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출산(하늘아래첫부처길)**
-.일자 : 2023년 11월 08일
-.코스 : 기찬묏길주차장-산성대-천황봉-바람재-구정봉-마야려래좌상-용암사지-하늘아래첫부처길-기찬랜드(11.4km / 5시간 45분)
 
폭우가 쏟아져 나무잎새를 다 떨구어 버리더니 뒤이어서 태풍 급의 바람이 청소를 하듯이 깨끗하게 만들었고 급랭하는 날씨까지 합세하여 겨울 분위기로 만들어 놓았기에 이젠 어쩔 수가 없이 가을을 놓아 주어야만 한다.
온통 바위인 월출산에서 단풍을 찾는다는 것도 별 의미가 없어졌고 하늘아래 첫부처길이란 신상품이 이끈다. 
보성휴게소에서 조식을 먹는다.
요즘 휴게소에 음식물섭취와 음주금지 현수막이 붙어 있어 매스컴의 지대한 영향력을 느낀다.

기체육공원에서 산행을 시작이다.

 

산성대가 11월 12일까지 단풍철 안전을 위해 탐방예약제를 실시하고 있어 산성대탐방로입구에서 신상기록을 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평일이고 산행 인원이 적어 통과했는지 는 몰라도 요즘 모든 게 예약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어 구시대의 골동품인 되어가고 있고 이 몸도 예전만 못하다.

 
올 들어 최저 기온이라고 하더니 쌀쌀함이 산행하기엔 최적인 조건이다.
기본 스타일 대로 뚜벅뚜벅 걸어 전망대에 올라 선다.
평야와 같은 드넓은 들판에는 벼 수확 후 지푸라기를 돌돌 말아 놓은 곤포사일리지가 새알처럼 또 메시말로처럼 펼쳐져 있는데 이 또한 장관이고 활성산의 풍력발전소로 인하여 더욱 목가적이다.

 

바위지대와 숲길이 같이하면서 해돋이 직전처럼 월출산의 위용이 들어 나기 시작한다.
이름만 거창한 월출제일관의 바위에 올라서 영암읍과 영암뜰에 혈류 와도 같은 실개천들이 영산강으로 모여 들고 있는 자연의 순리를 조망하면서 존재의 미미함을 느낀다.

 


숲길을 벗어나 월출산의 전망대인 산성대에 오른다.
산이 산 답게 하늘금을 그리고 있지만 난 산을 그리라고 하면 그냥 선하나 쓱 긋고 말지 저렇게 울퉁불퉁하게 그리진 않을 것 같다.

 

그 고단함을 안고 암릉 속으로 들어가 속살을 탐익한다.

 

삶이 그렇듯 길이 없을 것 같아도 또 길은 오묘하게 이어져 있다.
지루할까 봐 좌측으로 살짝이 장군봉이 찬조 출연을 하며 힘을 실어 주는데 그 모습이 주연보다 더 당당하지만 국공까지 동원하여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신비주의다.
산을 타는 것인지 자신의 경력들을 브리핑하는지 말로만 산행을 하고 있는 팀들을 추월하여 바람폭포에서 합류되는 광암터삼거리에 올라서면서 산성대코스를 벗어나자 더 즐길 걸 하는 미련이 바람을 따라 가슴으로 파고 든다.

 

지속된 오름 길에서 나를 체크해 가며 테스트해 간다.

 

정상에 올라 뭐 아직은 쓸만하다는 결론으로 자평를 내리지만 온몸에 힘이 쏙 빠지고 다리에 힘이 풀린다.
그래 산은 이 맛에 오르는 거다.
기암들은 흙을 털어 내고 하늘로 치솟구쳐 제각기 존재를 뽐내며 괴사하고 있는 것 같지만 겹겹의 꽃잎이 서로를 감싸며 화사한 꽃을 피워내듯이 온통 바위꽃을 피워 낸 월출산만의 경이로움이다.

 

술집에는 초뺑이들만 모여들고 산에는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가지는 사람들이 찾게 되어 있기에 산정에는 자연에 맞서는 배짱 있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살포시 비켜나 영암을 내려다 보고 바람재를 향해 내려선다.

 

단체 산행 와서는 결국 맨날 홀로 산행이 되고 만다.
이런들 저런 들 어찌하라 내가 선택하고 내만의 산행스타일이 있으니 내만 즐기면 된다.

 

인생샷을 찍으려고 거시기 바위에 올라탄 여인이 내려 오질 못하고 쩔쩔 메고 있는데 보고 있는 내가 더 아찔하다.
난 산에 오래 다녀야 되니깐 절대로 위험 한데는 가지 말고 바구돌 위는 올라 가들 말자 다짐해 본다.

 

혹여 모르고 지나칠까 봐 쌩 하니 불어 오는 바람이 바람재를 각인 시켜 준다. 
춥다고 하더니 뻥은 아닌 듯 한데 또 바람만 없으면 덥다.

 

장군봉을 빠니 보면서 배틀굴로 들어간다.
자연의 오모함이지만 상상력의 풍부함 때문인지 언제나 민망하긴 하다.

 

비좁은 바위 틈새를 비집고 구정봉에 올라가 바람과 맞짱을 뜨면서 월출산의 그림을 감상한다.
바람은 혼돈의 시대를 연출하고 있고 창조자가 빚어낸 듯한 자연의 조각품들이 펼쳐져 있어 항상 처음 보는 듯한 자연의 위대한 조각품들이다.
나 지금 왜 이렇게 떨고 있는 거니?
첫 선을 보는 것도 아닌데 이런 증상은 차가운 바람 때문이다.

 

부처길이 열려 있다.
예전에도 부처까지는 열려 있었지만 다시금 올라올 것이 염려스러워 포기 했었는데 당당하게 들어선다.
어라 낮 익은 산님 들이다.
다들 점심 전이라 하니 따라 올라 가 구정봉에서 점심을 먹지만 이 분들은 배틀굴을 가야 하기에 또다시 홀로 산길을 걷는다.

 

의자 바위를 선점하여 월출산의 선경을 바라다 보며 망중함을 하는 것도 혼자 이니 금방 시들 하여 하산이 답이다.

 

산중에 삼층석탑이 있고 건너편에 마애여래좌상을 두고 있다.

 

탑돌이를 하고 국보인 마래여래좌상과 마주한다.
바위에 암각 된 이 마래여래좌상이 국보 인 것도 신기한데 어떠한 금지 조치나 감시카메라조차도 없다는 게 의아스럽지만 하늘아래 첫부처길이란 등로개설의 주역자인 셈이다.

 

탑 등과 유물들이 남아 있는 용암사지터에는 머구대가 파란 잔디처럼 깔려 있을 뿐 한적한 시골집의 마당만 같다.
세월의 무상함 이다.

 

이제 부터의 등로는 금지구간이었는데 신상이 아니라 사람의 발걸음을 타서 대나무숲을 정리하고 데크 등을 설치하여 등로를 이어 놓았다.

 

기암의 전시장이었던 월출산이 안면을 싹 바꾸어서 유순한 숲길이 이어지고 계곡에 물이 흐른다.
푸르른 나뭇잎이 따뜻한 남도를 상징하고 있고 단풍은 아직 요원하다.
최대한 천천히 걸으면서 월출산의 속살과 교류해 가지만 별다른 특징이 없다.

 

계류는 대곡저수에서 갇혀 식수원이 되고 이곳이 영암군의 상수원이기 때문에 큰골을 출입금지 시켜 놓았다가 개방한 것 같다.

 

임도를 따라 내려간다.

 

또 하나의 저수지인 대동제가 있는데 영암사람들은 월출산의 기를 철저히 활용하고 있고 그래서 인성이 좋고 인물들이 많은 것만 같다.

 

승용차 주차장이 있고 마을로 이어 지고 있는데 마을에는 버스가 주차할 만한 공간이 없어 보여 기찬묏길을 따라 기찬랜드로 들어간다.

 

월출산국화축제가 열리고 있는 기찬랜드에는 먹거리도 있고 주차장도 넓은데 우리 버스는 없다.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예감은 틀리지가 않아 다시금 기찬묏길을 거슬러 올라 영암교회를 찾아 간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이곳을 잘만 찾아 오고들 있는데 왜 나만 몰랐을까?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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