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비산 봄맞이 산행**
-.일자 : 2023년 03월 8일
-.코스 : 매화마을-섬진강변-관동마을-갈미봉-쫓비산-매화마을(12km / 3시간 20분)
꽃샘추위에 꽃잎까지 희생을 시켜 가면서 피워 낸 매화꽃이 겨울을 밀어 내더니 산비탈에 연분홍의 진달래가 봄기운을 지펴 그 온기로 생강꽃과 희어리를 데리고 왔고 가만 지켜 보던 바람이 봄의 향기를 퍼뜨린다.
느슨해진 세포 사이에 설렘이 스며 드면서 몸은 발정 난 소처럼 들썩거린다.
봄의 축제에 초청장을 받지는 못했지만 SNS에 올라 오고 있는 매화마을 축제장의 리허설에는 참관쯤은 해줘야 될 듯 하다.
더구나 매화마을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는 쫓비산 과는 인연을 잇대어 놓았기에 그냥 있을 수 만은 없다.
축제기간도 아니고 이른 아침 임에도 성급하게 피어난 꽃들처럼 상춘객들이 많기도 하다.
홍매화가 물감이 번지듯이 울긋불긋한 매화꽃들을 피워 내고는 있지만 아직 산골짜기를 눈처럼 새하얗게 덮여 버리기에는 미미한 상태라서 쫓비산을 먼저 다녀 오기로 한다.
포근한 봄 날씨와 사방 쥐 죽은 듯 한 고요함이 주는 비현실성이 거울처럼 잔잔한 섬진강 물에 반영된 산하를 풍경화로 갈무리 시킨다.
밀몰이 거품을 데리고 강을 거슬러 가며 긴 꼬리를 만들고 있는 성진강변은 코리아둘레길을 걷고 있는 나 로선 매우 익숙한 풍경이다.
관동마을 길을 벗어나 과수원을 따라 오른다.
매화가 양지바른 곳에는 함박지게 꽃을 피워 냈어도 푸르스름하게 물이 오른 나뭇가지들 에는 꽃 눈만이 탱글탱글하여 아직은 때가 아님을 알고 있는 듯하다.
세상풍파를 겪어 보지 않고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새싹들도 이렇게나 세상의 이치를 아는데 빨리 산정에 오르려는 성급한 나만이 세월을 버텨 내지 못하고 있는 몸을 한탄 한다.
몸은 이젠 조그마한 변화에도 민감해져 있어 조금만 다른 행동을 하게 되면 거부 반응부터 보이고 있다.
지 살려는 자구책이라서 잘 달래서 사용해야 될 일이 아니다.
그 동안에 산을 너무 등한시 했다.
오름길은 벅차다.
트레킹의 편안함에 익숙해져 있는 발은 신발 과의 결탁으로 발가락 볼모로 잡았고 조금만 참으면 자유를 주겠다는 협상도 먹혀 들지 않는다.
이 대단한 저항력에 나의 육신은 무너져 간다.
상춘객처럼 즐기자고 와서는 고통 속에서 산길을 걷는다.
정맥 산행이 한창일 때는 이 곳이 꽂길 이였는데 지금은 도전이 되어 가고 있다.
쫓비산의 정상석이 의연하다.
널따란 전망대를 뒷 마당으로 두고 있어 허허벌판에 신도시가 생겨 버린 것처럼 생소해 졌지만 당당함이 좋다.
참 잘생겼다.
평일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 줘서 보람이 있다.
사람들은 매화꽃들 사이를 수정을 하는 벌처럼 연신 오가고 있지만 완전 개화 때까지는 일주일을 더 있어야 될 듯싶다.
그래도 이미 이곳은 봄날이다.
모래부터 매화축제가 열린다고 하는데 한적한 날 다시금 찾아 와야겠다.
그 땐 해도 조금은 더 길어 질 것이고 꽃들도 더 피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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