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운산 하계 수련장 2종 셋트 즐기기 **

-.일자 : 2023년 8월 8일~9일

 

 
기나 긴 장마에 산과 들에서는 버섯들이 피어나고 주거 공간의 틈새에 곰팡이가 슬어 모든 것들이 흐물흐물하게 녹아 들어 가고 있다.
작열하는 태양은 전자랜지의 마이로크파가 되어 지구를 가열 시켜 놓아 모든 생명체들의 생존을 위협한다.


습도까지 더해져 감자를 찌는듯한 열기에 나의 몸도 익어 가고 있어 살아 내려는 자구책으로 백운산수련관으로 피난을 떠난다.
막상 딱히 할 일이 없는 수련관은 피서가 아닌 도피처가 되었고 아이들의 성장과정 상에서 정서를 키워낸 공간이자 추억의 장소일 뿐이다.
입실 시간이 남아 있어 평상에 자릴 잡는다.
고기를 굽는 연기가 피어나고 아이들의 소리로 왁자지껄했었던 곳이지만 비어 있는 공간들은 인구의 감소와 즐길 거리의 다양성에서 밀려 나고 있는 현실이다.
여흥의 장소는 확보되었지만 흥은 반감되고 스피커에서 흘러 나온 음악만이 숲속의 적막함을 몰아 내고 있다.
솟아 있는 나무그늘 아래에 자릴 잡았것만 태양은 서치라이트처럼 파고들면서 인적을 색출하고 있고 숲을 장악하여 버렸다.
피부에는 결로 마냥 땀이 송송 베어 나와 모기를 불러 들이고 있다.
숲이 더위에게 완벽하게 감금되어 그 역할을 못하여 있으니 잠시 실계곡으로 탈출을 시도 한다.
장마에 떠밀려 온 너저분한 잔해들이 먼저 우리들을 거부하고 있는데 감시카메라에라도 포착이 되었는지 발을 담그자 마자 체포조가 출동하여 그 마 저도 할 수가 없다.
관리를 위한 것이니 겸허히 받아 들이지만 이런 너무나도 획일적인 통제가 이곳을 외면하게 만들고 있다.


서둘러서 수련관에 입실을 하나 시원한 에어컨바람 외엔 별단 달라진 게 없는 공간의 이동일 뿐 시간 죽이기는 마찬가지다.
내가 이 공간과 시간을 어떻게 대하는가의 태도에 따라서 지금의 모든 것들이 결정된다.
어떡하든 즐기자......
한잔 술에 삶이 평온하다.


모처럼 북적거리는 식당은 에너지가 느껴진다.
쏟아지는 빗줄기에 무늬 유리가 된 창이 외부와 단절시켜 놓아 휴양지로써의 제 기능을 찾은 듯 했던 것도 잠시이고 비에 참새들이 싹 사라지듯 각자의 보금자리로 떠나 버린 뒤의 적막함만이 남는다.


완충의 시간이 지나고 영화상영엔 떠나지 못한 철새처럼 몇 사람만이 지키고 있고 산장의 테라스는 비에 격리되어 시끄러운 음향을 그대로 들으며 먹은 치킨과 맥주는 밋밋하기만 하다.
잠이나 자자......

 

 

 


에어컨이든 선풍기든 인공적인 바람을 극도로 피하고 있다.
잠결에 에어컨을 꺼 놓고 숲 속의 청량한 자연 바람이라며 뒤숭숭거리는 잠자리를 견뎌 내었던 것이 몸을 경직되게 만들고 수면의 질을 떨어 뜨려 놓았다.
컨디션을 유지시키려면 산엘 다녀 와야 한다.
인적 하나 없는 하계수련장을 벗어나자 재잘거리는 새들의 합창음이 숲을 꽉 채운다.
엉기는 거미줄과 귓전을 맴돌고 있는 날파리들이 귀찮지만 무시 하는 수 밖에 방법은 없다.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이 시원하다.
태풍의 전령사인 듯 아무래도 한바탕 비라도 쏟아 낼 것만 같은 분위기인데 땀에 젖어 있어 아무래도 상관없다.
무성이도 자란 초록의 길을 따라서 노랭이봉을 내려와 수련관둘레길을 돌아 하루의 운동량을 꽉 채워 놓는다.

 


그래도 휴양시설이라 밥을 하는 번거로움이 없이 식당에서 조식을 든든하게 먹고 텐트 촌으로 자리를 옮긴다.
예약 사이트는 빈자리가 없었는데 정작 탠트촌은 텅 비어 있어 관리차원에서 형식상 몇몇 곳만 열어 놓지 않았나 하는 강력한 의심이 든다.


그 마 저도 수련관에서 석식을 먹고 샤워를 한 후 영화관람을 마치고 들어선 텐트촌은 철거촌처럼 어수선스럽고 무섭다.
텐트에 누워 흔들거리는 나뭇가지 사이로 흘러 나온 검은 하늘의 별빛을 보며 모처럼 야영의 기분에 젖어 본다.
그러나 안락함에 완벽하게 적응해 있는 몸은 바람에 펄럭거리는 텐트도 밤새 울어대는 매미 소리에도 거부반응을 보여 쉬이 잠들지 못하고 있다.
입촌시에 깔판을 임대하지 않음으로써 이미 도망 갈 퇴로를 만들어 놓은 셈이다.
가자 마이 홈으로....


비로서 마음에 평화가 찾아 든다.
내가 지금의 상황들을 어떻게 받아 들이느냐 에 따라서 행복이 결정된다.
쉽게 찾는 백운산수련의 2종 숙박 세트에서 잘 놀고 먹었으니 남은 올 여름의 더위도 잘 견뎌 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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