두침침 해지고 빗방울도 돋아 분위기상 영 거시기한 등로는 수덕사에서 올라 오는 길에 합류되면서 신작로가 되었다.
이렇게 편한 길을 놔두고서 왜 곁눈질을 하면서 사서들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다. 특히 너......

 


어둑해지는 것은 숲이 우거져서 가 아니라 비를 쏟아 붓겠다는 선전포고이기에 걸음을 빨리 하는 흉내라도 내줘야 진정이 될 듯 하다.
덕숭산 이거 왜 처음 본 것만 같지......
딱 우리 동네의 497m인 가야산의 고도이고 건너편에 또 다른 가야산을 두고 있다.

 


용봉산 자락을 조망하고 수덕사의 지붕을 좌표로 찍어 하산을 시작한다.

 


눈이 희끔하게 남아 있지만 빗질을 한 듯 깨끗한 등로가 마음까지도 정갈하게 만들고 전월사의 암자는 절로 수행이 될 것만 같다.

 


수확 후의 널브러진 배추잎과 나무에 매달린 노란 은행잎이 계절과 대치를 하는 듯 하고 만공탑을 내려와 초가지붕의 소림초당은 동양화가 되었다.

 


수덕사가 이렇게나 웅장 했던가?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는 경내에서 우리는 객이라서 주마간산으로 흩고 빠져 나온다.

 


한차례 폭설이 내렸다고는 하지만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에 나뭇잎은 천천히 물들어 가고 있어 햇살에 투영 된 단풍잎이 붉다.

 

 


불경기가 상인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는데 이곳은 활기가 있고 우리도 한몫 보탠다.
행복은 마음으로 만들고 천국은 내 가슴에 있다는데 한잔 술 나눌 수 있는 산벗이 있으니 나이 들어 감이 그닥 손해만은 아니다.

 

 



분위기 맨인 등반대장이 예산사장으로 이끌어서 백종원 거리에서 하산주를 한다.
뭐 하루 즐기자고 나섰는데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
연탄불에 돼야지 고기 구워지고 한잔 술에 기분 좋게 취해서는 예천의 출렁다리 야경 불빛에 현혹되어 이태백이가 되어 간다.
그 기나긴 귀경은 오늘 중에는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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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골 단풍 산행 **

 

-.일자 : 2024년 11월 13일

-.코스 : 직전마을-피아골대피소-직전마을(8km)

 

조력과 협력 그리고 경쟁자로 공존하며 다양한 경력과 연령이 콘베어식의 형태로 일하고 있는 조직원들이 피아골 단풍 산행에 나섰다.
설비는 별반 달라지건 없는데 사람은 세대교체가 되고 나 또한 현역으로는 이번이 마지막 조직활성화가 된다.
스케줄과 준비물은 맡은 봐 업무처리처럼 분담되었고 난 방관자가 아닌 참여자로써 순수하게 따른다.


광양읍을 경유하다 보니 피아골까지의 최단거리가 순천과 구례의 경계를 넘나드는 국도다.
국도는 실핏줄처럼 마을로 연결되며 많은 이야깃 거리를 생산해 내고 있고 물들어 있는 산비탈의 단풍은 하나 하나의 프레임이 되어서 상상의 피아골을 핏빛으로 물들어 놓는다.
피아골의 단풍 상태를 난 딱 1주일전에 보았었기에 나뭇잎은 더 매달려 있을 여력이 없을 거라 단정하지만 섣부른 판단은 후회를 낳는 다는걸 너무도 잘 안다.


드라이브 하듯 물안개 자욱한 섬진강변을 따라서 연곡사를 향해 접어든 계곡에 단풍나무는 푸른빛이 짱짱한 청춘이라서 말을 꺼내지 않았음에 안도 한다.

 


직전마을의 마지막 가계까지 올라 주차비를 하산주로 대체해 놓고는 산행을 시작한다.

 


복장이 나들이 차림새다. 
산행을 했을 때가 빨치산 시절인 듯 영웅담 만을 쏟아 내고 있는 이 사람들의 사고는 동막골의 주민이다.
어차피 본인이 두 다리로 고스란히 걸어야만 하니 말을 보탤 필요도 없이 묵묵히 따른다.

 


증표인 단체 사진을 남기고 세월의 무게를 버거워하는 검사님을 잔류 지켜서 몸을 보존케 하여 지리의 품으로 들어 간다.

 

 


지리산을 체감하면서 보고 느끼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조직원이 새싹처럼 파릇한 막내부터 나에 으르기까지 사계의 특성을 고루 갖추고 있어 다양성과 역동성은 지금 버티고 있는 계절처럼 공존의 시간이 되고 있다.

 


집체만한 바우들의 틈새를 또 절벽 과도 같은 수직도 거침없이 흐르는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계류를 올라 간다.

 

 


길게 늘어 졌던 사람들이 웅덩이처럼 쉼터에 모여들고 점심을 먹는다.
오르막에서는 좀처럼 쉬지 않았는데 나목이 되어 가는 계절의 변화 속에서 함께 먹는 김밥 한 줄에도 포만감이 들어 일어서기가 버겁다.

 


완만해 보이던 등산로에는 굴곡이 있고 계곡을 넘어야 하듯이 안정된 회사에서도 아득함과 좌절을 느끼면서도 여지 것 지탱해 온건 밥줄이고 좀더 나아질 거란 희망이 있어서다.

 


철새처럼 산객들이 싹 사라져 버린 피아골대피소에 들어선다.
산엘 한번도 오지 않았던 사람들인데 조직이 이끌었는지 단합된 힘이든지 간에 목적 달성은 했다.
여기도 공사중인 사람들은 외국인들로 늙어가는 사회구조 속에서 정년연장이 거론 되는 현실이다.

 


와상에 쌓인 낙엽을 쓸어내고 모여 앉아 간식을 먹는다.
펼쳐진 음식이 편육과 피순대로 술안주이고 늦가을을 붙잡고 있던 나뭇잎이 바람에 낙엽이 되어 흩어지고 있는 상실이 참이슬이를 부르나 여긴 금주지역이고 우린 안전을 최우선시 하는 직장인이다.
여기가 우리들에는 정상이라서 리턴 하면은 1시간 이나 1시간 30분 후면 술이 무서워 질거라서 미리 주입해 둘 필요성도 없다.

 


어디서든 인증은 필수다.

 


하산은 프리로 이뤄지고 풍경이 새롭게 다가 온다.

 


단풍은 햇살의 조력자가 있어 더욱 붉어졌고 수정처럼 맑디 맑은 소에 내려 앉은 낙엽이 물고기들의 은신처를 자처 한 듯하다.

 


그렇게도 춥더니 봄날만 같은 날씨가 계절을 헷갈리게 하여도 나목과 쌓여 있는 낙엽은 어쩔수 없는 입동의 풍경이다.

 


출렁다리를 넘어서자 따스한 햇살이 비추고 있는 임도에는 사람이 늦 단풍 구경에 나선 듯 몰려 들고 있다.

 


긴장이 풀린 탓일까?
제 각각의 재료가 어우러져서 맛난 비빔밥이 되었나 싶었는데 참기름을 첨가 하지 않았는지 다들 맥아리가 없다.
피아골산장에서 먹어 놓은 게 있어서 도토리묵도 파전도 영 입맛에 없어 소주를 꼴짝 거리며 시간 죽이를 한다.

 

 

 

 


아랫목을 찾게 하는 스산해진 풍경을 떨쳐내고 예약된 식당에 스며들어 긴 밤의 끄트머리를 붙잡고 있다.
넘 추해지기 전에 집에는 들어 가야 될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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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변산 단풍 산행 **

-.일자 : 2024년 11월 10일

-. 코스 : 남여치-월명암-직소폭포-재백이고개-관음봉-세봉-원암마을(11.1km / 4시간 40분)


며칠 전 지리산 산행에서는 한겨울을 맛보았고 썰랑한 거리를 낙엽이 휩쓸고 다녀 이젠 어쩔 수 없는 겨울의 길목이다.
가을과는 잘 사귀지도 못했었기에 짧기만한 이 계절이 더 애뜻하여 아직은 단풍이 머물러 있을 듯한 내변산 산행에 나선다.
가을을 그렇게도 위협 하던 추위였것만 입동이 지났어도 남여치는 나뭇잎만이 살짝 물들어 있는 따스한 초가을이다.


사람들은 인적에 갯벌에서 먹이활동을 하던 게들이 순식간에 몸을 감추듯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숲속으로 돌진하여 버리고 신발끈을 묶고 있는 친구와 꼴찌로 들머리에 들어 선다.

 


산악회이나 어차피 자유 산행인 만큼 걸거침이 없어 좋다.
조금은 거친 어쩌면 공원의 손길이 느껴지는 꾸준한 오름길에서 쉼터를 지나고 막혀 있는 쌍선봉을 우회 한다.

 


나뭇잎이 알록달록한 색으로 물들고 있는 푹신한 흙길이 둘레길처럼 이어져서 월명암으로 들어간다.
내변산의 산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는 사찰이 한국의 산하에나 나올 법한 아름다운 풍경이다.

 


모두들 사진을 남기기에 여념이 없는데 감성 주입이 덜된 머슴아 셋이서 앞서 간다.
재물을 오물처럼 대하라는 글귀가 화두가 되는 길이다.
바위는 변산반도의 전망대가 되어 첩첩산중의 내변산과 갯벌이 삼키고 있는 곰소만이 일망무제로 조망된다.
저 광활한 서해의 갯벌은 서해랑길을 소환해 내지만 각자의 삶에서 후 순위로 밀려나 있어 잠정 중단 된 상태다.

 


내려간다, 자꾸만 내려가고 있는 길에 그만이라 외치지만 올라 왔던 길을 고스란히 반납을 하고서야 분옥담저수지에서 끝이 난다.

 


저수지에는 오색 단풍이 합동 공연잔치라도 하는지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고 있다.
다양한 색체의 나뭇잎보다 더 많아진 사람들은 일단 시끄럽다.
쉽게 접근을 할 수가 있으니 전국에서 모여 든 사람들은 가을운동회 보다도 더 활기차고 펼쳐진 음식들은 뷔페식으로 가을축제장이다.

 


수면에 산이 잠기고 떠 있는 낙엽조차도 그림이 되어 주는 반영에 은은하게 물든 단풍 길은 수채화풍 이나 주마간산이 될 수 밖에 없음이다.

 


수변로는 산책로가 되었고 선녀탕 갈림길을 지나면서의 정체는 설악산의 단풍시즌을 능가하여 추월이 불가하다.
길게 늘어선 대열을 제일 저질체력이 대장을 자청하며 이끌고 있는 답답증에 벗어 나고자 일단 치고 나간다.

 


직소폭포 전망대가 쉼터가 되어 준다.
저 떨어지고 있는 물줄기가 사람들을 붙잡아 놓았고 한적 해진 계곡을 따라서 제백이고개에 올라선다.
관음봉을 오르기 위한 휴식의 공간이다.

 


풍경이 원거리의 산수화로 바뀌었고 관음봉을 향한 고단한 오름길이 시작된다.
이정표에 관음봉 0.9km는 900m의 오르막 이고 1km에서 겨우 100m 빠지는 오름길인데도 사람들은 현혹된다.
눈은 언제나 게으른 법이고 발걸음의 정직함에 마당바위에 올라 섰고 갯벌의 곰소만과 선운산을 조망하며 흐르는 땀을 식혀서 점심 자리를 잡는다.
함께 산행을 하고 있는 산친구가 있어서 행복하다.
뭐 인생이 별건 가? 이렇게 산을 찾고 함께 낭만을 즐기는 것이지...

 

 


한차례 땀을 쏟고 관음봉에 올라 선다.
쉼터는 단체 산객들이 점령하고 법을 개무시하고 있어 정신 개조가 필요 할 듯하다.
어째 부끄러움은 나에 몫이 되어 빠른 하산을 한다.

 


관음봉 보단 세봉으로 향하는 길이 내소사의 조망처가 된다.
단풍이 울긋불긋 물든 산비탈에는 정련암이 별장처럼 자리 하였고 주차장에 관광버스들이 이곳의 인지도를 대변하고 있다.

 


세봉은? 가벼운 새가 아니라 세 개의 봉우리 인가?
다 올랐다 여겼는데 자그마한 오르막들을 올라서야 하산길이 시작 된다.

 


어째 내소사 내림길을 막아 버렸다.
아마도 지금은 돈이 안되니 시끄러운 중생들의 출입을 막아 버린 듯한데 착한 우리들은 금줄을 넘지 않고 능선을 착실하게 따른다.
조금은 불안하게 이어진 길을 시끌벅쩍한 사람들의 소리가 하산 지점을 안내하고 있다.

 


찔끔거리던 비도 그치고 노란 은행잎이 가을을 장식하고 있는 원암마을에서 종료된다.
이곳으로 하산은 처음이라 어색한데 트렉은 할당된 13km의 거리도 못 채웠으니 이게 왜 이런지 모르겠다.
내소사는 패스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은 빨리 사라진다는데 이만 하면 짧은 가을이 하고도 잘 사귀었고 내년을 기약해도 아쉬울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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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피아골 산행 **

-.일자 : 2024년 11월 6일

-.코스 : 성삼재-노고단-반야봉-삼도봉-피아골산장-직전마을(19km / 7시간 40분)

 

이 한 계절을 그냥 보내 버릴 수만은 없어 피아골 단풍산행에 나선다.
계절의 변화를 못 느끼고 있다가 태풍 콩레이에 딸려 온 냉기가 한 순간에 초겨울로 만들어 놓았고 쌀쌀한 새벽 공기에 옷깃을 여미게 된다.
빠른 세월 속에서 이 산악회 참여도 일년이 훌쩍 지나 버렸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분들로 서먹함은 없다.
그새 산행은 프리 스타일로 달려졌고 단풍산행이라는데도 여성들까지 화엄사에서 내리 버리고 바람만이 휘젓고 있는 성삼재에는 몇 사람 뿐이다.
바람의 날카로운 소리 뿐 인적은 없지만 24시 마트는 업무에 충실하고 음악으로 호객을 하는 카페를 지나 지리의 품으로 들어 간다.

 

 


내려 오는 사람들은 중무장인데 단출한 난 침투습격을 강행 하듯이 단숨에 노고단산장에 올라 선다.
신축 건물은 마고 할매가 지키고 있던 산장의 옛추억들 마저 깔끔하게 지워 놓았다.

 


산꾼님이 노고단사전예약을 해 놓아 자동으로 단출한 팀이 꾸려 져서 노고단 고개를 오른다.
지리산의 통문인 아치는 천왕봉까지의 25.5km을 담은 액자로 한 뼘도 되지 않아 금방이라도 다녀 올 듯 하다.

 


천상을 오르는 듯 길게 뻗은 데크를 따라서 노고단을 오른다.
태풍 급의 바람에 냉각된 공기가 미세먼지까지 깔끔하게 청소를 해 놓아 선명한 산그리메가 펼쳐진다.
지리 10경 중 하나로 섬진강이 몽글몽글 피워 올린 물안개가 구름 바다를 이룬 노고운해는 피아골단풍으로 대체하여야 할 듯하고 얼떨결에 바람에 밀려서 목책을 넘어 버렸다.
살려는 자구책이고 이젠 어쩔수 없이 공범자들이 된다. 

 

 

 


문수암이 저 아래 어디쯤 이랬는데 이젠 어림짐작도 못하겠다.

 


돼지령을 지나며 편안한 등로에서 서로간 거리가 좁혀지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진 대화 에는 서먹하고 어색함을 깨뜨리는 아이스 브레이킹이 되어 피아골 삼거리에 왔지만 그냥 간다.
난 여기서 피아골로 내려 갈 계획이었는데 아무래도 소통엔 좀더 시간이 필요할 듯하나 전체 분위기가 우선이다.

 

 


결단력 없는 소심함이 결국 반야봉을 오르게 만들어 임걸령에서 목을 축인다.

 


대지의 온기를 품고 뿜어져 나 온 물과는 달리 바가지와 바닥은 얼음으로 지리에서 올 겨울은 맞이했고 지리산의 정기를 흠뻑 흡입하여 노루목을 향해 오른다.
잔뜩 긴장한 오름길엔 계단이 만들어져 지리산을 찾지 않았던 세월이 느껴진다.

 


반야봉 오름길만이 날것 그대로다.
언제 눈이 내린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는 날씨인데 바람막이가 되어 준 사면에는 거침 없이 밀고 들어 오는 햇살의 열기가 땀이 솟고 진달래의 성장눈을 건드려 꽃을 피워 놓았으니 참 무책임하다.
파란 하늘아래 지나 왔던 길들이 한눈에 펼쳐진다.
천왕봉과 반야봉 그리고 백운산들을 3D의 조감에 그림 마냥 배치해 놓았고 주변의 산들은 자율 분양했으니 소유권을 주장할 산들이 없다.

 


하산은 자연스레 삼도봉으로 이어진다.
산행의 브레이크타임이라도 되었는지 인적이 딱 끊기고 삼도봉의 손길을 타 반질거리는 표지봉만이 햇살을 튕겨내고 있다.
지리의 한 복판에 우리들 뿐이다.
내려 왔던 반야봉은 단풍이 들고 있는지 이미 져 버렸는지도 모를 애매함이 있고 피아골계곡은 단풍을 감추어 놓았다.

 

 


정맥이 그러하듯 잘못됨을 인지 했을 때에 가장 빨리 가는 법은 먼 길도 되돌아 가는 것이다.
난 주관성이 없다.
주식은 어설피 다른 사람 따라 하다가 망하게 되는데 선택의 책임은 오로지 자신의 몫이 된다.
사람의 발길이 잦은 초입의 반질거리는 등로가 갈래를 쳐 가면서 점점 사라지듯 길은 묵혀 간다.
한가지 목적달성으로 파안대소 했던 우리들은 점점 미로 속으로 빠져 들고 있다.

 

 


잔디밭과 같은 푸른 산죽밭 속에는 지뢰와 같은 허방과 돌뿌리를 숨겨 놓았고 나무는 부비트랩이 되어 발목을 낚아 챈다.
가파른 협곡을 내려 가고 있는데 이 광활한 지리산을 우습게 봤다.
커다란 바위에는 푸른 이끼가 잔뜩 끼어 자체 방어를 했고 나뭇잎으로 은폐된 허방과 건들면 부러진 썩은 나무들로 난공불락 그 자체다.
짐승들도 다니지 못한 길이다.  

 

 


생명수가 흐르는 계곡 에서야 서늘한 바람을 느끼며 건재함에 감사한다.

 


피아골은 지금 단풍이 참 좋은 늦가을이다.
해질녘이라 조금은 쓸쓸함이 흩어져 있지만 햇살에 붉어진 단풍이 우리나라 최고의 단풍 명소인 피아골을 상징한다.
일주일 후에 여길 조직활성화로 다시 찾기에 증거용으로 사진을 담아 내지만 그때까지 이 단풍이 남아 있지는 않을 것이다.
가을을 붙잡는 것은 바지런을 떠는 것 밖에는 없다.
피아골 산장은 아직도 공사중이라서 숙박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시간에 쫓기어 단풍 구경은 주마간산이고 무릎 통증에 허벅지가 아려 와도 이렇게 자유롭게 걸을 때가 내 인생이다.
남는 시간의 활용이 염려된 산행이 였는데 주어진 시간을 꽉 채워 서야 끝맺음을 하고 그 것도 피아골산장에서 버스정류장이 있는 천왕봉산장까지 산악 구보를 해서야 겨우 맞췄다.
피아골 단풍 산행에 나섰다가 초겨울의 날씨 속에서 반야봉을 오르고 빨치산 체험에 담력과 극기훈련까지 이 계절처럼 참 다이내믹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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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산 산행 **

-. 일자 : 2024년 10월 29일

-. 코스 : 접치재-장군봉-굴목재-장박골-보리밥집-송광굴목재-송광사(11.5km / 4시간 34분)


어쩌다가 공장 밖에 나와 바라다본 가을 하늘과 스치는 바람이 너무 좋아 당장이라도 뒤쳐 나가고 푼 울렁거림을 진정 시켜야 했다.
정년을 2개월 남겨 놓고도 가을앓이를 하고 있으니 참 별일이다.
어제의 숙취는 쉬라며 몸을 붙잡지만 낙엽이 흩어지고 있는 이 짧은 한 계절은 주저할 이유를 주질 않아 산행을 감행한다.
챙겨야 할 점심의 대체지로 조계산이 결정 되고 송광사를 경유하기 위해 오랜만에 접치재에서 출발한다.
사찰에 입장료가 없어져서 찾는 이가 적은지 간이 주차장은 나의 차고지가 된다.: 

 


등로 정비로 박힌 나무가 썩어 소멸되고 있듯 호남정맥의 흔적도 산행의 추억도 지워진 길이다.
고속도로를 내달리는 차 소리를 떨쳐낸 능선은 사목 사목 유유자적 걷기 좋은 등로에 곳곳에 의자도 마련 되어있다.

 


산하는 여전히 푸름 속이 것만 한참이나 무더웠던 늦여름을 견뎌 내지 못해 낙하해 버린 낙엽이 흙 유실 방지포처럼 깔려 있는 등로다.

 


조금은 쌀쌀한 공기는 경사도를 높여 가면서 몸에서 나는 열기는 커피물 끓어 오르듯이 땀이 흘려 내리고 접치몬당의 싸늘함에 몸이 부르르 떨린다.
산정은 계절의 순리에 짙어져 가고 있는 가을이다.
나뭇잎이 오므라들고 떨어져서 낙엽이 밟힌다.

 


숲은 색감들을 모아 화려해졌지만 딱히 사진을 담을 만한 마땅함은 없어 풍경만을 찍으며 장군봉에 올라 선다.
나 홀로의 산행에 바람도 없는 적막함이 이 쓸쓸한 가을과 깔맞춤이다.
무등산을 수장으로 한 남도의 산능선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물감이 퍼지 듯 산비탈이 단풍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아직은 어설픈 단풍이나 언제든 나설 수 있는 체력에 감사하며 배바위로 하산을 한다.

 

 


급경사의 내림길이 정신을 집중시켜 몰아를 가져 왔고 낙엽이 빈 의자를 데코레이션한 작은굴목재에 내려선다.
원시림의 분위기에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는 몰아일체가 되어 자연인이란 다큐를 찍듯 살포시 장박골에 스며든다.

 


고요함에서의 안정감이다.

 


계곡의 생동감 있는 물소리와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풍경을 만들어 놓았다.

 


청량한 물소리에 기분은 상쾌하고 정신이 맑아진다. 

 


숲에서 뿜어져 나온다는 피톤치드와 맑게 흐르는 물소리에 심신을 정화시켜서 보리밥집으로 들어가는데 적막함만 있다.
휴일이란 팻말에서 갈등을 겪다 아래보리밥집으로 들어가 나만의 밥상을 받는다.
주인의 바지런함이 바람을 일으켰나 나뭇잎이 꽃가루처럼 휘날리며 분위기를 연출하니 더 없는 산상의 점심 자리가 된다.

 


배는 부르고 나그네 산보하듯이 터덜터덜 걷는 게 참 한갓진 나만의 산길이다.
이정표는 항상 심적 갈등을 가져 온다.
오늘의 목적은 단풍의 상태와 송광사인 만큼 천자암 삼거리를 지나 송광굴목재에 올라 선다.

 


녹음이 서늘함을 싸늘함으로 냉각시키고 있으나 경사지의 버팀에 다리는 후들거리고 심장 박동의 요동에 몸은 과열되고 있다.

 


홍일점 같은 단풍이 숲으로 번져가고 계류를 따라서 하류로 흘러 가고 있다.

 


어째 산정보다 더 채색되어 가고 있는 계곡의 단풍을 송광사의 국화향이 저지 시켰다.

 


송광사에는 많은 단체 여행객들의 입담이 보시를 하고 있고 규모의 확장성이 천년고찰의 역사를 앞질러 간다.

 


당연히 진입로는 포장이 되어 운치를 상실했고 플라타너스 노랗게 물들어가는 상가지역에서 산행을 마무리 한다.
5분이 늦어 50분을 기다려서 버스에 올라 접치재로 간다.
접치의 어디메에서 내렸는데 생경한 풍경이고 기사님이 다시금 재 승차를 하라 하여 버스 알바를 면했다.
이래저래 참 고마운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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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공산 산행 단풍 맞이 산행 **
-.일자 : 2024년 10월 20일
-.코스 : 한티재-파계봉-서봉(삼성봉)-비로봉-동봉(미타봉)-염불봉-노적봉-갓바위(관봉)-갓바위시설지구주차장(17.1km / 7시간 37분)
 
대둔산이 취소되어 팔공산으로 갈아 탔고 A와 B코스의 선택 장애는 친구들 따라 한티제에 내려 버려 자동 해결된다.
그래도 버스로 고도를 올려 놓았기에 거리와 맞바꿈이 되어 다행스럽긴 하다.
집을 나설 때는 치장도 하지 않고 있는 순정의 가을이를 믿고 산정의 단풍 구경에 나섰는데 하룻만에 겨울이 문턱까지 쳐들어 온 듯 하여 집사람의 말을 무시했던 게 후회가 된다.

 

한티재는 나뭇잎이 채색이 되기도 전에 나목이 되어 가고 있고 도로에 쌓여 있는 낙엽으로 늦가을 풍경이다.
일행들이 휴게소로 몰려 가고 있는데 넘 춥다. 곧바로 들머리의 계단을 올라 선다.

 

소원길 안내판은 광범위한 공원의 지역을 모조리 집약시켜 놓아서 나에겐 그림에 지나지 않지만 신상 국립공원의 손길이 느껴 진다.

 

등로는 부드러운 흙길이고 정원수 같은 소나무가 울창한 도시공원과 같은 분위기 속에서 나름 선택은 잘했다고 만족하는데 트레킹 수준의 산행속도는 따라 가기 버겁다.
싸늘한 바람은 나뭇잎을 떨구어 등로가 알록달록한 꽃무늬로 장식 되었다.
그러면 뭐하나, 경주를 하는듯한 속도전을 따라잡기가 버거워진 마음은 조급증에 풀무질을 가하여 발걸음이 불안스럽다.

 

숲 속에 삼갈래봉은 이정표만으로도 분간이 가는 곳이다.
흐린 날씨가 사물을 회색으로 퇴색시켰어도 헬기장의 억새는 꼿꼿하게 서서 가을을 수호하고 있다.

 

 

오름짓에 파계봉에 올라선다.
이름은 불교의 색체가 강하나 그닥 특이점이 없고 처음 대하는 정상석은 안내문을 물리고 사람들의 관심을 독차지 한다.

 

팔공산이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더니 이 짧은 거리에도 과하다 싶을 정도의 탐방로 정비와 이정표들에서 새내기의 어설픔이 느껴진다.
오르 내림에서 속도조절이 되어 팀들이 형성되었고 우리 셋은 자연스레 뭉쳐서 옛 예기들로 썰을 풀어가며 낄낄댄다.
같은 나이라서 산행길과 여행에서 우린 허물없는 친구가 되어 있었고 만나면 행복하다.

 

듬성듬성 바위가 나타나고 헬기장에서 정상이 조망 되면서 톱날능선에 포토존을 노란 단풍으로 장식해 놓았다.

 

 

팔공산의 하이라이트인 톱날바위는 얼마 전 60대 사망사고가 있었고 또 지금은 비가 온 뒤라서 등로에 쌓인 낙엽과 나무들로 미끄러워서 최대한 천천히를 대뇌 이는데 의뢰로 데크가 놓여 톱날을 무디게 만들어 놓았다.
국립공원 승격이 채 1년도 되지 않아서 인지 테크는 공사 중으로 끊기였고 우린 가지 말라는 곳은 가지 않기에 비탈로 근육질의 바위들을 우회 한다.
굳이 한번의 모험으로 산행을 접는 우는 범하지 말자며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는 우릴 물들어 가고 있는 단풍이 위로해 주는 길이다.

 

 

 

 

 

긴 오르막이 이어지고 서봉에 올라 선다.
봉황의 날개라고 하더니 꽤나 많은 산객들이 그 품 안에서 자유롭다.
서봉은 정상석에다 또 세 명의 성인이 수행했다 하여 삼성봉이란 표지석이 있는데 현자인 우린 배가 고프다.
널찍한 바위에다가 자릴 폈다가 바람에 쫓겨나 헬기장에 옹기종기 자릴 잡는다.
예전에 점심은 소풍 나오듯 음식들이 푸짐 했었는데 지금은 빵이나 행동식으로 바뀌어 있고 산행도 속전속결로 마치는 전투 산행이 되고 있다.
이러하니 산수풍월을 벗삼는 두 친구가 요주의 인물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추워서라도 일행에 맞춰 일어나 산행을 잇는다.

 

 

마래역사여래좌상을 포기하고 군사시설을 우회하여 하늘길 이정표가 있는 몬당에 올라 선다.
차 로도 올라 온다는 하늘길에 당연한 이끌림을 떨쳐내고서 올라선 비로봉은 송신탑을 지키는 초소만 같다.
가을 햇볕은 보약이라는데 구름만이 잔뜩 끼어 있고 거센 바람이 장난질한 모자를 참수리 친구가 숲을 헤쳐 가면서 잦아와 황당함만은 면하여 모처럼 친구들과 사진을 남긴다.

 

 

참수리는 퇴직의 후유증을 겪고 있음에도 사람들을 일일이 불러 세우고 사진을 남겨주고 있는데 그 정성을 다하는 삶이 재출발을 순탄하게 할거라 믿는다.

하늘길 들머리를 되돌아 나와 석조약사여래입상에서 모처럼 온기를 느끼고 동봉에 올라선다.
미타봉이라고도 한 동봉은 분명 동화사지구에서 올랐을 때 보았을 터이지만 모든 게 리셋이 되어 새롭기만 하고 지금도 새로운 팀들과 산행을 이어 가고 있지만 그나마도 나를 알아봐 주는 이들이 많고 친구들이 있어 어색함은 없다.

 

 

 

바람이 잦아 든 산하는 가을의 색체로 물들어 가고 있고 고즈넉한 자연 풍경이 추남들의 감성을 이끈다.

 
 

 

데크와 야생로가 공존하는 길을 따라 정자에 올라 서는데 태풍급의 바람과는 맞설 수가 없어 그대로 리턴 하여 산길을 이어 간다.
먹구름이 한바탕 빗물을 쏟아내고 갔는지 젖은 등로에 낙엽은 색체가 뚜렷해져서 꽃 길이 되어 준다.




 

 

 

국립공원이 되어서 무명봉들도 이름을 얻었고 이정표가 수시로 나타나지만 리본보다 더 많은 표지봉은 너무 과잉 된 느낌이다.
아마도 저 표지봉의 숫자가 한티재부터 쭉 이어져 왔지 싶은데 1까지 줄어 들어야 만이 산행이 끝날 것 같다.

 

 

비로봉의 방송탑이 멀어져 가면서 등로는 큰 굴곡 없이 편안하게 이어지고 있어 속도를 높여서 갓바위까지의 거리를 좁혀 나간다.
그 만큼 볼거리는 없다.
삿갓봉과 운부봉을 지나며 팔공 CC가 조망되고 갓바위는 느패재에 올라서자 더욱 뚜렷해졌다.

 

 

 
 
은해봉을 순삭으로 지나쳐 노적봉을 앞에다 둔다.
계단 오름길에 햇살 한줌이 단풍을 붉게 물들어 있어 쉼이 되었고 누적된 피로감이 전망데크에 주저 않게 만든다.
이젠 하산 시간만 조율하면 되는데 미련스레 간식을 여기까지 짊어지고 왔고 물은 비상용이었다.
진작에 나눠 먹었으면 에너지 배분도 되고 배낭이라도 가벼웠을 것을……

 

 

우람한 바위가 위협적이다.
봉우리가 곡식을 쌓은 것처럼 보인다는 노적봉을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 갔는데 생뚱맞은 곳에 노적봉정상표지석이 재 각인을 시켜 준다.
모처럼 장거리 산행이라 그런지 왼쪽 무릎의 안쪽이 접혀 내림길이 영 불안스럽다.

 
팔공산의 하이라이트인 관봉을 애써 올라 선다.
겨울 같은 찬바람 속에서도 갓바위에는 정성을 드리는 사람과 인증 만을 위한 나 같은 다양한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입시철이 다가오니 지금이 성수기다.
지금 나는 함께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고 우려했던 산행이 잘 마무리 되어 가고 있으니 소원은 이뤄진 셈이여서 석조여래좌상과 아이콘텍 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 간다.

 
 

 

끝이 없어 보이는 돌계단이다.
누군가의 돌계단을 빗질을 해놓아 발 디딤은 수월하지만 어쩌지 못한 계단에 무릎이 아작 날것만 같다.
쉼터와 정자 등이 있지만 훈련되지 않은 우린 미련스럽게 내려간다.

 

관암사에서야 돌계단이 끝맺음을 하는데 자그마치 1365개란다.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도 숫자를 헤아린 이도 참 할일 없어 보인다.
아직은 고난이 끝난 게 아니다.
가을 단풍 산행을 즐기자고 했는데 여간 고역이 아니다.
급경사의 시멘트 도로 또한 만만치가 않아서 웬만하면 하산만은 갓바위시설지구만을 회피하고 싶다.

 

점심 먹는 시간 말고는 쉼 없이 걸었는데도 산악회에서 제시한 시간에 도착을 했으니 요즘 산악회는 얼마만큼의 산행 체력을 갖춰야만 동참할 수 있는지 의구심에 나를 뒤돌아 보게 된다.
이런 상황을 겪으면서도 매번 참여하고 있는 친구들이 요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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