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운산 가을 풍경 ***
-.일자 : 2023년 11월 3일
-.코스 : 진틀-진틀삼거리-상봉-신선대-진틀(6.9km / 2시간 54분)
포스코수련관둘레길(5.4 km / 1시간 26분)
일찍이 꽃을 피워 내었던 벚나무는 마지막 잎새조차도 매달지 않은 미끈한 나목이 되었고 가로수 나뭇잎이 메말라가고 있는 풍경 속에서 가을의 색체를 찾아 백운산을 찾아 든다.
가깝다는 이유로 또 자유롭게 찾을 수 있는 지리적인 조건에 매번 뒷전 이였던 산이다.
또 언제나 화려한 매스컴의 그림과 수식어에 현혹되고 사람들의 휩쓸림에 애먼 곳만 찾아 다녔지만 정작 단풍은 백운산계곡에 곱게 치장하고 기다리고 있었음은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방전된 에너지를 재충전시키고 오늘 부부동반 동기회 모임에서는 정상컨디션으로 참석하기 위하여 정상만을 간단하게 다녀 오기 위해 진틀주차장에 주차를 시킨다.
요즘 기온이 계절이 재 기능을 상실하여 역행하고 있는 듯하다.
백운산의 능선이 건조기에 넣은 고추처럼 빨갛게 익어가고 있고 농익어 거무스레한 빛이 감돈다.
길섶에는 아직 들국화가 피어 나 있고 등로에는 키 작은 꽃향유가 햇살을 쪼이고 있는 한가로운 가을 날이다.
알록달록한 나뭇잎의 카펫을 즈려 밟고 계곡으로 스며들자 산길은 숲 그늘과 단풍으로 간접 조명이 되어 분위기 좋은 카페처럼 은은하다.
어설픈 단풍은 눈 마주치지 않으려 해도 자꾸만 다가 와 자태를 뽐내니 아니 이뻐 할 수도 없다.
너덜길을 사뿐하게 지나 진틀삼거리에 닿는다.
계곡을 덮어 버린 낙엽을 휘젖어 목을 축이고 오르막을 오른다.
나뭇잎을 다 떨구어 버리고 휑한 등산로가 삭풍이 몰아치는 겨울 분위기다.
즐곳 정상을 향한 오름 짓만은 멈추지 않는다.
유연함도 속도감도 전과 같지는 못하지만 거뜬하게 상봉에 올라 건재함을 증명했다.
장쾌한 산하가 눈 아래에 펼쳐져 있고 막힘 없는 조망에는 가슴이 뻥 뚫린다.
이 맛에 고달픈 산행을 기꺼이 감내하고 이런 쾌감에 중독이 되어 또 오른다.
벼가 누렇게 들판을 물들이 듯이 오색 단풍이 산하를 알록달록하게 물들여 놓다가 지쳤는지 색채를 한꺼번에 쏟아 버린 듯 검붉게 펼쳐져 있다.
이젠 이 가을이 떠나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쫌 덜하려 나......
산정에서의 머묾에서 모든 가을을 담아 내고 하산을 시작 한다.
낙엽이 등로에 쌓여 미끄럽고 돌멩이의 기습공격을 받아 비틀거리길 반복하고 있으니 몸은 자체 방어시스템이 풀 가동되면서 그 과열로 인해 식은땀이 맺힌다.
땅으로 낙하한 나뭇잎은 소복이 내린 눈처럼 세상을 포근하게 평탄화 시켜 놓았지만 알록달록함 속에 함정을 감춰 놓은 현혹일 뿐이다.
진틀 삼거리의 원점회귀 구간이 올라 올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다른 감정 이입이 된다.
단풍은 더 농염 해졌는데 외출하는 집사람이 화장을 하는 것 마냥 낯설어만 보인다.
이만 하면 그리움에 뼈져 허우적거리는 상사병은 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이대로는 뭔가가 허전하다.
<포스코수련관 임도>
이왕 나섬 것 기름값이라도 뺄 겸하여 수련관둘레길을 돌기로 작심은 하는데 진틀은 여름 한철 장사를 하는 유원지화가 되어서 점심을 먹을 데가 없다.
궁하면 통한다고 백운사갈림길에 간이매점이 있어 라면으로 요기를 한다.
인적이 없어 적적 했던지 아줌마의 사설을 들어 주는 것으로 공깃밥을 대신 한 4천원의 행복감이다.
수련관의 둘레길이 입소문을 타면서 많은 차량이 주차되어 있고 사람들도 제법 있다.
나뭇잎이 메말라 예전 단풍만은 못하지만 충분한 치유의 숲이 되어 준다.
언제 찾아도 편안한 숲길이다.
혼자라 쉼이 없다 보니 금방 수련관에 내려선다.
쉼터는 멍 때림의 공간이다.
모든 것을 잊고 가만가만 산하를 바라만 봐도 힐링이 될 터인데 내겐 여유로움이 없다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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