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수 영취산 진달래 마중 산행 **

-.일자 : 2023년 3월 20일

-.코스 : 돌고개-가마봉-진례산-가마봉-진달래군락지-돌고개(6km / 2시간 30분)

 

메말랐던 동토에 한꺼번에 무더기로 피어 난 매화와 노란 산수유가 이미 축제를 숙주로 삼고 사람들을 끌어 들이며 한눈을 못 팔게 만들고 있다.
수양버들 늘어진 가지에 푸르스레하게 물이 오르고 뒷산의 진달래는 하루가 다르게 꽃잎을 피워내면서 봄의 전령사를 자처 했지만 여리디 여린 저 몸짓이 그저 애처롭기만 하다.
아니 되겠다, 저러다 삐쳐서 지 풀에 꽃잎을 다 떨구어 버릴지 모르니 나 라도 살포시 다가 가 외롭지만은 않게 해 줘야겠다.
길가에 노란 개나리꽃이 눈길을 끄는 이 때쯤에 꼭 찾게 되는 게 여수 영취산 이다.
야근 후 선잠에서 깨어 이순신대교를 넘어 가는데 미세먼지가 세상을 뿌옇게 만들어 놓은 회색의 도시가 바다를 삼켰고 들어 선 여천공단은 그 원흉이 되어 버린 듯 한다.
뭐야 이거..
주차장을 꽉 메운 차들이 다 산객들은 아닐 테이고 아마도 공단 증설로 인한 것 같은데 주차 공간이 없다.


언제나 팍팍한 포장로다.
꽃잎과도 같은 새싹은 연약한 생명체의 부활이고 임도에서 올려 다 본 산비탈은 붉어져 있어 이미 화려한 봄날은 와 있었다.


부유한 미세먼지 속에서도 어슴새벽의 여명처럼 블그스럼하게 존재를 드러내고 있는 가마봉능선을 가만 가만 바라다 보며 봄맞이를 한다.
미세먼지의 부유로 화사함이 없어서 오래 눈길을 주지 못한 게 아쉽지만 건들면 톡 터지는 봉숭아씨 마냥 또 한꺼번에 피어 나는 게 봄꽃들이라서 조금만 더 따스한 햇살에 맡겨 두기로 한다


공기에 담긴 봄 기온이 땀을 나게 한다.

.
가마봉에서의 영취산으로 이어진 올망졸망한 능선이 제법 암릉미가 있다.


생명체가 없는 메마른 능선을 따라 정상에 올라 섰지만 거대한 공단과 굴뚝에서 뿜어져 나온 연기가 대기로 퍼져 나가면서 이 지경이 된듯한 느낌만 받는다.


가마봉으로 되돌아 나와 전망데크를 산상의 카페로 세팅하여 커피로 꽃 향기를 대신하여 엉켰던 잡다 헸던 생각들을 아지랑이처럼 날려 보내고 잠시의 멍 때림은 몸과 마음에 쉬는 시간이 되어 준다.


진달래 군락지로 내려 간다.


정체된 공기 속에서 향내가 진동을 한다.
천연의 향기가 기분을 참 좋게 만드는 마법을 부려 무더기로 피어 난 진달래꽃잎을 바라보며 그저 헤실거린다.


꽃 터널을 통과하자 비밀의 문을 통과 한 듯 꽃 잔치가 펼쳐지고 있고 꽃과 향에 취해 환각 상태로 임도에 내려선다.


진달래와 벚꽃 그리고 푸른 새싹들까지 합세한 오만가지 색체들이 뒤섞여서 비현실적인 세계로 인도 되어 가는 듯하다.


참 좋은 봄날이다. 아름다운 풍경이다.


비록 막 개화를 하기 시작했지만 새로운 계절이 시작되는 현장에 있다는 이 자체에 만족한다.
아마도 일정상으로 또 찾지는 못할 듯 하여 더 애착이 가는 짧은 산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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