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해랑길 5차(서해랑길 70 코스 ) ***
-.일자 : 6월 23일
- 서해랑길 70 코스  : 학암포해변-구례포해수욕장-신두리해수욕장-웅도-의향파출소 (19.2 km)

  
순간 순간의 결정과 순발력으로 하루의 일과가 결정되고 있고 잘 먹고 걷고 마시고 자는 참 단순한 날들의 연속이다.

태안서시장

 


국토종주를 이어가면서 먹어야 산다는 걸 학습하게 되었고 터미널을 찾아 가다가 막 문을 열고 있는 국밥집에서 조식을 하며 지역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일단 학암포까지 가는 버스는 많고 지나 왔던 구 터미널버스정류장에서 타면 된다는데 막상 버스의 배차시간은 이곳 주민들의 기준일 뿐이다.
어제 이원면에서 택시 하나를 보지 못했다가 줄지어 서 있는 택시를 빠니 보면서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건 기다림에 익숙치 않은 우리들에겐 고문에 가깝다.
3만원과 시간을 맞바꾸어 택시에 올라 학암포로 간다.

 


뭐야 이거 완전 유원지 잖아...
모텔과 음식점들이 즐비하여 어제 펜션 사장님이 이곳까지 태워 주겠다는 걸 굳이 태얀읍까지 이동 했었던게 후회스럽다.

 


서해랑길안내도와 해안의 학암포표지석에서 70코스 인증을 하고 신발끈을 조인다.

 

 


야영장의 분주함이 하루를 열고 있고 몰빵의 화장실 이용시간에 주군과 편의점의 쉼터에 자릴 잡는다.
통닭대신 쏘세지가 안주가 되었는데 한잔술도 넘기기 전에 시내버스가 미끄러져 들어 와 있어 안주거리를 자처한다.
우리 대체 뭐 한 거지,,, 돈 자랑질 한 겨......
하여간 이 동네는 친절도가 넘쳐 주변 부동산정보를 모조리 수합하였지만 전 국토를 소유한 우리들로써는 흥미가 없다.

 

 


학암포해수욕장이 섬 하나를 거느리고 있다.
시원한 해풍이 세파에 쌓여 있었던 번뇌의 찌꺼기들을 청소기의 먼지비움 기능처럼 말끔하게 비워 놓아서 마음의 여유공간을 확보해 놓았다.

 

 

 


이 곳은 서해랑길의 중소 도시쯤은 될까?
깔끔한 등로가 구례포해수욕장을 이어 준다.

 


썰물에 모습을 들어 낸 거대한 백사장의 하얀 속살이 유혹한다.

 


신발을 벗어 들고 나와 몰빵은 지구와의 직접 교류에 나섰고 주군은 캠핑장이 있는 석갱이로 타박타박 걸어 가고 있다.
모래사장에 살랑거리는 하얀 파도와 갯내음을 오감으로 느끼면서 여행자 모드가 되어 감성에 젖어 들었고 캠핑장에 박혀 있는 필수코스가 제자리로 돌려 놓는다.

 

 

 


작은 언덕빼기를 넘어서자 노란 금계국이 활짝 피어 환영하고 확 달려든 망망대해가 낯설다.

 

 


언동해변은 숲길로 유도하나 우린 모래 사장을 거닐기로 한다.

 


조개가 있고 조약돌을 야무지게 붙들고 있는 해삼도 있어 자꾸만 물욕이 생긴다.
허리를 굽히고 있는 사람들을 따라서 맵싸리고동을 하나 둘 줍다 보니 봉지가 빵빵해졌고 돌만 뒤집으면 붙어 있어 갯바위를 떠나지 못했는데 경로이탈로 한참이나 되돌아서 나온다.

 

 

 

 


제자리도 되돌아 왔을 땐 몰빵의 부상자가 생겨 버려 전력에 손실이 생긴다.

 


숲 속의 산길이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있고 우측은 짐작도 가지 않을 만큼 넓은 백사장이 이어지는 이런 천혜의 장소에도 가계 하나가 없는 게 의문이다.

 


인적이 느껴지고 산길을 빠져 나오자 신두리해변은 까마득하게 물러 나 있어 결국 채취한 해산물은 선순환을 위해서 나그네에게 넘길 수 밖에 없다.
식당만 있었어도 쏘주 일잔 하면서 원기 보충을 했을 텐데 아깝다.

 


바라길 아치를 넘어 신두리제방을 이어간다.

 


썰물에 들어 난 백옥같은 모래사장은 너무 매혹적이라서 조강지처 와도 같은 신두리사구를 과감하게 버린다.

 


한 없이 부드러워 보이던 모래사장은 막상 발목이 뼈져 들고 파도가 만들어낸 모래톱의 엠보싱화에 발걸음이 뒤퉁거려져서 파도가 찰랑이는 해안으로 붙는다.

 


쉼 없이 밀려 오는 파도가 만들어낸 무늬가 해변의 낭만을 불러 들이지만 이 또한 조개껍질이 밟혀 만만히 않으니 괜스레 저 신두리사구를 기웃거려 본다.
푸르름에 덮여 있는 사구에 낙타 마냥 사람들이 하늘금을 그리고 있어 보기엔 참 좋다.

 


사람 보기 힘든 이곳에서 펜션 단지가 해변을 경계 짓고 있다.
필수경유지가 있어 모래사장을 빠져 나와 하늘과바다사이의 리조트로 들어간다.
오아시스만 같았던 리조트는 규모는 큰데 슈퍼 하나 달랑 있고 리조트의 끝자락에서야 식당가가 형성 되어 있다.

 


요리사인 실장에게는 큰소리를 쳐야 만이 소통이 가능 하지만 창 너머로 해변을 바라 보면서 우럭탕에 소주 한잔씩을 나누고 있으니 우리가 여행객만 같다.
코스 조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뚜벅이들에겐 이런 곳이 시. 종점이 되어야만 한다.

 


한낮의 햇살이 피부를 찌르고 숨이 탁 막혀 온다.
확실한 목적이 있으니 진행만은 순조롭다.
인적 없는 거리에 우리들 만이 타박타박 걸으며 정적을 깨고 있고 처박혀 있는 4룬 오토바이를 보며 순간 이동도 꿈꾸어 본다.

 


방성제방을 따라서 간다.
건너편에 우리의 종점인 의항포구가 뻔이 보여도 바다가 육지가 아니니 갈수가 없다.

 


뭐 오늘 중으로는 가겠지, 일단은 쉬었다가 가자.
솔솔 불고 있는 바닷 바람이 살결을 어루만져주어 잠이 절로 들었고 차 소리 마저 도 듣지 못했다.
바다에는 요트를 손질하는 사람이 있을 뿐 고요하기만 하고 차 없는 도로다.

 


오디 나무에 매달려서 손에는 보랏빛 물이 들어간다.
마을 뒷산으로 소근성 이정표가 있다.
저 야트막한 곳에다 왜 성을 쌓았어야 했는지는 지금의 지형상으론 알 봐도 아니다.

 


차로 와 같이하는 방조제를 걷는다.
방조제가 논이 아닌 호수 만한 양식장과 웅덩이만 같은 저수지를 가르고 있는데 태안반도에는 양식장이 참 많다.

 


마을이 나오고 전원주택만 같은 이쁜 집에서 산길과 해안로로 갈라서나 그냥 간다.

 


만조만 아니라면 이 해안로가 산을 빙 둘렀을 것만 같은데 어쩔 수 없이 올라 간 산은 고되다.
산부엉이와 소쩍새는 왜 그리 울어 대고 있는지 사나이들을 더 초라하게 한다.

 


보수 공사중인 의암제방길이다.
한 구간만 진행하기로 약조를 했으니 더 진행도 못하지만 태안 구간에서는 숙소도 문제가 된다.

 


제방의 끝에인 의항마을의 입구에 펜션이 있다.
배낭부터 벗어 선점을 해 놓고는 파출소앞의 서해랑길안내도에서 70구간을 크리어 시킨다.

 


딱 봐도 이 동네에는 식당이 없어 보인다.
밭일을 하고 오는 주인을 붙들고 식당에 들어 갔지만 우럭매운탕을 속성으로 끊여 놓고는 다시금 밭일을 나갔는데 말끔한 양복을 입은 남편은 우릴 경계하고 회의가 있어 나가라고 하는 쪼잔한 모습이다.
허나 이 마을은 조식을 위해 라면과 안주용으로 꽁치를 구입하는데도 김치 한 포기를 내어 주고 주차 된 차량이 들이 받쳐도 상대방을 더 걱정 해주는 사람도 있다.

 


취침주 상차림에 상이 부러졌고 주군은 세상에 불만이 있는지 음식을 젖가락질로 쉼 없이 휘젖고 쇠통구리처럼 돌돌 말기만 하더니 지풀에 잠이 든다.
하여간에 먼저 꼬구라진 넘이 장사인 타향에서의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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