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천 조계산 산행**

-.일자 : 2023년 1월 20일

-.코스 : 접치재-접치재정상-장군봉-선암골목재-보리밥집-송광굴목재-연산봉-접치재(13.8km / 4시간 34분)

 

이 겨울에 동면에 들어 간 듯이 움직임이 없었다 보니 산행의 모든 게 처음을 대한 듯이 생소하기만 하고 두렵다.
학교 가기 싫은 아이처럼..
장기간 휴가 후에 회사 출근하기 싫은 회사원 마냥 한동안의 산행 휴식기는 산에 대한 거부감을 갖게 만들어 기피 대상이 된다.
산에 대한 갈망으로 잠 못 들었었던 숱한 세월들은 산행 부담에 대한 불면의 밤으로 이어져서 뒤척거리던 잠자리를 억지로 털어내고 일어나 배낭을 주섬주섬 챙겨 조계산으로 향한다.
갓길에 주차를 해야만 했던 접치재에 새로운 주차장이 생겨나 비로소 이곳이 공인 등산로 인증을 받은 것 같다.

 


쌩쌩 불어 오는 겨울바람이 산행 들머리로 밀어 넣는다.
둔해진 육체와 함께 무거워진 발걸음 속에서 거친 호흡은 커피포트에서 수증기를 내뿜는 것처럼 바람에 휘날리고 있어도 정신 만은 맑아져 가고 있다.
항상 느낀 것이지만 괜한 걱정들이 그 동안에 몸을 붙들고 있었고 우려했던 눈 마저도 없어서 지구를 내딛고 있는 발걸음에 힘이 실린다.
나무를 흔들어 대는 광풍도 산행의 일부로 편입 되어 무감각해져 가고 있고 오름길을 거침없이 올라 접치재 정상에 선다.
뭐 아직은 쓸만 하구만...
썩어도 준치라고 그 동안의 산행에서 다져진 튼실한 육체를 아직은 유지하고 있는 듯 하다.


사면은 울부짓던 바람길을 돌려 놓아 적막감이 있고 산정을 잊게 하는 나무데크와 흙 유실 방지포가 신작로처럼 쫙 깔린 등로다.
겨울의 냉랭함이 산길을 정화 시켜 놓아서 가지런하고 차분하게 만들어 놓았다.
주저 않으려고 하는 둔중한 육체를 어르고 달래는 내면 대화에 몰입해 가면서 산행의 집중도가 높아져 나 홀로 산행을 잊게 만든다.


정상에 올랐지만 눈이라도 휘날릴 것 같은 희끔한 분위기에 인증 만을 남긴다.
쉼터에서 땀이 배여 든 겉옷을 벗으려 다가 장갑을 벗는 잠깐의 노출에도 곱는 손가락 때문에 그대로 내림길로 향한다.


그새가 언제라고 잠깐의 쉼 동안에 경직된 근육이 발걸음의 제어권을 장악하고 수시로 브레이크를 걸고 있으니 걸음걸이에는 엇박자가 발생하여 발 밑만을 더듬고 가는 길이다.
등로가 정비되어 있어 난이도는 줄어 들었어도 산행 경험들은 안전을 볼모로 삼아 산행 속도는 확연하게 줄어 들어서 표지기만이 펄럭이는 작은굴목재에 내려서고 푸른 산죽 군락지의 도열을 사열 하듯이 지나 선암사재인 골목재에 접속한다.
사람 대신 바람만이 넘나 들고 있는 재다.


내림의 돌길을 징검다리 건너듯이 조심조심 즈려 밟아 가면서 장박골의 다리를 넘어 인적 없는 보리밥집에 들어 선다.
오늘도 시간 조정에는 실패다.
점심을 하기에는 많이도 이른 시간대 이지만 조심스레 식사 여부를 물어 보니 10분만 기다리면 된다고 하는데도 그 머쓱한 기다림의 시간이 부담스러워 그냥 길을 나선다.


나뭇가지를 톡 건들기만 해도 부려 질 듯한 엄동설한의 날씨가 육신 마저도 경직되게 하여 시야를 발 밑으로만 한정시켜 놓으니 걸음걸이는 여전히 더디다.
그래서 일까?
송광굴목재까지 완만하게 느껴 졌던 그 동안의 체감 경사도와 짧았던 거리가 꽤나 길고도 멀다.


수분을 보충할 겸하여 오이를 꺼내 씹으니 얼음알갱이가 서걱거리고 이가 시렵다.
아무도 없다.
윙윙거리고 있는 바람마저 없었다면 이 고독함을 어쩌야 했을까 싶은 산중에는 낙엽이 수북하게 깔려 가을의 여운이 남아 있고 모든 것을 다 까발려 보자는 나목 속을 나 홀로 걷고 있다.
오름길에 대비는 했지만 꽤나 용을 써가면서 연산봉에 올라선다.
정상에서 조망하였던 연산봉에서 지척인 듯 다가와 있는 장군봉을 건너다 본다.
몸은 피로도가 있는데 눈은 에게 겨우 이것 왔어 다.


상록수 하나가 보이지 않은 갈색의 정갈한 나뭇가지들과 그 아래 단정하게 놓여 있는 산길을 즈려 밟아가며 오늘에 산행 의미를 찾아 보지만 내가 여기 와 있다는 자체만이 현실이다.
눈 산행에 대한 걱정이 앞서서 주춤거렸음에도 그 쓸쓸한 풍경에서 눈꽃이 활짝 핀 설경을 그려 본다.
등로에는 낙엽이 눈처럼 수북하게 쌓여 있고 스펀지처럼 부풀어 올라 버석거리며 바람이 마당을 쓸듯 깔끔하게 만들어 놓은 반복 된 산길에서 산죽 밭이 매서운 바람을 막아 준다.

장박골정상에서 조계산 원형 종주를 완성 짓고 올라 왔던 길을 되짚어 내려간다.
왜 이렇게나 길지...
새로운 시간이 계속되어 가고 있듯이 새롭게만 느껴지는 길이다.
나 홀로 주차였는데 이웃이 생겨 났음에도 눈인사도 못하고 산행을 마무리 짓고 쌍암기사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김치찌개가 일품인 1만원의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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