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봉산 & 덕숭산 연계 산행 ***
-.일자 : 2024년 11월 30일
-.코스 : 용봉초교-투석봉-용봉산-악귀봉-뫼넘이고개-수덕고개-덕숭산-수덕사(11.8KM / 4시간 30분)
있는 듯 없는 듯이 어영부영 하고 있던 겨울이 기습 눈 폭탄으로 존재를 과시하긴 했는데 기상관측 이후 11월에 최대 폭설로 전국을 혼란상태로 만들어 놓았다.
최강 한파를 대동한 습설은 첫눈의 설렘을 재난으로 만들어 놓았고 매스컴은 모처럼에 호기를 잡아서 죙일 떠들어 댄다.
짙푸름이 계절을 붙잡고 있는 남도에서 겨울맞이 산행이란 테마는 적중을 했지만 TV 속의 영상들이 잔영으로 남아서 배낭 무게만을 늘려 놓았다.
뿌옇게 김서린 차창으로 비친 밖의 풍경은 곧 비를 뿌릴 듯 하나 염려했던 눈은 안 보인다.
충청남도청이 있는 내포신도시는 허허벌판에서 사막의 신기루처럼 솟아 있고 야트막한 산들이 용봉산의 형체를 지워 놓았다.
용봉초등학교에서 하차하여 산행을 시작한다.
용봉산이 도립공원이고 홍성에서는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은 곳이라는데 찾는 등산 안내도가 안보여서 램블러에 의지해 고양이들만이 노닐고 있는 가계 앞을 지난다.
전국에 팔봉산도 참 많지만 이곳도 팔봉산으로 불리우지 않았던가?
요즘 산의 기억들이 지워져 가면서 확신을 할 수가 없으니 두 발로 확인 하기로 한다.
마을 진입로만 임도의 끝자락에 용봉산미륵불이 있고 본격적으로 등산이 시작된다.
오늘이 11월의 막날이자 퇴직을 딱 한달 남겨둔 날이라서 산길을 나 홀로 걷는 무념의 시간 속에서 흔들리고 있는 마음을 정리해 보고자 앞서서 나간다.
산우들과의 어울림도 좋지만 보고 듣고 말하는 것에서는 추수 후에 남겨진 낱알처럼 매번 후회란 걸 남겨 놓았기 때문이다.
가지런한 돌계단은 나름의 수행자를 인도하고 정자에서 쉼을 하던 산객은 탁발을 하듯 간식을 건네 준다.
주 등산로가 아닌지 사람이 없고 도립공원답지 않게 산길도 수더분하다.
얼마 전 쏟아 부었던 공포의 첫눈이 세상을 마비 시켜 놓았고 첫눈 오는 날에 연인들의 속삭임과 희망 메시지들은 재난 방송으로 바뀌어서 나를 중무장 시켜 놓았기에 작은 오르막에도 땀이 흐른다.
우리나라도 꽤나 넓은지 방송 화면에 비친 풍경은 재난이었는데 현실은 말짱하기만 하고 대지의 온기에 뿌옇게 흐려져서 시계가 좋지 않다.
용봉산 투석봉이 이정표와 정상석으로 존재를 나타낸다.
분명 이곳 홍성 팔봉산은 서너 번을 찾았었다.
블로그 라도 살아 있다면 지워진 기억의 흔적이라도 찾아 볼 터인데 새하얀 눈밭에 발자국을 찍듯 새롭게 족적을 남겨 간다.
다만 어슴프레한 기억 속에서는 그닥 높지 않는 봉우리들과 가탈스럽지만은 않았었던 바위들이 위안이다.
용봉산이 최고봉이란 닉을 얻었고 사람들은 소풍을 나온 듯 옹기종기들 모여 앉아서 K 산행문화를 즐기고들 있는데 모두들 산림욕장에서 올라 온 듯하다.
이런 어울림이 사람 사는 세상이다.
은퇴 후 로망이었던 전원주택이 자가 격리가 되고 갈수록 팔지도 못하는 애물단지로 전략해 가듯 사람은 대중 속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홀로 유유자적 즐겨 보고자 한 것은 나의 오판이었다.
결국 고산님과 합류하였고 주 등산로와는 떨어져 있는 최영장군활터의 정자에서 사막처럼 삭막해 보이는 내포 신도시를 과녁 삼아서 시선을 맞추고 되돌아 올라 온다.
사람들의 다양성만큼 바위들도 개성이 있는 곳이다.
자그마한 봉우리들 마다에 이름을 얻었고 정상석은 존재를 부각 시켜 놓아 사람들이 모여 든다.
바위에 자생하며 옆으로 크는 소나무는 용봉산의 명물이라는데 끈질긴 생명력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살아 남기 위한 자구책으로 키를 키우지 않고 있다.
그래서 자세히 관찰해야만 볼 수 있는데 안내판이 존재를 부각시켜 준다.
이곳은 도시가 가까이에 있어 대부분은 가벼운 운동복 차림이라서 중무장을 한 내가 머쓱하다.
바위와 바위를 계단이 잇고 다리가 놓여져 있어 스릴은 없다.
제각기의 바위들은 안내문으로 인해 TV의 자막처럼 보는 사람의 의식을 장악하여 퍼즐을 맞추듯 형태를 살피고 인증을 남긴다.
악귀봉을 내려와 용바위에 올랐지만 도대체가 어디가 무엇이 용의 형태인지 바구돌만 크다
하여 휴양림을 향한 능선상의 병풍바위는 휴대폰으로 땅겨 본 것으로 가름하였고 딱히 쉴만한 곳도 없어 전망대에 올라 선다.
전망이 트여 내포신도시의 안내도와 그림 맞추기 하기에는 적합하지만 여전히 도시는 쌩뚱맞고 정감이 안긴다.
그 많았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들 사라져 버렸을까?
요상하게 몸을 풀던 사람이 멋쩍게 사라지고는 인적이 딱 끊어지며 혼자다.
휴양림의 영역권을 완전하게 벗어 난 듯 한데 덕산온천으로 향하는 수암산 안내도가 이어 받아서 길안내를 자처한다.
숲길이다.
육산으로 걷기에도 좋은데 촘촘하고도 세심하게도 계단까지 만들어 놓았으니 이런 정성이라면 당연스레 이용을 해줘야만 한다.
모처럼 널널하게 또 여유자적 걸어서 가루실고개에 내려서니 앞섰던 선배들이 점심을 먹고 있어 약주 한잔 얻어 마시다가 다시금 뭉쳤다.
수암산으로 이어진 등로를 꺾어 둔리저수지로 내려가는 길은 접근로 로써 이용이 없어 보인다.
덕숭산은 둔리저수지로 내려서서 도로를 따라 둔리 2리마을로 들어가고 수덕고개까지 가루실안길을 따라야만 하는데 간간히 이정표가 있다 해도 이건 좀 무리수이지 싶다.
차량통행이 제법 많은 수덕사로를 넘어선 산길은 철조망에 막혀 휘돌아서 능선에 접선한다.
모처럼 만에 보는 야생에 신경세포들이 곤두선다.
저수지까지 내려 서 버렸으니 즐곳 오르막이다.
바위지역을 벗어나며 조망도 없고 잔가지들로 땅만 보면서 뚝뚝 땀을 흘린다.
개척 산행이 아닌 선답자들의 흔적만을 쫓아야만 하는 이런 산길은 쉬이 피곤해 진다.
사위도 어두침침 해지고 빗방울도 돋아 분위기상 영 거시기한 등로는 수덕사에서 올라 오는 길에 합류되면서 신작로가 되었다.
이렇게 편한 길을 놔두고서 왜 곁눈질을 하면서 사서들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다. 특히 너......
어둑해지는 것은 숲이 우거져서 가 아니라 비를 쏟아 붓겠다는 선전포고이기에 걸음을 빨리 하는 흉내라도 내줘야 진정이 될 듯 하다.
덕숭산 이거 왜 처음 본 것만 같지......
딱 우리 동네의 497m인 가야산의 고도이고 건너편에 또 다른 가야산을 두고 있다.
용봉산 자락을 조망하고 수덕사의 지붕을 좌표로 찍어 하산을 시작한다.
눈이 희끔하게 남아 있지만 빗질을 한 듯 깨끗한 등로가 마음까지도 정갈하게 만들고 전월사의 암자는 절로 수행이 될 것만 같다.
수확 후의 널브러진 배추잎과 나무에 매달린 노란 은행잎이 계절과 대치를 하는 듯 하고 만공탑을 내려와 초가지붕의 소림초당은 동양화가 되었다.
수덕사가 이렇게나 웅장 했던가?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는 경내에서 우리는 객이라서 주마간산으로 흩고 빠져 나온다.
한차례 폭설이 내렸다고는 하지만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에 나뭇잎은 천천히 물들어 가고 있어 햇살에 투영 된 단풍잎이 붉다.
불경기가 상인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는데 이곳은 활기가 있고 우리도 한몫 보탠다.
행복은 마음으로 만들고 천국은 내 가슴에 있다는데 한잔 술 나눌 수 있는 산벗이 있으니 나이 들어 감이 그닥 손해만은 아니다.
분위기 맨인 등반대장이 예산사장으로 이끌어서 백종원 거리에서 하산주를 한다.
뭐 하루 즐기자고 나섰는데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
연탄불에 돼야지 고기 구워지고 한잔 술에 기분 좋게 취해서는 예천의 출렁다리 야경 불빛에 현혹되어 이태백이가 되어 간다.
그 기나긴 귀경은 오늘 중에는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