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자산 & 일림산 철쭉 산행 ***
-.일자 : 2025년 4월 29일
-.코스 : 용추계곡-제암산자연휴양림-사자산-골치-일림산-용추계곡
전국에 산불이 도깨비불처럼 날뛰면서 지인의 본가를 다 태워버려 안타까웠는데, 또 대구 함지산에 대형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지면서 진화 작업이 진행 중이라니 산행을 나서는 게 무척 조심스럽다.
마음은 다 같은지라 산악회들도 잠잠하고, 홀로 조용히 다녀오고자 일림산 입구에 들어서는데 그래도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어 안심이 되었으나 용추 주차장에는 차량 하나가 없어 불안스럽긴 마찬가지다.

용추 주차장에서 농로를 따라서 제암산 휴양림으로 이동한다. 벌써 논에는 벼가 심어져 있고 생뚱맞은 나의 등장이 주민들에게 걸려 들어서 강제 브리핑을 받고 이동을 하는데 저분들이 나만큼이나 주변의 산들에 대해서 알까 싶다


제암산 휴양림 입장료가 1000원이고 지역 할인으로 500원을 지불하는데 아가씨가 여기까지 걸어왔다는 것에 대해 무척이나 놀라워하며 추켜세워준다. 이동 거리가 3km밖에 안 되었는데도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출발이다.

오늘은 제암산은 버리기로 했고 마음의 흩어짐인지 계곡길을 선택하지 않고 지겨움의 대상인 도로를 따라서 올라가다가 무장애 데크로 갈아타고서 곰재에 닿는다.




요즘 겉으로 봐선 나이 구분이 안 가는데 남녀란 시너지 때문인지 활기로 넘쳐나는 어르신들이 지나가고 철쭉 군락지가 시작된다. 기대치만큼은 아니지만 잘 왔고 휴대폰 인증을 하려는데 전화다. 내 차의 꽁무니를 쫓다가 초암산으로 틀었다는데 전화질이나 하지 말것이지 왜 내가 너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봐야 하는 레이더망을 가동시키는 거야?

참 좋다. 내 작은 발걸음에서도 이런 풍광을 볼 수 있다는 게 그저 감사하다. 4월의 초록 초록한 푸르름은 생명의 환희이다. 곰재봉에는 혼성팀이 벌나비가 되어 철쭉 군락지를 넘나들며 숨바꼭질로 서로 간을 어필하고 있는데 이 유치한 걸 고스란히 내려다보고 있는 내가 방해꾼이 되어 버렸다. 내가 꽃터널 속으로 숨어들어서 곰재산에 올라선다.







올망졸망한 꽃망울이 앙증스럽기만 하고 전국 제일의 철쭉 평원이라는 것에 토를 달지 않기로 한다. 봄바람 솔솔 불어오고 조막만한 새싹들이 몸을 뒤척이는 생명력 넘실거리는 등로다.







사자산 사면이 해풍의 바람막이가 되어 땀이 솟고 오름길이 고되다. 오늘의 조망은 연분홍으로 채색된 철쭉 군락지로 한정짓고 정상석과 인증을 남긴다.




비박을 했던지 자기 키만큼이나 큰 배낭을 짊어진 동호인들이 거친 내림길에서 삶의 무게에 허덕거리고 있어 간단하게 추월을하여 자연휴양림과 연결되는 고산이재에 내려선다.

이제부터는 보성과 경계를 가르는 완충지대로 푸르른 숲속의 오솔길을 오르내리며 골치재로 향한다.

현란한 색이 섞이지 않는 푸른 숲은 안정감을 준다, 골치재에서부터 본격적인 일림산 산행이 시작되기에 사람들도 많아졌고 오프로드 자전거가 휙휙 지나간다. 오르막길에 쉬운 길의 안내문은 유혹이고 세상사 쉬운 길은 없어 곧바로 골치산 작은 봉에 올라선다. 쉼터는 다른 팀에게 양보하고 나무 아래에서 동반자가 급조한 김밥을 먹는데 왠지 쓸쓸하긴 하다.



와우~~ 철쭉이다. 만개를 앞둔 싱싱한 꽃잎들이 너무 너무 예쁘다. 자꾸만 뒤돌아보게 만드는 철쭉 평원을 올라 정상에 선다.














바다가 보이지 않음은 이곳을 위한 배경일 뿐이고 많은 사람들은 들뜸이 축제의 풍선 소품처럼 여기저기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그렇다고 정상에다 술상을 차린 것은 좀 너무했구만.... 한쪽 구석지에서 철쭉 평원과 교감을 시도하나 머시마의 감성은 금방 메말라 버렸고 꽃밭에서 다시금 수혈한다.








수풀이 제거되고 철쭉나무만 남아 있는 게 분재만 같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철쭉평원과는 다음을 기약하고 용추 계곡에서 나오니 봄의 축제를 만끽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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