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 : 2023년 3월 26 ~27일
-.코스 : 마스부치댐-구름다리-칠중폭포-도오마에고개-샘터-복지산-우에노고개-시로이토온천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고 여행의 질이 결정된다.
자주국방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 내듯이 나의 건강은 나와 가족의 버팀목이 되어 주기에 새벽 어스름에 일어나 운동에 나선다.
환절기의 서늘함이 움직임을 통제하고 있는 정적 속의 도시는 비 바람과 추위를 막아 주는 안식처가 되어 줄 뿐 이념과는 전혀 상관없이 평화롭기만 하다.
단짠의 조식에서 이국임을 절실하게 체감을 하지만 점점 가족화가 되어 가고 있는 팀이라서 만남의 장소가 되었고 친인척을 만난 듯이 살갑게만 느껴지는 아침이다.
오늘도 어김없는 내리고 있는 비와 비 예보에 산행이 염려스럽긴 하나 이 또한 여행의 과정이니 자연의 순리에 의탁하여 어떡하던지 즐겁게 즐겨 주는 것만이 본전을 뽑는 것이다.
어젯밤 슈퍼를 순회하면서 까지 맥주를 싹쓸이하여 마셨던 것이 눈 떠보니 제로"맥주 여서 흥겨워 했던게 멋쩍어 졌지만 다행히도 제로 칼로리로 밝혀지면서 밤늦도록 떠들었던 초뺑이들을 구제해 준다.
어제와 달리 짧은 이동이 컨디션을 그대로 유지시켜 주었고 저수지 둑방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은 방류된 물고기처럼 생동감이 있다.
산하에 듬성듬성 버짐처럼 퍼져가는 푸르름은 꽃처럼 어여쁘다.
산정호수에는 하늘이 반영되어 하늘과 땅이 맞닿은 듯이 산하가 수면 속으로 깊숙하게 내려 앉았고 우리는 비가 오기 전에 개미가 줄을 지어 이동하 듯 다리를 건넌다.
도로를 따르다가 이정표에서 산길로 들어 간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왜 이곳에 와 있는지 무엇을 성취하고자 이 산을 오르고 있는지는 중요지 않고 그냥 이 순간들을 오롯이 느끼고 즐겨 내 것으로 만들어 나가는 게 오늘에 할 일이다.
물이 쏟아져 내리는 계곡을 끼고 산행을 이어간다.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안내도에 7중 폭포쯤이라 여겨 지는 지점이다.
촉촉하게 젖은 산길에서 숲과 계곡의 상큼함이 기분을 좋게 하지만 체내에 축척 된 알콜을 분해하질 못하고 있는 몸은 살려는 자구책으로 땀을 쏟아내고 있으면서도 어서 빨리 신선한 것으로 치환해 주길 재촉하고 있다.
질주마처럼 내달리면서 팔딱거리는 심장의 박동에다가 노폐물들을 모두 배출 시켜 버리고 싶어도 목적지도 모르고 긴 줄을 앞지를 자신도 없다.
차라리 빠른 포기에 안정감을 찾는다.
어차피 선두는 무의미해졌고 우리끼리 어울려 가며 산책을 하듯이 사브작 사브작 뒤를 따른다.
흐름이 늘어지고 있다 보니 노곤함을 떨쳐내기 위한 나 때란 도깨비 난장이 펼쳐지면서 신기방통한 사설들로 흥행몰이를 하며 자신을 부각 시키고 있다.
각자의 허풍과 풍미가 다양한 재료가 되어 취향에 맞게 골라 먹든 비빔밥처럼 썩어서 먹든지 적당한 타임을 잡아서 사설만 살짝 보태면 산중에는 꽃망울 터지듯이 웃음꽃이 터진다.
한가지 한 방향에만 집중하게 만드는게 여행이고 그 일부가 되어 준 이 산행은 두부의 간수처럼 우리들을 저절로 뭉쳐 들게 하고 있다.
우리네 남도의 섬들과 유사한 자연 식생에 동백나무 숲이 우거져서 더욱 짙어진 숲 속에서는 떨어진 붉은 동백꽃이 청사초롱처럼 길을 밝히고 있다.
숲을 벗어나면서 갈림길을 만난다.
여울에 물고기 몰려 들듯 몽딱거려 졌고 안내도를 보면서도 눈만 깜빡 거리고 있는데 그 안에서 대포 같은 카메라를 쥔 올챙이가 포착된다.
말만 산에서의 사제간이지 챙김이 없으니 이러다가 지금 유지 하고 있는 계 마저도 깨지게 생겼다.
넘버를 단 산악 마라토너 들이 지나가고 물이 냇물처럼 쏟아 지고 있는 샘터에 이른다.
계곡물소리를 떨쳐 냈지만 아직은 올라야 할 고도가 많이 남아 있다는 증표이기도 하다.
구름이 산허리에 걸렸는지 비가 비치기 시작하고 때마침 무인대피소에 들어 서지만 우리가 디밀고 들어갈 자리는 당연히 없다.
야외 탁자를 급조하여 도시락을 펼친다.
숙취가 주 원인이지만 이번 일본 여행을 시작하고 4번째의 도시락이라서 이젠 쳐다 보기만 해도 토악질이 나오려고 해도 살려면 먹어 줘야 만 한다.
그나마 함께한 친구들이 위안이 되고 곁들인 소주가 미각을 마취 시켜 놓아 겨우 밥알만은 삼킨다.
키 작은 관목들로 고도를 상당히 올려 놓았음이 증명되고 산비탈에 구름이 걷히면서 천지개벽을 한 것처럼 반짝 이벤트가 펼쳐진다.
흐린 유리창에 낀 수증기를 쓱 닦아 창밖 풍경을 보았을 뿐인 찰나의 순간 이였지만 우리는 복지산의 모든 것을 보아 버렸다.
하얀 구름의 덧칠 하나로 아름다운 풍경화가 그려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정상은 인증장소 밖에는 안 된다.
일본의 후지산이 달랐고 알프스의 산군들이 그랬듯이 산세야 어디든 그만의 특성이 있기 마련인지라 우린 이곳에서 각자의 느낌만을 챙겨 가면 되는 거다.
고산지대와 다름이 없어 관목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조릿대가 잔디밭처럼 넓게 펼쳐져 있고 두더지가 굴을 파헤쳐 놓았듯이 등로가 이리저리 뻗쳐 나간다.
정상은 내려 가라고 있는 곳이다.
일행들은 빨치산처럼 숲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고 우리들만이 벌쭉하니 남아 신단을 기웃거리다가 뒤를 쫒는다.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하산 길은 편안함을 안겨 주어 언제나 즐겁다.
살포시 건네는 말 한마디에도 까르륵거리고 깊은 공감대를 형성해 가는 하산길이다.
어라 아무리 비가 내린 후라고는 하지만 등산로가 질척거리고 미끄러워서 도저히 두 발로는 지탱하기가 힘들다.
전에도 구중산이 이러해서 애를 먹었었는데 해빙기의 이곳은 올 곳이 못 됨이 증명되고 있다.
어쨌든 간 다른 환경을 체험해간다는 의미 만은 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나뭇가지와 밧줄을 부여 잡고 갈지자로 어설픈 발걸음을 옮겨 간다.
도저히 안되어 숲으로 뛰어 들어 내달린다.
등산은 고통을 감내하며 등산 그 자체에서 기쁨을 맛볼 수 있어야 한다는데 이건 질이 다르다.
언제 도착하는지 아니 어디엔가에 도착 할지 알지 못하는 깊은 심연에 빠졌을 때의 긴장감과 흥분에 자가도취 되어 임도에 내려선다.
일행들이 하나 둘 모여 들면서 신바람 나는 노래로 살풀이를 하며 신발과 바지에 엉겨 붙어 있는 질퍽거림을 떨쳐 낸다.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이다.
산 아래 온천 마을이 동화 속 인양 펼쳐지고 있다.
저 평화로움이 자연스럽게 우리들을 다시금 뭉치게 만들어 이국에서의 끈끈한 동지애를 나눈다.
안개도 걷히고 산길도 좋아졌다.
비가 안 온 것만으로도 감사했었지만 그 심술에는 반항하고 싶어 진다.
폭포다.
비가 더해져서 그런지 제법 웅장하다.
마지막 포인트이자 이 산행지의 핫플레이스 라서 저 마다의 멋찐 인생샷으로 갈무리한다.
벚꽃이 화사한 봄날에 아름다운 추억의 나들이다.
온천욕으로 심신을 정화시켜 숙소로 돌아 온다.
식사가 입맛에 맞지도 않았지만 주군의 주도하에 이색체험을 삼아서 근처 식당에서 석식을 하기로 했는데 웨이팅만 2시간이란다.
일단 대기 예약을 걸어 놓고 우동집에서 허기를 달랜 후 슈퍼 들러서 소주와 생수를 구입하여 병 갈이를 하며 만찬의 준비를 한다.
말 한마디 통하지 않지만 가이드의 중재로 성대한 만찬을 즐기면서 모두가 유쾌한 자리가 되어 주었고 한가족화가 되어 간다.
환경과 인종이 다른 이국이 우리들을 더욱 밀착시켜 놓은 마지막 밤이 이렇게 깊어가고 있다.
오늘이란 말이 싱그러운 꽃처럼 풋풋하고 생동감을 안겨 주는 귀국의 날이다.
쇼핑과 자유시간이 주어 졌지만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스렁 거리는 하이에나처럼 가계를 찾아 헤메이다가 10시의 오픈과 동시에 벚나무 아래에서 캔을 깐다.
어째 여행이 술로 시작하여 도시락만 주구장창 까다가 술로 마무리를 짓는 것만 같다.
출국 수속과 동시에 객실은 주점이 된다.
여행 내내 마냥 내달려 온 우리 주당 들에게는 멍 때림의 시간이 필요한데 여행코드를 술로 맞추고 있으니 염려 스럽지만 이 또한 오늘만큼은 받아 들이고 그냥 즐기자.
여행을 주관하는 노회장님까지 동참하여 자리는 더욱 흥겨워지고 있고 나는 단기 기억상실증에 자꾸만 오버함을 스스로가 느껴가고 있다.
후회는 말자 미련도 갖지 말자.
지금 중요한 것은 이 좋은 사람들과 이 순간을 즐기는 것이다.
사람을 만나는 목적은 갈등이 아니라 삶의 에너지를 얻기 위함이고 행복은 누가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단지 내 가슴속에서 누리는 것이라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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