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해 망운산 철쭉 산행 **
-.일자 : 2023년 4월 22일
-.코스 : 화방사-철죽군락지-망운산-관대봉-송신소-활공장-임도-망운암-화방사
혼돈의 시기가 끝나 가면서 개벽의 시대에 임박한 듯이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미세 먼지가 가득한 자연의 연출에 쫄아서 밖에 나서기가 망설여 진다.
생명이 없어 보이던 나뭇가지에 새싹이 돋아 나는 것 같았는데 어느새 거리는 초록의 동색이 되어 있어 참 부지런도 하다.
붉게 거리를 밝혔던 꽃잔디도 퇴색하고 이팝나무가 흰 쌀밥 같은 꽃을 활짝 피워내 거리는 눈이 내린 것 마냥 환해져 있어 나의 표정까지도 밝아진 느낌이다.
여름의 길목으로 가고 있는 이때 즘에는 망운산 철쭉의 개화 상태가 궁금해진다.
뒷산의 철쭉은 농염 하여 는개비에도 꽃잎을 떨구고 있기에 산정의 개화 상태를 엿보고자 아픈 엄지발가락을 희생시켜가며 산행을 결행한다.
토요일이라 혼잡을 예상하여 서둘렀는데 나만이 앞서 간 듯 하다.
녹음이 짙게 드리워져 있고 청아한 계곡의 물소리는 한여름의 피서지만 같은 느낌인데 쳐진 울타리가 감성을 격리 시켜 놓고 있다.
윤달이 있어 부처님오신날이 멀찍이 밀려나 있어 연등도 걸리지 않는 일주문을 지나 조용한 망운암을 가로 질러서 산길로 들어간다.
식수 보호로 등산로를 돌려 놓은 능선은 돌출된 돌들로 거칠다.
발 밑에만 집중을 하다 보니 잡념이 파고 들 틈이 없는데 바람에 출렁거리고 있는 초록 바다를 유영할 기회 마저도 앗아 가 들숨 날숨만 반복하다 보니 능선이다.
삭풍 보다는 따사롭고 온화한 햇살이 옷을 벗긴다고 부드러워진 흙길을 걸으면서 초록의 싱그러움에 심신을 샤워 하여 상쾌해진 기분으로 철쭉동산에 올라선다.
거센 바람에 철쭉샘에 졸졸거리는 물줄기가 휘어지고 있고 연분홍의 철쭉 군락지가 바람에 휘날리며 옷고름 씹어 무는 아낙의 교태로 끌어 들인다.
아직 만개는 아니지만 누구 하나가 봐주는 이 없어도 어김없이 꽃을 피워 낸 자연에 감사하며 상태를 확인한 것만으로도 여길 찾아 온 의미는 충분하다.
그래서 햇살이 쬐금만 더 협조를 해 주었으면 또 미세먼지가 없었다면 좋았을 것이란 말은 꾹꾹 눌러 놓는다.
어차피 매일을 운동 삼아 산에 오르고 있는데 또 한번 찾을 기회가 되어서 좋다.
망운산에 올라 방송탑으로 이어진 능선을 바라 보면서 분홍빛으로 물들여질 풍경의 프레임을 덧씌워 놓고 밑그림과 대조차 내려 선다.
도량에 든 소가 양쪽의 풀을 뜯어 먹듯이 송진 가루를 뿌려 놓은 듯이 희뿌옇게 덮여 있는 산능선과 꼬마전구 같이 앙증맞은 꽃망울을 맺고 있는 철쭉군락지를 번갈아 살펴가며 산불감시초소로 간다.
전원주택만 같은 감시 초소다.
강풍에 비행기도 뜨지 못하게 생겼으니 패러글라이딩이 없는 썰렁한 활공장은 먼지 조차도 허락 치 않겠다는 듯이 밀어 내고 있어 광양만을 곁눈질하다 물러 난다.
송신탑을 지나 임도에서 붉어지기 시작한 철쭉꽃을 향해 넌지시 손짓하여 보지만 아직은 수줍어 모른 척 한다.
이런 예쁜 애들을 그냥 이 짧기만 한 계절 에게 보내 버릴 수는 없으니 내 곧 다시 찾아 오마 다짐을 해둔다.
가는사초가 파랗게 머리카락을 물들이고 너덜지대를 지나 망운암에 들어 선다.
인적이 없는 산사에 불경 소리가 정적을 깨고 있다.
성급했던 나의 마음을 내려 놓고 이른 하산을 한다.
오늘도 기본 운동은 했으니 삼겹살에 쏘주나 일잔 하면서 이 봄날을 느긋하게 맛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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