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자연스럽게 재취업으로 이어져서 일상이 그대로인 것만 같은데도 마음에는 여유가 없어 하루하루가 더욱 빨리 흘러가는 듯하고, 벌써 나의 결혼생활 34년째인 오월의 끝자락에 와 있다. 여태껏 그저 일상의 하루였던 결혼기념일이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직장의 단절이 주는 일상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벤트로 여수에 호텔을 예약해 두었고, 사전투표를 하여 나의 미래를 맡긴 후 광양읍으로 이동해 결혼의 가교 역할을 했던 어머님을 모시고 여수로 간다. 가족 모임으로 올해만 세 번째 여수행이라 별다른 기대감은 없고, 호텔에 대한 기대치도 내려놓았는데, 역시나 리뷰는 호객용에 지나지 않지만 즐기는 건 우리의 몫이다.
체크인을 하고 룸 컨디션만 확인한 후 여동생에게 합류를 권했으나, 요즘 엉망진창인 나라 때문에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많다.
미리 검색해 두었던 엑스포공원 내 아르떼뮤지엄을 찾아간다.
아르떼뮤지엄(ARTE MUSEUM)은 디지털 미디어 아트 전문 기업인 디스트릭트(d’strict)가 기획•운영하는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이다. 대형 프로젝션, 사운드, 향기 등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는 첨단 기술을 활용해 관람객이 예술 작품 속에 직접 들어간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아쿠아플라넷 외에는 대부분의 건물들이 휴관 상태라 썰렁하고, 안내판도 없어 찾아가는 길이 미로 같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다리를 저는 어머님이 여간 신경 쓰인 게 아니다.
시간상 내일로 미룰까 하다가 마지막 티켓을 끊어 입장하는데, 영화관처럼 어두운 공간에 처음 접한 미디어아트 시설에 무서움을 느끼던 어머님이 점차 적응해 가시면서 매우 만족해하시고, 집사람도 좋아해서 나의 기분이 공중부양하는 듯하다. 이런 건 가족방에 자랑해서 나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행복감을 배가시킨다.
한낮의 더위가 바닷바람에 물러가고, 썰렁함이 느껴지며, 여행객들의 분주함에 자연스럽게 편승해 즐기기 모드로 전환한다. 종포해변의 여수 밤바다와 포장마차 거리는 패스하고, 호텔의 야식당에서 석식을 겸해 분위기주가 세팅된다. 나의 절대적인 지지자인 어머니와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집사람이 나의 말을 들어주고 이해해 주니 오버됨이 느껴진다. 술기운에 오로지 나만의 만찬이다.
자연스럽게 이어진 룸에서는 공간의 이동이 주는 여행의 감성에 어머니도 집사람도 장단을 맞춰주고, 건물에 반짝거리는 조명과 여수 밤바다의 유람선에서 쏘는 불꽃이 밤하늘에 꽃을 피우고, 빅오쇼 분수는 무지갯빛 물줄기를 뿜어 올린다. 젊은이들의 성지인 이곳 여수에서 환갑이 넘은 나이에 팔순이 넘은 어머니와의 달콤한 여행에 취해가는 밤이다. 시간이 이렇게나 쏜살같이 지나가고 있으니 우리는 매 순간 하루하루가 즐거워야 한다.
서로 의지하고 지켜주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 있어 다들 깊은 숙면으로 아침이 개운하다. 밭을 갈아야만 하는 숙명의 내가 먹거리 조달에 나섰지만, 믿었던 김밥집은 9시에 오픈이고, 쑥빵과 편의점표 김밥, 그리고 컵라면을 사 들고 들어왔어도 어떤 요리보다도 잘 먹어 주어서 감사하다.
매일 바다를 건너 출퇴근을 하고, 집 앞이 컨테이너 부두이면서도 호텔에서 바라보는 바다뷰 요트가 정박해 있고, 오동도의 방파제가 길게 드리워져 있는 휴양지로 테라스에서의 커피 한 잔도 멋진 라운지가 된다. 오늘은 무슨 구경에 나설까 설레는 고민도 잠깐이고, 어젯밤에 레이저 빛을 쏘는 전망대에서 커피를 하는 것으로 일정이 정리가 되었었다. 멈추고 쉬는 것도 휴양이기에 퇴실 시까지 휴식을 보장하고, 나는 하루 운동량을 맞추기 위해 나선다. 꾸준한 운동은 내가 유일하게 유지하고 있는 습관인데, 신체의 건강을 담보로 술을 너무 과신하는 게 문제다. 그럼에도 나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시켜 준다는 절대적인 믿음이 운동을 지속하게 한다.
여수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답게 방파제를 따라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어 자연스럽게 섞여서, 햇볕이 들지 않는 빼곡한 동백나무 군락지의 해안 산책로를 따라 돌고, 등대 전망대는 9시에 오픈이라 패스하여 섬 끝자락에 있는 오동도 등대로 향한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수많은 배들과, 제주 여객선 대신 생뚱맞게 입항하고 있는 크루즈선으로 여수는 활기차다.
퇴실을 하고 전망타워를 찾는다. 주차비는 입장료에 포함되어 있는데, 카페를 운영하는 옥상 전망대에 입장료를 받는다는 건 좀 그렇다. 휴양과 귀향의 완충지대가 되어 사진을 되돌려 보며 하룻밤의 추억을 되새기는 공간이 되어 주고 이렇게 어머니와 함께 나들이할 수 있다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감에 젖어 든다.
광양으로 향하는 국도변에는 번식력이 너무나 강해 온 나라가 노랗게 변해 버릴 것만 같은 금계국 꽃길이 이어진다. 애용하던 식당이 새롭게 단장하여 업종을 변경했는데, 가격대가 있어도 어머님을 모시기에는 격에 맞는다. 배가 너무 불러서 후식 커피는 마시지도 못하고, 어머니 집에 들러 밭을 정리한 상추며 냉장고를 털어서 바리바리 싸 들고 빠른 귀가를 하는데, 오늘만큼은 어머니가 나의 뒷모습을 보고 있지 않아서 좋다.
오늘의 이벤트로 야당 영화를 본다. 빵빵한 냉방에 떨어가며 점차 몰입해 가는데, 참 요즘 세태를 잘 묘사해 놓아 공감이 가는 영화다.
누구는 결혼기념일 이벤트로 레스토랑에서 분위기를 찾고 손편지나 선물들을 준비한다고 하는데, 이런 건 체질상 낯뜨거워서도 못해, 우리는 어머님과 1박 2일 여행으로 대체하였어도 좀 아쉬움이 있다. 어제 과음을 했지만, 날이 날인 만큼 외식은 해야겠는데, 만만한 게 집 앞에 오리고기집이고 이것도 최애 음식이라고 의미를 부여해 주는 아내다. 술김에 딸들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나를 뒤돌아보게 할 뿐, 관심 1도 없어 옆에 있어 서로의 건강을 챙기고 일상을 함께 보내고 있는 동반자가 최고지만, 아이들 또한 건강하게 자라서 홀씨가 되어 서울에 잘 정착을 하여 스스로들 성장하였고, 기념일마다 잊지 않고 챙겨주니, 이것이 효도라 여긴다. 또 우애의 딸들은 아빠를 위해 사위까지 합세시켜서 주류업계가 파산하지 않도록 마셔대고 있으니 이 또한 돈독한 가족애다.
이젠 어지간히 세월에 닳고 달아서 서로가 닮아가고 있고, 애초에 사랑이란 건 다르게 살아온 두 사람이 같은 곳을 보고 같은 길을 걷는 것이라 했다. 어쨌든 건강 잘 챙겨서 넘 눈치 보지 않고 나 대로 사는게 잘사는 거다.
-장소 : HOTEL ATRIUM-대학로 JTN아트홀-광장시장-청계천 -청계천빛초롱축제-광화문광장 국립현대미술관-인사동-익선동-상봉동먹자골목
60년대의 베이비세대인 우리는 퇴직자가 200여 명에 달하여 연회장의 원탁이 아니라 체육관에 야외공연장의 플라스틱 의자와 같은 난장이다. 출발이 늦어 35년을 꽉 채우진 못했지만, 직장이란 트랙을 쉼 없이 달려와 종지부를 찍는 휘날레인 만큼 자식들에게 꽃다발 하나쯤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서울에 정착하고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이 흔들릴까 봐 우리가 상경을 결정한다. 내 마음에 풍랑이 몰아치고 있어 난파하지 않으려면 중심을 잡아야만겠는데 이래저래 가족이 앵커리지가 된다.
작은딸이 독립에 앞서 프리랜서를 겸업하고 있기에 우리의 스케줄을 위탁하였어도 시간 할애까지는 미안함이 있는데 터미널에 마중까지 나왔다. 덕분에 순조롭게 예약된 호텔에 캐리어를 보관시켜 놓고 식당을 찾지만 주말이라 문을 연 식당이 없다. 이화사거리에 국밥전문집은 서울여행에 소주를 밑밥을 깔아 둔 결정이었는데, 지옥국밥은 미각을 마비시켰고 흐르는 땀을 닦느라 술은 맹물인데 여긴 국밥도 1만1천 원이고 소주도 5천5백 원이나 받고 있다. 이러니 식당이 망하지, 괜히 경기만 탓할 게 아니다. 또 대학로인데도 커피값은 왜 이리도 비싼가? 연극 티켓의 행운권 당첨으로 경비를 만회해 보자. ㅎ
우리 가족에게있어 연극을 관람하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은 참 참신한 발상이다. 커피를 마셔 이뇨작용이 염려되는데 공연장은 맥을 끊지 않기 위해 재입장이 불가함을 재공지하며 불안감을 가중시켰고, 소극장에서 배우와 이렇게 민망하게 밀착된 적은 없었는데 몰입도에 금방 시간이 흐른다.
숙소 근처가 서울 최대 규모의 재래시장이고 대한민국 최초의 전통 거래시장인 광장시장이다. 입구부터 혼잡하고 세계관광코스로 지정되어 외국여행객들의 경유지라는데, 외국인이 정말 많다. 요즘은 인스타그램의 시대라서 우리도 순희네 빈대떡집에 줄을 서서 빈대떡과 모듬완자와 소주와 막걸리로 체험을 하고 빈대떡과 꽈배기를 테이크아웃하여 청계천 밤나들이에 나선다.
예전엔 가족 완전체인 4명이서 걸었었는데 딸이 결혼을 하여 1명이 더 더해졌음에도 3명만이 반딧불처럼 반짝거리고 있는 축제장으로 흘러 들어간다. 불을 밝힌 연등은 진주는 남강에다 쫙 깔아놓았는데 좁은 청계천에은 인파에 휩쓸려서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는 청계광장에 나와 버렸다
서울이여서 그런가? 몹시도 춥다, 우린 따스한 남쪽 나라에 최적화되어 있어 곧바로 버스에 올랐는데 차창 밖으로 광화문광장이 보인다. 요즘 광장은 민주시민의 성지와 같으니 당근 참여해야지요. 마눌과 딸을 버리고 홀로 내린다. 사람들 무지 많다. 내가 TV로 봐왔던 집회가 아니라 다 관광객들이다. 연말과 크리스마스를 맞아 서울 라이트 광화문 행사로 크리스마스마켓과 불을 밝힌 조형물들로 평화롭기만 하다.
헛물만 켜고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내리니 썰렁하기만 하여 호텔로 복귀한다. 뭐 남산타워도 보이고 빌딩들도 조망되는 위치지만 시설은 서울의 역사를 증명한다. 모녀가 마련해 놓은 주안상이 참 소박하다. 홀로 생활하고 있는 딸이야 그렇다 쳐도 식성을 알고 있는 마눌까지 동조했으니 쓴 소주를 마시고 잠을 청한다.
호텔 앞의 종묘 성곽을 돌아서 아침 운동을 마치고 호텔의 조식을 한다. 전부 외국인이라서 우리가 외국인이다. 내국인을 단 한 명도 볼 수 없는 이 광경은 나트랑 여행 시 동명의 호텔을 잘못 들어가 우리나라 사람이 한 명도 없었던 것과 겹쳐진다. 국밥이 최애 음식인 나는 먹을 게 없다.
퇴실 시까지 룸에 있는 건 적성에 맞지도 않아 종묘 관람에 나섰는데 사적지라서 가이드 동행이라 포기를 하고 세운상가를 한 바퀴 돌아 광장시장에 들어간다. 아침 잠이 많은 딸을 방해하지 않기 위함이다. 이곳의 아침은 관광객들이 열고 있고 나 또한 여행객이기에 좌판에 앉아 순대와 막걸리로 자리값을 하고서 행인들을 관찰한다. 현지인들은 버스정류장과 지하철로 몰렸고 모두가 외국인들이라서 호텔의 식당과 같은 분위기다. 옆에 앉은 일본 아가씨들에게 1천 원을 계산해주고 몇 번이나 인사를 받고 내가 머쓱하여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종묘의 성벽이 인증장소로 인기라는데 상가들이 문을 열고 있고 술집만 찾았던 우리는 패러다임이 바꾸어 인사동과 대법원을 지나 현대미술관에 들어간다. 따스한 실내 온기와 아늑한 분위기만으로도 정신적인 안정이 찾아 든다. 술집만을 찾았던 생리적인 욕구 실현에서 자기실현으로 삶의 질이 극 상승했다. 전시관은 관점의 차이라서 말을 줄인다.
쌀쌀해진 도심에는 많은 사람들로 온기가 있어 보인다. 익선동에서 점심을 먹는다. 가지 않으면 세월이 아니지만 전통을 내걸고 있는 노포의 칼국수는 맛도 있고 양도 많은데 딸은 국물만 쪽 빨아 먹고 난 기어코 소주를 곁들여서 한 그릇을 다 비운다. 딸이야 여기가 직장 영역이지만 난 여행 모드이니만큼 먹을 수 있을 때 먹어 주고 열정적으로 즐겨야 한다.
세상에는 그 어떤 것들도 무한하지 않다고 고택들도 리모델링으로 변모를 하고 있어 우리도 통장으로 기와 지붕이 조망되는 2층의 카페에 자리를 잡고 멍 때림을 한다. 따스한 온기 속에서 숙취에 졸립다. 젊음도 그저 세월 속의 한 장면이었을 뿐이고 이렇게 정적인 공간에서 마음을 비우며 살아야 하는 나이가 되어 있다.
딸은 직장으로 복귀하고 호텔에서 짐을 찾아 딸의 집에 짐을 풀었지만 인간 청소기가 되어 버린 마눌 때문에 가만 있을 수가 없어 산자락을 찾아 나선다. 큰딸은 결혼을 하더니 퇴근 후 피트니스 PT를 한다 하고 사위는 야근이라며 상경해 있는 부모도 내 몰라라 한다. 애써 출가 외인이라며 성질을 꽉 눌러 놓고 만났지만 한잔 술에 제어력은 그냥 풀려 버렸고 퇴근한 작은 딸과 합류하여 신혼집으로 자리를 옮긴다. 신혼답게 신접살림에는 깔끔한 딸내미의 성격이 드러나 있지만 좁아 보이는 주거 공간만은 우리 시골과는 어쩔 수 없는 차이점이다. 뭐 알콩달콩 살아가면서 조금씩 넓히고 하나씩 채워 가는 게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인생의 재미다. 과한 음주는 아집에 절제력을 잃게 만든다. 딸들은 아직 술에 대한 저항력이 있어 정화력이 있지만 난 체력 외엔 버틸 재간이 없다.
새벽에 국수 한 그릇 먹고 마실 삼아 나선 길이 눈길을 더듬어서 용마산과 아차산까지 잇다 보니 발바닥에 핏물이 맺힌다. 오늘은 또 친구들 모임이 있어 버스에 고단한 몸을 눕힌다. 재취업을 하더라도 회사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보단 일정한 거리를 두고 앞날을 어떻게 재미있게 살 것인가를 생각해 보야 겠다.
하늘은 더 없이 푸르고 높아 졌고 은은한 꽃 향기가 온누리에 퍼지고 있는 이 아름다운 계절에 결혼을 하는 딸에게 여유를 통째로 담보로 잡혀 있어서 나들이 한번을 제대로 못하다가 이제야 자유를 얻었다. 숲향 그윽한 수련관의 쉼에서 마음을 정리하여 가을 맞이로 임실치즈테마파크를 찾는다.
치즈랜드는 축제가 끝난 평일인데도 단체 관광객과 학생들이 많아 그 인지도를 대변하고 있다. 이 곳에 레스토랑과 체험프로그램 등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 넓은 주차장과 꽃 천지인 치즈랜드를 입장료 없이도 어떻게 운영이 되고 있는지가 의문이다.
온통 국화로 수놓은 치즈랜드는 곱고 향기롭고 아름답다.
예쁜 가을날의 축제다. 우리 또한 구석 구석을 탐익하며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지금의 바로 이 순간을 즐긴다.
짐승은 자기 새끼가 클 때까지 키우고 보호하여 야생으로 돌려 보낸다고 하여도 난 키우던 개가 젖도 때기도 전에 시장에 내다 팔았을 때에도 헤어짐의 절절함이 있었다.
자식은 양육기간 만도 20년이라는데 딸을 독립시키는 것이 어찌 인륜지 대사가 아니겠는가?
부부란 결혼식이란 절차를 통해서 모두에게 알리는 행사이니만큼 독립체로써 분리를 시키는게 당연하지만 훈련이 안되어 있는 우리의 마음은 복잡미묘하다. 정작 당사자인 딸이 문제가 아니라 부모인 우리네 문제인지라 예식 후에 마음을 정리할 여백의 공간을 찾아 기차여행을 예약해 놓았었다.
결혼식 다음 날 딸은 스위스로 우리는 횡성의 한우축제장과 원주 소금산관광지를 향해 KTX에 오른다. 마음의 평상심을 찾아야 하는 우리에게 신경 쓸게 하나 없는 기차여행이 아주 적합하다. 평생 처음인 횡성역에서 내려서 관광버스로 갈아 타고 횡성댐으로 이동 한다.
2000년 10월에 완공 된 인공호수로 둘레가 31.5km 라는데 우리에겐 5코스중 A코스의 4.5km가 할당 되었고 주어진 시간은 1시간 50분이다.
폭우를 똘마니로 대리고 다니며 망나니처럼 날뛰던 더위가 계절에 제압되자 한기까지 느껴지지만 걷기에는 최상이고 머리도 맑아 진다.
잔잔한 호수에 비친 물그림자로 거대한 댐은 수채화가 되었다.
단풍이 곱게 물들 가을날에 찾았으면 더 없이 좋았을 것 같은 풍경에 몰입되고 동화 되어서 그 동안의 번뇌를 씻어내고 영혼을 정화 시켜 나간다.
호숫가를 거닐며 안정을 찾아 어제 결혼식에 참석하였던 지인들에게 진심의 감사 인사를 전하고 몰려 온 허기를 달래기 위해 횡성한우축제장으로 향한다.
국내 최대규모 한우축제장은 섬강 둔치에 있어 어째 횡 한 느낌이었는데 막상 축제장에는 횡성군민들을 다 동원 되었을 정도로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다. 난장만 같은 구이터에서 긴 대기줄을 서서야 겨우 자리를 잡고 소고기를 구워 먹는데 횡성 한우로써의 차이점이 뭔지는 모르겠다. 이곳 횡성은 우아한 휴식이란 테마에 구이터가 있어서 모두가 한우를 즐길 수 있고 울 광양의 숯불구이축제는 특정 업체만이 소고기 장사를 점유한다는게 다를까? 난 소고기보단 돼야지파고 식당보단 이런 어수선해 보이는 야전에서 술 맛이 더 땡기니 뭐 쎔쎔이다.
겨울비처럼 차가운 가을비가 쏟아져 내려 버스의 차창이 뿌옇게 흐려졌고 암막 상태에서 원주로 이동한다. 횡성과 원주는 강원도의 산을 찾아 갈 때의 경유지였었지 특별한 인연이 없다가 이렇게 출렁다리가 생겨나서 찾게 되니 원주를 관광지로 승격 시키는데 일조한 일등공신이 맞다. 을씨년스런 날씨 대문에 아직 햇살이 남아 있을 시간임에도 간현관광지의 상가지역은 폐장 분위기다.
원주 소금산그랜드벨리 입장료가 9천원으로 가이드가 건네는 티켓을 제시하고 500여 계단을 오른다.
군 시절 막타호를 탈 때의 혹독한 훈련처럼 이렇게나마 워밍업을 해줘야만이 마음의 준비나마 될 터인데 케이블카 공사까지 진행 중이다.
지자체마다 케이블카와 출렁다리가 필수품처럼 생겨나고 있어 이런 곳에다 왜란 의문점이 들기도 하지만 막상 올라 보니 썩 괜찮다.
산비탈에 스머프집처럼 비춰지는 글림핑장과 계곡에 걸쳐진 잔도 또 하나의 울렁다리로 인해 중국의 어느 풍경구에 들어선 느낌이다.
다리의 끝자락에 하늘정원이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듯 하다. 베트남 샤파를 등반할 때 케이블카 정류장의 공원 과도 같은 느낌인데 여유가 있다면 숲 속에서 머물며 살림욕이라도 하고 싶다.
의외로 집사람은 담력이 있는 것인지 경험의 축척 대문인지 평지를 걷듯이 잔도를 건너 우주정류장처럼 웅장하게 솟아 있는 스카이타워전망대에 오른다. 불어 오는 바람은 없지만 차가운 기온에 모골이 송송 하나 이것 또한 쫄아 주질 않아서 돈 가치가 있기는 하나 싶다.
울렁다리가 활주로처럼 길게 뻗어 있다. 출렁다리의 두 배인 이 울렁다리가 국내최장이라는데 흔들리지 않아 속은 울렁거리지 않는다. 잔뜩 흐린 산속이라서 짙어 오는 어둠이 산하를 지우고 있고 사람들도 없는데 하산을 알리는 방송에 마음은 조급해진다.
우리에게 높이100m, 길이 200m의 에스컬레이터가 기다리고 있다. 이런 건 중국의 천문산에서나 봤는데 이게 9월 6일에 준공해서 딱 한달 된 신상품으로 그냥 내려와 버리니 완전 호강에 겨워 요강에 똥을 싼다. 우리나라 산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탄다는 건 참 신선한 경험이다.
음악분수는 지 혼자의 쇼이고 호객에 표고버섯 한 봉지 시들고 전등이 켜진 상가지역으로 내려선다.
그래도 이곳에 왔으니 막걸리 한잔이라도 마셔 줘야 될 것만 같아서 피곤함에 쩔어든 심신에 응급 처방을 하지만 소생될 기미가 없다.
-.일자 : 2024년 4월 3일~5일(2박 3일) -.루트 : 강동몽돌해변-정자항-당사항해양낚시공원-주전항-일산해수욕장-대왕암공원-진하해수욕장(1박) 진하해수욕장-솔개공원-간절곶-나사리해수욕장-신암장어구이-바릇식당-죽성드림셋트장-대뱐힝-송정해수욕장-해운대-광안리
만약에 인생을 되돌릴 수 있다고 해도 생각이 많았던 젊은 날로 돌아가지 않고 행복이 무엇인지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게 된 60세로 돌아가고 싶다는 글귀를 잃었는데 난 딱 그 나이가 되었지만 서도 세상을 잘 모르겠다. 미국 여행과 이사와 딸의 결혼 그리고 나의 퇴직이 주는 압박감과 혼란으로 뒤엉킨 생각들을 정리해 보고자 동해안 여행을 계획한다. . 만물이 소생하고 꽃들이 마구 피어 나고 있는 화려한 봄날에 해변에서의 멍 때림을 위한 간단 캠핑용품들을 준비하였는데 전국적인 비 예보가 나의 의지만을 테스트 하고 있다. 오늘은 지금 뿐이고 순간 선택의 연속에서 미례가 결정되는 법이니 실행이 답이다.
비바람에 막 피어나기 시작한 벚꽃이 꽃비가 되어 내리고 있고 고속도로를 내달리는 차 바퀴에서 흩날리는 빗물의 소용돌이를 와이퍼로 박박 밀어 내면서 도착한 강동몽돌해변은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파도가 빗물을 흡수하고 있다. 춥다. 무엇 보다도 바람에 흩날리는 비를 피할 방법이 없고 하늘을 메운 먹구름이 바다를 지워 놓아서 목적지에 무사 도착 했음에 안도한다. 그래도 기대만큼은 컸었던 해변 인지라 몽돌에서 저만치 물러나 있는 모래밭을 거닐며 친근감을 가져 보려 했지만 바람을 앞세워 매몰차게 밀어 낸다. 캠핑 분위기는 무슨...... 괜시리 해변에 나갔다가 차내의 습도만을 높여 놓아서 밖의 풍경은 뒷전이 되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차장의 습기 제거에 바쁘다.
예전 해파랑길에서 그랬던 것처럼 차로도 그 흔적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해변으로 바짝 붙어가며 소소했었던 추억들을 챙겨 가면서 정자항으로 스며 든다. 조식을 먹고 곧장 출발을 했는데 점심 때가 다 되어 있다. 배들이 가득 찬 항구에는 생선들을 말랐던 틀만이 그때의 풍경을 그리고 있고 불 켜진 가계들은 회와 대게 뿐이라서 항을 벗어나 로컬음식점을 찾는다. 생선구이 메뉴를 보고 들어 갔는데 짜글이를 추천을 받았고 땀을 훔쳐내면서 허한 속을 달래는데 이곳이 맛집인지 홀이 만석이다. 여행에 재미 중에 하나가 먹는 것에도 있기에 첫끼로서는 쫌 소박은 했지만 역시 배부르니 힘도 나고 의욕도 붙는다.
바람에 휘어지는 우산을 부여 잡고 정자항 북방파제의 빨간 고래등대로 향한다. 귀신등대는 게며 가자미 등을 미끼로 내놓았고 고여있는 물로 생동감까지 더해주니 제법 볼거리가 있다. 볼 사람도 없지만 남의 눈 의식하지 않는 둘만의 놀이에 여행 기분이 난다.
차에서 차가워진 몸을 덮이고 해변수변공원으로 이동하여 다시금 하얀 고래를 잡으려 신상인 다리를 건넌다. 방파제로 이어진 다리가 좀 과잉 된 투자 된 느낌은 있는데 의외로 넓은 방파제에는 공연장같은 광장도 있다.
해안로 만을 고집하는 추억 따라잡기가 미션 수행처럼 쏠쏠한 재미가 있다. 자동차와 조형물들로 동화 같은 펜션은 언젠가는 한번쯤은 머물고 싶었던 곳인데 오늘도 눈도장만을 찍고는 거친 비바람에 밀려 되돌아 나온다.
제전항을 지나고 강동오토캠핑을 지난다. 망망대해의 동해는 비에 젖고 마눌님은 나의 계속된 강제 감성 주입이 식상한 듯 침묵 모드에 들어가 스치는 풍경도 점점 단순해져 간다. 그래도 지금 진행하고 있는 서해랑길과 비교하자면 이곳은 소소한 볼거리와 쉼터들이 많고 무엇보다 화장실이 수시로 있어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다. 아직은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진하해변이 한참이나 남아 있기에 내가 해설사를 자청하면서 우가항을 지나고 당사항으로 들어간다. 현대 해상캠핑장이 부러웠던 곳이었는데 낚시 공원은 여전히 문이 닫혀 있고 용의 조형물을 앞세워 증명을 남겨 놓는다.
카페들이 불을 밝혀 나그네들을 유혹하지만 호젓하기만 한 해안로는 운전을 극도로 회피하는 나에게도 부담을 덜어 주어서 둘만의 드라이브 코스로는 제격이다. 한 공간에서 한곳을 바라보며 같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지금이 여행을 나선 의미다. 공업단지로 인해 잠시 해안을 벗어 난다. 차가 연식이 오래 되니 네비가 노안이 든 것처럼 맛탱이가 갔는데 마눌님이 보조 역할을 충실히 하여 울산현대중공업 담벼락을 끼고 시내를 통과하여 일산해변에 들어선다. 인적 없는 해수욕장에는 하얀 파도가 백사장과 바다의 경계를 가르고 바람이 빗줄기를 휘 젖어서 그 공간을 메운다. 주차할 곳이 없어 대왕암공원으로 곧바로 이동하려다가 이곳 역시도 쓰라린 기억의 장소이기에 기어코 내려서 인증을 남기면서 그 날의 뒷담화를 들려 준다. 참 허탈하고 난감했던 그 순간은 지금도 진행형으로 TV 기피증까지 생겼다.
대왕왐공원 주차장에 버스와 차량들이 제법 주차되어 있어 모처럼 사람 구경이다. 벚꽃 잎이 비에 젖어 화려함을 잃었지만 파릇한 새싹과 많은 사람들로부터 생동감이 전달 되어 산책길이 가볍다. 흔들다리는 기상악화로 통제되어 있고 내려선 대왕암은 마구 불어오는 해풍에 우산이 제 기능을 상실하여 입구에서 포기한다. 그새 그 많은 사람들이 사라졌고 우리도 서둘러서 공원을 빠져 나오는데 머믐이 짧아서 주차 기본 시간이 경과하지 않았는지 그냥 통과하여 기분이 좋다.
어쩌다 울산대교를 하이패스 차로로 그냥 통과 해버렸는데 혼란은 연장이 되어 온양공단의 미로가 긴장감을 갖게 한다. 회야강의 물길을 따라 내려왔었던 도로를 건너며 안도하고 여기어때로 예약한 호텔의 쾌쾌한 냄새에서 절망한다. 체크인도 안 했는데 예약한 것을 알아 봐 주었던 것은 이곳이 공단지역 인부들의 숙소로 이용된 듯한 느낌이 적중 한 것만 같은데 마눌님은 모텔이 아니라 여관급으로 까지 격하를 시키면서 여행의 질을 떨어 뜰이고 있으니 더 속상하다.
먹는 것으로 기분 전환을 시키기 위해 해수욕장의 스캔은 뒷전이다. 장어구이집은 사람을 개무시하여 나왔고 거리를 배회하다가 들어간 곳이 해물찜인데 이곳 역시나 콩나물만을 왕창 먹고는 거리를 배회한다.
딱히 횟집 말고는 갈 곳이 없어 카페에서 불빛 하나 보이지 않는 바다를 조망하면서 멍 때림의 시간을 가진다. 마음의 평정심인지 한잔 술이 약술이 되었던지 재 입실한 숙소는 철썩 이는 파도 소리에 럭셔리한 캠핑장 분위기가 되었고 자연스레 룸소주방이 된다. 나의 마눌님, 술인심 하나는 최고다.
빗길 운전에서 극도로 긴장 했었던 것도 여행의 설렘과 미지에 대한 불안감도 말끔하게 해소 되었고 일상생활에 활력을 충전시키기 위해 운동에 나선다. 소나무숲 산책길에 가려져 있던 해변이 하얀 파도와 함께 다가오고 차가운 해풍은 해장국의 생태탕처럼 상쾌하다.
날로 깔끔해지고 있는 탐방로를 따라서 솔개공원으로 간다. 해파랑길에서의 찐한 추억의 장소였는데 이곳 역시도 세월에 퇴색되어 가고 있고 우리들 또한 술자리에서의 소회 거리로써 가끔씩 회자가 되고 있을 뿐이다.
해무를 삐집고 나오던 붉은 빛이 다시금 구름에 감춰지면서 오늘도 화장한 날씨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은 예감에 해수욕장으로 되돌아 와 진하리를 스캔 하면서 명선도로 들어간다. 이곳이 요즘 야경이 아름답기로 소문이 난 핫플레이스로 SNS에서 인기라고 하더니 멀리에서 날 걸로 봤을 때 하고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작은 섬을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았고 조명시설들로 꽉 채워 볼거리가 있고 진하해변과 명선교의 조망처다.
어제 비로 인해 야경을 보지 못한 아쉬움만을 안고 되돌아 나와 밥집을 찾는다. 여긴 울주 공단이 근접해 있기에 삼식인 나에겐 최적의 장소다. 한식뷔페는 다양한 종류가 구비 되어 있지만 막상 접시에 담긴 음식들은 식욕을 자극 하진 못한다.
오늘은 어제처럼의 장거리이동이 없이 부산까지만 가면 되는 여행길 이라서 여유가 있고 여차하면 해변에서 피크닉을 즐겨 볼 것 이라고 구입한 용품은 오늘도 꺼낼 일은 없을 것 같다.
반려견도 산책을 시켜 줘야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데 우리도 여행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마눌님은 해변 산책로를 따르다 솔개공원에서 만나기로 한다. 이것 또한 우리 여행의 일부가 된다.
예전에는 이 해파랑길을 간절곶에서 부터 같이 걸었던 곳이 였는데 차로 간절곳으로 들어간다. 와 따,,, 찬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역쉬 거침이 없는 동해바다 다. 저 거대한 에너지원에 맞서서 저항을 해봤자 나만 손해이니 바짝 웅크리며 최대한 겸손하게 간절곳 공원으로 들어간다.
와~ 이게 다 뭐야 ... 솔라봇 용사가 간절곶을 지키고 있는 공원의 이 모든 조형물들은 폐자동차와 오토바이로 만들어 졌다는데 아트몰 들의 정교함과 깜찍함에 자꾸만 발길이 멈춰 진다. 저 광활한 각종 캐릭터들을 부품들 하나 하나씩을 용접해서 만든 정성이 장인이다. 이곳은 간절곶의 핫플레이스로 새로운 볼거리다.
소망우체통은 바람막이로 표지석에서는 인증 만을 남기고 차가운 바람에 밀려 나온다.
차내의 따스함에 봄날을 되찾았고 갖절곶 해안로를 따라서 추억 따라 가기를 한다. 김하사 와의 이별의 아쉬웠던 공간도 정겨운 어촌 마을도 나의 구설로써 마눌님께 다시 한번 주입을 시키는데 호응을 해주는 게 고맙다. 번잡함이 없는 어촌의 해안로는 데이트 드라이브코스로 제격이다. 바다를 바짝 끼고 데크 길이 함께 하고 있는 나사해안로를 따라 고리원자력을 관망했었던 나사등대를 통과한다. 햇살은 어느새 따스해져서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거리고 있는 나사해변이다. 나서항방사제등대가 그리스 산토리나를 떠올리게 한다는 아름다운 등대라고 하는데 그래서였던지 홍보물을 찍어 대던 해변에는 인적이 없고 횟집들은 썰렁하다.
위험지역은 재빨리 벗아 나는 게 상책이다. 자그마한 봉대산 고갯마루를 넘어 기장으로 들어서니 분위기가 확 바뀌어서 도시의 분주함이 느껴진다. 최대한 바다와 근접하여 이동하지만 정작 바다는 느끼지 못한 채 칠암마을로 흘러 든다. 점심은 이른 시간이지만 이 칠암붕장어마을은 그냥 지나 칠 수 없는 곳이다. 온통 횟집들 속에서 맛집을 찾아 든 들 아나고는 아나고 일 뿐일진대 눈꽃아나고회란 색다른 메뉴에 이끌린다. 뭐야 이거... 붕장어를 갈아 버리듯 잘게 썰어 놓아서 본연의 형체도 없고 양배추 초무침에다 콩가루까지 섞으니 이게 무슨 맛인지 당췌 모르겠다. 이른 시간이라 창가의 오신 뷰는 확보했지만 양 사이드에서의 대화는 비행장의 소음 수준이고 쏘주가 없어서 그런가 매운탕도 남기게 되는데 그나마 마눌님이 회를 좋아해 주고 매운탕은 뼈 까지 발라 먹어주니 다행이다. 어쨌든 우리들만의 색다른 체험 하나를 추가 시켜 놓았다.
신평소공원의 배 조형물은 주차할 곳이 없어 그냥 지나치고 부경대학교수산과학연구소를 돌아서면서 나타 나는 펜션을 겸한 바릇식당은 여전히 분비고 있지만 우리가 유했던 펜션은 짐으로 가득 차 있다. 일광로에 합류하자 온통 카페들이다. 어제 졸음방지로 마셨던 커피 때문에 잠을 설쳤었기에 그냥 지나치려고 해도 그 넘의 분위기에 자꾸만 끌리게 되고 방갈로 같은 독립체도 궁금은 하다. 차 돌릴까? 뭐 그냥 그런 카페들 이겠지로 합리화 시키서 가잔 다. 일광해수욕장 참 오랫 동안 기억에 남게 생겼다. 해파랑길시 해변 만을 고집하였다가는 군부대에 막혀서 되돌아 왔던 길을 이번에도 고스란히 복습을 하여 기장군청앞을 지나고 있으니 참 한심하기 짝이 없다. 벚꽃 흐드러지게 핀 도로를 따라서 죽성드라마 셋트장으로 들어 간다. 테트라포트에다 상영되었던 영화 제목들을 그려 놓았지만 지난 영화들을 복기할 일도 없을뿐더러 그냥 아무런 감흥이 없는 인스타의 인증 장소일 뿐이다.
점심때라 그런지 길도 겨우 나 있는 해안변에 움팍지게 들어 앉은 가계들을 찾아 드는 차들이 참 많다. 도시가 소멸되어 가고 있는 서해안은 삐까번쩍한 건물들도 마저도 문을 닫는 곳들이 많았는데 역시나 이곳은 도시다. 대변항은 주차 공간이 없어 머묾 없이 그냥 빠져 나오는데 여전히 호객중인 가계들에게서는 비릿한 멸치 셋트가 떠올라 속이 울렁거린다. 왜 저럴까도 싶고 저들의 인건비가 음식값에 고스란히 전가 될 거라 생각하면 불쾌하기까지 하다. 아파트공사로 오랑대길로 진입하지 못하고 해동용궁사로 향하는데 차의 방향 지시등이 초래방정을 떨면서 요란하다. 그 동안 애마를 아껴만 두었다가 갑자기 무리하게 부리고 있으니 전조등이 눈물까지 질질 흘리면서 저항을 하는데 이러다가 길에서 멈춰 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용궁사 주차장을 곧바로 빠져 나온다. 그래 나와 오랜 세월을 같이 해 왔으면서 내가 너무 무심했었다. 살살 달래면서 송정해수욕장 주차장에 파킹을 하고 나니 나의 얕은 지식으로 인해 오버를 한 것만 같아서 그냥 즐기자는 쪽으로 다시금 선회한다. 매번 지나쳤던 죽도산을 다녀오고 백사장을 걷다가 철로 변의 산책로를 거닌다. 세월에 모난 돌이 깎이어 몽돌이 되어 가는 것처럼 그 동안에 도전이 되었던 것들이 둘 만의 여행길이 되고 보니 모든 게 새롭게 느껴진다. 거친 말들도 순화되고 다툼도 덜하니 여행이 여행답다. 여보 기차는 낭만 이자나, 폼이라도 한번 잡아봐.. 다음여행에는 필수코스에 넣기로 한다.
봄이 쉬이 내어 주지 않기도 작당 모의의 라도 한 듯 차가운 바람은 머리를 띵하게 하고 날라 온 모래에 눈을 뜨기도 어려운데 커피숍 외엔 피할 방법도 없다.. 그냥 숙소로 갈까? 그래도 부산까지 와서 해운대를 그냥 지나 치기는 좀 아쉽잖아. 얼마 전 호주의 해수욕장에 다녀 온 봐 있는데 이곳이 진정 도시의 쉼터이자 휴양처다. 많은 사람들 틈 속에서 이렇게 여유 있는 우리가 마냥 행복하다. 단체 관광객뿐만이 아니라 어째 외국인이 더 많은 느낌이라 국제도시임이 증명되고 있다.
동백섬을 한 바퀴 돌아 광안리의 숙소로 이동한다.
어제 진하에 비해서 도시의 세련미가 있고 룸이 깔끔하니 마눌님이 헤벌레 한다. 그 동안 나에게 있어 숙소는 잠만 자는 장소였었는데 휴식과 충전의 공간이란 걸 새삼 느낀다. 역시 광안리는 젊음의 도시다.
날씨 때문인지 민락수변공원에는 사람들이 없어 민락어민회직판점에서 봄도다리를 부산 입성의 제물로 삼는다. 처음 그렇게나 썰렁했던 2층의 초장집이 복짝거리는 시장분위기가 되어 거리로 나오니 도시는 화려하게 변모해 있다.
도대체 저 많은 사람들이 어데 서 오고 어디로 들 갈까? 창가에 자릴 잡고 광안리대교의 환상적인 야경을 보며 우리나라 참 존 나라임을 실감해 간다. 낼은 꼭 투표를 해야지..... 아이들과의 활발한 영상 통화로 흐뭇하고 또 아쉬운 밤이다.
생체 시계는 현실검증도 되지 않는 어지러운 꿈을 앞세워서 여지없이 잠을 깨워 놓는다. 여행와서 침대에서만 있는 것은 나의 적성에도 맞지 않고 지금 이곳은 부산 관광의 메카 광안리인 만큼 산책을 하며 주변 경관을 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이다. 일출을 염두 해 두고 나왔지만 먹구름에 덮여 있고 해수욕장에는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해안선을 그린다.
밤의 분주함이 사라진 거리는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신선한 에너지로 채워지고 있고 상쾌한 공기에 숙취가 해소 된 자리에 국밥을 채워 넣는다.
간단 조식이 있는 호텔이지만 나에게 빵은 일용한 밥이 아니다. 주부에게 있어서 여행의 최대 혜택은 남이 해주는 밥 먹고 빨래를 하지 않은 게 아닐까 생각된다.
오늘은 투표를 하여야 하고 밤일을 가야 한다. 식사 하는 것을 기다렸다가 퇴실하고 귀경을 하여서 투표를 하고 나니 점심시간이라 또 콩나물 국밥으로 점심을 해결하니 마눌님이 되게 좋아라 한다. 격정적이고 열정적인 삶 보다는 일상의 흐름에 얻혀진 소소한 여행은 오래도록 지속된다. 아직은 벚꽃이 화사한 봄날의 초입이다. 1박 2일의 짧은 일정 이였지만 잘 놀았다. 나의 인생은 우리의 인생은 아직도 진행형이고 절정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