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년 한라산의 설경 **

-.일자 : 2023년 1월 7일

-.이동 : 광양-순천-완도항-제주항

-.코스 : 어리목-만세동산-윗세오름-영실휴게소-영실주차장

 

한라산의 설경을 빼면 별반 볼 것도 없는 제주도 지만 밀당으로 쉽게 받아 주질 않고 있으니 더 애를 닳게 된다.
휴가를 내어 놓고 출발일 만을 기다리고 있던 제주도 행이 일주일 앞두고서 불가피하게 취소가 되고 보니 더듬이를 잃은 곤충처럼 방향을 잃어 버렸다.
휴가를 취소하고 내길 반복하면서 겨우 타 산악회에 편승하여 한라산탐방은 가능해졌지만 이번 겨울에 산행을 한번도 하지 못했었던 우려와 타인과의 잠자리 걱정이 대신하고 있다.
애초 모임에서 계획되었던 생파는 방어로 재물을 삼았고 함께 마신 술이 취침주가 되어 완도배에 올랐는데 이건 완전 난민촌은 저리 가라다.


여수의 배가 수리에 들어가 한꺼번에 몰려든 승객들 중에는 산악회 활동을 함께 하였던 동호인도 섞여 있는데 이젠 타인처럼 인사만 건네고 빈틈을 찾아 쪽잠을 청한다.


밤새 배가 퉁퉁거리더니 결국 연착이 되었고 강풍으로 한라산정상등반이 통제되었다는 문자다.
눈이 내리면 눈 때문에 비가 오면은 폭우로 또 바람이 불면 강풍으로 통제가 되는 한라산은 참으로 쉽게 허락하는 산이 아니다
세상은 요지경인지라 정상 통제에 안도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나마도 윗세오름이 열려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국밥으로 조식을 먹고 희뿌연 어둠 속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어리목 주차장에는 제설 된 눈이 설벽이 되어 성을 이뤘고 표지석을 파고 들어 인증을 남기고 다져진 눈길을 밟아 나간다.


시리도록 신선한 공기는 시들어 가는 육체에 생기를 찾아 주었고 산동무가 있어서 조급증도 버렸다.


따뜻한 남쪽 나라인 제주도는 섬 전체가 식물원이라 할 만큼 다양한 식물이 생존한다고 하는데 식생이 달라지면서 눈꽃도 피어 나기 시작한다.
기대치 않았기에 더 기쁘고 행복감은 커져서 풍경을 담고 있는 휴대폰이 열 일을 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곰탕이라도 좋다.


거센 바람에 실려 온 얼음알갱이가 총알처럼 피부를 파고들고 광야에서 걸 거침이 없이 몰아 치고 있는 칼바람이 손을 곱게 만들어도 건강함이 허락하여 볼 수가 있는 풍경들이다.


회색의 겨울 풍경이 우릴 압도 한다.


혹독한 자연환경이 이국적인 풍광을 만들어 놓아 그 동안에 고단했던 여정들을 잊게 만든다.
다져진 눈길 만을 허락하여 조금이라도 이탈할라 치면 눈은 늪이 되어 점점 몸이 빠져 드니 트레바스를 걷듯 조심스러운 길이다.


윗세오름의 대피소가 공사를 마치고 산뜻하게 변모 했다.
몰아치는 눈바람에 사위가 지위져버린 설맹 속에서 헤어졌던 동료들은 또 다시 이중화된 대피소에서 이산가족이 되었고 한참을 헤매다 이른 점심을 먹는다.
참 우리나라 살기 좋은 나라는 맞다.
하얀 설국에서도 따스한 온기가 퍼지는 대피소 안은 봄볕에 병아리 졸 듯 식곤증마저 오는데 연신 밀려 들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릴 양보한다.


밖은 몹시도 춥다.
급변해 버린 환경에 몸은 번데기처럼 쪼그라들었고 살려는 자구책에 머리에서는 빨리 움직이라고 지령 내리고 있는데도 신경세포까지의 전달은 영 더디다.


구름에 따라서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가 사라지길 반복하는 신기루현상이 이어진다.


해외 고산 지대에 줄을 지어가고 있는 전문산악인이 된 듯한 착시에 의기 탱천하여 맞바람을 뚫으면서 하산 길을 이어간다.


환상의 설경과 풍부한 눈꽃 그리고 상고대가 고드름이 될 때까지의 반복된 악천후가 만들어낸 이곳 한라산 만의 매력덩어리에 푹 빠져 든다.
스스럼 없는 산 친구가 있어 더 아름다운 길이고 유쾌한 산행이다.


적설량이 얼마나 많은지 한 사람의 선답자가 내어준 길만이 줄을 세운다.


정상 통제로 인해 한꺼번에 몰려든 사람들로 등로가 정체되어 풍광조차도 담을 틈이 없지만 모두의 얼굴에서는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으니 이것 또한 진풍경이다.


영실의 오백나한휴게소에 쏟아져 들어 온 햇살에서 또 다른 풍경을 끼워 넣어 보지만 아서라 이만하면 됐다.


양성평등을 넘어 여성우월 세상이 되어 산행내내 함께한 여성분의 당찬 모습이 참 좋았었지만 기꺼이 하산주까지 계산을 하여 머슴아인 내가 영 벌쯤 해진다.
뭐 사람 사는 일 다 거기서 거기니 맘 편하게 받아 들이자, 스며드는 알콜은 몸을 덮이고 마음의 문을 열어 놓게 한다.


도로는 눈이 말끔하게 치워져 있고 눈벽이 가이드레일이 되었다.
강풍은 어델 가고 봄날만 같은 오후다.


이른 시간에 출발을 하기도 했었지만 2중화 되어서 볼 것도 없는 삼각봉대피소까지의 산행 마저도 너무 빨리 끝내 버려서 절물휴양림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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