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운산 가을의 길목 ***
-.일자 : 2023년 10월 7일
-.코스 : 진틀-진틀삼거리-신성봉-상봉-억불봉헬기장-노랭이봉-동동마을(12.3km / 4시간 48분)
치솟고 있는 혈압 관리의 주간 스케줄관리로 백운산 산행을 계획하여 놓았는데 자꾸만 가기가 싫타.
편안함과 타협하지 말자 란 나의 좌우명은 현재의 운동량으로도 충분하다 란 합리화에 기우제를 지내듯 흐린 창 밖만을 쳐다 보다가 집사람에게 내 볕은 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선다.
주 능선을 걷기 위해 동동마을애다 주차를 하고 진틀행 버스에 올랐는데 텅 빈 차내와 행락객이 없이 펜션만 즐비한 계곡 과도 닮아있어 왠지 씁쓸하다.
그럼 그렇지 그래도 백운산이 울 나라의 명산인데 사람들이 안찾아 들리가 없다.
진틀에 차가 주차되어 있고 몇 사람이 보여 요즘의 산행 트렌드를 보여 준다.
산객은 젊은이들로 대체되어 아직 여름의 푸르른 나뭇잎과도 닮아 있는데 난 능선마루에서 온 갓 삭풍을 맞고 쪼그라들고 있는 앙상한 나뭇잎처럼 세파에 찌들 린 늙다리라 홀로 들머리를 들어 선다.
뭐지 이 느낌,
추석 이후 금주를 했더니 몸이 가뿐하다.
이렇게나 좋은데 왜 지 시간과 돈과 몸을 베려 가면서까지 술을 퍼 마셨는지 몹시도 후회가 되는 순간이다.
계곡에는 아직은 단풍을 기약할 수 있는 싱그러움의 숲도 좋고 녹음이 져 어두침침한 계곡에 흐르는 하얀 물줄기가 가슴속에다 냇물을 만들어 시원하다.
너덜은 일수 없는 미례와 우여곡절의 인생길 과도 같아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잔뜩 흐린 날씨에 기습한 찬바람은 흐르는 땀을 급냉 시켜 가면서 좀처럼 휴식을 허락 치 않아 쉼 없이 신선대에 올라 선다.
1시간 남짓의 발걸음에 신세계가 펼쳐진다.
공룡의 등뼈처럼 흘러가는 능선에는 연한 단풍이 물들어 산비탈로 퍼져가고 있고 지리산의 주 능선은 백두대간의 거대한 산맥이 되어 아득하게 흐르고 있다.
이 유토피아 같은 풍경과 마주 하자니 절로 술이 땡 긴다.
동녘이 불그스레한 여명 속에서 염원을 담고 일출을 기다리듯 추위와 맞짱을 뜨면서 가을의 채색에 감성을 희석시키면서 산행의 의미를 마구 부여하지만 몸은 새로운 자극을 원한다.
금주 며칠만으로도 확실히 몸이 달라졌다.
산오이풀과 살찌기 눈맞춤을 하고 정상에 올라 서니 산악동우인이 반가이 맞이한다.
산에 다니고 있으니 산에서의 만남이야 당연하지만 어색함에 순삭으로 인증을 남기고 산정에서의 파노라마를 눈으로 촬영하고 내려선다.
화단에 가꾼 꽃처럼 보라의 꽃향유가 등로를 따라 피어 있다.
난 이 계절이 참 좋고 이 길이 무척이나 좋다.
아직 가는사초의 푸르름과 숲 그늘이 드리워져 있어 정원을 산책하듯이 사브작 사브작 걸어 간다.
당연하게 조망은 없고 쉴 곳도 마땅치 않아 마냥 걷게 되는 능선이다.
산지킴이가 어느 적당한 곳에 휴식의 공간을 설치하여 준다는 약속은 이번에도 공약이 되어 버렸다.
이런 저런 잡다한 생각들은 무념 속에서 휘발되어 버리고 나의 몸과 마음은 푸르름의 동색이 되어 자연과 일체화 되어 간 듯하다.
세상 아무런 근심걱정 없이 이렇게 단순하게만 살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소슬바람이 느슨해진 틈새로 슬금슬금 파고들어 가을의 계절을 느끼게 하고 나무가 자라면서 억새군락지를 삼켜버린 숲을 빠져 나와 억불봉삼거리에 닿는다.
자연은 복원이 되어 풍만하게 변신을 해 가고 있는데 익숙한 것에 대한 그리움으로 옛 기억들을 주억거려 가면서 노랭이봉에 올라선다.
우와
상봉이 아득하고 억불봉은 왜 여기까지 와서 안보고 가느냐고 토라져 있는 듯 하여 다음엔 다녀 와야겠다.
그 동안에 새끼발가락을 볼모로 잡고 있던 신발을 볼치기로 넓혀 놓았더니 걷는 게 한결 자유로워져서 국사봉으로 흐르는 억불지맥의 능선이 또 아른거리지만 차는 동동마을에 주차 되어있다.
처음부터 시내버스를 이용했더라면 결행했었을 만용이 잡아 끄는데 어쩜 다행이다.
산행을 시작하고부터 변변한 쉼 없이 진행해 왔음에도 피로도가 덜해 내림길이 수월하다.
등로에는 바람이 마당을 쓸 듯 낙엽을 쓸어갔는지 쌓이고 밀어내며 밀당을 하던 낙엽들도 없어 발 디딤도 좋아 쉬이 수련관임도에 내려선다.
동동마을까지는 고사리와 밤나무로 스스로가 경직되고 경계 되는 지점이다.
밤 수확 철이 지났지만 밤알이 떨어져 있어 몇 알 챙겨 배낭에 감춘다.
개도 졸고 있는 조용한 동동마을의 담벼락에 주렁주렁 매달린 감이 노랗게 익어 풍요로움을 전한다.
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다.
어머니 집에서 땀을 씻고 환복을 하여 불고기축제장을 어스렁 거리니 하루가 너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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