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성 초암산 - 방장산 산행 **
-.일자 : 2024년 5월 2일
-.코스 : 수남주차장-초암산-광대봉-광대코재-주월산-방장산-수남주차장(15.2km / 5시간 10분)
세월이 왜 이렇게도 빠르지?
서해랑길로 3박 4일 다녀 온 것 밖에는 없는데 그사이에 쌀밥처럼 푸짐 해야 할 이밥나무꽃과 산 능선을 붉게 물들일 철쭉꽃이 사라져 버려 한 계절이 싹둑 잘려 나간 느낌이다.
예전에는 꽃들이 피는 순서를 지켰는데 기금은 자율화가 되어 지들 맘대로인지라 나만 뒷짐 진 꼰대로 남을 수는 없기에 확인 차 초암산을 찾아 간다.
상쾌한 공기에 산새 소리만이 청아한 주차장이다.
어제 내린 비가 그 나마의 꽃잎을 다 떨구어 버렸을 거라서 그닥 기대는 없었지만 몇 대 주차 된 차량이 있어 머쓱함만은 면했다.
숲은 상쾌하고 냉각 된 공기가 날파리들을 감금 시켜 놓았는데 찰진 흙은 푹신하긴 하나 접지력이 없어 미끄럽고 비대해진 육체는 버거움에 비지땀이 흐른다.
그 동안에 운동에 게으름을 피우진 않았지만 몸은 참 정직하여 걷는 것과 산을 확실하게 구분 짓고 있다.
초암산 철쭉평원이 푸르른 벌판이다.
싱그러웠던 연초록이 짙어졌고 찐빵에 앙꼬 같이 콕콕 박혀 있어 철쭉꽃으로 피었다가 졌다는 걸 알 수가 있다.
내 이럴 줄은 알지만 아쉬운 건 아쉽다.
그냥 이대로 내려가는 건 더 미련만 남길 뿐이라서 애초에 계획하였던 주월산과 방장산까지 원으로 한바퀴 돌아서 체력이나 테스트 해봐야겠다.
꽃은 없어도 정원수처럼 정갈함이 좋다.
철쭉봉을 올라서고 광대봉에서 올랐던 고도를 반납하기 시작하여 광대코재에서 임도를 만난다.
초록이 피곤함을 덜어 주는 조력자로 나섰지만 홀로 산행은 좀처럼 쉼이 없어 발가락은 아려 온다.
내려 왔으니 다시금 오른다.
오토바이 바퀴 자국이 눈에 거슬릴 뿐 그냥 올라야 한다는 맹목적인 몰입이다.
뭐야 벌써 부터 홀딱벗고 새가 한여름을 불러 들이며 정적을 깬다.
임도는 자꾸만 다가 와서는 자기 노선으로 갈아 타라는데 애써 외면하고 주월산에서야 만나 준다.
소공원을 옮겨 놓은듯한 정상이다.
평상에서 두 발 쭉 뻗고 득량만을 조망하며 점심을 먹는다.
참 호사스런 정싱이다.
얼마 전 서해량길을 걸으면서 그 많았던 간척지를 그냥 두고 왔었는데 그래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소하게 챙겨 둬야 한다며 굳이 앞에다 두고 갔다.
나 소주만 있으면 하루가 행복한 사람이라 외면하고 방장산으로 향한다.
호남정맥시에 그대로 두고 갔던 산을 정원처럼 잘 가꾸어 놓았다.
공원 산책하듯 사브작 사브작 걸어가며 나무에 눈 맞추고 쬐그만 야생화도 아는 채를 해 준다.
방장산의 쉼터에 자기 영역이라며 출입 시 고발조치 한다 란 안내문을 걸어 놨다.
대문에 다 들어 왔는데 이럴거면 골목 에다 붙여 놓았어야지 여기까지 와서 되돌아 갈 사람도 없다.
애구 쪼잔한 잉간들과 다툼하면 나만 쪼잔한 사람이 되는데 그냥 모른 척 해둔다.
임도에서 좌측으로 내려선다.
자기 것이라고 벌목을 하여 개활지로 만들어 버렸다.
여기에 무슨 임산물이 있는지 숨은 그림 찾기 라서 여길 출입해서 다치면 너 책임이란 회피성 경고 같다.
남해고속도로 녹차휴게소의 굴다리를 빠져 나와 수남리로 삥 돌아 왔다.
아직은 철쭉산행으로 버스도 주차되어 있지만 어떻게 받아 들이고 즐기냐는 건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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