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산행 과 불나비의 장가계 여행 **
-.일자 : 2025년 3월 22일 ~3월 25일(3박4일)
-.3일~4일 일차 : 칠성산-보봉호-장가계-쇼핑-장가계블루베이호텔-군성사석화-장가계공항-김해공항-광양
세월은 무쇠도 녹인다. 우리를 지탱해 주고 있던 체력은 매일 2만 보에 가까운 강행군과 수시 알코올 주입으로 극한까지 내몰려서 퇴업 직전이지만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협상으로 장가계 투어에 나섰다.
같은 비행기로 와 똑같은 일정을 소화해 내고 있는 어르신들은 멀쩡한데, 우리는 많이 수척해졌고 활력도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날씨는 화창하기만 하고, 노란 유채꽃이 피어난 거리는 봄나들이의 설렘을 안긴다.
끼니마다에 술을 찾는 우리의 특성을 파악한 가이드는 정상주를 챙겨오라 했고, 비빔밥의 점심 메뉴를 수육으로 변경하는 챙김도 있다.
호텔이 있는 시내에서도 빤히 보이는 천문산이고, 그만큼 관광지가 집결되어 있기에 이곳에서의 이동이 짧아서 더 좋다, 극히 시골스러운 길을 달려 신상의 분위기가 팍 나고 있는 칠성산 입구에서 내린다.
시설에 비해 사람이 너무 없다.
빙빙 돌고 있는 케이블카는 우리가 독점이라서 선뜻 올라탔는데, 돌쇠가 내려버리고 보조 가이드와의 침묵 속의 어색함이 장인과의 첫 만남 만 같아 그림 같은 풍경들이 무수히도 스쳐 지나간다.
고도를 높여 놓은 서늘함이 살갗을 스치고, 산비탈에는 휴양림의 산막 같은 리조트의 숙소들이 있을 뿐인 경관인데 굳이 왜 케이블카가 이곳에 있어야 되는지에 의구심이 들 만큼 썰렁하다.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케이블카를 직빵으로 연결해버리면 오죽이나 좋을까 싶지만, 더불어 살아야 하는 이곳의 시스템이라 이해하자.
깡통기차를 타듯 연결된 모노레일에 한 사람씩 타고 올라간다.
1314m를 몇 걸음 안 걷고 올라와 버렸으니 세상 참 편리해졌지만, 모노레일도 탑승권을, 하늘다리도 입장권이 있어야 되니 다 돈이다.
원형의 유리 전망대인 하늘의 문에 섰다.
정작 유리전망대의 역할인 발밑의 아찔함보다는 건너다 보이는 천문산과 장가계는 물론 기암절벽의 주변 경관에 압도되어서 북두칠성이란 7개의 봉우리는 잇지 못했다.
천지사방으로 이상향 속의 풍경이 펼쳐지니 우리는 자연스럽게 산수화와 밀착된 그림으로 합성을 시키고 있는데, 슬며시 끼어든 사진사는 사진을 어느새 인화해놓고 있다.
올라갈 때의 밋밋했던 모노레일이 내려갈 때는 바이킹 탈 때의 스릴감에 고성이 울려 퍼져서 놀이기구 역할을 톡톡히 한다.
셔틀버스에서 내려 임도를 걷는다. 어느새 따가워진 햇살과 더위로 봄날씨를 종잡을 수가 없는데, 빈 나뭇가지에 새싹 하나가 없는 임도를 걷자니 상추처럼 금방 시들어 버렸고 칠성대자도에서 유리잔도로 들어간다.
근데 왜? 여긴 덧신을 신지 않지? 개방된 지가 2년밖에 안 되어 신공법이라도 나왔나 싶었는데 유리의 포장지도 뜯지 않고 있는 오픈런 기간이고 주변은 여전히 잔도 공사 중이다.
장가계를 대체하여 개발을 이어 가는 듯한데 얼마나 더 잔도를 개설하여서 사람들을 끌어 모을지는 몰라도 이 공사비에 한국 사람들이 지대한 역할이 있다는 건 자명하고, 가이드의 챙김은 그동안 우리들에게 배푼 성의로 가름하며 나름 삭힌다.
포장지로 바닥이 불투명할 뿐이고 산세야 하늘의 문에서 보았던 풍경이 가까이 다가와 있어 꼭 태항산만 같은 느낌인데, 가이드는 후에 이를 연결시켜 놓으니 느낌만은 다름이 없다.
가게 앞의 식탁에 우리들만의 간이 주점이 차려졌다.
일창씨는 커피를 나눔하고 가이드가 가게에서 소시지 안주를 가져다 주는 현지 체험이니 난 이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여행에 만족한다.
역순으로 내려와 보봉호로 관광을 간다.
이곳에서의 모든 이동수단은 셔틀버스가 보병 역할을 맡고 있어 버스를 갈아 타고서 한참이나 산길을 올라서야 보봉호수에 내린다.
기암괴석에 둘러싸인 반 인공호수는 대협곡에서와 헷갈림이 있었는데 비로소 현실과 매칭이 되었고, 유람선이 잔잔한 호수를 미끄러져가며 눈꺼풀이 내려앉을 때쯤 남자가 불쑥 나와 소리 한번 지르고 리턴을 하여 소리쳐 불려낸 여자의 노래에 불나비팀이 답가를 했는데, 노래는 좋았는데 마무리되지 못함은 아쉬움이다.
중국은 출구는 어디든 상가를 통하게끔 되어 있고 도룡뇽을 구경하고 나오는데 사방이 시끄럽다. 우리 팀은 구매력도 좋지만 어느새 이곳에 적응을 해서 흥정으로 재미 붙였다.
근데 어쩔까~~
우리에게도 시련의 시간이 왔다.
옵션의 쇼핑이 걸림돌이 되었고 요즘은 배짱들도 커져서 여행비보다 비싼 금액의 상품을 강매 하려고 총출동을 한다.
공짜 여행이 아닌데도 시골 노인들을 모아놓고 감금하여 약장사를 하는 것처럼 강매식의 호객을 이겨낼 배짱쯤은 있어야 하는데 스트레스에 혈압이 올라서 식당에 들어간다.
점심시간도 늦어졌고 답답증을 풀기 위해선 술이라도 한잔 마셔줘야겠는데 가이드는 뭔 속인지 술을 무한으로 시켜 주고 있다.
술잔이 비워가면서 수육의 접시도 비워 지는데 이렇게 몇 번의 리필을 하는 게 우리가 처음이란다.
여기서도 우리 가이드는 결코 서두른 법이 없다.
충분한 휴식과 정신을 이완시켜 준 알코올 덕에 들뜬 기분으로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장가계를 찾는다.
혼잡을 피해 동선과는 반대로 진행한다고 하더니 기다림 없이 버스에 올라 도로를 휘어져 올라가고 몇 번의 버스를 갈아타 가면서 마파두부 향이 진동하는 상가 등을 지나며 양씨 집안은 그냥 지나쳐 버린 듯하고 원가계에서 내린다.
오후의 아늑하고 향기롭기만 한 숲속을 우리들만이 오붓하게 걸어 가게에서 쉼을 한다.
자연스럽게 식탁은 술상이 되었고 노포에 스며들어 가맥을 즐기듯 이것저것 안주류를 시켜 가면서 한갓진 시간을 보낸다.
이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스페셜 즐거움이다.
하늘다리인 천하제일교가 서막을 알리고 전망대는 솟아난 기암괴석의 봉우리들이 펼쳐져 있고 원숭이가 노닐고 있어 아바타를 누구나가 떠올릴 수 있는 원가계의 최고 뷰포인트다.
세월은 흘렀지만 산천은 유구하여 영사기에서 재생된 것처럼 그때 그 모습 그대로가 펼쳐지고 있고 사진을 찍은 포인트 들이나 모습도 그대로인데 벌써 10년이 흘러 지금은 부부가 아닌 동우회로써 함께하고 있다.
좀처럼 발길을 떼지 못하는 우릴 가이드는 처음으로 이끈다.
흩어져 버린 관광객들과 산속의 으슥한 기운이 발걸음을 빠르게 한다.
백룡엘리베이터는 동굴과 같은 긴 터널 안을 통하여 직벽에 걸쳐져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야외 엘리베이터로 백룡엘리베이터에 탑승하여 300m 아래의 전망대에 내려서는 데는 순삭이다.
건장한 장성들이 도열해 있는 것처럼 늠름하다는 48장군 암들이 눈길을 끈다.
삐죽한 산들은 여기저기를 쳐다봐도 붓으로 쓱쓱 그려 놓은 것만 같아 비현실적이긴 마찬가지다.
하산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엄청 많은데도 버스의 배차가 너무 늦지만 정보가 없으니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는 없다, 바위에 걸린 햇살이 촛불을 밝힌 것마냥 빛나고 그늘진 곳은 어둑해져 간다.
해가 자취를 감춰서야 버스에 올랐고 올라올 때 보였던 연기가 뻘건 불이 되어서 산을 태우고 있다. 정류장에 내렸을 때는 사방이 메케한 연기에 덮여 있어 이렇게 하산을 했는 것만 해도 다행스럽다.
식당과 가까운 슈퍼에서 쇼핑의 시간을 주어졌고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구매력은 보여 준다.
이렇게 자기에게 필요한 물건을 자유롭게 구매하는 게 쇼핑이지 한군데 모아놓고 강매하는 것은 날강도 들이다.
이만하면 가이드도 쫌은 기가 살았겠고 식당에서 오리고기로 석식을 하는데 여성들은 삼겹살을 먹을 때와는 달리 냄새에 민감하여 밖으로 나가 버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린 술안주용이고 아줌다들의 서빙에 돌쇠가 1달러씩 팁을 주는데도 1천원을 선호하는 이곳의 문화를 체험한다.
오늘이 마지막 밤이다.
총무인 종봉씨의 제안으로 현지 체험을 하기로 합의를 하였는데 그것이 호텔 앞의 포장마차이고 일창씨가 일탈로 물만 들이키고 있던 원인제공의 장소인데 주인장은 싹싹하고 친절하다.
메뚜기와 오징어는 먹었고 전갈은 못 먹었지만 참 만족스런 여행의 마지막 밤이다.
오늘은 비행기만 타면 되기에 미팅이 9시인지라 일상 운동량을 채우고 들어와 조식을 하는데 룸메이트인 종봉씨는 컵라면으로 해결한다.
이곳이 1년 365일 중 270일이 비가 내린다고 하는데 오늘도 화창하고 서늘한 공기에 기분이 상쾌하다.
안료 비용을 절감하기 위하여 모래와 자갈로 그리기 시작했다는 군상사석화는 도들 도들한 음영이 입체감으로 나타나는데 우리에겐 그림 속의 그림이다.
화려함에는 현혹되기 쉽기도 하고 돈도 없어 겉핥기로만 돌고 나와 공항으로 이동한다.
조그마한 공항이라서 지정된 시간에만 입장이 가능 하고 티켓팅을 한다. 출국수속은 한참의 시간이 남았음에도 배고품을 경험했던 터라 지급된 김밥과 라면 국물로 이별의 소주를 한잔 나눈다.
오로지 한국 사람뿐인 비행기다.
시차까지 꼬박 5시간을 비행하여 김해공항에 도착하고 픽업 차량에 탑승하자 제일 먼저 접한 것이 전국으로 번진 산불 소식이라서 그동안 남의 나라 산불 걱정만 했었다.
여행 재미나게 하고 무사 귀국을 했는데 이래저래 서민들만 죽어 나고 있는 현실에 짜증이 밀려 온다.
홍시 같은 해가 서산마루에 걸리고 새들도 둥지로 돌아갈 시간에 중마동에 도착을 하여 매운탕과 해물탕으로 해단식을 하면서도 석별의 아쉬움이 덜한 것은 잘 놀았다는 증거겠지...
이래저래 종봉씨에게 고맙다.
'해외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끼리 장가계 여행-2 (0) | 2025.03.28 |
---|---|
우리끼리 장가계 여행-1 (1) | 2025.03.28 |
중국 하이난 싼야 여행(3박 5일)-3 (3) | 2024.12.10 |
중국 하이난 싼야 여행(3박 5일)-2 (0) | 2024.12.10 |
중국 하이난 싼야 여행(3박 5일)-1 (1) | 2024.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