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왕산 억새산행**

-.일자 : 2023년 10월 07일

-.코스 : 지하곡주차장-1코스-배바위-화왕산-허준세트장-관룡산-구룡산-관룡사-용선대-옥천주차장(13.4km / 6시간 13분)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고 있어 너무나 상쾌한 나날들이다.
도로에는 바람에 떨어진 낙엽이 휩쓸리고 들녘은 풍요로운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면서 가을이 무르 익어 가고 있다.
오색의 단풍에 앞서 화왕산성 대평원의 은빛 억새 물결이 아른거려서 마중을 나간다.
이 때쯤의 창녕 화왕산은 찾아 든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룰 것인데도 운영측 에서는 1코스로 안내를 하고 있어 그 고단함이 그대로 그려 지고 있다.
초입부터 사람들이 도로를 꽉 채웠다.
정체가 필연적이라 이를 회피하기로 다짐을 했는데 지인이 처음이라니 할 수 없이 따라 가고는 있지만 역시나 명절날에 도로가 정체되듯이 좀처럼 움직임이 없어 주말에 산행을 자체 해 왔었던 나를 자책하게 한다.


추월의 무의미 함에 앞사람만을 따라 능선에 올라서니 마라톤풀코스를 뛴 것 마냥 기운이 풀리지만 솔솔 불어 오는 바람이 재충전을 시켜 준다.
구름이 햇살을 감추어 놓아서 억새가 갈색으로 우중충하다.
배바위에 올라 가을바람을 가슴속에 가득 넣어 잠입을 하듯 억새군락지로 뛰어 들었고 금새 사람들을 삼켜 버린 억새의 물결 속을 매끄럽게 유영하여 간다.

 


솜 같은 하얀 깃털의 포근함에 감싸여서 청각으로는 사각거림을 고스란히 담아 가는 정상 길이다.  


정상 인증이 필수가 되어 줄을 길게 섰고 난 그 한 켠에서 흔적을 남기고 내려선다.


성벽이 억새군락지를 완벽하게 보호하고 있고 샛길조차도 허락 치 않아 햇살에 고스란히 익어가면서도 황새가 먹일 감을 쫓듯 멀건이 억새의 하얀 깃털 사이를 헤집어 가고 있다.
바람을 억새 숲을 흔들고 있는데도 몹시도 더워서 손차양이라도 해야만이 눈살을 찌부러지 않고 건너편을 관망할 수가 있다.


간단 점심을 해결하고 동문을 빠져 나온다.
숲이 그늘을 만들어 놓아 도로를 걷는 게 더 아늑하다.
바람이 땀을 말려 주고 체온도 내려가면서 완연한 가을 기운에 서늘함이 느껴 지는 길이다.
산행은 가을 산행이 최고인 이유가 되어 준다.


마냥 걷기만 해도 좋은 산길을 따라서 관룡산 정상석과 마주 한다.
쉼을 하고 있는데 우리가 추월을 하였던 산님이 올라 오며 암릉미가 있는 출입금구역으로 이끌어 흔쾌히 동행한다.


뭐야 이거......
출입금지가 되어 있어 무심코 지나쳤던 곳이 원래 계획하였던 구룡산을 경유하는 루트이고 능선을 따라 흘러 가던 곳이 부처상이 있는 용선대 길이였다.
숱한 날들을 찾았던 곳이었지만 무지를 들어낸 터라 침묵으로 화끈거림을 삭힌다.


제대로 등로를 찾아는 들었지만 동행자의 자잘한 설명들을 고스란히 듣고 발걸음을 맞춰야 하는 댓가를 지불하면서 암릉을 오르락 내리락 한다.
출입금지를 알리는 안내문들이 왜란 의문점을 품게 한다.



구룡산을 올랐다가 되돌아 나와 본격적인 내리막을 내려 간다.

이게 뭔가 잘못되어 간다는 경고 신호가 감지되고 있는데 선답을 하였다니 새로운 코스를 답사한다는 흥미가 누른다.
점점 거칠어지고 있는 등로가 의심을 품게 하여 지도를 살펴보니 부곡온천의 종주루트라 되돌아 나온다. 




정리되지 않는 등로가 위험스럽 긴 하다.
바위들이 방지턱이 되어 자동 속도조절이 되고 있고 행동의 어설픔에 내리막인데도 땀이 배어 난다.


송이채취 움막을 기점으로 숨 고르기에 들어가고 흙 길을 따라서 관룡사에 내려서면서 차를 태워 준다는 동행자와는 헤어져 용선대를 향해 오른다.
동행자와 보조를 맞추느라 시간이 지체가 되었고 계획에는 없던 곳인지라 시간이 부족하여 속보로 오른다.


쉽게 생각했는데 계속된 오르막의 500m 거리가 결코 만만치가 않다.
땀을 쏟은 정성이 있길 염원하고 관룡사로 되돌아 나오니 옥천리주차장까지 뛰지 않으면 시간을 못 맞추게 생겼다.
이럴 줄 알았다면 차를 태워 주겠다는 동행자를 홀딩 시켜 놓을 걸 하는 부질 없는 생각이 아지랑이처럼 머릿속을 헤집고 나간다.
그 많았던 사람들이 사라졌고 해거름의 서늘함이 감도는 길을 냅다 뛰어 청간재에서 내려 오는 길과 합류하고 공원화가 되어 가고 있는 천변을 따라서 겨우 시간을 맞춘다.
이게 뭐라고 난 사생결단을 하듯 시간을 맞췄는데 여유인지 배짱인지 느긋하게 도착하는 사람들을 멀건이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다. 


요즘 산에 대해 관심도가 낮아져 가면서 옛 기억들 조차도 들쳐 낼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모든 게 새로워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낼도 새로운 산을 찾아 이 가을을 만끽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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