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해랑길 도장찍기(서해랑길 47코스,서해랑길 46코스) ***
-.일자 : 2025년 5월 3일

 

=== 서해랑길 47코스(변산해수욕장-격포항 14.3km) 중 일부 ===

펜션이 복층 구조이고 2층을 선점한 몰빵의 코 고는 소리가 주변의 소음을 흡수해버린 듯 옆에 주군의 숨소리가 새근거리는데 어쨌든간 날은 밝았습니다. 왜 이놈의 일기예보는 틀리지도 않고 모처럼의 서해랑길을 방해하는지, 거리가 휑하고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광양에서 출발하는 김 하사의 도착 시간에 맞춰 라면을 끓이고 소주로 경직된 근육들을 풀어 서해랑길 투입에 준비합니다. 조력자가 있어 출정 행사가 좀 길어졌고, 하필이면 송포항 직전의 산속에다가 필수 코스를 만들어 놓아서 방향 감각의 상실로 주변만을 맴돌다가 시간을 허비합니다.

 

 

바닷가라 비바람이 몹시도 몰아치고 있어 김 하사님의 눈길이 우리를 쫓고 있습니다. 어차피 흐려서 볼 것도 없어 차라리 걷는 게 편한데, 숲속은 바람이 없어서 걸을 만합니다. 

 

 

바람의 마중과 함께 백사장이 길게 펼쳐집니다. 비에 젖은 나그네들은 펜션의 온기가 그립고, 일상에서 벗어나 고기를 굽고 이야기를 나누는 캠핑카의 낭만이 우릴 더 초라하게 하는 해변입니다.

 


완충 지대를 벗어나자 다시금 고사포 해수욕장입니다. 고사포 해수욕장에 야영장이 생기기 전인 소나무만이 빼곡했던 때부터 이곳을 다녔던 터라서 이곳은 살갑지만, 그때를 회상해볼 여유조차 없이 텐트 존의 미로를 헤쳐 나갑니다.

 


이곳의 철조망은 텐트장의 영역 표시인지 군사시설의 유물인지가 궁금합니다. 해수욕장 출입이 자유로운 이곳에서 철조망은 과거 해안경계 등의 군사적 목적으로 설치된 것인데, 폐철로처럼 남아 경관을 해칩니다.

 


마눌님이 고생하지 말라고 방수 신발을 사주었는데 발등이 아파 고문 수준이라서 김하사의 신발로 교체했지만 전달된 통증은 그대로입니다. 짝짝이 양말을 신어도 발에 물집 하나 없이 쌩쌩한 주근이 부러워집니다.

 

 


바다는 비를 포용했고 우리는 비를 튕겨 내고 있습니다. 성진항에 정박된 배들은 긴 여정 끝에 찾아온 안식처처럼 평온해 보이고, 김하사는 우리의 보호자처럼 적시적소에서 기다리고 있어서 촉촉히 젖어든 몸을 차에 실습니다. 필수 경유지 3개를 찍었고, 오름길의 계단에는 수문에 몰린 물고기 떼처럼 도보꾼들이 있는데, 차로 이동하면서 해변로와 나란히 하고 있는 서해랑길에 드문드문 보이는 사람들이 부러운 건 왜일까요?

 

 

=== 서해랑길 46코스(격포항-궁항-해양수산-도정리 모항 10.1km) 중 일부  ===
적벽강에서 내립니다. 비는 의지를 시험하려는 듯 거세졌고, 후줄근한 우릴 바라보는 김하사의 눈길은 더 애처롭습니다. 붉은 색을 띠어야 할 적벽은 비에 젖어 시커멓고 경치도 별로인데, 당나라 성을 쓰는 주군이 뜬금없이 적벽강을 아느냐 묻습니다. 나도 삼국지에서 연합군이 바람이 부는 날 불화살과 불붙은 배로 조조군을 격퇴시킨 것쯤은 알고 있지만, 전통파 김씨이기에 말을 안 섞습니다.

 


서해랑길은 노랗게 유채꽃이 핀 수성당으로 들어가며 관광객들과도 함께 합니다. 이곳 용왕과 산신을 함께 모신다는 수성당은 부안 여행 시에 나의 산보 코스나 다름없는 곳입니다. 자연의 신 앞에서 한없이 나약해져 있어 부들부들 떨면서 고개를 푹 숙이고 앞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한 채로 후박나무 군락지를 지나 도로에 합류됩니다. 숙박형 프로그램도 있다는 변산반도생태탐방원을 찾아들기엔 우린 지금 너무 젖어 있습니다.

 

 


소노벨변산을 지나고 있고 곧 채석강이 있는 격포해수욕장입니다. 군산에 동생이 거주하고 있어 대명콘도 때부터 애용했던 소노벨변산은 매우 친숙하여 로비에서 커피 한잔하며 몸이라도 녹이려 했지만, 나의 의견에는 기피 현상이 있는 친구들이라 그냥 지나쳐 버립니다. 

 

 

김하사가 대기하고 있을 격포항 주차장이 지척에 있으니 괘념치 않고 여인네 동상이 있는 해넘이 전망대를 넘어 격포해수욕장에서 또 하나의 코스를 마무리 짓습니다.
바다와 함께하는 제대로 된 서해랑길이나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어 괜히 격포항을 기웃거리다가 여객터미널에서 찻길이 막혀 되돌아 나와 해변길이 아름다운 궁항과 연포해수욕장을 차로 잘라 먹고 전북해양수련원으로 들어갑니다.

 

 

 

 


해변에는 솔섬과 해넘이 전망대가 있고 마실길과 함께 하는 길은 모항까지 4.7km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차에서 덮여진 몸이 훅 달려든 냉풍에 온몸이 떨려 와 앞만 보고 걷기 시작합니다. 그렇잖아도 알코올 주입이 안 되면 말수가 적어지고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 지켜가고 있는데, 이젠 제 살기 위한 생존 본능으로 각개전투가 되어 도로에 올라섭니다.

 

 

조망되는 해안들은 어느 동남아의 휴양 분위기이고 몰빵은 프라이빗 해변을 가지고 있는 싱그릴라펜션 앞에서 기어코 머리에 꽃을 꽂고 경관 쉼터에서 박쥐처럼 날개를 펴고 있습니다. 그래, 미치자. 제정신이 아니어야만 이 현실에서 헤어날 수가 있습니다.

 

 


도로에서 해변으로 내려가고 데크와 흙길의 고운 해변로를 따라서 전망대를 만납니다. 평소라면 술 한잔 나누며 풍월을 읊거나 오침 때리기 딱 좋을 장소입니다.

 

 

모항해수욕장이 펼쳐지며 모항전망휴게소에 올라서고 보니 아무래도 지금쯤이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서 종점인 대항리에서 기다리고 있을 김하사를 호출하여 점심을 겸해 에너지 충전으로 몸을 덮입니다.

 

몸은 생각과는 달리 비를 피하고 온기 속의 휴식에서 안락함과 편안함에 적응을 하여버려서 더 이상 진행하는 의지력을 상실하였습니다. 김하사는 한 구간이라도 더 진행시켜 보려 했지만, 즐기자고 왔다가 죽자고 진행을 했다가는 아예 주저앉을 수도 있기에 우리들의 노쇠한 몸이 이끄는 본능에 결국 귀가로 결정을 봅니다.

 

 


귀가의 이동거리가 짧아졌지만 그만큼 긴장도가 떨어져서 전부 기절하다시피 졸다 보니 순천이고, 가계의 브레이크타임을 밀고 들어가 염소탕으로 2박 3일의 해단식을 합니다. 길 위에서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고,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이렇게 팔도를 유랑할 수 있는 것은 전생에 무언가 하나로 엮여진 그런 인연이지 싶습니다. 기적은 하늘을 나는 게 아니라고 땅에서 걸어 다니는 것이라고 했으니 우리 또 기적을 실현하기 위해서 다음에 또 걸어야 겠습니다.

 

*** 서해랑길 도장찍기(서해랑길 49코스,서해랑길 48코스) ***
-.일자 : 2025년 5월 2일

==== 서해랑길 49코스(부안군청-부안신재생에너지테마파크 19km)  중 일부 ====

해는 어느 곳에서나 뜨기 마련이나 올해 들어선 우리보다 빨리 떠 있는 건 또 처음이지 싶다.

 


편의시설 없는 만경평야를 분석하면서 숙박과 민생고를 해결할 수 있는 부안읍을 선택했었기에, 호텔 바로 앞 식당에서 애호박국밥으로 조식을 먹고는 곧바로 택시에 올라 서림공원과 매장공원을 건너뛰고 부안 구암리 지석묘까지 순간 이동을 한다. 비록 김하사의 조력이 없지만 우리는 환경에 맞춰 새로운 것에 적응하고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경험을 활용하는 학습 능력이 있음을 증명한다.

 

 

필수 코스 하나가 찍히고 고인돌 공원으로 들어가자 주군은 사후 무거운 돌 대신 화장을 해달라고 부탁을 하여 수명의 서열을 확실하게 인정받았다. 

 

 

마을 구경을 시켜주고 나온 도로는 자연스럽게 농로로 이어진다. 농토에 젖줄인 수로가 냇물처럼 넓고 양쪽의 공유 땅은 밭이 되어 있는데 이쪽에서는 힘깨나 쓴 사람 일거라는 우리끼리의 판단이다.

 

 

전국토를 연결하는 코리아둘레길이니 만큼 연결로가 필요할 것이고 궁리 끝에 안전이 확보된 이런 길은 자연스러운 선택이겠지만 농로와 수로만을 따라가는 길은 돌을 옮기는 시지프스의 형벌처럼 의미 없는 반복적인 행위이고, 농부들에게는 배짱이의 한량처럼 비쳐질 것만 같다. 그래도 이런 걸음들이 우리들에게는 삶을 지탱하는 근원이 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기에 길 위의 깨달음이다.

 

 

쉼터 하나가 없어 술 한 잔을 나누지 못하지만 밀착된 시간만큼 동지애가 깊어지고 서로 간 의지가 된다. 카톡의 짧은 단편적인 정보로 자기식 해석에 의한 오해도 해소시켜 가며 우리 앞에 남은 세월을 재설계해보는 소중한 시간이다.

 

 

굴다리를 넘어 꽃들이 예쁘게 피어 있는 마을로 들어간다. 안쪽에 등용성당이다. 성당 안에서 구원의 길을 찾은 몰빵은 화색이 돌아왔고 수선화꽃과의 눈맞춤에서 영원히 맑아져서 서해랑길로 되돌아온다. 호랑이 새끼 같은 고양이가 앞서가다 풀숲에 숨어버리고 고랑에는 미나리가 가득하여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이 연상된다. 

 

이곳에서의 농사는 파밭도 양파밭도 대단위라서 괜히 언덕 위에 트랙터도 위풍당당하게 멋져 보이는 곳이다.

수로와 함께하는 길이다.

둠벙에는 수경재배를 한 듯한 수생식물이 가득하고 물을 퍼내 물고기들의 은신처를 습격하잔 작당 모의를 한들 우린 어제 날 잡아가란 잉어도 그냥 두고 와 별의미가 없다. 이젠 주군이 생리현상으로 고독의 시간을 가진다.

 


햇살은 따스해졌고 초록빛 풀과 야생의 꽃들이 어우러진 대지에는 생명력이 가득하여 마음은 상쾌하지만, 너무 단순한 풍경 속에서 부안 신재생에너지 테마파크의 풍력 발전기가 눈길을 끈다. 너른 들판에 배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함인지 수로가 깊어 경운기와 펌프 등이 설치되고 논의 배수관 덮개는 생뚱맞게 높게 설치되어 있다. 

 

조금이라도 거리를 단축해 보려고 논둑을 가로질러 걷는 주군이 선두 지휘를 하여 마을을 벗어난다. 변산 바다로 국도 아래 버려진 쓰레기에는 담금주 병이 있어 몰빵의 눈초리가 달라졌으나 행동은 없어 다행스럽다. 

도로는 사방 넓고 집 한 채가 없는 곳에 서해랑길 안내도가 있고 월포 경로당과 유리창까지 달린 정자가 있다. 너무 이른 시간에 단축 48코스를 마쳤고 쉼터가 있어 우리들의 주특기인 오침의 최적 장소이나 청결도가 영 거시기하여 기웃거리다가 만다.

 

 

 

=== 서해랑길 48코스(부안신재생에너지테마파크-변산해수욕장 9.8km) 중 일부 ===

 

48코스는 이곳 부안 신재생에너지 파크에서 변산 해수욕장까지 9.8km로 짧고 변산 해수욕장에 코지 캐빈을 사전 예약해 두었기에 더 진행할 수도 없는데 현재 10시도 안 되었다. 건물들이 번듯할 뿐 인적 하나 없는 휑한 신재생센터는 마땅히 머물 곳도 없어 전시관 건물을 지나 버스가 정차되어 있는 새만금 메타버스 체험관으로 들어간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기 등의 실습 프로그램이 있다는데 많은 학생들로 인해 체험 예약은 받지 않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우리들에겐 관심사 밖이라서 야외 쉼터로 옮겨 휴식을 한다. 비 내리는 어제와는 달리 주변에는 온통 봄꽃들로 봄내음 물씬 나고 햇살이 쏟아지고 있는 양지바른 곳은 모두를 눕게 했는데 주군의 드러난 짝짝이 발가락 양말은 손이 많이 가는 나잇대임을 말하고 있다.

 


오늘은 엄청 시간이 널널하다, 그냥 저냥 늙어가도 좋고 이렇게 시시하게 서해랑길을 이어가도 나쁠 것 없다. 다만 무뚝뚝한 머시마들의 침묵을 깨우고 동심을 찾기 위해 편의점을 찾아보나 휑한 사무실뿐이라서 그냥 나온다.

 

 

역대 잼버리 대회 개최탑은 왜 여기에 있는겨?

 

 

도로로 나오자 칼국수집의 입간판이 부안에 진입했음을 알리고 주군의 생리 현장으로 버스 정류장에서 쉼을 하는데 하필이면 차가 그곳으로 진입하더니 정차를 하고 여성 운전자가 나온다. 뻔뻔한 주군은 그냥 추스르고 일어서는데 어째 지켜 보고 있는 우리의 얼굴이 화끈거린다

 

 

굴다리를 통과하여 구도로를 따르는데 우리에게 자유로움을 안긴 변산로와 나란히 하고 있는 변산 바다로의 잼버리 공원 졸음 쉼터가 여느 휴게소만 하고 잼버리 공원 정자와 조형물들이 조망된다. 23년 8월의 뜨거운 햇살에 새만금 잼버리 대회가 그대로 노출되었을 새만금 간척지가 펼쳐진다.

 

 

이젠 종점까지 7.2km 밖에는 남아 있지 않고 비웠으니 채워야 하는데 대광 슈퍼의 가성비 대신 럭셔리한 조개 칼국수집이다. 관광지라 그런지 이른 시간임에도 문을 열었고 손님들도 연신 찾아 들고 있어 이곳이 맛집인가 본데 조개 무침은 안주용으로는 뭔가 부족하여 만두를 추가시킨다. 뽕주를 제조하여 뽕 갈 때까지 마시고 햇살이 가장 강한 대낮에 서해랑길을 나서지만 우리들뿐이라서 위장을 안 해도 된다.

 

 

끝이 없는 간척지의 벌판이 펼쳐지고 있고 갯벌에 뭔 장승같은 전시물들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젠 관심사가 아니다, 도로를 건너야 되는데 주군은 실익 없이 신호등과 대치를 하고 있어 이참에 버리고 간다. 

 

 

뭐여? 왜 꽃이 분홍색이여... 처음 보는 꽃이라 이것에는 눈길이 간다.

 

 

새만금 방조제는 부안 변산면 대항리에서 군산의 비옹도를 잇는 33.9km의 방조제인데 김제와 부안을 삥 둘러서 진행을 해왔었어도 저 방조제를 걷지 않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다. 새만금 홍보관은 점심시간이 휴관이라 야외 화장실만을 이용하고 곧바로 나와 국립 새만금 간척 박물관을 마주한다.

 

 

우리나라와 세계 여러 나라의 간척의 역사와 문화를 알 수 있는 국립 새만금 간척 박물관은 가을 구절초 마냥 하얗게 피어 있는 야외 꽃구경으로 대체한다. 

 

 

 

 

기온도 많이 올랐고 마실 길의 샛길을 따르다 올라선 도로가 쉽지 않다. 종점이 1km 밖에는 안 남았고 모처럼 제대로 코스를 완주할 수 있는 기회지만 갯벌로 유도된 안내판을 개무시하고 도로만을 따르다 보니 그렇게 애타게 찾았던 쉼터도 우회하여 버리고 만다. 하여간에 뭔 구신들이 들었는지 내가 하는 말은 죽어라 반대로만 움직이고 있다. 

 

 

이번 구간에 제대로 된 바다가 펼쳐지고 있고 모래사장에는 갯벌 체험으로 사람들이 따개비처럼 붙어 있다. 

 

 

도로에 우리들이 그토록 갈구하던 변산 낙조 공원에 정자가 있지만 출입 금지 줄이 쳐져 있어 서해랑길 안내판에서 48코스를 클리어 하고 각자가 쉴 곳을 찾는다.

 

 

 

 

 

저 해수욕장에 펜션이 있는데 입실을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 해수욕장에 내려서는데 밀물에 밀려난 갯벌 체험객들의 수확물이 솔찬하여 그저 놀고만 있었던 게 아님이 증명된다. 엄청스레 시간이 남은 우리도 저 체험이나 해보자는 의견은 당연스레 패스되었고 물욕 없고 술에 대한 욕심만 있는 우리는 펜션 앞의 편의점으로 스며든다. 

 

 

토박이들과 자연스레 합석이 이뤄진 자리는 흥겹고 저 에너지들이 일상생활에서도 계속될까 싶을 만큼 보통의 입담들이 아니다. 서해안을 대표하는 이 해수욕장이 국립공원에서 해제되면서 땅값만 올랐다는 한탄은 유익한 정보다. 

 

 

그저 헤헤거리다가 펜션에 입실을 하여 주군은 주특기인 잠자기 신공을 펼치고 몰빵과 두리서 해변을 거닐며 변산 노을 바다 전망대를 다녀와 김치찌개로 회포를 푸는데 뒤늦게 합석한 주군의 계란찜은 단순했던 오늘의 서해랑길에서 하나의 해프닝이 된다.
우리가 숱한 날 숱한 밤들을 함께 지내고 있음에도 맞지 않은 롯또와 같은 부부의 인연으로 만났는지 아직까지 식성 하나가 맞는 게 없다.

 

 

 

 

*** 서해랑길 도장찍기(서해랑길 52코스,서해랑길 51코스, 서해랑길 50코스) ***
-.일자 : 2025년 5월 1일

=== 서해랑길 52코스(새창이다리-심포항 18.4km) 중 일부 ===

계절은 빠르게 흘러갑니다. 1800km의 서해랑길을 시작했을 때가 22년 11월 24일이니, 한시도 머물지 않는 계절의 변화에 자연의 위대함이 새삼 느껴집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4월이 마무리되고, 장미의 계절인 5월의 첫날이자 근로자의 날에 서해랑길을 출발합니다. 그 사이 김하사의 차량이 바뀌였고, 주군의 야근 퇴근과 동시에 출발하여 계획하였던 정확한 시간에 픽업들이 이루어져서 출발이 좋습니다.

 


여지껏 태안을 벗어나지 못해 애를 먹었었는데 짐검다리로 남아 있던 군산까지를 깔끔하게 연결하여 이제부터는 전라도권이라서 이동 시간이 단축되었고 53코스의 새창이다리에서부터 역행으로 이어갑니다.
일상에 익숙해지면 늙습니다. 우리에게도 새로운 변화가 있어 그동안 고집하였던 코스 완주라는 무기력증에서 벗어나고자 필수코스와 완주를 병행하는 인증으로 바꾸었고 올해 내로 완주를 목표로 세웠는데 이건 바램입니다.
우리들의 퇴직과 함께 김하사까지 휴가를 부담해야 하는 부담감이 너무도 크기 때문입니다.


김하사의 차는 편리함을 기동성과 바꾸었습니다.
만경강을 사이에 두었던 54코스를 이어가고자 마을길로 접어들었는데 차폭이 길어서 골목길에 막혀 버려 어쩔수 없이 농로를 통해 서해랑길로 접근합니다.

 


바람이 몹시 불어 보리밭에는 파도처럼 물결이 일렁이며 지구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해저드 같은 수로가 만경강과의 경계를 가르며 이어지고 있고, 푸른 산하를 하얗게 까뒤집어 놓던 바람은 기어코 비를 데리고 왔습니다.

 

 


허허벌판에서 비를 피할 수는 없고 냅다 뛰었습니다. 차가운 비바람은 주군도 뛰게 만들었고, 젖어드는 옷이 레깅스가 되어서 종아리를 압박합니다.

 


진봉면의 마을정자에서 비를 피하면서 이때쯤이면 김하사가 달려올 거란 기대감을 가졌지만, 지역 편차가 있는 스콜성인 탓에 비는 곧 그쳤고 의지의 시험에서도 벗어났습니다.

 


시골 마을들이 그렇듯 폐가들이 많고 인적도 없는 마을을 빠져나왔고, 고사교회가 수호신을 자처했습니다. 

 

진봉방조제가 광활한 갈색의 억새밭과 푸른 물결로 출렁거리는 논을 가르며 이어져 있고, 바람과 맞짱을 뜨고 있는 팔랑개비들은 삐거덕거리며 위태롭습니다.


뭐든 입에 넣고 보는 몰빵에게 찔레가 걸려들었습니다. 봄의 새싹들이 다 식용이 가능한 게 아니라 독성이 있는 것들도 있는데, 저렇게 튼실한 걸 보면 내성이 생긴 듯합니다.

 

비가 그치며 바람은 드라이어기가 되어서 옷을 말려 주었고, 신선하게까지 느껴지고 있어 기분 좋은 힐링의 길입니다. 강물을 보여주지 않은 드넓은 갈대밭은 순천만과 비교가 안 될 만큼 광활하고, 논에서나 있을 법한 공룡알이 널려 있습니다.

 


뚝방에 자라난 풀들을 맑끔하게 정리해 놓았고, 차량 진입 금지 경고판은 그동안 마구 달리고 보는 김하사를 염두한 것만 같습니다. 새만금바람길과 함께 하고 있는 서해랑길은 야트막한 산으로 이어집니다.
푸른 새싹들이 싱그러운 길이고 군초소들이 군데군데 있습니다. 보이지 않았던 강줄기가 펼쳐지고, 살결에 닿은 바람이 끈적거리더니 기어코 비를 쏟아내며 비상 대응 능력을 시험하였고, 나무 밑으로 뛰어 들어 여린 새싹을 가림막으로 이용합니다.

 

 


뚝방에 사람들이 포착됩니다. 연령들이 있어 보이는 단체인데 배낭이 없는 우리가 회피를 하여 인사만 건네고 지나칩니다. 언덕에서는 소나무를 흔드는 바람소리가 거세고, 막상 올라선 조망대는 바람길을 돌려 놓고 아늑하게 우릴 맞이합니다.
망경강은 물안개에 지워져 바다와의 경계를 지웠습니다. 

 

 

 

 

망해사로 내려가는 길목에는 연분홍의 겹벚꽃잎이 뿌려져 있고 아래에는 망해사의 지붕이 보이는데, 비를 흩뿌리고 지나간 지금의 분위기는 한적한 고갯마루에 성황당만 같아서 내려갈 생각은 없습니다.

 



진봉산 전망대는 올라봐야 보이는 게 없기에 패스입니다. 평야가 대부분인 이곳에서 야트막하지만 이 진봉산은 산책코스로 애용되는 듯 길이 무척이나 좋고 운치도 있습니다.
숲이 검어지면서 비가 쏟아지고 천둥 번개까지 합세하여 위협하니 가진 게 많은 주군은 삶의 애착에 날다람쥐처럼 내빼버리는데 속도가 우사인 볼트 급입니다. 그렇다고 비 사이를 뚫고 갈 수는 없어 진봉산을 내려설 때는 이미 다 젖어 버렸고, 음식점의 처마 밑에서 쏟아지는 빗줄기를 망연히 쳐다만 보다가 김하사의 차량에 올라 심포항으로 이동하여 스탬프를 찍습니다.

 

 


이젠 이 시스템도 익숙해졌고, 김하사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져서 미리 예약해둔 중식집에서 해물짬뽕으로 점심을 먹습니다. 순간이동을 해왔고, 낯선 공간에서 타인들과 섞여서 먹는 식사는 여행의 기분을 들게 만들었고, 뿌옇게 흐려진 창가로 보이는 강은 아련한 향수를 가져다줍니다.
같은 마음 같은 뜻으로 하는 사람과의 식사에는 만두 하나도 나눠 먹는 챙김과 정감이 있습니다.

 

 

=== 서해랑길 51코스(심포항-동진강휴게소 23.4km) 중 일부 ===
군대에서 5보 승차처럼 자동 차량 탑승을 하여서 필수 경유지를 찍기 위해 이동합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민망했던 것도 이제는 자연스럽습니다. 우리나라 최대의 평야 지대로 산 하나가 걸리지 않은 지평선이 펼쳐져 있고, 밀과 보리밭이 초원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지금으로선 이런 곳을 처음부터 마냥 걷는다는 건 또 무슨 의미일까도 싶습니다. 

 

 

기상대가 단합대회 날도 예측 못한다는 일기예보가 요즘은 정확하여 봄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수교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서 주군은 일회용 우의를 몰빵은 3천 원짜리 판초우의를 챙겨 입었고, 나는 메이커 방수 옷을 입고 필수 코스 인증에 나섭니다.

 

 

푸르른 초원이 펼쳐집니다. 고창의 청보리밭이 관광지가 되고 있는 요즘에서 그저 오는 풍광은 호사스럽지만, 드넓은 들판에 일직선으로 된 농업로는 공사 중이라서 걷는 게 조심스럽습니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청보리밭에 숨결을 불어넣고 있고 이런 싱그러움이 넘실거리고 있는 들판을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길이지만, 너무 단순함은 정신을 멍하게 만듭니다.

 

 

지평선에 다릿발이 걸리고 마을에 교회의 첨탑이 솟아 있는 지극히도 농촌스러운 풍경입니다. 수로에는 안전 확보와 보행자 보호를 위해서 핸드레일이 설치되어 있고, 이는 통행자 하나가 없는 곳에다 핸드레일을 설치하는 회사의 시스템과도 유사합니다.

 


푸른색 도화지와도 같은 들녘에서 걷고 있는 건 오로지 우리들뿐이지만 긴 세월을 같은 마음 같은 뜻으로 함께 하고 있다는 건 행운입니다. 비를 맞으면서까지 걷고 있는 게 미친 짓 같지만 토닥거리는 비는 오히려 스트레스 해소가 되고 우리들만의 색다른 경험입니다.

 

 

멀리 거리를 두고 서로 각자가 걷고 있지만 말보다는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는 지금이 좋습니다.

 

 

해창마을버스정류장이 비를 피할 수 있는 장소가 되었고 동진강의 지류인 원평천의 해창관문을 지나는데 물가에서 새들의 노림이 포착됩니다. 배수관문이 닫혀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잉어들이 헐떡이고 있고 새는 덩치의 위압감에 난 내려갈 방법이 없어 주변만 배회하다가 포기를 하고 마침 마중을 나온 김하사에게 인계를 하지만 어느 쪽이나 뾰족한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

 

 

김하사는 농로로 우리는 뚝방길을 택해 평생선을 그으며 51코스 종점을 향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평선이 보이지 않은 김제평야 입니다. 그동안에 간척지 등을 지나 오면서도 이런 광활한 농토는 지겨움의 대상이었는데 푸르른 들녘이 기분을 상쾌하게 합니다.

 

 마을정자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하사는 비에 젖은 우리가 측은하게 보였던지 승차를 권하나 우린 얼마나 빨리 가느냐보다는 어디를 향해 가느냐가 중요하고 아직 필수 경유지가 남아 있습니다.

 

 

황해로 흘러드는 동진강이 곁에 붙고 배수관문이 카페처럼 우뚝 서 있는데, 알콩쌀콩교류센터는 왜 이런 곳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차 소리를 따라서 동진대교가 흐릿한 강을 가르고 있고 도로가에는 서해랑길 안내판이 있습니다. 인증을 남겼으나 아쉽게도 우리들의 주유소인 휴게소가 길 건너편에 있어 대기하고 있던 김하사의 차에 올라 김제와 부안을 잇는 동진대교를 넘어 50코스의 중간지점인 고마제까지 순간이동을 합니다.

 


=== 서해랑길 50코스(동진강휴게소-부안군청 10.8km) 중 일부 ===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 중 하나로 사적지로 지정되었다는데 산이 없는 평야에 있어 조금은 생뚱맞게 느껴지고 필수 경유 지점을 지나치고 있어 차를 급하게 세워서 고마저수로 들어갑니다. 

 

 

저수지가 제법 넓습니다.

 

 

 

 

수면에 빗방울이 토닥거리고 있는 호수를 빠져나와 작은 고갯마루를 넘어 도로를 따라서 신흥마을을 접하는데 저 백로와 왜가리들의 먹이사슬이 어떻게 되는지 나뭇가지마다에 집을 지어 놓아서 나무들이 고사되고 있습니다.

 

 

 


 마을을 비켜나 봉황교차로를 삥 돌아서 납골묘를 지나 도심지를 향해 들어갑니다. 

 


언덕배기에 올라서자 한옥의 부안 선은재 카페에는 둥그런 달이 떠 있고 닭구이로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어 저곳에서 몸을 녹이는 불멍에 한잔술로 여행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전원주택지 같은 마을길을 지나 신석정고택을 앞에 둔 시공원의 정자에서 촉촉해진 신발을 벗고 휴식을 취합니다.

 

 

날씨가 추워 쉬는 것도 쉽지가 않아 그냥 대로를 따라서 이동합니다. 지역축제를 알리는 깃발들이 감성을 건들지만 도보꾼이자 이방인인 우린 할 일이 있습니다.

 

 

군청의 건물이 꽤나 커서 두루누비의 앱을 따라서 서해랑길 안내도에서 종지부를 찍습니다.

 

 

역시나 김하사는 적시적소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군청 앞의 식당에서 삼겹살을 안주로 오늘의 완주 축하와 함께 석별의 자리를 마련합니다. 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날에는 따뜻한 불판에 구워 먹는 돼지고기가 최고지 싶습니다. 위로와 관심을 전하는 말로 밥 먹자란 것만 있을까요? 그나마 저녁을 함께 먹고는 김하사와 헤어져서 모텔에 아지트부터 구축합니다. 

 

 

우중충한 날씨지만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서 선술집에서 취침주를 하고 이른 잠자리에 듭니다.
나이는 세월을 비켜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월의 흐름 앞에서 우리들의 일탈도 일상도 점점 단순해져 갑니다.

 

 

 

*** 김하사와 함께 하는 서해랑길 ***
-.일자 : 2025년 3월 16일
-.서해랑길 도장찍기(63코스,62코스,61코스,60코스)

 

====서해랑길 63코스 일부 ====
어제 씻지도 않은 채로 한쪽에 구겨져 잠이 들었고, 이렇게 눈을 뜨고 숨을 쉬고 있음이 다행스러운 아침입니다.
부스럭거림에 모두가 일어나 씻고 마지막 날의 새벽길을 나섭니다.

 


불 켜진 해장국집을 찾았지만 문은 닫혀 있고, 남당항 해안공원을 벗어나 있어 인접한 도로를 따라서 진행합니다.
삼거리에서 정상적인 해변길과 합류되면서 불 켜진 가게가 있지만 영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어제 과잉 주입했던 유사 알코올이 휘발된 우리는 몹시도 허기집니다. 몰빵은 허공에다 냅다 밥 좀 달라고 외칩니다.

 


새벽 운동을 나선 사람이 토끼몰이를 하듯이 우리들의 뒤를 따르고 있고, 모산도에 멈춰져 있는 풍력발전기는 조형물처럼 느껴집니다.

 

기러기만이 허공을 가르고 있는 지극히도 조용하기만 한 시골길입니다.
“수 만리 먼 하늘을 날아가려나 가엾은 작은 새는 남쪽 하늘로 그리운 집을 찾아 날아만 간다”.
모산 공원에 도착하자 수 백리 고속도로를 내달려 온 김하사의 검은 세단이 멈춰 섭니다.
김하사, 네가 왜 이 시간에 여기에서 나타나는 겨?
일단 배낭부터 트렁크에 밀어 넣고 승차 후에야 안부를 묻는데, 새벽 3시 반에 출발했다니 이 지극정성에는 어떤 반응을 해줘야 할지 말문조차 막힙니다.

 


홍성방조제를 따라 홍성에서 보령시 천수만농어촌테마파크의 잔디공원에 있는 서해랑 안내도에서 어제 멈춰 선 QR 인증을 합니다.

 

 

==== 서해랑길 62코스 ====

이젠 해안로와 농로를 빙빙 돌던 태안을 벗어나니 서산과 홍성 그리고 보령까지가 금방이라서 지역 간의 경계조차 살필 겨를이 없습니다.
천북굴단지는 말 그대로 전부 굴 상가들인데, 굶주린 우리는 막 가게의 불을 밝힌 가게를 급습하여 굴국수로 아침 요기를 하는데 비가 내립니다.

 


날씨가 한겨울로 급변하여 주군의 망설임이 느껴지나, 이러든 저러든 우리는 한 팀입니다.

 

 


천북굴따라길을 따라 숲길로 들어갑니다.

 


운치가 있는 소나무 숲길이지만 귓전에 들리는 소리가 파도 소리인지 바람 소리인지 을씨년스럽기만 한데, 전망대와 정자가 쉼을 유도합니다.
홍성의 다른 해변길 들과 협력을 했는지 해안길이 무척이나 좋습니다.

 

 

 


해안에 놓인 포장로를 따라 출렁다리를 건너고도 철저하게 해안을 따르는 게 여느 지자체 와는 차원이 달라도 한참이나 다릅니다.
다만 그 동안에 저 멀리 밀려나 있는 바다가 다가와 있고, 언제 해안로를 지워버릴지 불안감을 안고 가는데 수시로 나타나는 만조 시 고립될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안내문과 우회로는 결단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썰물 때인 듯 바다는 밀려나고 있고, 바다 가에는 굴인지 돌인지 자갈처럼 드러나 있습니다.

 

 

 


빗물에 젖어 든 바다도 멀찍이 물러났고, 하늘에 구름이 벗겨지면서 나타난 해무리에 비옷도 벗습니다.

 


만조에 대비한 테크도 해변로와 함께 이어져 있는데 파도에 붕괴되어 통제되었고, 저 해변로를 개설하며 투자된 비용에 비해 지역 경제에 보탬은 얼마나 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여태껏 해파랑길과 강화도부터 여기까지 진행하며 보아 온 것 중 철저하게 해변만을 고집하는 최고의 서해랑길입니다.

 


어부는 농부가 밭을 갈아 농사를 준비하듯 새 그물을 준해 놓았고 배는 갯벌에서 묶여 있습니다.

 


데크가 끝나고 사호리의 62코스 안내도에 우회로와 물때 안내도가 있습니다.
여지 없이 김하사님이 마중을 나와 있지만 아직은 필수 경유지 3개를 완료하지 않았기에 뚝방에 올라서 농로로 들어갑니다.

 


검정 비닐에 덮힌 육지 양식장이 생경스럽고 사호 3리 지개마을 버스정류장에서 경로를 종료시키고 차에 올라 62코스 종점인 충청수영성으로 이동합니다

 

 

군산에서부터 보령까지 올려놓았던 구간을 태안에서 역방향으로 잇기 위해 2번의 출정을 계획했었지만 조가 틀어져서 김하사까지 휴가를 내어야 하고 이동시간도 만만치가 않아서 3증 필수 경유지 3개만을 찍기 위한 조치입니다.
운치가 있던 서해랑길이 완벽하게 탈바꿈하여 갓길도 없는 도로가 서해랑길의 트랙과 함께 하고 있고 우리에겐 지겨움의 대상인 보령방조제를 차로 이동하여 충정수영성에서 QR을 찍습니다.
때마침 나타나는 홀로 여성 도보꾼이 이런 우리를 안 봐서 정말 다행스럽습니다.

 

 

 

 

==== 서해랑길 61코스====

차로 이동하여 수정동소류지에서 오포3기(깊은골) 버스정류장까지 걷기로 합니다.

우리나라 최고 절경에 자리하고 있는 수영성에 올라 영보정의 정자와 오천항에 정박해 있는 배를 조망하고 내려와 승차합니다.
오천항의 갓길도 없는 비좁은 도로를 시내버스를 따라 가는데 서해랑길의 안내자가 되었습니다.
바다에는 예인선이 정박해 있고 역시나 갓길도 없는 비좁은 도로를 따라 갈매못군교성지를 지나갑니다.
오천면의 보령 LNG터미널을 지나는데 포항에서 생활했었던 주군은 옛 지명을 떠올립니다.

 

 

 


김하사님만이 가능한 농로를 따라 오포마을버스정류장에서 내리는데 산길을 예감한 몰빵은 스틱부터 챙깁니다.

 


수정저수지를 끼고 진행되고 멋진 소나무가 있는 마을을 비켜나 오포마을회관에서 민가로 이어진 듯 하더니 오름길입니다.

 


포장된 임도 양쪽으로 전부 태양광발전단지가 이어집니다.
협곡이라서 햇살이 비켜 나갈 것만 같은 곳이라 생뚱 맞은데 올라오고 있는 사람이 길을 물어봅니다.

 


보령화력발전소의 굴뚝과 LNG 터미널 탱크가 조망됩니다.

 


깊은골 저수지가 조망되며 깊은골 마을을 지나서 오포3리 마을회관의 골목길을 올라갑니다.
일요일이라서 부부의 도보꾼과 조우하는데 걷고 있는 중에 만나 체면이 섭니다.

 


오포 3리 마을버스정류장에서 단축코스를 종료 하는데 트랙만은 고스란히 서해랑길을 그리고 있어 누가 보면 완벽한 완주입니다.
날씨가 꽤나 추워졌고 김하사님이 따뜻한 커피와 꿀음료를 건네주니 그 챙김이 참 고맙습니다.

 

 

==== 서해랑길 60코스 ====

방파제가 육지를 연결하듯 안면도부터 역행을 해왔던 서해랑길의 물막이를 하는 마지막의 60코스입니다.
김하사의 차에 올라 이동하는데 찻길과 서해랑길이 일치하여 차에서도 필수 경유지가 찍히고 있습니다.
김하사가 추천하는 토정 이지암의 묘소를 그냥 지나쳤음이 조금 아쉽고 아이유가 주연인 폭삭속았수다는 보지 못했기에 대화가 단절됩니다.
2시간은 넘게 걸어야 했을 대천방조제를 순삭으로 지나 대천천을 가로지르는 노둣길을 건너야 하지만 내리지 못하고 차로 시내까지 삥 돌아서야 내립니다.

 

 

계획했던 마지막 구간입니다.

 


잠수교를 지나쳐 남곡동 해안의 상가 지역에 내려서 걷기 시작합니다. 숙박시설과 상가들이 모여 있어 먹거리도 많습니다,

 

 


 어느 카페의 통 창으로 바다가 조망되어 눈길이 갑니다.

 


그 동안 온화해진 날씨에 꽃들이 피어나 있어서 강풍과 강설로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일기예보를 과소평가했고, 주군은 목에다 넥워머를 걸고 있음에도 찬바람에 떨고 있다가 나중에서야 알아챕니다.
썰물로 바닷물이 밀려나 훤히 드러난 갯벌은 대천화력발전소까지 이어질 듯 드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태풍급의 찬바람이 고개를 못 들게 만들고, 보행자 통행로가 있음에도 오가는 차량들마저 정신을 앗아갑니다.

 


군현갯벌체험학습장의 갯벌로 사람이 이동하고 있고, 전망대에는 사람 형상이 눈길을 끕니다.

 

 

이 추운 날씨에도 갯가에는 갯벌체험을 하는지 사람들은 갯바위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엄청 많고, 양지바른 산비탈에는 대천통나무펜션마을이 바다를 향해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어구들이 들어찬 야적장의 갓길을 따라 대천항을 향해 이동합니다.
대천연안여객터미널까지는 서해랑길과 같이하고, 어차피 우린 대천해수욕장만 가면 되기에 수산물 시장 앞에서 고갯마루를 넘습니다.
생선 구입에 관한 건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보령과 안면도를 잇는 해저터널에서 해변과 접하고, 청주대수련원과 상가 지역을 따라 머드 광장으로 들어가 서해랑길의 마지막 QR을 찍는데, 몰아치는 바람에 도통 정신이 없습니다.

 


완주의 세러머니도 없이 흩어졌고, 많은 음식점들 중 그래도 우리들에게 익숙한 국밥집으로 들어갑니다. 천지가 조개구이집인 대천해수욕장이지만 지금은 따뜻한 국밥에 소주 한잔이 최고입니다.
마무리를 짓고 축배를 들어도 성취욕이 없는지 어째 분위기는 밋밋합니다.
이 처진 분위기를 전환할 기회는 광양에 도착하여 완전 뒷풀이로 남겨 놓고 귀경길에 오릅니다.

 

 

 


걷는 것보다 지루한 고속도로는 얼음비 주의란 전광판의 문구가 유독 신경 쓰이는 귀향길입니다.
단축 코스로 진행하다 보니 귀가 시간이 빨라졌고 가게마다 브레이크타임을 운영해서 마땅한 장소가 없는데 단골집이 있다는 것이 참 편리합니다.

이 멤버 리멤버로 멤버는 그대로지만 어째 분위기가 예전만 못하고 흥이 금방 식어 버립니다.
2박 3일의 여정이었음에도 우리들 참 많이도 허약해졌고, 술 양도 많이 줄어 유쾌함이 덜하지만, 불지 않으면 바람이 아니고 늙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니 세월과 드잡이하려 들지 말고 세월에 순응하면서 살아야겠습니다.
우리는 존재를 잉태한 씨앗처럼 시간 속에다 삶을 되새김질 할 추억들을 저장해가고 있습니다. 

중마동으로 순간 이동

 

덕분 입니다.

 

*** 서해랑길 64코스, 서해랑길 63코스) ***
-.일자 : 2025년 3월 15일
-.서해랑길 64코스 : 태안관광안내소-궁리항(13.2km)

 

빨리 잤으니 빨리 일어났고 밥 대신 상비약들을 먹고는 모텔을 나와 어둠 속에서 서해랑길을 헤쳐 나갑니다.

 

 
이젠 태안을 완전하게 벗어나 서산이고 김하사의 조력 없이 자력으로만 서해랑길을 이어가야 하지만 내적 갈등이 없어 마음만은 편안합니다.

 


장리교차로에서 가게의 불빛을 쫓을 틈도 없이 천수만로를 따라서 서산방조제에 올라 버리고 버드랜드교차로를 지납니다.
어스름 속에서 새들의 울음소리가 하늘을 긋고 산자락에는 커다란 서산버드랜드의 건물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서해랑길은 도로와 완벽하게 분리되어 이어지고 있고 닭섬에 이마트24는 불만 켜고 우리를 호객합니다.

 

 

새 밖에는 보이지 않는 저 너른 들판에 곡식을 재배하는 것이 경이로울 뿐입니다.

 


무릎이 염려된 몰빵은 테이핑을 하고 스틱을 집었고 주군은 몰빵과의 스피드를 맞추기 위해 도로의 금을 기준으로 삼았는데 단순한 걷기에서 우리들의 소소한 즐길거리입니다.

 

 


간월도가 조망되고 도로의 끝자락까지 왔는데 필수 경유지가 찍혀있지 않아 되돌아가서 기어코 빨간불을 켜고는 교차로에서 간월도선착장으로 방향을 틉니다.
걷기를 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필수 경유지에 대한 집착은 집요합니다.

 

 

배가 밥을 달라며 꼬르륵거립니다.
카페와 펜션 그리고 상가들이 형성되면서 위장은 소화액을 분출하며 먹을 준비태세가 되어 있으나 모두들 물 빠진 갯벌에 굴을 따러 나갔는지 식당들은 문이 닫혀 조식을 할 곳이 없어 조급증이 납니다.
노란 신호등처럼 불을 밝힌 간판에 희망을 걸어 봅니다.

 


울엄마영양국밥이 문을 열었고 참이슬부터 세팅시켜 놓고 굴국밥을 먹었는데 가격대는 있습니다.
주군이 주인에게 택시와 버스의 대중교통 상황을 묻습니다.
방조제의 단순하고 지겨움을 경험해 온 우리들은 서산방조제B지구를 순간이동을 하려 했으나 행정구역이 달라서 버스 운행은 없고 택시도 어중간해서 그냥 걷기로 합의를 봅니다.

 

 

바닷바람이 차갑습니다.
몇 차례 이곳의 여행 경험이 있는 몰빵이 가이드가 되어 간월암으로 들어갑니다.
기대치가 컸지만 나에겐 그냥 암자입니다. 이 하나의 암자가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이곳 사람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것이 의외입니다.
몰빵도 스틱을 꽃아 꽃을 피워낸 전설 하나쯤은 만들어서 후대들에게 먹거리를  남겨 놓았어야 했지만 곧게 뻗은 서산방조제만을 조망하고 갯벌을 통해 빠져나옵니다.

 

 


광활한 갯벌은 어촌의 생계를, 푸른 바다는 상인들을 먹여 살리는 삶의 터전입니다.

 

 

 

 

캠핑장과 카페와 영양국밥 등의 상가들이 같이하고 가로수가 인도를 차지해 버린 조금은 벌쭉한 해변길을 따라서 간월교차로로 갑니다.
갑자기 두 사람이 시야에서 사라져버렸습니다.
생리현상으로 화장실에 들어간 듯한데 나만 벌쭉해져서 오도 가도 못하다가 천천히 걷는데 예상했던 대로 친구들 버리고 혼자 가버린 매정한 넘으로 낙인이 찍힙니다.
에고, 인생사 참 힘듭니다.

 

 

방조제가 바다를 양분하여 배가 떠 있는 곳은 바다에 안면도에 걸리고 내면 깊숙이 들어간 간월호에는 새들이 노닐고 있습니다.

 

 

 

정주영공법의 안내판에서 홍성군으로 행정구역이 바뀌고 덕산도립공원의 덕숭산과 가야산이 하늘금을 그리고 있습니다.
얼마 전 두 산을 오르면서 이곳을 걷고 있을 우리를 상상했는데 지금은 몹시도 추웠던 가야산을 추억합니다.

 

 

궁리교가 바다를 잇고 배수관문이 바다를 격리시킵니다.

 


왼편에 홍성조류탐사과학관은 조금은 생뚱맞은 외곽지에 있어 운영되고 있는지 조차 의문시될 정도이고 바다에 돔이 설치되어 있는 놀궁리 해상파크와 배들은 갯벌에 박혀 있습니다.

 

 

 

궁리항에 접하면서 쉼터와 조형물들이 설치되어 있으나 상가들은 휴업인 곳이 대부분입니다.
궁리파출소 앞에서 64코스를 마무리하고 어판장을 둘러보나 어촌의 공동화만 느낄 뿐입니다.

 

-.서해랑길 63코스 : 궁리항 - 남당항
우리들의 주유소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63코스로 흘러 들어갑니다.
신축 건물인 주민 시설이 있어도 사용 흔적이 안 보이고 쉼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이 슈퍼에 다녀올 것을 제안합니다.
우린 말없이 통하는게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휴식과 에너지 보충이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에 찾아 든 슈퍼는 군시설에 유통기간이 넘겼던 구멍가계의 딱 그 수준이라서 술만 구입하고 식당에서 회를 주문했는데 물고기를 잡아서 올 시간에서야 나옵니다.
카드의 알림 시간을 확인했던 두 사람의 기다림도 만만치 않았겠지만 괜히 내가 미안합니다.

 


이미 한계치를 벗어났겠지만 회를 즐겨하지 않는 두 사람은 김하사가 주고 간 과자만을 안주로 삼고 있고 주변 분위기를 주입시키며 강제해도 요지부동이라 나도 회 맛이 없습니다.
길을 나설 때가 된 것입니다.

 


길은 물이 빠져나간 갯벌을 향해 마을길처럼 깊숙이 뻗어 있고 앞에 보령타워가 등대마냥 길을 인도하고 있습니다.

 


서해랑길의 해안가를 따르고 있지만 간만의 차이가 많은 보름때라서 아직까지 파도가 찰랑거리는 바다는 보지 못했고 해변으로 내려서서 사그락거리는 자갈을 즈려 밟으면서 간월암의 짝퉁 같은 속동으로 들어갑니다.

 


명풍낙조 전망대는 오르지 않고 곧바로 홍성 스카이 타워를 향해 올랐는데 관광객들로 대기줄이 길게 이어져 있어서 서해랑길 휴게소에 들어갑니다.

 



쾌적한 환경에서 휴대폰을 충전하고 물을 보충할 수 있어 걷는 이에게는 호텔급의 휴식처입니다.
두 사람은 폭신한 쿠션의자를 침대 삼아서 주특기인 오침에 들어가고 나 홀로 3천 원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홍성타워에 오릅니다.
뭐 지금까자 봐 온 광활한 서해의 갯벌과 뚝방처럼 길게 뻗은 안면도가 조망되는 그저 그런 풍경 속에서 가야 할 옥동 해양공원이 해안로를 따라 이어지고 있습니다.

 

 

 

타워 입장료 중 지역 화폐로 2천 원을 돌려주기에 편의점에서 라면과 도시락으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합니다.
파라솔로 그늘을 만들어 피크닉 분위기라서 소주도 한잔하여 기분을 업 시켜 놓았습니다.

 

 

도로 난간을 무지개빛으로 색칠해 놓은 공원 안에는 캠핑카들이 있고 도로를 따라서 곳곳에 바다를 조망하는 펜션들을 벗어나자 공원이 이어집니다.

 

 


지붕이 있는 쉼터는 모텔급이고 벤치는 여관급으로 요령껏 햇살을 피해 휴식을 취한 후 어사교를 넘어 어사리 어사회타운으로 들어가나 문을 열고 있는 가게가 없습니다.
나라가 어수선하고 엉망이니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의 몫이 되어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늘고 있는 듯하고 이젠 모텔도 영업 유무를 확인해 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나마 관리가 되고 있는 어사리 공원이 있습니다.

 

 

 

모두 문을 열고 있는 회센터들이 즐비하지만 손님은 없는 듯 호객이 있고 텅 빈 품바 공원장은 자기네들끼리의 놀이터입니다.
SNS의 영향인 듯 창고 같은 카페에 사람들이 엄청 많고 누가 누구를 구경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모처럼 물이 찰랑거리는 해변을 따라서 무지개색의 데크가 이어지고 바다를 향해 남당노늘 전망대가 있습니다.

 

 

나 지금 홍성이여~~~

 

 


바닷물이 백사장의 존재를 살려 비로소 바다 풍경이 완성되고 있는데 도심지 같은 남당항으로 들어갑니다.

 

 

찬바람이 불고 추워도 봄은 오고 있고 여기도 매년 열리는 새조개 축제 중인 듯 사람들 엄청 많아졌고 호객도 극성입니다.

 

 

 

걸을 수 있을 때 열심히 다니고 이빨이 성할 때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즐길 수 있을 때 마음껏 즐겨야 합니다.
그래도 이곳에 왔으니 우리도 관광객들에 합류되어 새조개를 구입하는데 조개 하나에 8천 원이 넘어 금값에 버금갑니다.
옆 테이블의 노인들은 그래도 상가보단 이곳이 저렴하다고 하는데 시장이 소주값도 5천 원이니 이래선 곧 다 망하게 생겼고 우리는 서해랑길에 파산 신청을 하여 모텔로 들어갑니다.

 

 


새조개 샤브샤브는 비싸기만 했지 안주 역할도 못해서 취기가 금방 올라왔고 허한 속을 치킨으로 달래 보지만 이미 한계치를 오버해 버렸습니다.

 

 

나 이러다가 지명에 못 죽겠다.. 잠 좀 자자..
두 사람의 고문에도 어떻게 잠이 들긴 들었는지 아침은 왔습니다.

*** 김하사와 함께 하는 서해랑길 ***

-.일자 : 2025년 3월 14일

-.서해랑길 도장찍기(68코스,67코스,66코스,65코스)

 

===== 서해랑길 68코스 ====

해가 바뀌었고 우리는 환갑을 지나 퇴직을 했지만, 아직은 현장의 연속성 속에서 서해랑길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 날짜 조율이 힘듭니다.
어찌어찌해서 주군의 야근 퇴근 후 곧바로 출발하는 일정으로 잡았는데, 픽업을 담당하는 김하사님도 휴가를 내야 해서 부담이 여전합니다.
카톡으로만 의견 조율이 오갈 뿐 4명이 모여 결의를 다지지도 못한 채 시간은 속절없이 흘려 버렸고 급조된 모임에서 비워진 술병이 자폭이란 걸 모르고 의기투합하는 무모함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포식하고 내일을 걱정하지 않고 마셔 됩니다.

 


 
광양에서 태안까지는 차량 이동 시간만 해도 3시간 40분이고, 만약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면은 꼬박 하루를 잡아야만 하는데, 종봉씬 우리에게 참으로 은혜로운 후배입니다.

 


군산휴게소에서 쉬고 태안의 32번 서해로에 접어들었는데, 가수면 상태였던 주군이 도로변의 서해랑 안내도를 확인하고서는 얼마 후 중화요리집에 정차합니다.

 


시간 단축을 위해서 주군의 퇴근과 동시에 출발을 하여서 짬뽕으로 간단 점심을 먹고는 시발점인 만리포해수장을 패스하여 어은리 해변으로 들어갑니다.

 


예전에는 선행학습을 해가면서까지 코스 완주를 하는데 목적을 두었지만, 이제는 3개의 필수 코스를 찍는 인증 완료로 목표를 바꾸었습니다.
공부만 잘해서 검사가 된 사람들의 요즘 형태를 보니 굳이 백점을 맞을 필요가 없이 국가고시 합격점인 60점만을 통과하고 나머지는 삶의 여유로 채우는 것이 낫습니다.


어은돌 해변에서 망미산과 파도리 해변을 싹둑 잘라서 노선을 직선화했지만, 여기까지 와서 해식동굴을 보지 못한 서운함은 애써 감춰 놓았습니다.
썰물로 갯벌이 길게 드러난 어은돌 해변은 인적도 없고 야영장은 폐점 상태지만, 바다의 상쾌한 바람이 서해랑길에 발을 디뎌 놓은 우리를 들뜨게 합니다.
우리들은 코스를 미리 점검했어야 마땅했는데, 그냥 들이대는 무대포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어 이제서야 두루누비 앱을 켜고 코스를 설정하는 데만도 꽤나 시간을 소비하고 있어 참 손이 많이 갑니다.

 


따스한 온기 속에서 봄꽃 피어나기 시작한 도로를 따라서는 펜션들과 오토캠핑장들이 있고 파도리를 휘어 돌아오는 서해랑길의 도로와 접합니다.

 

 


직선화되어 있는 방파제는 갯벌과 농토와 양식장을 나누었고, 폐양식장은 태양열 발전소로 대체되어 있습니다.

 

 


이왕 막을 거면 건너편에 있는 신진도까지 막아버릴 것이지, 물이 빠져나간 바다에는 기름을 바른 것처럼 갯벌이 햇살에 반짝거립니다.

 

 


방파제가 1.43km라 적당한 시간에 마무리되며 끝자락에는 엔젤펜션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이런 곳에 자리한 이 펜션과 농토 한가운데 있는 펜션들이 이해할 수가 없는데, 속성으로 지나가고 있어 서해랑길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함입니다.

 


마을버스 정류소에서 김하사가 대기하고 있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송현마을이 너무 조용합니다.
아직 우리에게 찰랑 거리는 바다가 보이지 않고 있는데, 바다가 예쁜 집은 정말 그곳에서는 바다가 보일까요? 저 시골밥상의 식당에서는 밥을 먹을 수 있을까요?
별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가 마을을 벗어난 길이 제정신으로 돌려놓았고, 우리가 지났던 서해안로의 송현1리 교차로의 서해랑 안내도에서 필수 경유지를 찍고 68코스를 클리어합니다.

 

 

==== 서해랑길 67코스 ====

김하사와 함께하고 있는 서해랑길입니다.
필수 경유지 3개만을 통과하기 위하여 차량에 탑승하여 이동합니다.


차로는 이동하지만 서해랑길을 벗어나지 않고 트럭처럼 수풀이 우거진 방파제길을 질주하고 먼지가 폴폴 날리는 도로를 내달리면서 덤프와도 대치를 합니다.
유독 많은 염전들이 차창으로 휙휙 지나가고 있습니다.

 


펜션과 전원주택들이 있는 곳에서 찻길이 막혀 해안길로 내려 갑니다, 노을이 지는 해안길로 만조 시 우회 노선 안내판이 있는데 지금은 바다로 길이 뻗어 있습니다.
걱정이 앞선 김하사님은 도로를 확인하러 나섰고, 우리는 수조의 반영을 추억으로 남깁니다.

 

 

 


펜션과 전원주택들이 있는 곳에서 찻길이 막혀 해안길로 내려 갑니다, 노을이 지는 해안길로 만조 시 우회 노선 안내판이 있는데 지금은 바다로 길이 뻗어 있습니다.
걱정이 앞선 김하사님은 도로를 확인하러 나섰고, 우리는 수조의 반영을 추억으로 남깁니다.

 


 
양파와 마늘이 심어져 있는 농로를 택배 차량이 이끌고 있고, 방파제가 있는 민가 앞에서 경유지를 찍기 위해 차에서 내립니다.
수풀이 우거져 차는 더 이상 진행할 수도 없습니다.

 

 


방조제를 넘어서면서 근흥면으로 행정구역이 바뀐 듯한데, 민가의 마당을 통과 하여 종교적인 색채가 있는 신의 궁전 건물 앞을 지납니다.

 


갯벌이 펼쳐지고 자그마한 섬 하나가 눈길을 끌더니 소금마을 표지석에는 자염 생산 과정을 설명해 놓았는데 다 쓸데없는 행정력 낭비 입니다.

 


드러난 갯벌에는 시험용인지 영역 표시들을 해 놓았고, 방파제부터 대단위 염전이 펼쳐집니다.
염전은 규모 면에서는 부안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엄청나고, 갯가에서 쉼을 하고 있는 할머니들은 맛조개를 채취해 놓았는데 구매를 한다고 해도 들고 갈 수 없기에 아쉽습니다.

 


그물이 드리워진 저수지의 배수관을 지나 마을을 지나고 산자락에 풍차가 있는 아가페 유스호텔과 마주하는데, 여기서 서해랑길은 정문으로 언덕을 올라야만 하지만 여지없이 김하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동차에 승차하여 버려 작은 봉우리들을 오르지는 않았지만, 정상적인 서해길의 도로와 접하면서 이곳이 금북정맥이란 걸 알고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그대로 필수 경유지가 있는 67코스 종점인 연포해수욕장으로 이동해 버립니다.

 


송림이 우거진 해수욕장은 비수기라 인적이 없어 그대로 차를 타고 넓은 주차장이 있는 도황1리 다목적회관 옆의 안내도에서 QR코드를 찍습니다.
이로써 순식간에 2개의 코스를 마무리 짓지만, 우리에겐 개미지옥만 같은 이 태안을 빠져나오려면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안위합니다.
태안이 좀처럼 서해랑길을 놓아주지 않고 11개 코스로 뺑뺑이로 돌려 놓았기에 또다시 이곳을 찾기에는 여러모로 무리가 있습니다.

 

 

==== 서해랑길 66코스 ====

서해랑길을 휘어 돌고 있는 도로를 벗어났지만, 마을길과 농로에 막혀서 워낙 고역이 아니라서 차량 알바까지 합니다.
이런 길을 이어 간다는 것도 만만치 않음을 체감하는 서해랑길의 차량 투어입니다.
차로 도로를 따르다 보니 항구에 제법 흥청거리는 회타운이 형성되어 있어 김하사와는 헤어질 결심으로 회를 제의했더니 아직은 아니랍니다.

 

 

차량 투어 중....

 

 

차량 투어 중....

 

차량 투어 중....

 


 
그래도 코스 인정인 3개의 필수 경유지만은 두 발로 찍고자 하는 양심은 가지고 있어 몽산포까지 9.3km 지점인 진산리에서 내립니다.
갯벌 체험장 전 펜션 마을에서 필수 경유지를 찍고 무인카페를 지납니다.
해안가를 따라서 펜션들이 참 많고 앞에 도시가 형성된 것처럼 솟아 있는 커다란 건물들은 공사가 중단된 리조트의 건물입니다.
방치되어 흉물스럽지만 만만치 않은 대가를 치렀을 건물주와 관련된 업체를 생각하면 안쓰럽기도 합니다.

 


태양광 발전단지가 펼쳐지고 코에서는 바다 내음이 느껴집니다.
리조트들이 나오고 종점이라 착각했던 몽산포항입니다.

 

 

 


이미 필수 경유지를 3개를 다 통과 하였고 김하사의 귀가 길이 염려되어서 호출을 했더니 역시나 몽산포항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여간 우리의 심리와 동선을 기가 막히게 알고 있고 적절하게 대응하여 자꾸만 의지가 되지만 안전한 귀가를 위해서는 이제는 정말 헤어져야 할 시간입니다.

 

 

 


몽산포항은 수산물을 판매하는 가게와 식당이 분리되어 운영되고 있어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여기서 숙박을 하든 끝자락인 몽산포야영장까지 자력으로 이동을 하고자 했는데, 김하사님의 1구간을 더 단축시키자는 긴급 제의을 받아 들여 서두르다 보니 마음은 급해 음식은 주마간산입니다.
그나마 우리는 술이라도 한잔씩 하며 아쉬움을 달래는데, 김하사는 물잔만을 기울이다가 차에 올라 몽산포야영장까지 순간이동을 합니다.

 


해가 기울어 가며 하늘에 날던 새들도 보금자리를 찾아간 듯한데 해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좋은 집 나와서 아지트를 구축하는 사람들과 해변과 스카이워크을 거닐고 있는 사람들로 휴양의 분위기인데 해저물녘의 나그네들은 바쁩니다.
몰빵과 주군은 안내판에서 인증 QR을 찍자마자 소나무 숲으로 사라져버립니다

 

 


서해안의 해가 힘을 잃고 뉘엿해져 갑니다.
해수욕장은 태안 달산포, 청산포 해수욕장과 연결되어 13km에 달하는 동양 최대의 긴 해변이란 설명입니다.
태안해변길 4코스 솔모랫길 아치문으로 들어가 소나무 숲속을 걷습니다.

 

.
달산포해수욕장이 필수 경유지가 됩니다.
솔모랫길은 청포대해변을 지나 드르니항까지 13km 거리인데, 난 이미 이 길을 두 번이나 걸었었지만 이렇게 걸으니 새롭습니다.

 


뒷짐을 지고 걸어도 맨발로 걸어도 전혀 부담 없는 길이 계속됩니다.

 

 


소나무 사이로는 해가 걸리고 우리들의 발걸음은 빨라져서 염려했던 몰빵의 걸음걸이가 절룩 거려지는데 청포대해수욕장 진입로에 김하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65코스의 종점.시점까지를 더 한다면 필수 코스 3개는 인증한 셈이니 더 망설이지 않고 차에 올라 태안군관광안내소에서 태안의 마지막 인증을 합니다.
행정구역 때문인지 숙박시설도 없는 천수만로 방파제의 한가운데에 다가 만들어 놓아 생뚱맞는 곳입니다.
하여간 반나절 만에 4코스를 클리어하고 태안을 벗어났으니 우리에겐 북진을 해왔었던 대천해수욕장까지 이어야 하는 의무감이 생겨버렸습니다.

 

 


장리포구로 이동하여 궁무인텔에 첫날밤의 아지트를 잡습니다.

 


김하사는 저 먼 길을 홀로 어이 내려갈런지 염려하는 우리를 두고서 되레 캔맥주와 안주를 내어 놓은 챙김에서 헤어짐이 더 아쉽습니다.

 


호텔에 배낭을 내려놓고 술 한잔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지만 7시도 전인데도 가게와 식당은 문을 닫았고 주변의 시설들도 폐업 수준입니다.
몰빵의 기치로 문을 두드려서 겨우 소라무침을 테이크아웃했지만 소주를 5천 원씩이나 받은 건 너무했습니다.
어쨌든가 주변에 먹거리가 없는 덕분에 야근 후 강행군을 한 주군은 빠른 취침으로 피로를 회복하고 우리는 건강을 챙겼습니다.

 

*** 서해랑길 5차(서해랑길 69코스 ) ***
-.일자 : 6월 24일
- 서해랑길 69 코스  : 의향파출소-태배전망대-의향해수욕장-망산고개-만리포해변 (13.4 km)

 

뭐야 이거..
뻘에 박혀 기울어 있던 배가 부양해 있고 바로 앞에까지 바닷물이 찰랑거리는 오션뷰의 펜션 이였네.
라면으로 간단 조식을 챙겨 먹고 주인장의 출타에 상값 1만원과 키와 함께 놓아 두고서 마지막날의 여정을 시작한다.

 


오늘의 69코스는 13.4km로 짧기도 하지만 웬만하면 직선화를 시킬 것 이라서 여유가 많다.
근데 너들 어디 가니?
막 서해랑길안내도를 넘었는데 슈퍼에서 캔맥주를 구입하고 방파제의 정자에다 아지트를 구축하여 마을 분들의 접근을 차단 시킨다.
안 걷고 노는 게 참 재미지고 좋다.
마을 청년 어르신에게 혼쭐이 나고 서야 물러 나는데 마을분들과는 그새 정분이 쌓여서 헤어지는 인사가 정겹다.
지역을 알고 주민들과의 이런 교류가 서해랑길이 추구한 진정한 의미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미 주태백이가 되어 버렸기에 이태백켐핑장으로 휘돌아 가는 구름포해수욕장을 싹둑 잘라서 의항해수장으로 간다.
우린 그 동안에 서해랑길의 만점을 받기 위해 경로 이탈을 극도로 경계를 했고 필수경유지들을 모조리 찍어 왔지만 이번 출정으로 인해 인식이 달라져서 국가 공인 60점만을 넘기기로 한다.
고지 곳대로 했다가는 몇 년이 더 걸릴지도 모르게 생겼다.
짙은 해무가 사위를 감추어 버렸다.
십리포 의항해수욕장은 모래사장에 폐장 된 해수욕장의 흔적들과 패들보트의 장비들이 을씨년스럽기만 하고 십리란 허풍을 감추어 놓았다.

 

 

 


서해랑길이 산길로 유도되고 있지만 도로를 따라 올라간다.

 


안개가 드리워져 미지의 세계로 빨려 들어간 이 기분은 아무래도 취기 때문인 것 같은데 쉬었다가 가자.
3박 4일을 집나 온 우린 점점 초래해져 가고 있고 몹시도 피곤하다.
정자가 숙소보다 편안하게 느껴지고 있고 금방 깊은 수면에 빠져든다.

 

 

 


이정표는 도로를 벗어나 아득한 숲길로 인도를 하고 백리포의 입간판이 만나는데 딱히 내려갈 방법도 마음에도 없어 그냥 내려간다.
우리나라 땅덩어리가 얼마라고 이곳의 해수욕장들은 십리포 백리포 천리포 만리포 등의 과대 홍보로 호객을 하고 있으니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태안군수를 구속해야 한다.

 


산골마을 분위기가 천리포해수욕장으로 바뀌고 밀물에 들어난 백사장은 진짜루 넓다.
만리포가 지척에 다가와 있고 시간도 이르지만 더 이상을 진행 한다면 맞을 것 같고 팀도 와해될 것 같은 분위기라서 편의점이 있는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우리에게 소주만 있으면 하루가 즐겁다.
더구나 이곳은 피크닉의 최적지인만큼 누구 눈치 볼 것도 없다.
아예 돗자리를 구입하고 급조된 삼겹살까지 공급하여 제대로 피서 분위기를 즐긴 후 긴 오침에 들어간다.
이런 모습을 김하사가 봤다면 과연 와 줄까 도 싶지만 이건 중년들의 일탈이 아니라 3박 4일을 걸어 왔던 것에 대한 보상이다.
그래야만이 축적된 힘과 추억으로 다음을 기약할 수가 있다.

 

 


근디 몰빵 너 도깨비처럼 어딜 그렇게 싸돌아 댕긴 겨? 몽유병 걸린 건 아니지?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돗자리를 목에 건 몰빵이 해맑아 졌다.

 


산으로 올라 가는 것은 강화도의 평화전망대에서부터 서해랑길을 쭉 이어온 우리들에게 해당하는 건 아니다.
만리포까지 다이렉트로 연결하기로 한다.

 


해변이 도시녀 처럼 세련미를 풍기고 천리포수목원 매표소앞을 지나 만리포해수욕장으로 들어 선다.
한낮의 열기에 해수욕하기가 딱 인데 밀러 난 썰물을 따라서 사람들이 해안선을 그리고 있고 사람도 많고 넓기도 넓다.

 

 


노래비앞에 서해랑길안내도에서 QR코드를 찍어 오늘의 어설펐던 일정이 마무리 된다.
7.6km을 걸었으니 절반에 가까운 5.8km를 잘라 먹었고 6시간 20분이 걸렸다.

 

 


귀향하여 김하님과 함꾸네 즐건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술을 절제하고 그늘을 찾아 든다.
누우면 잔다.
혹시 우리 하루 종일 잠만 자는 기면증에 걸린 것은 아니겠지?

 



김하사님이 오전 근무를 마치고 그 긴 거리를 달려 픽업을 왔는데 그 덕분에 우린 서해랑길을 럭셔리하게 이어가고 있다.
먼저의 챙김이 있고 배려를 하는 이런 사람이 있다는 건 우리에게 행운이고 복이다.
순천에서 이쁜 친구들과의 회포로 우리들의 인생은 풍부해 졌으니 모두가 소중한 인연들이다.

 

 

*** 서해랑길 5차(서해랑길 70 코스 ) ***
-.일자 : 6월 23일
- 서해랑길 70 코스  : 학암포해변-구례포해수욕장-신두리해수욕장-웅도-의향파출소 (19.2 km)

  
순간 순간의 결정과 순발력으로 하루의 일과가 결정되고 있고 잘 먹고 걷고 마시고 자는 참 단순한 날들의 연속이다.

태안서시장

 


국토종주를 이어가면서 먹어야 산다는 걸 학습하게 되었고 터미널을 찾아 가다가 막 문을 열고 있는 국밥집에서 조식을 하며 지역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일단 학암포까지 가는 버스는 많고 지나 왔던 구 터미널버스정류장에서 타면 된다는데 막상 버스의 배차시간은 이곳 주민들의 기준일 뿐이다.
어제 이원면에서 택시 하나를 보지 못했다가 줄지어 서 있는 택시를 빠니 보면서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건 기다림에 익숙치 않은 우리들에겐 고문에 가깝다.
3만원과 시간을 맞바꾸어 택시에 올라 학암포로 간다.

 


뭐야 이거 완전 유원지 잖아...
모텔과 음식점들이 즐비하여 어제 펜션 사장님이 이곳까지 태워 주겠다는 걸 굳이 태얀읍까지 이동 했었던게 후회스럽다.

 


서해랑길안내도와 해안의 학암포표지석에서 70코스 인증을 하고 신발끈을 조인다.

 

 


야영장의 분주함이 하루를 열고 있고 몰빵의 화장실 이용시간에 주군과 편의점의 쉼터에 자릴 잡는다.
통닭대신 쏘세지가 안주가 되었는데 한잔술도 넘기기 전에 시내버스가 미끄러져 들어 와 있어 안주거리를 자처한다.
우리 대체 뭐 한 거지,,, 돈 자랑질 한 겨......
하여간 이 동네는 친절도가 넘쳐 주변 부동산정보를 모조리 수합하였지만 전 국토를 소유한 우리들로써는 흥미가 없다.

 

 


학암포해수욕장이 섬 하나를 거느리고 있다.
시원한 해풍이 세파에 쌓여 있었던 번뇌의 찌꺼기들을 청소기의 먼지비움 기능처럼 말끔하게 비워 놓아서 마음의 여유공간을 확보해 놓았다.

 

 

 


이 곳은 서해랑길의 중소 도시쯤은 될까?
깔끔한 등로가 구례포해수욕장을 이어 준다.

 


썰물에 모습을 들어 낸 거대한 백사장의 하얀 속살이 유혹한다.

 


신발을 벗어 들고 나와 몰빵은 지구와의 직접 교류에 나섰고 주군은 캠핑장이 있는 석갱이로 타박타박 걸어 가고 있다.
모래사장에 살랑거리는 하얀 파도와 갯내음을 오감으로 느끼면서 여행자 모드가 되어 감성에 젖어 들었고 캠핑장에 박혀 있는 필수코스가 제자리로 돌려 놓는다.

 

 

 


작은 언덕빼기를 넘어서자 노란 금계국이 활짝 피어 환영하고 확 달려든 망망대해가 낯설다.

 

 


언동해변은 숲길로 유도하나 우린 모래 사장을 거닐기로 한다.

 


조개가 있고 조약돌을 야무지게 붙들고 있는 해삼도 있어 자꾸만 물욕이 생긴다.
허리를 굽히고 있는 사람들을 따라서 맵싸리고동을 하나 둘 줍다 보니 봉지가 빵빵해졌고 돌만 뒤집으면 붙어 있어 갯바위를 떠나지 못했는데 경로이탈로 한참이나 되돌아서 나온다.

 

 

 

 


제자리도 되돌아 왔을 땐 몰빵의 부상자가 생겨 버려 전력에 손실이 생긴다.

 


숲 속의 산길이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있고 우측은 짐작도 가지 않을 만큼 넓은 백사장이 이어지는 이런 천혜의 장소에도 가계 하나가 없는 게 의문이다.

 


인적이 느껴지고 산길을 빠져 나오자 신두리해변은 까마득하게 물러 나 있어 결국 채취한 해산물은 선순환을 위해서 나그네에게 넘길 수 밖에 없다.
식당만 있었어도 쏘주 일잔 하면서 원기 보충을 했을 텐데 아깝다.

 


바라길 아치를 넘어 신두리제방을 이어간다.

 


썰물에 들어 난 백옥같은 모래사장은 너무 매혹적이라서 조강지처 와도 같은 신두리사구를 과감하게 버린다.

 


한 없이 부드러워 보이던 모래사장은 막상 발목이 뼈져 들고 파도가 만들어낸 모래톱의 엠보싱화에 발걸음이 뒤퉁거려져서 파도가 찰랑이는 해안으로 붙는다.

 


쉼 없이 밀려 오는 파도가 만들어낸 무늬가 해변의 낭만을 불러 들이지만 이 또한 조개껍질이 밟혀 만만히 않으니 괜스레 저 신두리사구를 기웃거려 본다.
푸르름에 덮여 있는 사구에 낙타 마냥 사람들이 하늘금을 그리고 있어 보기엔 참 좋다.

 


사람 보기 힘든 이곳에서 펜션 단지가 해변을 경계 짓고 있다.
필수경유지가 있어 모래사장을 빠져 나와 하늘과바다사이의 리조트로 들어간다.
오아시스만 같았던 리조트는 규모는 큰데 슈퍼 하나 달랑 있고 리조트의 끝자락에서야 식당가가 형성 되어 있다.

 


요리사인 실장에게는 큰소리를 쳐야 만이 소통이 가능 하지만 창 너머로 해변을 바라 보면서 우럭탕에 소주 한잔씩을 나누고 있으니 우리가 여행객만 같다.
코스 조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뚜벅이들에겐 이런 곳이 시. 종점이 되어야만 한다.

 


한낮의 햇살이 피부를 찌르고 숨이 탁 막혀 온다.
확실한 목적이 있으니 진행만은 순조롭다.
인적 없는 거리에 우리들 만이 타박타박 걸으며 정적을 깨고 있고 처박혀 있는 4룬 오토바이를 보며 순간 이동도 꿈꾸어 본다.

 


방성제방을 따라서 간다.
건너편에 우리의 종점인 의항포구가 뻔이 보여도 바다가 육지가 아니니 갈수가 없다.

 


뭐 오늘 중으로는 가겠지, 일단은 쉬었다가 가자.
솔솔 불고 있는 바닷 바람이 살결을 어루만져주어 잠이 절로 들었고 차 소리 마저 도 듣지 못했다.
바다에는 요트를 손질하는 사람이 있을 뿐 고요하기만 하고 차 없는 도로다.

 


오디 나무에 매달려서 손에는 보랏빛 물이 들어간다.
마을 뒷산으로 소근성 이정표가 있다.
저 야트막한 곳에다 왜 성을 쌓았어야 했는지는 지금의 지형상으론 알 봐도 아니다.

 


차로 와 같이하는 방조제를 걷는다.
방조제가 논이 아닌 호수 만한 양식장과 웅덩이만 같은 저수지를 가르고 있는데 태안반도에는 양식장이 참 많다.

 


마을이 나오고 전원주택만 같은 이쁜 집에서 산길과 해안로로 갈라서나 그냥 간다.

 


만조만 아니라면 이 해안로가 산을 빙 둘렀을 것만 같은데 어쩔 수 없이 올라 간 산은 고되다.
산부엉이와 소쩍새는 왜 그리 울어 대고 있는지 사나이들을 더 초라하게 한다.

 


보수 공사중인 의암제방길이다.
한 구간만 진행하기로 약조를 했으니 더 진행도 못하지만 태안 구간에서는 숙소도 문제가 된다.

 


제방의 끝에인 의항마을의 입구에 펜션이 있다.
배낭부터 벗어 선점을 해 놓고는 파출소앞의 서해랑길안내도에서 70구간을 크리어 시킨다.

 


딱 봐도 이 동네에는 식당이 없어 보인다.
밭일을 하고 오는 주인을 붙들고 식당에 들어 갔지만 우럭매운탕을 속성으로 끊여 놓고는 다시금 밭일을 나갔는데 말끔한 양복을 입은 남편은 우릴 경계하고 회의가 있어 나가라고 하는 쪼잔한 모습이다.
허나 이 마을은 조식을 위해 라면과 안주용으로 꽁치를 구입하는데도 김치 한 포기를 내어 주고 주차 된 차량이 들이 받쳐도 상대방을 더 걱정 해주는 사람도 있다.

 


취침주 상차림에 상이 부러졌고 주군은 세상에 불만이 있는지 음식을 젖가락질로 쉼 없이 휘젖고 쇠통구리처럼 돌돌 말기만 하더니 지풀에 잠이 든다.
하여간에 먼저 꼬구라진 넘이 장사인 타향에서의 밤이다.

*** 서해랑길 5차(서해랑길 도장 찍기-2) ***
-.일자 : 6월 22일
- 서해랑길 도장 찍기 : 74코스, 73코스, 72코스, 71코스,

 

모두들 잘 자고 잘 일어났으니 우리에게 룸의 컨디션을 그리 중요하지 않음이 증명된다.
아침에 지저귀는 새처럼 쫑알거리면서 찾아 든 식당이 사장 마음대로 메뉴라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먹긴 하는데 기본찬 마저 도 젓가락이 안 간다.

 

==== 서해랑길 74코스 ====


오늘도 가로림만을 떨쳐 내기 위한 코스 단축으로 74코스로 이동을 하는데 도로가 경로이다 보니 필수경유지가 찍히고 있고 차에서 내려 국사봉허리길의 필수경유지 하나를 찍어 놓는다.
여기서부터 노인봉을 이어야 만이 필수경유지 3개를 연달아 인증을 하여서 코스를 완료 할 수가 있는데 꾸불꾸불한 산길의 경로는 너무 부담스럽다.

 

 

 


이젠 이리저리로 날뛰는 홍길동식 서해랑길이다.
흩뿌리던 빗방울이 굵어져서 김하님의 우산을 하나씩 챙겨 들고 마을길과 논길을 이어 간다.

 


우산에 토닥거리는 빗소리가 우리들의 목소리를 삼키고 있고 들녘의 초록빛 자연이 철없음을 희석 시켜 준다.
빗속에서도 풀을 뽑고 있는 여인도 맥없이 논길을 걷고 있는 듯한 우리들도 추구하는 목적만은 같을지 않을까?

 


짖어 대는 개를 흉내 내고 있는 주군을 가만 지켜 보던 할머니의 해실한 웃음에서 포용의 외할머니가 겹쳐 진다.

 


왜 이렇게 서해랑길을 이었는지도 지금도 모르겠지만 산길에 피어난 엉겅퀴가 캠핑장 감성조명이 되어 서해랑길안내도까지 이끈다.

 


603 지방도와 접해 서해랑길안내도에서 73코스 QR 인증을 하는데 안내산악회 버스가 도착을 하며 한무리의 도보꾼들이 쏟아져 나온다.
서해랑길에서 버스를 보는 것은 처음인 듯 한데 괜스레 숫자에 제압되어 쫓기는 느낌이다.

 

==== 서해랑길 73코스 ====

  
이들과 섞이지 않으려고 재빨리 앞서 간다.
갓길이 없는 도로에 차량들이 빗물을 튕겨내며 위협하고 있어 자동으로 줄이 세워 진다.
그 나마 이곳은 우리들에게 주유소인 가계는 없어도 김하사의 이동 PX가 있고 듬성듬성 있는 펜션들이 마음의 안정을 주고 있다.

 


73코스와 72크스가 이 도로를 경계로 태안의 최북단인 만대항까지 활주로처럼 뻗어 있어 땅끝까지의 거리 단축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된 구간이다.
최남단에서 이동을 해야 하는 우리에게 이곳은 빨리 벗어 나는 것 만이 정답이다.

 


어디서 잘못 되었는지 트랙이 해안가로 향하고 있는 것을 빠니 바라 보고 있으면서도 접속할 방법이 없다.
도로의 굴다리가 정답이다.

 


우리가 길을 찾는 사이에 단체산객들과 혼합이 되어 해안선을 따른다.
북적거리는 이런 시장 분위기가 참 오랜만이라서 활기는 있는데 정신도 사납고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을 김하사님에게 비교를 당할까 봐 앞질러 버린다.

 


좌측은 거대한 양식장이고 우측은 해무가 삼켜버린 가로림만인데 방죽의 질퍽거림이 한눈을 못 팔게 한다.

 


비가 오는 데도 캠핑장에는 집 나온 사람들이 많아 이들을 은폐 삼아서 특수 작전수행을 하듯이 김하님의 차에 재빨리 올라 타 해안의 끝자락인 만대항까지 순간 이동을 해버린다.

 


만대항에는 고기가 몰려 들듯 차량들과 사람들로 흥청거림이 느껴진다.

 

 

==== 서해랑길 72코스 ====


72코스 서해랑길의 인증을 마치고 김하님과의 헤어짐을 준비한다.
두루누비에는 이곳을 태안의 최북단 항구로 저렴한 가격의 횟집이 모여있는 만대항이라고 소개해 놓았는데 우리네 정서상 뭐라도 먹고 헤어졌으면 좋으련만 이른 시간이라서 반응들이 쉬원찮다.

 

 


헤어짐의 시간을 좀 더 연장 시켰고 71코스를 비포장 임도를 따라 차로 이동을 한다.
반원을 그리고 있는 트랙을 필수코스 하나를 버리고 단축시켰고 이젠 진짜루 김하사님과는 헤어진다.

 


홀로 먼 길을 내려 가야 할 것이 걱정스럽지만 헤어짐은 또 만남을 의미하니 모처럼 배낭을 들쳐 메고 해안로로 내려선다.

 


섬 트레킹의 일반적인 모습이 펼쳐지고 소나무 숲 속의 해안로를 따라 가는 매우 바람직한 서해랑길이 이어진다.

 


전망대에서 서해바다가 보이지 않고 등로는 파도처럼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있다.
이런 풍광 때문인지 비가 오고 있음에도 단체 도보꾼들이 많다.

 


등로가 물꼬랑이 되어 흙탕물이 흘러 내린다.

 


주군은 바다에 물이 빠지지 않고 있는 것은 이 빗물이 채워져서 라는데 몽룡해져있어 꿈결에서 들려 온 듯 하다.

 


곳곳에 있는 안내판에 지명들은 외래어 인듯 영 입에 붙질 않고 있고 조망도 없지만 해무가 드리워진 풍경만큼은 수목화만 같다.

 


트랙은 지 맘대로 끊어졌다 붙었다를 반복하여 신경줄을 잡아 놓더니 꾸지나무골해수욕장에서 마무리가 된다.
해수욕장의 캠핑장은 북적 인다.
빗속에서라도 이런 캠핑을 해야만이 일주일 치를 보상 받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영 이해 불가다.
삶은 각자의 몫이니 우리나 남 눈치 보지 말고 부지런히나 걷기나 하자.

 

 

==== 서해랑길 71코스 ====


캠핑장매점에서 맥주로 허기짐을 마비시켜서 진입로를 빠져 나오며 71코스를 지동으로 이어간다.

 


도로에 흐르는 빗물이 파도를 이뤘고 차로 건너편으로는 우리가 지나 왔던 양식장이 있다.

 


지방도가 서해랑길이 되었고 갓길로 밀려서 72코스와 71코스가 중첩이 되는 내1리 마을로 내려선다.
적당히 해야지 이렇게 바느질 하듯이 진행을 하면은 우리 같은 직장인은 몇 년이 걸려도 땅끝마을을 못 밟게 생겼다.

 


캠핑장입구에 관계자출입금지라 되어 있다.
사목공원캠핑장 안에 필수코스가 있어서 본의 아니게 관계를 하여 버렸고 반성에 의미로써 해안길을 벗어나 살레시오피정센터로 방향을 잡는다.

 

 


웃자란 수풀에 바지 자락이 젖고 신발에서는 개구리 울음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물구덩이를 피해 엉금엉금 기어서 가고 푹푹 빠져드는 늪지대를 지나고 나니 노을이머무는해변이 나온다.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정자에서 두 사람이 소주잔을 나누고 있다.
저 운치를 아는 친구들 보소...
기웃거려 보니 개불을 조금 밖에 잡질 못했다고 오히려 미안해 한다.

 


평온을 되찾은 서해랑길은 해변을 따라서 음포해수욕장으로 들어가고 편션앞을 지나 간다.

 


아무래도 더 이상 진행을 한다고 해도 상가가 나올 것 같지도 않아 청소를 하고 있는 힐링비치펜션 주인에게 바비큐를 먹을 수 있냐 물어 보니 선선히 라면이라도 끓여 주겠 단다.
비에 젖고 굶주림에 떨고 있는 우리에게 구세주다.

 


뷰가 좋은 테라스로 초청을 하고 비빔국수를 내오며 분위기 있는 커피로 마무리까지 하는 완전 럭셔리한 레스토랑이다.
지나가는 객에게 이런 융숭한 대접도 황송한데 종점인 학암포까지도 태워 주겠 단다.
활달한 성격에 우리들 신상까지도 탈탈 털렸지만 유쾌상쾌한 이런 만남에서 생전에 내가 나라라도 구했었나 싶다.
쏟아 지는 비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비멍이 참 좋다.
더 진행을 해본들 논두렁이만 걷게 생겼고 편하고 안락함에 안겨 있는 모습이 들켜버려서 사장님의 차에 냉큼 올라 타 이원읍에서 내린다.

 


버스 정류장이 감옥 과도 같다.
언제 올지도 모를 버스를 1시간을 넘게 기다리면서 택시를 호시탐탐 노리지만 이곳은 택시 자체가 다니질 않는다.
버스에 올라 우리가 유했던 이원면을 지나고도 태안읍으로 이동하는 거리가 만만치 않음을 느끼며 이왕이면 태안읍까지를 부탁했었던 게 화끈거려 진다.

 


모든 걸 포기하고 나니 비도 그쳤고 서시장에서 내려 모텔 대신 컨디션이 좋은 무인텔을 아지트로 잡았다.
펜션 주인장이 추천한 먹거리골목의 장어구이는 5시부터이며 선예약 후 이용이라서 조급한 우리가 찾아 들어 간 가계는 의외로 맛집이고 말도 통한다. 

 


해도 떨어지기 전에 시작해 아직은 초저녁이지만 까불 나이는 지났다.
2차를 순대로 안주삼아 취췸주를 한다.

*** 서해랑길 5차(서해랑길 도장 찍기-1) ***
-.일자 : 6월 21일
- 서해랑길 도장 찍기 : 79코스, 78코스, 77코스, 76코스, 75코스

 

점점 서해랑길에 대한 피로도가 가중되고 일상의 분주함 속에서 후 순위로 밀려 나고 있어 의지와 추진력을 유지시키기 위해서 무더위 속에서도 일정을 잡는다
몰빵의 무릎 상태를 체크하고 쭈삣 거리는 주군의 휴가를 강제한 후 수호자인 김하사님의 일정조정으로 출발은 의외로 순조롭다.  .
어둠을 물리치고 뻗치는 활력으로 삼길포항에 도착 하는데 어째 이동의 시간은 더 걸리고 있어 서해안길을 이어가기가 만만치가 않다.


항구라 우려 했었던 밥집은 많다.

 

===== 서해랑길 79 코스 =====


삼길포항에서 79구간 스탬프를 찍는데 김하사님이 눈길로 서해랑길을 쫓고 있어 좀 무안하다. 
서산과 태안의 구간들이 이동과 숙소 등에서 매우 취약하여서 서해랑길을 계속 이어가야 할 우리들에게는 빠져 나오기 힘든 개미지옥과도 같기에 오늘은 최대한 김하사님의 차량을 이용하여 필수 구간만을 찍고 거리를 단축시켜 놓는데 의미를 둔 출정이다.



서둘러서 승차를 하여서 필수경유지를 향해 이동 한다.
김하사님의 해박한 지식과 이해도로 삼길산을 싹둑 짤라서 한치의 오차 없이 포인트지점에 내려 놓는다.
트랙에는 필수경유지가 찍혔고 배낭을 차에 실어 놓은 채로 가벼웁게 트랙을 이어 간다.

 


햇볕은 쨍쨍하고 들녘은 활착한 벼들로 잔디처럼 새파랗다.
길가에 돼지감자가 영역을 확보하였고 대산산업단지 때문인지 롯테케미칼아파트 사옥이 논 한가운데 우뚝하게 솟아 생경스럽다.

 


편의점이 있어 도보꾼들에게는 오아시스가 될 곳이지만 출발한지 이제 겨우 30분 남짓 되었고 김하사님이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길을 안내한다.

 


바둑판만 같은 들판에 이정표가 전봇대마냥 곳곳에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고 우리들은 썰매견과 같은 질주본능으로 쭉쭉 거리를 좁혀가며 대산읍 연결도로의 옆길을 따라간다.

 

 


정형외과가 제법 크고 편의점 등이 있는 한적한 읍내의 대산버스정류장에서 3개의 포인트를 찍고 81코스를 완료 시켜 버린다.
8.23km를 걸었고 1시간 10분이 걸렸다.

 

 

 

 


뭐야 이거......
이렇게 융숭한 접대를 받아도 되는 겨?
김하사님은 아이스 박스에 캔맥주와 물까지 준비하고 우릴 기다리고 있다.

 

 

===== 서해랑길 78 코스 =====

 


곧바로 78코스의 필수 도장 찍기를 위해 황성 2리 마을회관을 찾아 이동하지만 우리는 아무런 거리낌을 느끼지 않고 있다.
만조 시 다시금 대산버스정류장까지 되돌아 와야 하는 위험구간이 존재하고 있음이다.

 


논길 산길이 계속 된다.
이런 단순한 풍경의 연속성이 서해랑길을 잇고 있고 이정표가 증표가 된다.

 

하얗게 피어난 개망초가 더위를 불러 들인다.
고기압이 장마전선을 누르고 있다는데 체감 온도가 40도는 육박해도 딱히 쉴 곳도 없다.
온열질환 예방수칙이 꺙그리 무시되고 있는 서해랑길의 현장이다.
우리들은 완주가 인증 되는 필수경유지 3개만을 찍어 코스를 마무리하기로 한 선택에 자화자찬들을 해간다.

 

 

 


마을의 갈림길에 진충사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헷갈림이 있지만 산길의 그늘진 숲에서 안정을 찾는다.

 

 


뭐야, 이정표에서 떨쳐 냈던 진충사가 있다.
사찰인듯 사당인듯 아리송한 진충사는 나중에 인터넷 검색을 하기로 하고 자그마한 언덕베기를 빠져 나오니 우측으로 태양열펜널과 갯벌을 붉은 색으로 물들인 칠면초가 눈길을 붙잡는다.

 



아직 종점은 거리가 남아 있는데 김하사가 마중을 나왔고 마라톤에서 물을 공급해주듯 건네는 시원한 맥주에 새콤한 보리수열매가 안주가 된다.

 


이젠 얼마 안 남았다.

 



뚝방이 더위를 가둬 놓아 땀이 흐르고 곧 마무리 될 것만 같았던 길은 마을을 휘어 돌아 도성 3리의 서해랑안내판에서 종지부를 찍는다.
이게 바로 서해랑길의 도장찍기다.
10km을 걸었고 1시간 45분이 소요 되었다.

 

 

이런 곳에 종점이 있으니 숙박시설이 있을 리가 없어 3박 4일을 연속 진행을 해야 할 우리들에겐 최악의 코스인 셈이다.
주변 상황으로 보아선 꼼짝없이 굶주리게 생겼고 해가 가장 긴 오뉴월에 감정은 바짝 타 들어 가 트레블이 아닌 트러블이 될 것만 같다.

 


김하사 차에 올라 식당으로 이동한다.
갈비탕에 소주 한잔이 재활의 에너지가 된다.

 

 

 

===== 서해랑길 77 코스 =====

  
자동 승차하여 3개의 점만을 남겨 놓고는 걍그리 무시해 버린다.

 


순간 이동을 하다 보니 적응이 쉽지가 않지만 흑석반월 길에 들어 서면서 트랙에 필수경유지가 찍히고 서해랑길 77코스가 자동 스타트 된다.
흑석리의 엠마뉴엘 교회가 조망될 뿐인 농로를 따라 간다.

 


움직임이 감지된다.
외국인들이고 농산물을 거둬 들이고 있고 양파의 사이즈가 엄청 크다.
논은 벼로 파랗고 밭에는 수확 후에 버려진 듯 한 감자들이 자갈처럼 널려 있어 감자조림이 최애 식품이란 몰빵은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도로는 마을을 잇고 골목은 집들을 연결하지만 인적 없음이 지방소멸을 말해주고 외국인 인부들의 부지런한 발걸음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언덕베기에 올라 선다.

 


양파를 가득 싫은 트럭의 위태로움을 빠니 쳐다보면서 염소처럼 오디나무에 매달려서 입술이 까매지도록 따먹는다.
햇볕이 쨍쨍한 한여름에 개미와 베짱이와 다름이 없어 보이지만 우리들 또한 우리들이 삶을 영위해 가고 있는 방식이다.

 


흑산소류지를 지나고 팔봉초등학교가 얼마 안 남았다.
표지기와 이정표가 수시로 길을 안내하고 있어 자원봉사자들의 정성이 갸륵하다.

 


팔봉산을 빠니 바라다 보면서 가로림만 방조제를 따른다.
서산팔봉산은 금북정맥시 올랐고 안내산행으로 몇 번 왔었던 곳인데도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가로림만에는 칠면초가 가득하고 새파란 하늘을 새하얀 구름이 붓칠을 하더니 무지개를 만들어 놓았다.
신비로운 자연현상에서 발걸음이 멈추어 진다.

 


팔봉수산을 지나자 김하사님이 나무 그늘에서 기다리고 있고 지나가던 주인장은 무심한 척 의자까지 내어 준다.  
툭 던지는 충청도의 어감이 쉼을 편안하게 한다.

 


양길교를 건너 팔봉초등학교 버스정류장의 서해랑길안내도에서 또 하나의 코스를 크리어 시킨다.
10km애 1시간 45분이 걸렸다.

 

 

===== 서해랑길 76코스 =====


76코스 필수인증 찍기에 들어간다.
이 구간은 본격적으로 해안선을 따르면서 쌍도가 있는 해안 깊숙이까지 들어 갔다가 꼭지점에서 반원을 그리면서 돌아 오게 되어 있어 노을빛바다캠핑장을 목표로 이동한다.
이곳 태안구간에 편의시설들이 없어 캠핑장의 매점에서 커피를 마시고 캔맥주를 리필 하는데 친절도 만큼은 남다른 곳이다.

 


간척지 제방을 따라 간다.

 


해변에 찰랑거리는 바닷물이 생경스럽고 초록의 갈마리간석지뜰이 평화 롭다.
서해랑길은 산으로 올라 가는데 여인의 허벅지처럼 들어난 해안선이 유혹을 한다.

 

 


어쩔 수가 없이 해안선을 따르다가 자락길의 이정표에서 산길로 붙는데 몰빵이 다리 통증으로 절름거린다.
비록 널뛰기는 하고 있지만은 누적된 거리가 30km에 달하고 있으니 무리가 될 수 밖에 없다.

 


숲은 아늑함을 안기나 답답하다.
태안구간의 현지 상황이 파악 될수록 김하사님이 낼까지도 같이 해주길 은근 기대해보지만 어림 없을 것이다. 

 

 


개활지의 언덕베기가 힘을 빼 놓고 평상의 쉼터에서 가로림만 해안가를 향해 내려선다.
코를 자극하는 역한 거름냄새에 호랑이와 떡 파는 소녀상을 곁눈질 하며 속보로 지난다.

 


길은 해안로에 붙어 데크길로 이어지고 가로림글램핑장은 햇살을 정면으로 받고 있어 낙조 보는 대가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해안가를 싹둑 잘라 먹고 구도항에 도착하여 76코스 인증을 한다.

 


여객선터미널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하사님의 순간 이동을 해버린 우릴 놀라워하면서도 시원한 음료를 건네는 챙김만은 잊지 않는다.
3.9km 1시간 5분이 소요 되었다.

 

===== 서해랑길 76코스 =====

계속 원거리 이동과 숙박을 해야 하는 우리들로써는 어쩔 수 없이 김하사님의 차량 도움을 받아서 이를 빠져 나오는 기회로 삼아야만 한다.

가로림만이란? 서해바다와 접해있어 충남서산시와 태안군의 내륙 깊숙이 호리병 모양의 만이 형성되어 있는데 전체해안둘레가 162km 이르는 반 폐쇄성 호수형 바다.

 


75코스를 잇는 트랙의 필수 코스간 거리가 만만치가 않아 편법에 또 유도리를 발휘하여 차로 필수코스를 인증하기로 한다.

 


이화산 자락의 비포장 임도에 웃자란 나뭇가지들이 차에 스치고 덜컹거려서 좌불안석이다.

 


트랙의 필수 경유지에 불이 들어 오자 마자 턴을 하여서 청산리 감태마을에서 내린다.
반계저수지에 다리가 놓여 있어 후답자 들은 저수지의 내륙 깊숙이를 들어갔다가 나와야 할 수고로움은 덜어 준 것 같다.

 

 


김하사님이 길잡이가 되어 먼저 지나가고 도로를 따라서 청산리나루터를 향해 간다.
바다의 건너편에는 지나왔던 구도항이 조망되고 있어 탁상 행정만을 탓해 가며 타박타박 걷는다.

 


해가 힘을 잃어 가고 우리들도 기운이 딸려서 연체동물처럼 되어간다.
청산1리 다목적회관이 목적지였으면 좋으련만 도로는 계속되고 낚시펜션을 지나 청산리나루터에서 오늘의 일정을 접는다.
건너편의 구도항이 지금 것 너들 뭐를 했냐며 빠니 처다 보고 있는 곳이다. 
11.06km에 1시간 42분이 걸렸다.  

 


필수경유지 인증만을 찍어 대면서 5구간을 끝마칠 수 있었지만 서해랑길은 여전히 땅끝마을로 가길 거부하며 주변만을 맴돌고 있다.

 

 

 



원북면으로 이동하여 숙소부터 찾는데 남원장이 유일하다.

 


주인장의 추천으로 낚지 전문인 원풍식당에 들어간다.
이곳이 은근 맛집인가 본데 우린 이를 알아 보지 못했고 한잔 술에 기분이 업 되는데 영업종료 란다.
이제 겨우 8시인데……

 

 


집 나온 아자씨들이 딱히 할 일이 없어 노래방을 기웃거려 보다가 룸에 들어와 아쉬운 회포를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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