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등산 산행 ***
-.일자 : 2023년 10월 11일
-.코스: 큰재-만연산-나와나목장-장불재-인왕봉-중봉-중머리재-새인봉-서인봉-증심사주차장(14km / 5시간 50분)
새파란 하늘과 피부에 살랑대는 바람이 나들이를 부추김 한다.
낮의 길이가 점점 짧아져가고 있는 이 새침한 가을은 또 언제 토라져 버릴지 모르니 부지런을 떨어 가면서 교감을 쌓아 둬야 만이 아쉬움을 남기지 않을 것 같다.
들녘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풍요로움이 있고 길가에는 코스모스가 바람에 살랑거리고 동산에는 억새가 빛나고 있는 더 없이 좋은 날에 무등산 단풍 마중에 나선다.
들머리가 만연산산림공원지역의 큰재다.
만연산은 다녀 온 봐가 있지만 이런 곳에 이렇게 삼빡한 시설이 있을 줄은 내 미처 몰랐다.
새로운 루트를 탐색하는 기쁨이 더해져 계단을 따라 올라 간다.
숲 속에서 꽃무릇의 꽃대는 사그라들고 메마른 땅을 뚫고 새싹이 마구 올라오고 있어 꼭 복잡하기만 한 축제장을 찾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계단이 능선까지 이어진다.
나에겐 다 계획이 있는데 진행속도가 너무 느려 동행하고 있는 일행과는 헤어질 결심을 한다.
잔돌과 바위들로 산길이 쫌 거칠지만 날것의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고 계단만을 따라 올라 와 단순해져 있는 근육과 자율신경들을 바짝 긴장 시켜 놓는다.
바람이 참 좋은 가을날이다.
어쩌다 모자를 빠뜨리고 왔는데 숲이 그늘을 만들었고 바람은 드라이어기가 되어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린다.
화순읍과 만연저수가 보이고 만연산산림욕장으로 내려가는 길이 만났으나 이미 기억에서 휘발되어 모든 게 새롭다.
쌩뚱맞은 만연산 표지석이 없던 기억을 더 헤집어 놓는데 전망테크가 있는 만연산에서부터 앱의 따라 가기 루트에 접속하듯이 중첩된다.
수만리 마을과 황금 들녘이 평화롭게만 내려다 보이고 무등산은 멀찍이서 가만 지켜 보고 있다.
저렇게 멀고도 높은 곳을 가야 할 지의 막막함에 눈이 게으름을 피운다.
한때 집사람을 어르고 달래며 올라 왔던 길을 쉬이 내려와 장불재이정표와 마주한다.
나무계단을 따라 내려와 둘레길처럼 넓은 길을 따라가면 결국 능선과 만나게 되는데 굳이 이렇게 안내해 놓은 이유를 모르겠다.
거미줄이 엉기는 걸로 보아 내가 선구자인 듯하고 바람만이 나뭇잎을 살랑거리는 숲속에서 지저귀는 새소리는 뮤직테라피가 되어 정서적 치료제가 되어 준다.
편의상 단체 산행을 왔지마는 눈치를 보지 않고 이렇게 나 홀로 풍광을 느껴가면서 여유자적 즐기는 산행의 참 맛이다.
요즘은 산악회들이 산행코스를 자율에 맡겨 놓아서 가능한 일이고 숱한 산행으로 체력이 따라 주고 산행스케줄을 나름 정할 수 있는 안목과 경험이 축적되어 있음을 자부하기에 난 산악회가 또다시 좋아지기 시작했다.
산비탈을 따라 수만리탐방센터에 내려선다.
너와나묵장이 항상 궁금했던 터였는데 목장은 보이질 않고 식당인 듯한 공사현장에다 주변에는 따로 주차장이 없고 자율이다.
아치를 통과하자 국립공원의 상징인 돌길이 시작된다.
장불재를 오르는 최단 코스라는데 그 만큼 경사도가 있음을 반증하고 있어 주구장창 올라야 한다는 뜻이다.
나야 선호하는 것이나 큰재에서 부터 쉼 없이 와서 인지 다리에 힘이 풀린다.
산객이 쉼터에서 얼마 안 남았다며 쉬어가라 권하지만 귀에 들어 올 리 없고 하얀 억새가 반기는 안양산능선에 올라 선다.
하얀 억새가 감성을 자극한다.
시퍼런 하늘에 뭉게구름을 바탕으로 가을 색으로 채색되어 가고 있는 무등산이 너른 품으로 끌어 들이면서 쉼을 좀처럼 허락하지 않고 있다.
탁 트인 공간에 억새가 가을 가을 한다.
나도 가을을 타는지 자꾸만 곁눈질을 해가면서 숲으로 들어가 입석대전망대에 오른다.
나뭇잎을 다 떨군 나뭇가지에 열린 빨간 열매가 켜켜이 숯덩어리를 쌓아 놓은듯한 시커먼 주상절리대를 동양화로 만들어 놓았다.
숲을 벗어나니 햇살이 따갑지만 억새가 눈처럼 하얗게 능선을 덮고 있고 안양산의 벡미능선에는 비림에 날리는 백마의 갈기처럼 억새가 하얗게 빛을 발하고 있다.
모자 대신 손수건을 머리에 둘러 햇살을 차단한다.
빠니 보이는 서석대정상이 고단하다.
역시나 산행은 평일에 해야만이 정체가 없이 내 의지대로 할 수가 있어 제 맛이다.
정상석이 오롯이 나의 것이 되었지만 또 경쟁이 없으니 흥미도 없어 금방 물러나서 앞에 보이는 인왕봉을 향해 간다.
57년만에 개방된 인왕봉의 상시 개방은 23년 9월이라 아직 신상이다,
되돌아 올 것 이라서 배낭을 벗어 놓고 초소를 넘는다.
긴강과 설렘에 두군 거리던 가슴이 억새밭을 지나면서 진정이 되었고 설치된 계단은 정식 등로를 인증하고 있어 자유로움을 찾았다.
뭐야 이거..
소문난 잔치에 먹을게 없다더니 전망데크만 덩그러니 있어 이게 정상이 맞는지 조차 의구심이 든다.
산비탈의 알록달록한 단풍 위에 구름의 프레임이 살포시 덧씌워지면서 색감과 채색을 달리한 다이내믹한 풍경화를 그려 내고 있다.
산객 한 분이 사진을 찍어주고 난 후 나 홀로 의 산정은 아무리 의미를 더해봐도 쓸쓸하다.
내림길에 구름이 그늘을 만들어 주고 서석대내림길의 숲이 싱그러움을 안겨 가뿐하게 서석대에 이른다.
단풍도 눈도 없이 햇살에 익어가고 있는 시커먼 서석대가 어째 초라해 보인다.
역시나 모든 것들은 조력자가 있어야만 빛을 발할 수가 있다.
목교를 내려와 억새평원에 들어선다.
영남알프스가 부럽지 않을 정도의 억새군락지다.
중봉에 올라 뒤돌아 본다.
역시나 무등산은 사시사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주는 매력덩어리다.
내림길이 지난하다.
오후 정점의 햇살에 억새는 익어 하얗게 탈색된 솜털을 매달고 있고 나는 새카맣게 그슬러 깜상이 되었다.
중머리재까지 돌길에 직하라 무릎에서 전해지는 통증이 천천히 내려 가라고 경고를 한다.
중머리재는 고속도로의 휴게소와 같아 북적거림에 증명 남기길 포기하고 곧바로 서인봉으로 향한다.
그 많은 사람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나 홀로 길이다.
울울창창한 소나무숲길에 다람쥐가 간간히 노닐고 있고 새들이 지저귀는 유토피아 속을 유영하고는 있지만 나만이 치열한 삶에 굴레에서 벗어나 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그나마 1년의 유해가간이 남아 있어 위안이다.
산수화 같은 풍경이 흘러 가고 서인봉을 내려 와 약사암 안부의 갈림길을 지나며 힘겹게 새인봉에 올라선다.
산너울의 끝자락에 건물이 걸리지만 푸르름은 마음을 편하게 하고 단애의 아찔함이 자연의 경이로움을 전한다.
홀로 산길은 쉼이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리 서두른 것도 없었는데도 산악회에서 제시한 시간이 한참이나 남아 있어 모처럼 느긋한 쉼을 가져 본다
요즘 가을 바람이 넘 좋은 날들이다.
하늘로 치솟은 아름드리 나무들이 흙을 붙잡아 놓아 요즘 유행하고 있는 어싱길에 적합한 흙 길을 밟고 상가로 들어 선다.
친구와 술 한잔 나누고 푼 음식점과 자꾸만 눈길이 가는 용품점의 유혹을 뿌리치고 주차장에 도착하니 나 뿐이다.
결국 헤맴이 있는 사람들 때문에 2시간을 기다려서야 출발을 하여 승주의 어느 음식점에서 저녁식사를 하는데 이것 또한 술을 부르는 메뉴라서 물잔 만을 꼴짝거리면서 그 유혹을 이겨 낸다.
쓰담 쓰담, 오늘 너 참 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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