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 조계산 산행**

-.일자 : 2023년 8월 28일

-.코스 : 선암사주차장-선암사-대각암-향로암터-장군봉-배바위-작은굴목재-큰굴목재-편백숲-선암사주차장(8.8km / 3시간 40분)
   
오후에 비 예보가 있기에 지리산 천왕봉 산행을 포기하고 조계산을 한 바퀴 돌아 보리밥도 먹고 호주여행에 대한 체력을 비축하고자 가벼웁게 집을 나선다.
사찰에 문화재관람료가 없어져서 고속도로에 하이패스를 통과 하듯이 검색 절차 없어 산뜻하게 들어 선 선암사다.


단청도 입히지 않은 천년고찰에 붉은 배롱나무꽃이 피어나 탱화처럼 비춰지며 자비를 전하는 것만 같고 다람쥐는 먹이를 입안 가득 담아서 볼이 탱탱하다. 


진한 흙 내음이 흡입되더니 빗방울이 돋기 시작하고 쏘나기로 변해 등산초입에서부터 갈등이 생긴다.
나의 의지를 시험하는 가도 싶어 결행을 하여 대각암앞 정자의 처마로 파고들어서 사선을 긋는 빗줄기를 망연히 쳐다 본다.
날것 그대로의 고찰인 대각암은 천둥 소리와 함께 과거로 순간 이동시켜 놓았고 엄습하는 두려움에 마눌님께 전화를 넣어 구원을 청해 본다.
광양에는 햇살이 쨍쨍하니 내려와서 백운산 산행이나 다녀 오란 얼토당토한 대답에 내가 여기에 온 이유를 자각하고 산행을 강행한다.
요즘 장마와 폭염과 여행 등으로 산행 자체를 하지 못했기에 오늘만큼은 산을 꼭 올라야 하는 이유가 되어 준다.


강하게 부딪히고 있는 빗방울에 우산은 기능을 상실했고 땀과 함께 젖어 든 몸이 거창스럽기만 한데 땀냄새에 달려든 날파리들은 여간 고역이 아니다.
마른 계곡이 옆에 있어 등로에 물길만은 면해 그나마 다행스럽다.
향로암터에 올라 숲을 올려다본다.
무대장치마냥 자욱하게 깔린 안개에 덮인 숲은 영화의 장면인 듯 비현실성이다.


등로가 거칠어지고 고된 오름짓을 거듭하여 장군봉정상에 올라 선다.
ㅋㅋㅋ
이런 미천 넘아...헛웃음이 나온다.
이게 머시라고 이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여간에 이것은 일기예보를 브리핑한 이쁜 기상캐스트의 잘못이지 나의 산행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우중에도 목이 말라 물한병을 거진 다 비워내고 정신을 차려서 연산봉을 과감하게 포기한다.


그칠 줄 알았던 비는 더 거세 져서 작은굴목재까지의 내림길을 내내 실개천과 같은 빗물과 함께한다.
그래도 등로가 넓어 물줄기를 피해는 갈수가 있었는데 큰굴목재로 이어진 평로는 피할 방법이 없어 덤펑거리면서 그냥 간다.
선암사로 하산에 우렁찬 계곡의 물소리가 우산에 토닥거리는 비 소리를 삼키었고 편백나무숲에 이르자 비가 그친다.
딱 산행 시간만 비를 쏟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시치미를 때고 있는데 산사의 진입로에는 행락객이 제법이다.


이른 귀가로 보리밥 대신 뼈다귀해장국에 소주를 결들이면서 대리석에 하얗게 부딪치고 있는 햇살의 조각들을 보고 있자니 이게 뭔 조화인지 모르겠다.
햇살의 따가움에 또다시 커피숍으로 피신을 해야 하는 종잡을 수 없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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