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산 산행 **
-. 일자 : 2024년 10월 29일
-. 코스 : 접치재-장군봉-굴목재-장박골-보리밥집-송광굴목재-송광사(11.5km / 4시간 34분)
어쩌다가 공장 밖에 나와 바라다본 가을 하늘과 스치는 바람이 너무 좋아 당장이라도 뒤쳐 나가고 푼 울렁거림을 진정 시켜야 했다.
정년을 2개월 남겨 놓고도 가을앓이를 하고 있으니 참 별일이다.
어제의 숙취는 쉬라며 몸을 붙잡지만 낙엽이 흩어지고 있는 이 짧은 한 계절은 주저할 이유를 주질 않아 산행을 감행한다.
챙겨야 할 점심의 대체지로 조계산이 결정 되고 송광사를 경유하기 위해 오랜만에 접치재에서 출발한다.
사찰에 입장료가 없어져서 찾는 이가 적은지 간이 주차장은 나의 차고지가 된다.:
등로 정비로 박힌 나무가 썩어 소멸되고 있듯 호남정맥의 흔적도 산행의 추억도 지워진 길이다.
고속도로를 내달리는 차 소리를 떨쳐낸 능선은 사목 사목 유유자적 걷기 좋은 등로에 곳곳에 의자도 마련 되어있다.
산하는 여전히 푸름 속이 것만 한참이나 무더웠던 늦여름을 견뎌 내지 못해 낙하해 버린 낙엽이 흙 유실 방지포처럼 깔려 있는 등로다.
조금은 쌀쌀한 공기는 경사도를 높여 가면서 몸에서 나는 열기는 커피물 끓어 오르듯이 땀이 흘려 내리고 접치몬당의 싸늘함에 몸이 부르르 떨린다.
산정은 계절의 순리에 짙어져 가고 있는 가을이다.
나뭇잎이 오므라들고 떨어져서 낙엽이 밟힌다.
숲은 색감들을 모아 화려해졌지만 딱히 사진을 담을 만한 마땅함은 없어 풍경만을 찍으며 장군봉에 올라 선다.
나 홀로의 산행에 바람도 없는 적막함이 이 쓸쓸한 가을과 깔맞춤이다.
무등산을 수장으로 한 남도의 산능선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물감이 퍼지 듯 산비탈이 단풍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아직은 어설픈 단풍이나 언제든 나설 수 있는 체력에 감사하며 배바위로 하산을 한다.
급경사의 내림길이 정신을 집중시켜 몰아를 가져 왔고 낙엽이 빈 의자를 데코레이션한 작은굴목재에 내려선다.
원시림의 분위기에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는 몰아일체가 되어 자연인이란 다큐를 찍듯 살포시 장박골에 스며든다.
고요함에서의 안정감이다.
계곡의 생동감 있는 물소리와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풍경을 만들어 놓았다.
청량한 물소리에 기분은 상쾌하고 정신이 맑아진다.
숲에서 뿜어져 나온다는 피톤치드와 맑게 흐르는 물소리에 심신을 정화시켜서 보리밥집으로 들어가는데 적막함만 있다.
휴일이란 팻말에서 갈등을 겪다 아래보리밥집으로 들어가 나만의 밥상을 받는다.
주인의 바지런함이 바람을 일으켰나 나뭇잎이 꽃가루처럼 휘날리며 분위기를 연출하니 더 없는 산상의 점심 자리가 된다.
배는 부르고 나그네 산보하듯이 터덜터덜 걷는 게 참 한갓진 나만의 산길이다.
이정표는 항상 심적 갈등을 가져 온다.
오늘의 목적은 단풍의 상태와 송광사인 만큼 천자암 삼거리를 지나 송광굴목재에 올라 선다.
녹음이 서늘함을 싸늘함으로 냉각시키고 있으나 경사지의 버팀에 다리는 후들거리고 심장 박동의 요동에 몸은 과열되고 있다.
홍일점 같은 단풍이 숲으로 번져가고 계류를 따라서 하류로 흘러 가고 있다.
어째 산정보다 더 채색되어 가고 있는 계곡의 단풍을 송광사의 국화향이 저지 시켰다.
송광사에는 많은 단체 여행객들의 입담이 보시를 하고 있고 규모의 확장성이 천년고찰의 역사를 앞질러 간다.
당연히 진입로는 포장이 되어 운치를 상실했고 플라타너스 노랗게 물들어가는 상가지역에서 산행을 마무리 한다.
5분이 늦어 50분을 기다려서 버스에 올라 접치재로 간다.
접치의 어디메에서 내렸는데 생경한 풍경이고 기사님이 다시금 재 승차를 하라 하여 버스 알바를 면했다.
이래저래 참 고마운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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