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불암산 산행(구리둘레길로 이어진 4일째 산행)

camsang 2026. 8. 3. 16:54

*** 폭염을 뚫고 오른 불암산 ***

-.일자 : 2026년 7월 28일
-.코스 : 불암산역-불암산-삼육대학교-갈매역(8.4km/3시간)


폭염 속에서도 오늘로 4일째 산행에 나선다. 삼시 세끼 밥을 챙겨 먹듯 운동이 일상이 된 데다, 상경한 김에 수도권의 산을 포기할 수 없는 유혹도 한몫했다.
평일이라 그런지 국밥집에는 술 한잔으로 피로를 달래며 세상을 한탄하던 그많은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불암산에 가기 위해 상계역에서 내려야 했지만, 실수로 중계역에서 내리고 말았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노원역으로 이동해 4호선으로 환승한 뒤, 아예 불암산역에서 내린다.
트랙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몇 번 찾았던 익숙한 곳이고 서울둘레길도 연계되어 있었지만, 막상 물을 살 만한 가게가 보이지 않는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불암산 자락의 서울둘레길에 접속하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역으로 돌아가 편의점에서 물과 우의를 구입한다. 주인이 매우 불친절하여 그냥 나올까 했는데 나중에 배낭을 확인해 보니 우의가 이미 들어 있었다. 길을 헤매느라 거의 한 시간을 허비했고, 그사이 기온은 더 올라 있다. 마음은 가라앉고 몸도 축 처진다..
날씨도 우중충하고 습도가 많아 들어선 등산길이 어수선하다.
그래도 괞찮다. 수도권의 산길은 어디든지 연결되어 있음을 잘 알고 있고 이 길 또한 선답이 있다.
불암산이 나만을 위해 등산로를 만들어 놓았고 산객들마저 통제시켜 놓았지만 날파리들만큼은 자유로워 눈앞을 빙빙 돌고, 귓전에서는 헬리콥터 소리를 내며 성가시게 따라붙는다. 이들이 그저 놀아 달라는 것인지, 아니면 나의 정신을 산란 시켜서 객사로 이끌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암벽에 폭포수가 떨어지고, 곳곳에는 꽃들이 피어나 있다. 자연스럽게 무릉도원을 떠올리게 하는 경수사에 들어선다.
고요한 사찰 안에서 발자국 소리마저 조심스러워진다.

 

 

계곡을 따라 물소리가 이어지고, 천보사 이정표가 모습을 드러낸다. 조금 더 올라가자 천보사 진입로가 있다. 인적이 끊긴 태고의 사찰처럼 길 곳곳에 이끼가 끼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입구에서부터 사찰을 경유해서 나올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계곡으로 흐르는 물의 양은 점점 많아지고, 곳곳에는 깊은 소(沼)가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안전을 위한 핸드레일이 계곡으로의 출입을 막고 있어 가까이 다가갈 수는 없다.
물소리와 새소리만 들려오는 지극히 평온한 자연 속이다. 모든 것은 주관적이다. 지극히 평화로워 보이는 이 환경속에서도 새들도 먹이활동을 해야 하고, 거미도 거미줄을 쳐야 하듯 나 역시 땀에 옷을 적시며 고단한 오르막길을 이어간다.
이 또한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일 것이다.

 


바위틈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불암산약수터에 도착해, 잠시 생명수를 공급받는다.

 


불암산정상을 올르기 위한 암릉 대신 흙길을 택한다. 하지만 마른 계곡의 흙은 빗물에 쓸려 내려가고, 드러난 잔돌 때문에 등산로마저 유실되어 거칠기만 하다. 거친 길을 따라 수락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에 올라선다.

 


그늘은 사라지고 따가운 햇살이 바람을 대신해 덤벼든다. 피할 방법은 없다. 쥐바위를 지나 불암산 정상에 올라선다.
매일 오르는 동네 산보다 고작 100m 높을 뿐이지만, 불암산의 위풍당당함은 국보급이다. 북한산과 도봉산은 오지 말라는 듯 구름을 병풍삼아 풍채를 숨겼고, 건너편 수락산은 어쩐지 아득하게만 보인다
정상에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식혀준다. 나무 그늘에 앉아 한창 바쁠 도심을 내려다본다. 아직은 산업전선에 몸담고 있어 사회에서 밀려난 처지는 아니지만, 어쩐지 주류에서 떨어져 나온 듯한 허전함은 남아 있다.
그래도 좋은 풍광을 바라보며 좋은 생각만 하자.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이렇게 산에 오를 수 있는 복이 나에게는 있지 않은가.

 


여인들이 정상에 올라왔다가 이내 사라진다. 궁금한 마음에 급경사 계단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 주변을 살펴보니, 정상부를 빙 돌아 불암사로 내려가는 등산로가 있다. 다음 산행을 위한 숙제 하나를 남겨둔다.
바위 위에서는 연인들이 한가롭게 음식을 먹고 있다. 저 여유가 부럽다. 역시 도시의 산이기에 가능한 풍경일 것이다.
깔딱고개 갈림길을 지나 불암산성을 오른다. 자그마한 오름길인데도 몸의 저항력이 떨어졌는지 다리에 힘이 풀리고 땀이 솟는다.

불암산성


세월은 나만 먹는 것이 아니었다. 세월에 깎이고 비에 쓸려 생긴 골짜기에는 새 나무계단이 놓였고, 낙락장송 소나무만이 변함없이 산을 지키고 있다.
길은 산책로처럼 안락하게 이어지고 있지만, 체열을 식혀 줄 바람이 없어 땀은 여전하다. 그래도 과부하는 없어 에너지 효율만은 괜찮다.

 


불암사를 거쳐 온 등로가 합류한 뒤, 노원고개에서 삼육대학교 방향으로 길을 튼다. 매번 궁금했던 곳이라 시간이 넉넉한 오늘이 찾아보기에는 적기다.
길은 좋지만, 출입문이 달린 제한구역과 교육재단의 안내문이 보여 조심스럽기도 하다.

 

 


관리된 덕분인지 산림은 잘 가꾸어져 있고, 임도를 따라 제명호로 들어선다. 학 한 마리가 고목에 앉아 있어 동양화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사색하기에 제격인 이곳은 주민들의 쉼터로 조성되어 있다.
처음의 긴장감과 달리 학교 안으로 길을 내어 준 것이 고맙다. 

 

 

정문을 나서자 따가운 햇살이 쏟아져 방향감각을 흐트러뜨린다.
휴대폰 지도를 돌려 가며 육교를 건너고, 태릉골프장을 끼고 조심스럽게 이동한다.

 


구 경춘선의 경춘선숲길 종점에서 길이 막힌다. 앞쪽은 구리갈매역세권 공동주택지구로, 개활지 곳곳에서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갈매역까지 가는 길이 개활지로 내내 마음을 졸이게 한다.
서울둘레길을 걸을 당시에도 이쪽 지역은 논을 밀어내고 개발이 한창이었다. 그때 집사람과 함박집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이렇게 다시 구리둘레길을 걷게 될 줄은 어찌 예상했을까.

 


딸이 구리로 이사하면서 구리라는 도시가 새롭게 각인된 탓임은 부인할 수 없다. 지하철을 놓치더라도 씻고 환복하는 일이 최우선이다. 이동 시간이 짧아 귀가가 빠르니, 딸과 함께 점심을 먹고 서울 나들이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