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산 산행 **

 

-.일자 : 2025년 1월 11일

-.코스 : 선암사주차장-선암ㅇ사-장군봉-장박골-보리밥집-작은굴목재-선암사주차장(13.3km / 5시간 10분)

요즘 욱 하는 것이 잦아 지는 게 어서 입산을 하여 자연치료를 받아야만 되겠다.
하필이면 오늘이 젤 춥다고는 하지만 또 망설여 지는 게 결단력도 없어져 증상이 깊어져 있음이 확실하다.
요즘 서해안이 폭설의 좌표가 되어 있어 이동의 걱정으로 제설이 되어 있을 것 같은 조계산을 선택했는데 의외로 눈은 없다.


상사호에는 솥에서 막 꺼낸 순두부마냥 몽글몽글 물안개가 피어 오르고 있어 추위를 잊게도 한다.

 


선암사 주차장에 옛 화장실이 철거 되었고 주변은 이발을 한 것처럼 말끔하여 상가지역이 더욱 부각 되고 있다.
선암사 진입로에서 하얀 눈에 덮여 있는 봉우리가 조망되고 오르는 기온에 눈꽃이 떡가루처럼 바닥에 떨어져 버릴까 봐 길게 드리운 그림자가 앞서 간다.
아서라. 현재의 온도가 영하 5도로 여기선 좀처럼 체감하기 힘든 기온이고 저 풍경을 한 시간 이상 쯤의 저장 능력은 충분할거라고 다독거려 본다.

 

 


삼인당 연못은 케이크처럼 하얀 떡가루를 뿌려 놓고 섬이 봉곳하다.



선암사는 동안거에 들어 간 듯 조용하기만 하고 발자국만을 남겨 놓고 대각암으로 향한다. 

 


단청이 없는 고찰의 대각암은 폐가만 같고 본격적인 등산의 시작이 된다.

 


두 발에 힘이 들어 간다.
몸이 가볍다.
일주일 남짓 금주를 했더만 술독이 빠져 나갔는 듯 기분도 상쾌하다.
그 동안 주독을 해독하느라 몸이 너무 고달파서 다른 장기를 챙길 여력이 없다가 여유가 생기니 돌보기 시작한 덕분이다.

 


고도를 높여 가면서 등산로의 눈이 더께를 더해가며 향로봉암터에 올라 선다.
옹달샘은 말라 있어 목 축임 대신 아이젠을 착용한다.

 


까마귀 날갯짓이 헬기의 소음처럼 들리는 진공의 상태다.
즐곳 오르막이 잡념들을 짓눌렸고 정상이 어디메쯤이나만 남았다.

 


정상은 나뭇가지에다 상고대을 피워 내 마중을 나왔고 마주한 정상은 그저 무덤덤하다.
우쒸, 그래도 내가 기를 쓰고 올라 왔는데 넘 내 몰라라 하니 서운하여서 인증도 쌩 까고 주변을 둘러 본다.

 


와우, 정상부분으로 한정이 되었지만 눈꽃이 환상적이다.
짖긋은 바람이 심술이 없었기에 나무에 솜처럼 살포시 쌓여 있는 눈이 이쁜 설경을 만들어 놓았다.

 


건너다 본 연산봉은 또 어떨까 욕심이 생긴다.
내림길에 쌓여 있는 눈에 발목이 빠져 들고 신발에 들어 온 눈에 찌릿한 냉기가 전신에 퍼진다.

 


토요일이라 많은 사람들이 설경을 찾을 거라 예상 했지만 지금은 아무런 족적이 없는 순백으로 내가 등로를 그려 나간다. 
뒤돌아 갈까?
에이 국립공원도 아니고 크지도 않는 도립공원인데 했는데 어라 이게 아니다.
능선에서 치고 올라 온 눈까지 더해진 눈에 무릎까지 빠져 들고 허리까지도 위협한다.

 

 


칼바람도 없이 이러한 눈 산행이 참으로 오랜만이라서 맘껏 즐겨 보려고 해도 스패치 하나가 없어서 촉촉하게 젖은 양말 때문에 도저히 견뎌낼 재간이 없다.

 


장박골삼거리에서 연산봉을 포기하고 산비탈을 내려 간다.

 


하얀 바탕에 하늘로 솟은 나무와 드리워진 그림자가 무척이나 서정적이다.

 


얼마 전 보았던 하얼빈 영화에서 현빈이 얼음 위를 걷는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던 장면과 중첩되면서 내가 주인공이 된듯하다.

 


백설 위에 거침없이 내 발자국을 남기며 눈에 소복이 덮여 있는 장박골계곡에 합류한다.

 


설 녹은 눈이 아이젠에 달라 붙어 뒤뚱거리는 더 어중간한 걸음걸이다.

 


정상을 올라 왔던 시간 보다도 더 걸려서 보리밥집에 안착한다.

 


예전에 비해 가성비는 쫌 그렇지만 허기를 달래는 보리밥이 있고 몸을 녹일 수 있는 난로와 더불어 부엌의 불멍은 덤이다.
그래도 주막처럼 산객들이 하나 둘씩 들어 오고 있어 나그네의 머쓱함만은 면했다.

 


수행을 하듯 작은굴목재 오름길을 꾸역꾸역 오른다.

 


보리밥집으로 내려갈게 걱정인 사람들은 아이젠이 필요하냐 물어 오는데 내가 되묻고 싶은 말이다.
듬성듬성 들어난 돌들을 밟으며 내려간다.

 


나뭇잎을 떨구어낸 나목의 간결함이 덮인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계곡에 흐르는 물이 먹물만 같다.
행략객들로 선암사는 생기를 얻었고 난 폭설을 헤치며 범상치 못한 자연에게 겸손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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