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해랑길 도장찍기(서해랑길 49코스,서해랑길 48코스) ***
-.일자 : 2025년 5월 2일

==== 서해랑길 49코스(부안군청-부안신재생에너지테마파크 19km)  중 일부 ====

해는 어느 곳에서나 뜨기 마련이나 올해 들어선 우리보다 빨리 떠 있는 건 또 처음이지 싶다.

 


편의시설 없는 만경평야를 분석하면서 숙박과 민생고를 해결할 수 있는 부안읍을 선택했었기에, 호텔 바로 앞 식당에서 애호박국밥으로 조식을 먹고는 곧바로 택시에 올라 서림공원과 매장공원을 건너뛰고 부안 구암리 지석묘까지 순간 이동을 한다. 비록 김하사의 조력이 없지만 우리는 환경에 맞춰 새로운 것에 적응하고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경험을 활용하는 학습 능력이 있음을 증명한다.

 

 

필수 코스 하나가 찍히고 고인돌 공원으로 들어가자 주군은 사후 무거운 돌 대신 화장을 해달라고 부탁을 하여 수명의 서열을 확실하게 인정받았다. 

 

 

마을 구경을 시켜주고 나온 도로는 자연스럽게 농로로 이어진다. 농토에 젖줄인 수로가 냇물처럼 넓고 양쪽의 공유 땅은 밭이 되어 있는데 이쪽에서는 힘깨나 쓴 사람 일거라는 우리끼리의 판단이다.

 

 

전국토를 연결하는 코리아둘레길이니 만큼 연결로가 필요할 것이고 궁리 끝에 안전이 확보된 이런 길은 자연스러운 선택이겠지만 농로와 수로만을 따라가는 길은 돌을 옮기는 시지프스의 형벌처럼 의미 없는 반복적인 행위이고, 농부들에게는 배짱이의 한량처럼 비쳐질 것만 같다. 그래도 이런 걸음들이 우리들에게는 삶을 지탱하는 근원이 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기에 길 위의 깨달음이다.

 

 

쉼터 하나가 없어 술 한 잔을 나누지 못하지만 밀착된 시간만큼 동지애가 깊어지고 서로 간 의지가 된다. 카톡의 짧은 단편적인 정보로 자기식 해석에 의한 오해도 해소시켜 가며 우리 앞에 남은 세월을 재설계해보는 소중한 시간이다.

 

 

굴다리를 넘어 꽃들이 예쁘게 피어 있는 마을로 들어간다. 안쪽에 등용성당이다. 성당 안에서 구원의 길을 찾은 몰빵은 화색이 돌아왔고 수선화꽃과의 눈맞춤에서 영원히 맑아져서 서해랑길로 되돌아온다. 호랑이 새끼 같은 고양이가 앞서가다 풀숲에 숨어버리고 고랑에는 미나리가 가득하여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이 연상된다. 

 

이곳에서의 농사는 파밭도 양파밭도 대단위라서 괜히 언덕 위에 트랙터도 위풍당당하게 멋져 보이는 곳이다.

수로와 함께하는 길이다.

둠벙에는 수경재배를 한 듯한 수생식물이 가득하고 물을 퍼내 물고기들의 은신처를 습격하잔 작당 모의를 한들 우린 어제 날 잡아가란 잉어도 그냥 두고 와 별의미가 없다. 이젠 주군이 생리현상으로 고독의 시간을 가진다.

 


햇살은 따스해졌고 초록빛 풀과 야생의 꽃들이 어우러진 대지에는 생명력이 가득하여 마음은 상쾌하지만, 너무 단순한 풍경 속에서 부안 신재생에너지 테마파크의 풍력 발전기가 눈길을 끈다. 너른 들판에 배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함인지 수로가 깊어 경운기와 펌프 등이 설치되고 논의 배수관 덮개는 생뚱맞게 높게 설치되어 있다. 

 

조금이라도 거리를 단축해 보려고 논둑을 가로질러 걷는 주군이 선두 지휘를 하여 마을을 벗어난다. 변산 바다로 국도 아래 버려진 쓰레기에는 담금주 병이 있어 몰빵의 눈초리가 달라졌으나 행동은 없어 다행스럽다. 

도로는 사방 넓고 집 한 채가 없는 곳에 서해랑길 안내도가 있고 월포 경로당과 유리창까지 달린 정자가 있다. 너무 이른 시간에 단축 48코스를 마쳤고 쉼터가 있어 우리들의 주특기인 오침의 최적 장소이나 청결도가 영 거시기하여 기웃거리다가 만다.

 

 

 

=== 서해랑길 48코스(부안신재생에너지테마파크-변산해수욕장 9.8km) 중 일부 ===

 

48코스는 이곳 부안 신재생에너지 파크에서 변산 해수욕장까지 9.8km로 짧고 변산 해수욕장에 코지 캐빈을 사전 예약해 두었기에 더 진행할 수도 없는데 현재 10시도 안 되었다. 건물들이 번듯할 뿐 인적 하나 없는 휑한 신재생센터는 마땅히 머물 곳도 없어 전시관 건물을 지나 버스가 정차되어 있는 새만금 메타버스 체험관으로 들어간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기 등의 실습 프로그램이 있다는데 많은 학생들로 인해 체험 예약은 받지 않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우리들에겐 관심사 밖이라서 야외 쉼터로 옮겨 휴식을 한다. 비 내리는 어제와는 달리 주변에는 온통 봄꽃들로 봄내음 물씬 나고 햇살이 쏟아지고 있는 양지바른 곳은 모두를 눕게 했는데 주군의 드러난 짝짝이 발가락 양말은 손이 많이 가는 나잇대임을 말하고 있다.

 


오늘은 엄청 시간이 널널하다, 그냥 저냥 늙어가도 좋고 이렇게 시시하게 서해랑길을 이어가도 나쁠 것 없다. 다만 무뚝뚝한 머시마들의 침묵을 깨우고 동심을 찾기 위해 편의점을 찾아보나 휑한 사무실뿐이라서 그냥 나온다.

 

 

역대 잼버리 대회 개최탑은 왜 여기에 있는겨?

 

 

도로로 나오자 칼국수집의 입간판이 부안에 진입했음을 알리고 주군의 생리 현장으로 버스 정류장에서 쉼을 하는데 하필이면 차가 그곳으로 진입하더니 정차를 하고 여성 운전자가 나온다. 뻔뻔한 주군은 그냥 추스르고 일어서는데 어째 지켜 보고 있는 우리의 얼굴이 화끈거린다

 

 

굴다리를 통과하여 구도로를 따르는데 우리에게 자유로움을 안긴 변산로와 나란히 하고 있는 변산 바다로의 잼버리 공원 졸음 쉼터가 여느 휴게소만 하고 잼버리 공원 정자와 조형물들이 조망된다. 23년 8월의 뜨거운 햇살에 새만금 잼버리 대회가 그대로 노출되었을 새만금 간척지가 펼쳐진다.

 

 

이젠 종점까지 7.2km 밖에는 남아 있지 않고 비웠으니 채워야 하는데 대광 슈퍼의 가성비 대신 럭셔리한 조개 칼국수집이다. 관광지라 그런지 이른 시간임에도 문을 열었고 손님들도 연신 찾아 들고 있어 이곳이 맛집인가 본데 조개 무침은 안주용으로는 뭔가 부족하여 만두를 추가시킨다. 뽕주를 제조하여 뽕 갈 때까지 마시고 햇살이 가장 강한 대낮에 서해랑길을 나서지만 우리들뿐이라서 위장을 안 해도 된다.

 

 

끝이 없는 간척지의 벌판이 펼쳐지고 있고 갯벌에 뭔 장승같은 전시물들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젠 관심사가 아니다, 도로를 건너야 되는데 주군은 실익 없이 신호등과 대치를 하고 있어 이참에 버리고 간다. 

 

 

뭐여? 왜 꽃이 분홍색이여... 처음 보는 꽃이라 이것에는 눈길이 간다.

 

 

새만금 방조제는 부안 변산면 대항리에서 군산의 비옹도를 잇는 33.9km의 방조제인데 김제와 부안을 삥 둘러서 진행을 해왔었어도 저 방조제를 걷지 않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다. 새만금 홍보관은 점심시간이 휴관이라 야외 화장실만을 이용하고 곧바로 나와 국립 새만금 간척 박물관을 마주한다.

 

 

우리나라와 세계 여러 나라의 간척의 역사와 문화를 알 수 있는 국립 새만금 간척 박물관은 가을 구절초 마냥 하얗게 피어 있는 야외 꽃구경으로 대체한다. 

 

 

 

 

기온도 많이 올랐고 마실 길의 샛길을 따르다 올라선 도로가 쉽지 않다. 종점이 1km 밖에는 안 남았고 모처럼 제대로 코스를 완주할 수 있는 기회지만 갯벌로 유도된 안내판을 개무시하고 도로만을 따르다 보니 그렇게 애타게 찾았던 쉼터도 우회하여 버리고 만다. 하여간에 뭔 구신들이 들었는지 내가 하는 말은 죽어라 반대로만 움직이고 있다. 

 

 

이번 구간에 제대로 된 바다가 펼쳐지고 있고 모래사장에는 갯벌 체험으로 사람들이 따개비처럼 붙어 있다. 

 

 

도로에 우리들이 그토록 갈구하던 변산 낙조 공원에 정자가 있지만 출입 금지 줄이 쳐져 있어 서해랑길 안내판에서 48코스를 클리어 하고 각자가 쉴 곳을 찾는다.

 

 

 

 

 

저 해수욕장에 펜션이 있는데 입실을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 해수욕장에 내려서는데 밀물에 밀려난 갯벌 체험객들의 수확물이 솔찬하여 그저 놀고만 있었던 게 아님이 증명된다. 엄청스레 시간이 남은 우리도 저 체험이나 해보자는 의견은 당연스레 패스되었고 물욕 없고 술에 대한 욕심만 있는 우리는 펜션 앞의 편의점으로 스며든다. 

 

 

토박이들과 자연스레 합석이 이뤄진 자리는 흥겹고 저 에너지들이 일상생활에서도 계속될까 싶을 만큼 보통의 입담들이 아니다. 서해안을 대표하는 이 해수욕장이 국립공원에서 해제되면서 땅값만 올랐다는 한탄은 유익한 정보다. 

 

 

그저 헤헤거리다가 펜션에 입실을 하여 주군은 주특기인 잠자기 신공을 펼치고 몰빵과 두리서 해변을 거닐며 변산 노을 바다 전망대를 다녀와 김치찌개로 회포를 푸는데 뒤늦게 합석한 주군의 계란찜은 단순했던 오늘의 서해랑길에서 하나의 해프닝이 된다.
우리가 숱한 날 숱한 밤들을 함께 지내고 있음에도 맞지 않은 롯또와 같은 부부의 인연으로 만났는지 아직까지 식성 하나가 맞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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