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샤먼(하문) 여행(4박 5일) ***
-.일자 : 2023년 1월 21일 ~ 25일
-.여행지 : 구계곡 뗏목투어 - 무이산천유봉 - 하문(열차)
화장실 한 번 가지 않고 푹 잤다. 이렇게 깊은 숙면을 취한 게 도대체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모두 잘 일어나고 잘 먹었으니, 오늘 예정된 뱃놀이와 선유봉 등반에는 아무 문제 없을 듯하다.


차에 올라 무이산으로 이동한 뒤, 매표소를 지나 셔틀버스로 갈아타고 구곡계 뗏목 투어를 위해 내리고 상가지역에서 몰빵은 물고기밥을 산다.
역시 돈도 많고 기운이 넘치니, 즐길 줄 안다.



구곡계 뗏목투어는 현지 뱃사공이 장대를 이용해, 아홉 번 굽이치는 물길을 따라 뗏목을 천천히 움직이며 기암괴석과 웅장한 산세를 감상하는 여정이고.
물살이 비교적 완만해 안전하여 관광객들은 편안히 앉아 경치를 즐길 수 있다 했는데 정말이다.







필리핀의 팍상한 폭포처럼 급류를 거슬러 오르거나, 거친 물살을 타는 래프팅과는 전혀 다른, 그야말로 낙엽이 물결에 흘러가듯 여유롭고 한가롭게 내려 간다.

날씨라도 따스했으면 그나마 다행이련만 겨울을 벗어 나려고 왔는데 또다시 겨울이 왔다.
식상함에 물고기 밥을 던져 보았지만, 물고기들은 뒤쪽에서만 퐁퐁 뛰어오를 뿐이고, 일행은 적막이 최선인 듯 함구한 채, 그저 자연과 교감하는 듯한 테라피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유튜브나 홍보 사진 속에서 보았을 때는 최상의 여행 투어처럼 느껴졌지만, 막상 현실에서 마주한 풍경은 기대와의 괴리감이 너무 크다.
강변의 잔돌들은 돌탑을 쌓아 올리고, 하얀 모래톱은 마치 깨 벗고 놀던 어린 시절의 유년으로 되돌려 놓은 듯 잠시 대화가 오갔지만 정지 영상만 같아 그도 식상해 진다.


한 잔 술로 추위를 달래고, 물고기를 유혹해 분위기를 바꿔보려 했지만, 차가운 바람에 목이 움츠러들어 그저 안착 지점만 기다리고 있다.





푸젠성 무이산의 자연 속에 자리한 이 거리는, 송나라 시대의 생활과 상업 구조를 재현한 곳이다. 돌길과 목조건물, 오래된 상점과 객잔이 줄지어 서 있다.

가이드가 이렇게 반가운 존재였던가? 두 발로 걷는 일이 이렇게나 자유로운 행위였던가.
가이드를 따라 송대옛거리를 걸으면서야 굳어 있던 관절들이 서서히 제 역할을 되찾고 이런 회복력은 삶의 질을 직접적으로 좌우한다.


먹는게 일이 된다.
가이드는 현장도시락만도 못한 식탁에다 살며시 김치와 고추장을 놓고 가고, 우린 자매품으로 달려 온 고랑주의 술잔을 홀짝이면서 허한 속을 달래며 구계곡땟목투어대한 논평하고 허리가 아픈 재용씨의 무이산등반 의사를 듣는다.


푸른 대나무군락지와 푸르른 나무들이 아열대기후를 말해주고 있고 차 밭은 유독이 많아 보이는데 지금은 홍매화가 피어나 또 우리나라와도 별반 다름없어 보인다.




가이드는 들머리까지 우리를 안내하고는 집합 시간을 알려준다.
비행기 안에는 수많은 여행객이 있었지만, 무이산을 향하는 사람은 우리뿐인데 그래도 여길 찾는 사람이 많은지 이정표에는 한글이 적혀 있어 반가움이 스며든다.

옛 입장권 판매소를 지나자 본격적인 오름길이 시작된다.



바위를 쪼아 계단을 만들어 좁고 험하다.

하늘로 치솟은 듯한 절벽에는 사람들의 줄이 이어지고, 바위에 나무들이 자란듯한 그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손꼽히는 절경으로 유명한 무이산, 수묵화처럼 보이는 산세는 무이산 제일의 산수다.

우리는 인증샷을 남기고 몰빵은 사진을 찾는다.



뱃놀이 보다 오히려 땀이 베이는 산행이 더 실감이 나는데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하다.
세상살이에 공짜는 없기에, 주식도 하루 아니 순간마다 살펴보며 정성을 쏟는데 운동도 하루도 빠짐없이 해야만이 건강한 삶을 이어갈 수 있다.


우려했던 재용씨와 더불어 평소에 몸을 단련하여 놓았기에 의외로 쉽게 천유봉에 올라선다.

우리의 등반실력이 일취월장 했는지 초과 달성을 하여 시간이 남아 대웅전을 기웃거리지만 아무리 자비를 베푸신 부처님이라도, 말이 통하지 않는 민초들의 고통까지 덜어주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전각을 벗어나 쉼터에 자리 잡고, 정상주로 우리만의 작은 의식을 치른다.

모처럼 땀을 흘린 운동을 해서 인지 몸이 가벼워 내림길이 수월하다.


병원 대기줄에 서지 않고, 과거에 집착하지 않으며, 말의 허세가 아닌 추억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과 이렇게 즐기는 시간이야말로 삶의 활력이다.


우리가 뗏목을 타고 내려왔던 구계곡을 바라보며 여유를 만끽하고 있을 때, 가이드는 마치 전쟁터에서 전우의 생사를 확인하듯 난리가 났다..
어쩐지 시간이 남는 듯했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우리만 느긋했고, 조급해진 가이드는 전화를 해도 받는 사람이 없자 여행사에 연락을 했고 여행사로부터는 “4명도 관리 못하냐”는 핀잔을 들은 모양이다.
기차 시간을 맞추기 위해 현지인들이 걷는 길을 우리는 뛴다.
정작 원인 제공자인 주군은 “다음 차 타면 된다”며 구시렁거리면서도 잘 따라와 승합차에 올라 기차역에 도착했을 때는 오히려 시간이 남아, 현지 가이드의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기차 안에서는 강제 프라이버시가 주어져, 어색함 대신 피로를 풀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대륙이다 보니 이동 하기 전에 먹고 이동하여 먹는 패턴이 이어지고 있다.
한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우리가 미식가는 아니지만 이번도 식단의 부실함이 피부로 느껴져서 "몰빵’은 다른 메뉴를 찾으려 했지만, 결국 소주 두 병으로 대체하고 만다.

남의 손이 닿는걸 극도로 경계하여 안마를 회피하는데 이젠 어쩔수가 없다.
몰빵이 플레이 시켜 놓은 노래에 신경을 집중시키는 곤욕의 시간이다.

첫날 묵었던 호텔이지만, 오늘은 방이 바뀌었다.
창 밖으로는 도심의 불빛이 반짝이고, 해변에서는 행락객들이 폭죽을 하늘로 쏘아 올리고 있다.
샤먼의 밤이 이렇게 깊어간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여행도 마찬가지다.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젠가 하지 못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룻밤밖에 남지 않은 지금, 타지의 밤을 즐길 시간이지만, 약체인 주군과 재용이는 건드리지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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