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리산 피아골 산행 **

-.일자 : 2024년 11월 6일

-.코스 : 성삼재-노고단-반야봉-삼도봉-피아골산장-직전마을(19km / 7시간 40분)

 

이 한 계절을 그냥 보내 버릴 수만은 없어 피아골 단풍산행에 나선다.
계절의 변화를 못 느끼고 있다가 태풍 콩레이에 딸려 온 냉기가 한 순간에 초겨울로 만들어 놓았고 쌀쌀한 새벽 공기에 옷깃을 여미게 된다.
빠른 세월 속에서 이 산악회 참여도 일년이 훌쩍 지나 버렸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분들로 서먹함은 없다.
그새 산행은 프리 스타일로 달려졌고 단풍산행이라는데도 여성들까지 화엄사에서 내리 버리고 바람만이 휘젓고 있는 성삼재에는 몇 사람 뿐이다.
바람의 날카로운 소리 뿐 인적은 없지만 24시 마트는 업무에 충실하고 음악으로 호객을 하는 카페를 지나 지리의 품으로 들어 간다.

 

 


내려 오는 사람들은 중무장인데 단출한 난 침투습격을 강행 하듯이 단숨에 노고단산장에 올라 선다.
신축 건물은 마고 할매가 지키고 있던 산장의 옛추억들 마저 깔끔하게 지워 놓았다.

 


산꾼님이 노고단사전예약을 해 놓아 자동으로 단출한 팀이 꾸려 져서 노고단 고개를 오른다.
지리산의 통문인 아치는 천왕봉까지의 25.5km을 담은 액자로 한 뼘도 되지 않아 금방이라도 다녀 올 듯 하다.

 


천상을 오르는 듯 길게 뻗은 데크를 따라서 노고단을 오른다.
태풍 급의 바람에 냉각된 공기가 미세먼지까지 깔끔하게 청소를 해 놓아 선명한 산그리메가 펼쳐진다.
지리 10경 중 하나로 섬진강이 몽글몽글 피워 올린 물안개가 구름 바다를 이룬 노고운해는 피아골단풍으로 대체하여야 할 듯하고 얼떨결에 바람에 밀려서 목책을 넘어 버렸다.
살려는 자구책이고 이젠 어쩔수 없이 공범자들이 된다. 

 

 

 


문수암이 저 아래 어디쯤 이랬는데 이젠 어림짐작도 못하겠다.

 


돼지령을 지나며 편안한 등로에서 서로간 거리가 좁혀지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진 대화 에는 서먹하고 어색함을 깨뜨리는 아이스 브레이킹이 되어 피아골 삼거리에 왔지만 그냥 간다.
난 여기서 피아골로 내려 갈 계획이었는데 아무래도 소통엔 좀더 시간이 필요할 듯하나 전체 분위기가 우선이다.

 

 


결단력 없는 소심함이 결국 반야봉을 오르게 만들어 임걸령에서 목을 축인다.

 


대지의 온기를 품고 뿜어져 나 온 물과는 달리 바가지와 바닥은 얼음으로 지리에서 올 겨울은 맞이했고 지리산의 정기를 흠뻑 흡입하여 노루목을 향해 오른다.
잔뜩 긴장한 오름길엔 계단이 만들어져 지리산을 찾지 않았던 세월이 느껴진다.

 


반야봉 오름길만이 날것 그대로다.
언제 눈이 내린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는 날씨인데 바람막이가 되어 준 사면에는 거침 없이 밀고 들어 오는 햇살의 열기가 땀이 솟고 진달래의 성장눈을 건드려 꽃을 피워 놓았으니 참 무책임하다.
파란 하늘아래 지나 왔던 길들이 한눈에 펼쳐진다.
천왕봉과 반야봉 그리고 백운산들을 3D의 조감에 그림 마냥 배치해 놓았고 주변의 산들은 자율 분양했으니 소유권을 주장할 산들이 없다.

 


하산은 자연스레 삼도봉으로 이어진다.
산행의 브레이크타임이라도 되었는지 인적이 딱 끊기고 삼도봉의 손길을 타 반질거리는 표지봉만이 햇살을 튕겨내고 있다.
지리의 한 복판에 우리들 뿐이다.
내려 왔던 반야봉은 단풍이 들고 있는지 이미 져 버렸는지도 모를 애매함이 있고 피아골계곡은 단풍을 감추어 놓았다.

 

 


정맥이 그러하듯 잘못됨을 인지 했을 때에 가장 빨리 가는 법은 먼 길도 되돌아 가는 것이다.
난 주관성이 없다.
주식은 어설피 다른 사람 따라 하다가 망하게 되는데 선택의 책임은 오로지 자신의 몫이 된다.
사람의 발길이 잦은 초입의 반질거리는 등로가 갈래를 쳐 가면서 점점 사라지듯 길은 묵혀 간다.
한가지 목적달성으로 파안대소 했던 우리들은 점점 미로 속으로 빠져 들고 있다.

 

 


잔디밭과 같은 푸른 산죽밭 속에는 지뢰와 같은 허방과 돌뿌리를 숨겨 놓았고 나무는 부비트랩이 되어 발목을 낚아 챈다.
가파른 협곡을 내려 가고 있는데 이 광활한 지리산을 우습게 봤다.
커다란 바위에는 푸른 이끼가 잔뜩 끼어 자체 방어를 했고 나뭇잎으로 은폐된 허방과 건들면 부러진 썩은 나무들로 난공불락 그 자체다.
짐승들도 다니지 못한 길이다.  

 

 


생명수가 흐르는 계곡 에서야 서늘한 바람을 느끼며 건재함에 감사한다.

 


피아골은 지금 단풍이 참 좋은 늦가을이다.
해질녘이라 조금은 쓸쓸함이 흩어져 있지만 햇살에 붉어진 단풍이 우리나라 최고의 단풍 명소인 피아골을 상징한다.
일주일 후에 여길 조직활성화로 다시 찾기에 증거용으로 사진을 담아 내지만 그때까지 이 단풍이 남아 있지는 않을 것이다.
가을을 붙잡는 것은 바지런을 떠는 것 밖에는 없다.
피아골 산장은 아직도 공사중이라서 숙박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시간에 쫓기어 단풍 구경은 주마간산이고 무릎 통증에 허벅지가 아려 와도 이렇게 자유롭게 걸을 때가 내 인생이다.
남는 시간의 활용이 염려된 산행이 였는데 주어진 시간을 꽉 채워 서야 끝맺음을 하고 그 것도 피아골산장에서 버스정류장이 있는 천왕봉산장까지 산악 구보를 해서야 겨우 맞췄다.
피아골 단풍 산행에 나섰다가 초겨울의 날씨 속에서 반야봉을 오르고 빨치산 체험에 담력과 극기훈련까지 이 계절처럼 참 다이내믹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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