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년 한라산 산행 ****
-.일자 : 2024년 1월 6일
-.코스 : 성판악-진달래밭대피소-백록담-삼각봉대피소-관음사(17.9km / 5시간 10분)
남들은 보신각 타종에서나 타임스퀘어의 카운트다운에서 새해를 맞이 하지만 나는 민생고 때문에 눈을 부릅뜨고 설비 운전을 하면서 토끼해를 보내고 나의 띠인 갑진년을 맞이 했다.
시간이야 임의적인 경계점일 뿐이라해도 새해의 희망이 기분을 들뜨게 하는 것만은 어쩔수가 없고 퇴직의 해를 맞아 건강과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한라산을 계획한다.
홀로 여정을 꾸리다가 산악회와의 일정 겹침에 망설임이 있는데 함께 가면 되지 뭘 고민 할 것이 있냐는 마눌님의 간단한 결론 에서 산악회에 합류한다.
맞다 사람이 자꾸 만나다 보면 관심이 생기고 친밀감이 생긴다고 홀로 산행보다는 산악회를 택한 게 연간 100만명 환자가 발생한다는 우울증극복에도 좋고 무엇보다 자유로운 영원들인 술친구들이 있다.
연말의 강행군에 쉼 한번 없는 일정에다가 호미곶을 다녀온 직후라 휴식과 재중전의 시간이 필요한데 조 회식으로 인하여 완전 실패다.
2차까지 이어진 회식자리를 몰래 빠져 나와 버스에 탑승한 것만으로 다행이고 잠깐의 이동 시간은 깊은 수면으로 엑스포항에서야 눈을 뜬다.
선실이 완전 난장판이다.
다들 우리와 같은 마음이겠지만 역시나 휴일에는 여행을 계획하는 게 아님을 다시 자각하게 되는데 덕분에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이 이뤄졌고 술김에 말실수가 감지되어 자가 격리를 택한다.
밤샘 흥청거림과 고라니 울음소리 같은 여성들의 자극적인 톤에 선잠에서 깨어나니 잔뜩 흐려 있는 제주항이고 대기하고 있는 버스에 올라 곧장 식당으로 이동한다.
배의 늦은 출항과 연착으로 한라산 출입 제한시간이 지난 터라 서둘렀던 탓에 작은 해프닝도 있었지만 어쨌든가 우려했던 성판악에서는 시간통제 없이 입산을 한다.
이제부터는 3시간 이내에 진달래밭 대피소까지 이동해야 하는 미션은 주어졌다.
바닥에 잔뜩 쌓인 눈과 냉해를 입어 곧 잎새를 떨구어 버릴 것 같은 상록수가 대비되어 이국적인 풍경이다.
늦은 출발은 자유로움을 안겨 주었다.
신선한 공기가 숙취해소제처럼 몸과 정신을 맑게 해주고 걸 거침없는 등로는 나의 생활상을 찾아 보는 최상의 체크포인트가 되어 준다.
쭉쭉 솟아 있는 구상나무 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솥밭대피소에 들어서자 한라산의 빼꼼이 보인다.
적설량으로 러셀 구역 외엔 발을 디딜 데가 없기에 생리형상 해소 차 화장실에 들어가는데 따스한 온기에 눈이 감긴다.
참 좋은 울 나라다.
아직은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아도 될 만큼 경사도가 없어 속도를 높여 간다.
적설량 외엔 풍경은 단순하여 차창 밖의 풍경처럼 흘러만 갈 뿐이고 사라오름 직전에서 아이젠을 착용하고 지구에 중력을 버텨 낸다.
요즘 여성들은 어딜가나 활동적이고 자유로운 영혼들이라 서두르고 있는 나를 비웃듯 눈밭에 뒹굴고 스틱으로 글자를 새겨가며 여유롭다.
겉옷을 입지 않았는데도 등으로 땀이 흐르고 이마에선 고드름이 열려 한껏 고도를 올렸음이 증명된다.
수시로 나타나는 이정표와 진달래밭대피소까지의 제한 시간에서 이미 정상 출입은 확보되었음이 증명되지만 한번 올려 놓은 스피드가 경제속도가 되어 진달래대피소까지 유지된다.
사람들 참 많다.
무인대피소 안에는 앉을 공간이 없어 둘러 보고 나오는데 어제도 인사를 했다는 후배가 도통 생각이 안나 참 무안하다.
이럴 땐 회피하거나 도피 하는게 최선이다.
시간제한이 있는 출입통세선을 통과하자 쌓인 눈에 다리가 빠지고 스피츠를 하지 않는 바지 틈새로 눈이 들어 와 양말이 촉촉해져 간다.
한꺼번에 몰린 사람들로 자연스레 줄을 세웠고 어쩌지 못하고 앞사람의 꽁무니 만을 따라 올라 갈수 밖에 없다.
점차로 하늘이 열리면서 구상나무군락지가 펼쳐진다.
상록수로 알고 있는 구상나무들이 백골이 되어 펼쳐져 있는 것이 기후의 온난화로 멸종위기종이 되고 있음을 실감하게 만들어 심각성을 느끼게 한다.
이 사람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산행이 자기 고통을 통해서 성취욕 만을 느끼는 것이라면 너무나 몸을 혹사하고 있는 듯 하고 자아 실현을 위한 도전이기 때문에 내 돈 내 몸 써가며 기를 쓰고 오르고 있는 것일 거다.
내가 산에 오르고 있는 이유가 조금은 체력을 단련하고 지구력 형성에 도움이 되고자 위함인데 어째 부수적인 정신력 향상이나 인격형성에는 조금도 도움이 안되고 있는 것 같고 지금은 오르는 과정에서의 자기 극복을 위한 것인 것 같다.
덕분에 체력은 유지하고 있는 듯 틈새를 이용하여 추월을 강행하여 계단을 만나고 서야 정체를 벗어나 자유를 얻는다.
비행 고도에 올라선 듯 구름 위의 멋진 뷰에 사진을 남기려 하니 이쁜 처자들이 사진을 찍어 준다고 한다.
요즘의 사진 트랜드가 마구 찍어 한장를 건지는 것인지 무한 누름에 어색한 표정을 짓느라 멋쩍은데 참 자유로운 영원들이다.
정상을 향해 긴 줄이 이어져 있다.
요즘 인증서를 위해서 더 한 진풍경인 듯한데 난 별 관심이 없어 옆에서 살짝 찍고 백록담과의 교류 시간을 갖는데 넘 춥다.
라면은 산에서의 필수품이 된지 오래다.
몹시도 추운 날 정상에 올라 라면 맛을 모르면 산행의 미완성이나 다름이 없기에 모두들 라면에 올인하고 있는듯하다.
13시 30분의 정상에서의 하산 시간이 남아 있음에도 자동안내 방송을 계속되고 지지직 거리는 대기움이 귀에 거슬러 하산을 하기로 한다.
홀로 산행에서 선배와 합류한 동행 하산이다.
한꺼번에 몰려든 등산객들과 북사면의 많은 적설량으로 하산은 더디기만 하고 혹여 방해가 될까 봐 풍경을 담는 것 조차 눈치가 보인다.
제주 시내의 건물들과 해안선이 그대로 들어난 풍경은 참 오랜만인데도 넘어지면 많이 아플까 봐서 한눈을 팔지 못하고 잠깐씩 눈으로만 담을 수 밖에 없다.
오로지 하산에만 몰입하니 잡생각이 없어서 좋다.
개미목에 이르러서야 구상나무 고사목지대를 벗어나고 숨통이 트이면서 햇살의 따스한 온기에 사람들이 뒤늦은 점심들을 하고 있다.
내리막이 눈이 녹아서 아이젠이 발톱이 박혀 들지가 않아 썰매를 타듯 미끄러지고 있어 안전가이드 밧줄에 메달리다 보니 팔까지 아프다.
사라진 용진각대피소는 해외 원정을 위해 설산을 오르던 산악인들마저 데리고 갔고 그 만큼 쌓인 눈도 없어 보인다.
이제 부턴 팔의 자유가 주어졌지만 풍경을 담을 만한 곳도 없어 다리를 건너 삼각봉대피소로 들어 간다.
안전을 위해서 이미 오르는 방향은 통제선을 쳐 놓아 자유를 박탈당하고 사육된 느낌이나 안전을 담보한 밖의 사람들은 여유롭다.
울울 장창한 소나무 숲길이 계속된다.
눈은 푹신하고 등산로는 완만 하니 속도가 KTX급으로 빨라져 무 정차로 내달린다.
앞선 아가씨들의 당찬 걸음이 경쾌하게 느껴 짐이나 저 아가씨들 오늘밤 종아리에 알을 부화 시키느라고 밤문화를 즐기기는 어려워 보인다.
가끔씩 제주 시내가 조망 되고 급비탈에 솟아 난 나무 위에 겨우살이가 이색적일 뿐인 내림길인지라 긴 거리에서의 시간 단축하기에는 좋다.
탐라계곡무인대피소가 유일한 쉼터가 되어 주지만 패스하여 탐라계곡 다리를 건넌다.
한라의 품속에서 안락을 느끼며 천천히 즐기고자 했던 것은 애초 성판악의 출입통제시간을 넘기면서 사라졌는지 모르지만 오로지 하산시간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제부터 관음사지구까지 2.9km는 산책길이나 다름이 없다.
고도를 낮춰 질퍽거림에 팔자걸음이 되지만 아이젠을 벗진 못한 채로 엉기적 거리며 내려간다.
어느새 숲 속에는 스산한 기운이 몰려 들고 있어 국립공원 측의 통제 시간이 합리적이란 생각까지 스친다.
등산증명서는 내가 올랐다는 것으로 인증하고 화장실에서 땀을 씻어 내는데 머리카락이 빳빳해져 따뜻한 남쪽나라 제주도도 한 겨울 임을 실감한다.
휴게소에서 막걸리로 하산주를 하고 아직 하산 중인 회원들과의 시간을 맞추기 위해 관음사로 이동한다.
오랫 동안에 걸처서 한라산 산행을 했음에도 이 관음사는 처음이다.
하산 시간이 늦은 관계로 일몰을 생략하고 늘봄식당으로 이동하여 석식겸 회포의 시간을 갖는다.
술기운이 오르면서 자연스레 친목도가 올라가자 사장은 열무김치로 식당 분위기를 끌어 올리더니 먹지도 않은 음식이 집중 투하되어 운영진의 부담만 커졌다.
버스 기사와 협약이 있는지 항상 오던 식당인데 언제나 저 수단에 넘어 가는 우를 범한다.
구시가지로 이동하여 숙소를 배정받고는 자유시간이 주워졌다.
공식적인 외출이라 일탈의 기회인데도 딱히 갈 데도 없고 할 일도 없는데 낚시의 신공인 갯바위님이 돔과 꽁치를 준비해와 그 정성에 감동하여 술을 오버 해 버렸다.
이러면 낼의 일정에 차질이 있다고 정신은 말리고 있는데 몸은 자동셋팅 된 인형처럼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제주에서의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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