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아산 수국 ***
-.일자 : 2025년 6월 29일
-.장소 : 월아산 숲속의 진주 수국축제장
내 의지대로 설계하고 살아갈 줄 알았던 퇴직 후의 삶이 여전히 구속된 상태로, 책임은 무한대이고 신분만 하락하여 어젠 나의 정당한 항변조차 묵살되어 훼손된 자존감을 술로 회복하려 했지만, 몸만 망가져 나의 루틴인 산행마저 포기한 채 무기력하게 아침을 보내고 있다.
이래선 안 된다는 정신의 부추김에 몸을 일으켜 세워 구봉산을 산책 삼아 올랐는데, 몸은 비에 젖은 것처럼 땀에 흠뻑 젖었어도 정신은 맑아진다.
어느덧 6월의 마지막 주말로, 2025년의 상반기도 화살처럼 지나가고 있어 세월의 바람결을 잡을 수는 없지만,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느끼는 것, 이것이야말로 세월의 미풍이나마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전국적으로 수국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월아산 숲속의 진수의 수국꽃 축제는 22일로 끝났지만, 바람결에 그 분위기만이라도 느끼고 싶어 운전의 리스크를 떨쳐내고 월아산을 찾아 든다. 축제의 북적거림은 없어도 주차장에 주차 안내원이 있고, 여전히 축제장을 찾는 많은 이들과 이미 사람들이 숲속을 거닐고들 있다.
날이 덥다 못해 뜨겁다.
입구에 양심 양산이 비치되어 있어 햇살을 막아보지만, 무더위에 배출되는 땀은 어쩔 수 없어 젖은 옷이 피부에 달라붙는다.
도로에서부터 파란색, 보라색, 분홍색의 다양한 색채의 미니어처 수국길이 펼쳐져 기대감을 높인다.
산의 모양이 초승달처럼 생겼다고 하여 월아산이라 불리며, 산의 형세가 급하지 않고 소나무 숲길로 웰빙 산행지로만 찾았던 곳이고 주 능선상에서 보는 진주시내와 남강, 멀리 지리산까지 탁 트인 전망이 인상적이였는데 완벽한 변신이 놀랍다.
축제는 끝났지만 아직도 수국의 꽃봉오리는 화려하다.
파스텔빛 수국이 지천으로 피어 산길을 따라 걷는 내내 몽환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을 피해서 자연휴양림으로 이동하지만 도로는 그늘을 찾았던 것을 무색하게 만들어 우산을 펼친다.
휴양림 안내센터로 들어가자 초록초록한 나무들이 햇님의 방패가 되었고, 의자는 지친 이들을 쉬어가라며 불러들인다.
알록달록한 양산과 많은 사람들로 화려한 축제가 부활하였다.
토양의 산도에 따라 꽃 색깔이 바뀌고, 한 그루에서 다양한 색채의 꽃을 피울 수 있으며 오래가지만 향기가 없다는 수국의 화려한 꽃봉오리들은 무리지어 피어나 산길에 은은한 색채만을 남긴다.
요즘은 없는 걱정을 만들어 걱정이 없는 날이 없고,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 날이 없다.
화려하게 꽃을 피워내 금방 낙화해 버리는 일월망초 같은 화초가 아니라, 우리 부부는 오랜 시간 꾸준히 피고 지는 들꽃처럼 변함없는 마음을 가지고 싶다.
계곡으로 내려간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 때문인지, 아니면 환경에 적응하는 힘이 예전만 못해서인지 등허리에는 땀으로 물고랑이 생겼다.
계곡도 더 이상 시원함을 주지 못하고, 마련된 쉼터마저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여기서 오늘의 걷기 할당량을 채우고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지치기만 하고,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생체시계는 배고픔을 알리며 꼬르륵거리고 있어도, 주변에는 푸드트럭조차 없다.
월아산 수국축제는 자연 속에서 아름다운 수국을 만끽할 수 있는 좋은 곳이지만, 이런 멋진 풍경도 더위 때문에 눈에 들어오지 않으니 밥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가마솥처럼 덮인 차가 에어컨의 냉기에 식기도 전에 식당에 도착하여 김치찌개로 점심을 먹는다.
막상 들어선 음식점의 위생 상태는 소화불량을 일으키게 하였지만, 외식인 만큼 잘 놀고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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