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샤먼(하문) 여행(4박 5일) ***
-.일자 : 2023년 1월 21일 ~ 25일
-.여행지 : 남정토루 - 탑하촌
우려했던 주군이 곡기를 끊었다.
그나마 선방은 했지만, 룸도 찾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위성사진으로 보면 거대한 원형 콘크리트 구조물처럼 보여 군사시설로 오해받을 수 있었던 토루, 오늘이 그 기행의 마지막 날이다.
2시간이 넘는 이동 시간, 가이드는 침묵하지만 그 덕에 우리에게도 잠깐의 휴식이 생긴다. 필요한 여행 정보는 모두 휴대폰 속에 있다.

침묵 속에서 내내 달려 매표소 주차장에 도착했지만, 갈아 타야 할 셔틀버스 대신 지금의 승합차를 이용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며 1인당 5천 원씩을 거둔다.
노옵션 이지만 여행객에게 늘 그렇듯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식당 이름은 마치 작은 커피숍처럼 낭만적이다.
버스에서 내린 한국인들이 하나둘 식당으로 들어온다.
가이드는 삼겹살 무제한임을 알리지만, 비계가 많음에도 돼지고기가 헬스를 한 듯 질겨서 맛은 별로다.
몰빵은 주군의 고랑주를 대신 마시고 급격히 기분이 좋아졌다. 덕분에 모처럼 활기가 돌기 시작한다.
시골스러운 오름길이 이어지고, 펜다가 살 것 같은 빼곡한 대나무숲은 대부분 젓가락용으로 쓰인다 한다.


도로 갓길에 내려 전망대에서 토루를 바라본다.
두꺼운 흙벽과 좁은 창, 중앙 마당을 가진 독특한 구조. 외부 침입에 대비한 일종의 집단 주거 형태인데, 참 기이하다.


몰빵은 또 몰입하기 시작한다.
사진을 찍어주고, 사진을 찾아주고, 음료를 배달하는 정성에 감탄한다.



전라갱은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고 유창루에 들어간다.
소수민족이 터를 잡은 전통마을 토루다.
원형 토루는 1층에서 생활공관이자 기념품을 팔고, 2층은 창고, 3층은 주거 공간이라고 한다.
고개를 들어 보면 깊이를 알 수 없는 우물 속에 짙푸른 하늘이 담겨 있다.
외지인에게는, 집념으로 가꾼 삶의 터전이 경이롭다.

하나하나 잃어가는 상실의 시대보다, 단순하게 아이들처럼 함께 웃고 살아야 한다.







순박한 할머니와 마음 따뜻한 몰빵이 곁에 있다.
나는 시장에서는 특히 노상의 상인들과 눈도 못 맞춰 모든 것을 집사람에게 의지한다.

오후가 되자 햇살이 따스하고, 유년 시절의 공간이 점점 살갑게 다가온다.

탑하촌의 산책은 나에게 최고의 힐링 코스다.
산중에 현대식 호텔과 닭들이 풀려 있는 풍경, 순박한 촌스러움이 시공간을 넘나들며 발걸음 하나하나가 건강과 자유를 되찾게 한다.








혼자서도 하루를 잘 보내는 능력, 그것이 바로 노후 준비다.









이동했던 도로를 거슬러 내려오면서, 소주를 홀짝이며 바나나밭과 제철소를 스쳐보는데, 배가 아려온다.
생각은 생각을 뛰어넘고, 배에서는 배출 시스템이 가동된다.
휴게소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지만, 화장지가 없다.
이미 중단할 수 없는 상황.
몰빵은 상점으로 뛰고, 재용이는 화장실을 수색해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다.
참 좋은 친구들이다.


고난의 쇼핑시간이 조석으로 있어 참 마음이 불편하다.





마지막 석식을 쇼핑센터에서 하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청년들의 활기가 넘쳐난다.
역시 우리에게는 부실한 메뉴가 주어졌지만, 주군의 주도로 한 냄비에 싹싹 비벼 안주 삼아 먹는다.

활기 넘치는 도시다.


알리페이가 대세라지만, 꼬치 구이도 과일도 주스도 현찰로 사 먹을 수 있는 게 또 신기하다.




하늘에서 퍼지는 폭죽은, 조명이 꺼진 무대의 뮤지컬처럼 몽환적이다.
참이슬을 머금은 우리들의 감성은 몽글몽글한 물방울이 되어 침대로 떨어진다.
버려야만 채울 수 있다. 비워야 새롭게 맞이할 수 있다.



모처럼 해안가를 나가 본다.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있고, 여명 속에서 도시가 깨어나고 있다.
‘더샵’이라는 이름의 의미처럼, 우리의 삶도 더욱 풍부하고 즐거우며 세련되게 만들어 보자~



멀쩡했던 몰빵이 집에 가기 싫었던지 몸이 반응하고, 마사지받아야 할 허리를 펴지 못한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몸이 무너지면 노후의 선택지는 급격히 무너진다.


공항에 도착하자, 가이드는 도망치듯 떠난다.
첫인상은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김치 국물이 식욕을 자극한다.
운전을 해야 하는 몰빵에게는 미안하지만, 민주화의 거목인 이해찬 전 총리가 별세했다니 맨정신으로 있을 수 없어 술 한 잔을 든다.
인생에는 잘했다, 못했다가 없다. 결국 중요한 건 얼마나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았는지다.
살아 있으면 나이는 저절로 들지만, 우리는 멋지게, 젊은 시절보다 더 멋지게 나이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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