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꽃 나들이 **
-.일자 : 2024년 2월 28일
-.코스 : 매화마을-쫓비산-매화마을(7.1km / 2시간 15분)
          화엄사-카페-LF 영화관
 
눈치 없이 일찍 꽃잎을 내밀었던 매화꽃은 향기가 퍼지기도 전에 장마 같았던 잦은 비에 꽃잎이 낙화 되어서 동백꽃 마냥 땅에다가 하얗게 꽃을 피워 내고 있어 마음의 조급하다.
순서도 없이 마구 피어 나는 봄 꽃들을 보기 위해선 서둘러야 히여 휴일의 평온한 휴식을 반납하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선다.
꼭 올해부터 지역상품권으로 대체된 입장료 때문이 아니라 스케줄상 축제기간과 일정이 맞지 않기 때문이고 무엇보다도 소설네트워크의 그림들에 현혹되었기 때문이다.


셔틀버스를 운행한다는 섬진강변 둔치는 주차장 재정비가 한창이고 막상 매화마을의 주차장은 어수선함이 남아 이거 주차를 해도 되는지 조차가 망설여 진다.
차에서 내리자 하얀 입김이 휘날린다.
이런 날씨에 꽃 구경이라니...
춘설에 꽃을 피운 매화가 아닐라까 봐 올려다 본 매화마을은 초설인 듯 엉성한 꽃들이 산비탈에 반짝이고 있고 홍매화가 포인트를 찍어 그래도 봄의 구색은 갖췄다.
장사 준비를 하고 있는 상인들에게서 분주함이 느껴지고는 도로를 건너 골목을 따라서 매화마을을 향해 올라 간다.

 


대체 이곳 어디쯤에서 어떻게 입장료를 받게 될지는 감도 못 잡은 채 올라 버린 매화마을은 꽃잔치 준비가 한창이다.

 


당산나무처럼 커다란 나무에는 비 현실적이라 할만치 하얀 꽃에 덮여 있고 꽃나무 아래에서 장사를 펼치고 있는 촌로는 생생한 화보다.

 


막상 올라 설수록 매화의 개화 상태는 미미하나 소소한 볼거리가 참 많은 매화마을이라서 여행 기분 제대로 난다.

 


정자에 올라 초가집에서 연기가 피어 오르는 목가적인 풍경을 바라 보는 것만으로도 또 명견 마냥 빛을 토해 내고 있는 섬진강을 조망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하루는 충만해 졌다.
가슴에서 감정의 물결이 일렁이며 파도를 일으키고 있지만 동반자는 관광 모드로 난 산행으로 잠시 헤어짐을 가진다.

 


정비 중인 간이 가계와 민가를 비켜나 언덕에서 매화마을을 조망한다.
참으로 그림 같은 풍경이다.

 


이른 아침의 냉랭한 공기가 정신을 맑게 하지만 오름길이 버겁다.
강가에서부터 시작된 산행인지라 고도를 고스란히 올라야 함이니 기꺼이 감내해야 함이다.

 


축제기간에 손님 맞이로 등로를 정비하고 송풍기로 마당을 쓸듯이 낙엽들을 깨끗하게 쓸어 내고 있어 등로가 반들 반들 하다.
나는 이맘때쯤 에는 명절에 고향을 방문하듯이 꼭 이곳을 찾는데 우리 산악회가 세워 놓은 정상석을 배알하기 위함이다.

 

아직은 초록빛 하나가 없는 등로에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로 뭇 생명들을 깨워 나간다.
매번 운동 삼아 가야산을 찾을 때와는 또 다른 산행의 맛이다.

 


토끼재를 잇는 호남정맥상의 능선상에 올라서고는 메마른 가지마다 에서 숨은 그림을 찾듯 연분홍의 진달래를 찾는다.
아직은 골을 휩쓸고 올라 오는 바람이 차가워 눈치만 보고들 있어 봄의 전령사를 자처하는 히어리 조차도 자취를 감췄다.

 


쫓비산에 올라 선다.
듬직한 정상석과 마당 같은 넓은 전망대가 반긴다.
이렇게 한번씩만 찾아 와도 고향 같은 넉넉함과 포근함이 있다.

 


산아래로 첩첩 산중을 섬진강이 가르고 있다.
마주한 이웃 동네 지만 섬진강줄기가 행정구역을 가르고 사람들의 성품 마저 달리하는데 지리산은 하얀 눈에 덮여 아직 겨울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막걸리 한잔 있다면 시 한수쯤은 그냥 읊을 분위기지만 올랐으면 내려서는 게 이치다.

 


온갖 악천후와 찾아주는 이 없는 외로움 속에서도 굳건하게 정상을 지키고 있는 정상석을 뒤로 하고 올라 왔던 길을 거슬러 내려간다.
인생이 그러하듯 올라 올 때 와는 사뭇 다른 경사와 숲 속 분위기에 걸음이 어설프다.
이른 시간인지라 완전한 자유 산행의 여유로움 속에서도 정성스럽게 등산로 정비를 해 놓은 수고로움에 감사한다.

 


이미 매화마을은 봄이고 상춘객들이 나비와 벌처럼 모여 들었다.
꽃 보고 인상 쓰는 사람 있을까?
활짝 피워 낸 복사꽃 같은 웃음으로 마냥 행복해 하는 사람들이 봄을 앞당기고 있다.
햇살에 냉기는 어디론가 내 빼 버렸고 한층 더 풍성해진 매화꽃은 또 다른 설산을 만들고 있는 오후다.
밥 묵으러 가자.

 

 

 


 
일찍 나온 덕에 오전에 꽃놀이를 마치고 화엄사길목에서 점심을 먹는데 어째 소문난 로컬음식점 보단 관광지 분위기다.

 

 


화엄사의 매화는 꽃망울만 맺혀 아직은 사람의 관심을 못 받고 있고 경내를 삥 돌아서 병풍처럼 우람한 지리산과 사찰을 조망하고 내려 온다.


 
어찌 알고 이렇게 들 찾아 들까?
촌로의 마을 어귀쯤일 듯한 카페에 사람들이 모여 들고 있다.
커다란 정원을 둔 카페는 쉼을 위한 공간으로 참 좋은데 그 만큼의 이용 가격대가 있다.
커피 한잔의 여유 속에서 오늘이 문화의 달이란 정보에 파묘 란 영화를 검색한다.
차라리 안 볼껄....
저녁에는 어머님을 뵈야 하기에 이른 오후대의 시간을 선택하다 보니 커피를 맹물 마시듯 마시고 서둘러서 LF의 영화관을 찾는다.

 

 


어라...
문화의 날 할인은 오후5시부터라네......
할 수 없이 제돈 내고 티켓팅을 했는데 나의 취향에는 전혀 맞지가 않아 돈 아까운 영화가 되었다.
 
어쨌든 뭐 오늘 하루를 잘 놀았으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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