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오키나와 여행 (3박 4일)*** -
-.일자 : 2026년 3월 20일 - 2일차
-.여행지 : 만좌모 - 코우리지마 대교 - 츄라우미 수족관 - 차탄 아메리칸 빌리지 - 머큐어 오키나와 나하 호텔
어둠을 헤치고 아침 조깅에 나서 호텔 주변을 스케치하며 아내와의 산책 동선을 미리 구상해 두고 사우나에서 몸을 정돈하고 식당을 찾는다.
빈자리가 많음에도 웨이팅이 있어 잠시 당황하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고 시스템도 익숙하지 않아 마냥 기다리다 다시 문의한 끝에 자리를 안내받는다.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메뉴지만, 창가로 비치는 휴양지의 분위기와 비 개인 아침의 맑은 공기가 기분을 좋게 만든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도 이곳 호텔 산책은 필수다. 휴양지 특유의 풍경을 아내와 공유하고자 해안가를 걷는다. 제주도를 떠올리게 하는 석회암 절벽과, 파도에 깎여 만들어진 기이한 형상의 바위들이 시선을 붙잡는다. 해안 절경은 우리 가족 여행지로 다시 찾고 싶을 만큼 아름답고, 하룻밤만 머무는 것이 아쉬울 정도다


























어제 지나왔던 진입로와 아침 산책으로 익숙해진 도로를 따라 만좌모 관광에 나선다.
입장료가 있어 꽤 근사한 경치를 기대했지만, ‘만 명이 앉을 수 있는 넓은 초원’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제주도의 섭지코지를 축소해 놓은 듯한 벌판이고 해안 침식으로 구멍이 뚫린 코끼리 바위가 이곳을 상징한다.
우리뿐 아니라 함께 입장한 한국인들 역시 이곳을 그저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 중 하나로 여기는 분위기다.








정작 호텔에서는 이곳을 알아 보지 못했는데 우리가 묵었던 ANA 인터컨티넨탈 만좌 비치 리조트가 조망되며, 호텔에서 바라본 해안 절경과 자연스럽게 대비되면서 오히려 호텔의 품격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한다.



출구로 이어진 가게에서 아줌마들은 홀린듯 팔찌를 고르고, 남자들은 타국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마냥 기다린다.


서해안 해변도로를 닮은 2차선 길을 따라 다시 이동을 이어간다.
제주도가 오키나와 본섬보다 약 1.5배 더 크다고 하는데, 이곳은 긴 해변도로를 따라 리조트들이 이어져 있다. 우리나라 야구 선수들의 전지훈련지로도 자주 이용된다고 하지만, 지금은 인적이 드물어 한산한 분위기다.
오키나와는 길게 뻗은 섬이라 비슷한 풍경이 이어지면서 낭만적인 느낌도 점차 무뎌진다. 흐린 날씨는 바다의 색을 지워 풍경을 단조롭게 만들고, 저속 차량이 2차선 도로의 흐름을 이끌어 이동 시간마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진다.

수확이 끝난 사탕수수밭을 지나 코우리지마 대교에 도착한다. 약 1,960m 길이의 이 다리는 야가지섬과 코우리섬을 연결하며,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 ‘코우리 블루’로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다.



가이드는 별다른 설명도 없이 주차장에 내려 주고 자유시간을 준다. 흐린 날씨 탓인지 감흥이 무뎌진 상태로 백사장을 거닐다가 결국 매점이 있는 주차장으로 되돌아 나온다.
이 일정이 츄라우미 수족관으로 이동하기 위한 동선이라는 설명이 있었다면 느낌이 조금은 달라졌을까 생각해 본다. 결국 우리는 또 하나의 일정표에 따라 움직이며 코스를 ‘소화’하는 방문객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든다.









남자들은 말없이 있고, 여자들의 끊이지 않는 수다 속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공감이 담겨 있음을 느끼며 길가의 식당에 들어간다.
바다가 보이는 곳이긴 하지만 공간은 다소 협소하고 손님은 제법 많다. 차려진 음식은 이 지역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구성이라지만, 양이나 맛이 마치 소꿉놀이처럼 아쉬워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사케 역시 얼음물처럼 느껴져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이러니 K-푸드가 대세가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식곤증에 졸다 보니 어느새 오키나와 해양박람회 기념공원에 도착한다. 이곳은 오키나와 여행의 핵심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츄라우미 수족관이 자리한 곳이다.


오키나와 해양박람회 기념공원(Ocean Expo Park) 내에 위치하며, 거대한 '쿠로시오의 바다' 수조는 고래상어와 쥐가오리를 함께 볼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급의 전시 공간입니다.
추라우미 수족관은 꼭 봐야 할 장소로, 다양한 바다 생물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어 해양 생태계에 대해 깊이 배울 수 있습니다. 오키나와 북부의 모토부조에 있는 추라우미 수족관은 ‘해양박람회 기념공원’ 내에 위치해 있습니다. 오키나와 추라우미 수족관의 전시 공간은 총 4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입구는 최상층인 4층에 위치해 있습니다! 오키나와 추라우미 수족관의 ‘쿠로시오 해역’ 구역에서는 매일 박진감 넘치는 먹이 주기 쇼가 진행되며, 방문객들은 바다의 거대한 생물들이 역동적으로 식사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습니다. ‘ 오키나와 추라우미 수족관은 바다의 신비를 체험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입니다! 또 수족관 밖에서는 매우 인기 있는 돌고래 쇼도 진행되고 있으며, 하루에 약 5회의 공연이 있어 돌고래와 트레이너(다이버)의 호흡이 맞는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습니다. 또한 오키나와의 자연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오키나와 월드’, 오키나와의 전통 예능을 즐길 수 있는 ‘류큐무라’, 동남식물낙원에서는 1,300여 종이 넘는 귀중한 열대식물을 볼 수 있습니다.

한여름 같은 더위가 느껴지는 오키나와 해양박람회 기념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고, 입구 주변에는 가볍게 둘러볼 수 있는 수조들과 거북이들이 한가롭게 헤엄치고 있다.



탁 트인 바다를 배경으로 한 수조에서 돌고래 쇼가 펼쳐진다. 동물 보호 단체들이 비좁은 사육 환경과 강제 훈련을 이유로 쇼 폐지를 주장하고, 실제로 일부 국가에서는 금지되거나 사라지고 있는 만큼 이것이 마지막으로 보게 되는 공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먹이를 이용한 훈련 방식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쇼가 다소 단순해진 듯한 느낌도 드는데, 이런 생각 자체가 또 다른 모순이다.


돌고래 쇼가 끝나자 사람들은 한꺼번에 움직이고, 그 흐름에 휩쓸려 츄라우미 수족관 안으로 들어간다. 무엇보다 시원한 실내 공간이 반갑다.
물고기들이 사람을 구경하는 것인지, 사람들이 물고기를 감상하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수족관 안에는 다양한 생명들이 유영하고 있다. 자유를 대신해 생명을 보장받은 물고기들과, 자유롭게 이동하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 중 과연 누가 더 행복한지 문득 생각하게 된다.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여유롭게 움직이는 물고기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볼거리다.
많은 인파에 휩쓸려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오는데, 일행 중 한 명이 보이지 않는다. 온화하던 가이드는 급히 뛰어다니고, 우리는 전화를 걸며 잠시 소동을 겪지만 결국 스스로 다시 합류한다.
흡연은 본인에게는 건강 문제이고,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으려는 배려가 오히려 더 걱정을 남긴다.

별다를 것 없는 시골마을을 지나 점차 건물들로 도시화되어 가는 오키나와 풍경 속에서, 미국 분위기가 짙게 느껴지는 차탄 아메리칸 빌리지에 도착한다. 가이드는 나하 국제거리 때와 마찬가지로 도시를 한 바퀴 돌며 지역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고, 자유식비로 1인당 1만 엔씩을 나눠준다.

류큐 왕국이 일본에 편입되면서 언어를 잃고, 오키나와 전투로 거의 모든 지역이 파괴되며 20만 명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후 미국 통치 아래 들어갔다가 1972년에야 다시 일본으로 반환된 이 지역은, 아픈 역사를 안고 미국과의 공생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망망대해를 배경으로 야자수가 늘어선 거리는 동남아풍의 휴양지처럼 보이지만, 자유식을 목적으로 한 우리에게는 머무름을 허락하지 않는다. 결국 한식 간판을 찾아다니며 먹이를 찾는 하이에나처럼 거리를 걷게 되고, 해변가 펍에서 시원한 생맥주 한 잔이 간절해진다. 그러나 서로 다른 취향이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일행을 따라 움직인다.












이른바 미션을 수행하듯 한국 간판이 있는 식당으로 들어가는데, 그 분위기는 종로의 인사동 거리와도 비슷한 느낌이다.
하여간 이것 또한 현지 체험의 일부라 생각하며 후일담으로 회자 될것이다

눈치를 보며 시킨 소주 한 잔이 물가의 기준이 되는데, 가격은 1만 원에 부가가치세가 더해져 1만 1천 원이다.
호텔에서 먹을 치킨을 테이크아웃해 차에 오른 뒤, 숙소인 나하시의 머큐어 오키나와 나하로 이동한다.



비치 로드를 달리며 윤슬이 반짝이는 바다를 보면서 어제 보지 못했던 일몰을 기대해 보지만, 오늘은 숙소 앞이 쓰보가와역에 가려 바다 전망이 막혀 있다. 배정된 객실 역시 비좁아 공항 이용을 위한 잠깐의 공간일 뿐, 편안한 휴식처가 되지는 못한다.
그나마 바다 건너에 오노야마 공원이 보여 산책을 나서 보지만, 날씨와 피로감 속에서 충분한 여유를 느끼기에는 부족하다. 호텔 앞에는 편의점이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는 돈키호테가 있어 잠시 들러본다.
결국 다시 일행이 하나로 모여 작은 객실로 돌아오고, 오늘의 여정을 정리하며 후일담을 나눈다. 그러나 좁은 공간에서는 역시 자유로운 대화가 이어지기 어려운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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