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 주왕산 & 주산지
-.일자 : 2023년 11월 4일
주차장-대전사-주봉(주왕산)-칼등고개-후리매기-용연폭포-금은광이삼거리-장군봉-대전사-주차장(13.2km / 4시간 55분)
빠른 시이 내에 서해랑길의 사전모임이 필요하여 주말 폭우 예보로 산행이 취소 되길 은근 기대를 해봤으나 인원만 빼먹고는 결행이 된다.
새벽 나섬에 가로등과 달빛에 샛노랗게 투영된 은행잎이 가을의 색체를 짙게 만들어 놓아 주왕산 단풍의 기대감을 높여 놓고 있다.
인원도 적은데 버스는 근대 유물이 되어가고 있는 45인승으로 바뀌었고 자리 배치 마저 도 흩트려 놓아서 시끄러운 엔진음에 졸다 깨다 가를 반복하다 보니 그래도 4시간이 흘러 청송에 들어 와 있다.
청송은 지금 단풍과 사과축제로 매우 혼잡 한데도 버스는 주차장에 주차를 하여 곧바로 사람들의 흐름에 합류한다.
상가는 행락객들을 끌어 들이면서 활기로 넘쳐 나고 있고 물길을 거슬러 올라 가는 연어처럼 인파 속을 헤집고 나와 중간집결지인 대전사에 들어선다.
사과 축제기간이라서 입장이 무료 란다.
기암을 배경으로 한 대전사는 주왕산의 상징이나 다름이 없으니 공식 인증을 남기고 계획된 마이 웨이가 있기에 걸음을 재촉한다.
어차피 이 인파에서 단체 산행은 의미도 없다.
주왕산은 굳이 산행을 하지 않고도 기암과 어우러진 단풍을 구경하는데 최적의 장소인 지라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 들고 있어 혼잡도는 극에 달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왕계곡의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고 나만이 대열에서 튕겨져 나와 주봉마루길로 들어 선다.
매달린 나뭇잎보다 밟히는 낙엽이 많은 등로지만 가을의 정취는 남아 있어 나름 추남의 감성에 젖어 든다.
지인과 동행을 할거라고 배낭 무게를 늘려 놓았고 어제 백운산 산행의 후유증인지 발걸음이 무거워서 신발에 돌이 수시로 체이며 땀이 뚝뚝 떨어지고 있어도 기꺼이 힘겨움을 감내함이다.
장군봉과 주왕계곡을 조망하는 전망대가 있지만 흐린 날씨가 주왕산 특유의 매력을 감추어 놓았다.
그래도 비가 오지 않음에 감사한다.
이 많은 사람들이 어디서들 올라 왔을까?
정상에 가득한 사람들에게서 역동성을 느끼지만 또 너무나 이질감도 있어 멀찍이서 증명을 남기고 쉬지도 않고 내려선다.
애초에 계획하였던 주왕계곡의 등로는 출입금지가 되어 막혔고 등로는 자연스레 양몰이를 하듯 사람들을 줄 세운다.
단풍은 없어도 울창한 소나무로 호젓한 산길이다.
가마봉 갈림길을 만나 괘도 수정을 시도했으나 가마봉 방향은 통행의 흔적이 없고 편리한 등로에 이끌려서 그냥 사람들의 흐름에 따른다.
내림길이 되면서 단풍도 사람들도 물들어 계곡이 시끄럽고 오만 군상들로 길은 정체되어 추월을 할 엄두도 못 낸 채로 뒤만을 졸졸 따라 알록달록한 단풍이 매달려 있는 계곡에 내려서는데 계류는 낙엽이 위장을 시켜 놓아서 분간이 안 간다.
후리메기삼거리를 지나면서 풍상을 겪지 않는 계곡은 편안함을 안겨 주고 사람들을 온화하게 순치 시켜 놓았다.
아찔한 절벽 아래에다가 절구폭포를 숨겨 놓았지만 거슬러 내려왔던 마른 계곡이기에 수량은 없어 보여 오늘은 그냥 패스하기로 작심한다.
주왕계곡과 합류되면서 관광 모드가 되어 용연폭포로 올라 가고 일방통행이라 상부전망대에서 폭포를 관람한다.
예전에는 저 폭포아래에서도 자유로웠고 그만큼 무질서 했는데 선진 문화가 정착된 느낌이다.
내원골로 이어지는 폭포의 상부로 올라 간다.
용연폭포의 떨어진 웅장한 물줄기의 원류가 되는 주방천의 단풍나무 아래에서 휴식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가을 소풍을 즐기는 듯 여유로운데 나만이 분주하다.
자연과 사람이 어울린 예쁜 모습을 뒤로 하고 나 홀로 금은광이삼거리를 향해 오른다.
단풍의 어설픔이 을씨년스러움을 안긴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등로는 자연 그대로인 듯 정비되어 있지 않아 국립공원의 정식등로를 의심케 하나 본명 달기약수터에서 이곳을 내려 왔었고 그때의 느낌 또한 다르지 않았었던 것 같다.
낙엽에 덮여 있어 마른 계곡인듯해도 계곡의 깊음을 알리기라도 하듯 물은 졸졸 흐르며 소리를 내고 있다.
담벼락이였던듯 단층이 연이어 이어진 따밭맥이골을 지나며 오름길이 지속된다.
가끔씩 내려 오는 사람이 없더라면 깊어가고 있는 이 가을처럼 정말로 쓸쓸할 뻔 했다.
외씨버선길과 함께 하는 등로는 걷다 보면 문득 만나게 되는 또 하나의 나를 발견하게 된다는데 세월에 노화되어 기능 상실에 대한 뼈저림만 느낀다.
나뭇잎은 떨어지고 커다란 나무는 뿌리를 들어낸 채 넘어져 있어 세월을 버텨내지 못한 현실성을 속에서 나의 무거워진 몸만은 어찌 버텨 내보려고 허우적거린다.
아무리 주봉을 올랐다가 원점에서 다시금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금은광이삼거리가 이렇게나 버거웠던가 싶다.
정작 인파와 그 속에서 풍기는 역겨운 냄새를 잘 피했다는 생각은 단풍구경 와서 이게 왠 개고생이냐는 푸념으로 바뀌어간다.
주봉에서는 이른 시간이라서 점심을 먹지 않았고 이곳 금은광이삼거리는 참고 오르느라 점심때를 놓쳐 에너지도 바닥이다.
금은광이로 넘어가는 달기약수를 내어 주고 장군봉으로 향한다.
비행기가 운항 고도에 올라 선 듯 길이 순탄 하지만 앞에 작은 오르막이 있어 적당한 평지에 자릴 잡고 늦은 점심을 먹는다.
이게 뭔 일이래……
갑자기 구름이 사위를 감춰가고 바람이 휩쓸고 올라 오더니 나뭇잎이 비 쏟아지듯 휘날리면서 전설 따라 삼천리를 연출하여 그냥 이라도 무서워해줘야 할 분위기이고 무서움증에 긴장하여 목이 메인다.
이런 쫄보가 다 있나 싶어도 비까지 주적거리니 있으니 이런 뻔한 자연현상에서도 군대에서 담력 훈련을 하는 것마냥 뭐라도 해야만 될 것 같은 강박관념에 일어선다.
우중충한 단풍들은 티벳의 소원을 들어 준다는 타르초의 오색 깃발이 아니라 서낭당나무에 걸린 오색 천처럼 무서움증을 안겨 주는데 길은 다행히도 편안하게 이어지고 있다.
말 방목장의 울타리 같은 안전난간은 좀 과잉이라 여겨지고 차라리 이곳의 시설들을 금은광이삼거리의 오름길에 투자함이 합리적 일거란 생각은 지울 수가 없다.
그래도 가끔씩 오가는 사람들로부터 안위를 찾아 산길에 다시금 적응을 하였고 긴 내림길은 다시 올라야만 하는 고달픔을 전달해 와 이제 그만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안부라 여겨지지 않는 월미기재에서 오름길로 돌아서긴 하나 장군봉이 이름값만 했지 금줄 뒤로 멀찍이 물러 나 있고 고도가 685m라 우려와는 달리 급경사가 아니다.
정원수 같은 소나무들이 운치를 더하고 건너의 기암에 휘둘러진 안개가 주왕산을 수묵화로 만들어 놓았다.
어차피 땀에 흠뻑 젖은 옷이지만 빗방울이 그대로 느껴질 만큼 한기가 전달 되어 걸음을 서두른다.
단연코 이곳의 경치는 주봉을 능가하고 있고 주왕산을 제대로 느끼게 하는 곳이다.
건너편에 전원주택으로 올라 가는 도로 마저도 목가적인 풍경이 되어 어느 알프스풍의 분위기다.
바위 틈새 사이로 길게 계단이 놓여 있고 기암이 멋들어지게 액자의 소품을 자처했다.
빗소리가 홍등가처럼 불 밝힌 상가에서 올라 오고 있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을 삼켜 가고 있다.
폭우 라고 하더니 쏟아지는 빗줄기가 애사롭지가 않아 비옷을 꺼내 비 가림을 하여 사찰의 대문에서 비가 잠잠 해지길 기다린다.
스피커에서 흘러 나온 은은한 음악과 실시간으로 그려지고 있는 수묵화의 완벽한 조화 속에서의 마음 챙김은 내 영원에 정화가 되었지 싶다.
종종거리고 있는 인파를 따라 상가 지역을 빠져 나오는데 차량으로 길이 막혀 119차량 조차도 꼼짝 못하는 현장은 왜 이태원참사를 떠올리게 하는지 모르겠다.
결국 산속에서의 자기수양은 음식냄새에 섞이고 사람들에게 희석되어 원위치 되고 만다.
젖은 옷을 환복을 하고 나니 30분의 여유시간이 생긴다.
그래도 나에 대한 보상은 해줘야 하겠기에 가계로 스며들어 사과막걸리 3병을 순삭하고 차에 올라 주산지로 이동한다.
단풍이 휘두르고 비가 톡톡 거리는 주산지는 무적이나 낭만적이다.
그러하니 당연스레 주를 불러 들어 더덕 안주에 막걸리 한잔 하니 세상이 내 것이 된다.
지역의 음식을 먹는 것도 산행의 마무리 과정이다.
근디 이건 좀 실망스럽다.
청정의 고장이라 잔득 기대했던 버섯은 평이함이고 럼스킨스 병 때문인지 소고기는 숨은 그림 찾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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