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림 여행 1 ~ 2일차 **
-.일자 : 2026년 5월 26~27일
-.이동 : 순천/광양-김해공항-계림공항
-.여행 : 요산-산수간쇼-전신맛사지-첩채산
여행을 하다보면 어떤 풍경이나 환경보다 동반자가 중요하고 여건과 마음이 같은 친구 같은 벗을 만나기가 참으로 어렵다.
친구들이 가자고 할때 가자....이 결정이 훗날 나의 인생을 돌아보았을 때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오월은 모두에게 바쁜 계절이다. 장미의 화려함이 향기 속에 사그라들고, 나무들은 초록의 채도를 높여가며 저마다의 속도로 바삐 움직인다.
빼곡했던 달력의 행사들을 하나씩 지워가다 보니 이번 여행 역시 단 한 번의 사전 모임만을 가졌을 뿐인데, 어느덧 출발일이다.

여행의 설렘 때문일까? 집을 나가 버린 마눌 때문일까?. 그렇게나 빠르게 흐르던 시간이 오늘만큼은 유독 더디게만 흘러가고 있어. 일찍 집을 나서 커피를 마시며 붕 떠다니는 마음을 꾹꾹 누르는데 갑자기 쏟아지는 비가 메마른 감성을 촉촉이 적신다.

차에 올라 차창을 타고 흐르는 빗물은 창밖 초록빛 풍경을 흐릿하게 지워놓았지만, 덕분에 차 안은 우리만의 아늑한 공간이 되었고. 참수리 총무님이 준비한 분위기주 한 잔에 여행 스케즐상에서 하루를 허비해 버렸다는 아쉬움이 여행의 낭만으로 채워진다.
자리 배치 하나에도 러브라인이 만들어지는 유치하고 단순한 장난은 우리만의 즐거움이다. 모든 것은 다 때가 있고 오늘이 가장 소중한 날이니, 그저 받아들이고 함께 낄낄거리며 웃으면 된다.

공항까지 순조롭게 이동해 수하물까지 매끄럽게 부치고 나서 저녁 식사 메뉴를 정하는데, 헐 이럴 거면 물어보지나 말지 내가 추천한 돼지국밥집은 가볍게 패스당했고 그나마 비속에서도 날따라와 준 한숙이가 있어 덜 외롭다.



결국 공항 식당에서 소갈비탕에 이슬이를 곁들이데, 뼈 하나 달랑 담겨 나온 갈비가 무슨 마법을 부렸는지 술이 꿀물처럼 달게만 넘어가 매상만 높여 주었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K-라면에 취침주까지 마신 뒤 비행기에 올랐고 중국 계림에 도착하니 우리나라 시간으로는 새벽 1시, 시차를 적용한 현지 시간으로는 12시를 막 지나고 있다.




캄캄한 도심 속에서 들이마신 낯선 공기와 매끄럽지 않은 가이드의 말투가 비로소 공간 이동을 실감 나게 하고. 경주팀 6명이 합류해 숙소로 이동한 뒤 방 배정을 받는다.

시간이 늦을 대로 늦기도 했지만 '주군'은 이미 숙소 주변에 편의시설이 없음을 간파하였고 우리 방을 아지트 삼아 계림 입성 신고식을 벌인다.
피곤함이 대수냐, 삶의 소중함이 순간순간에 있고 언제나 오늘이 가장 소중한 날이니 찰나의 이순간을 즐겨자.
우리들의 계림 여행을 위하여~
참 징한 놈들이다.

이제부터는 시간 기준을 현지 시간으로 통일해야겠다.
어제, 아니 새벽까지 이어진 술자리였지만 여지없이 조식 시간도 되기 전에 눈이 떠진다. 공기의 흐름도 정체된 시간에 룸메이트인 '몰빵'과 함께 호텔 산책에 나선다.
와! 올망졸망한 봉우리들이 끝없이 펼쳐진 풍경이 역시나 계림은 계림이다. 막 떠오르는 아침 햇살이 온누리에 생기를 불어넣고, 덩달아 기분 좋아진 우리도 에너지를 가득 충전해 인증샷 놀이에 여념이 없다.




몰빵은 어젯밤 늦게 잠든 일행들의 수면을 방해 할까 봐 조용히 카톡으로 우리의 위치만 공유해 두고 조식을 먹으러 향한다. 뷔페에는 마땅히 손이 가는 음식이 없지만, 즉석에서 말아주는 국수 한 그릇이 요기가 된다.

출발 시간인 9시 30분까지는 여유가 꽤 있다.
내가 아침 운동에 나서는 동안, 몰빵은 아까 눈여겨보았던 장소들을 찾아다니며 여성친구들을 그림 맞추기를 하듯이 정성스레 사진을 담아내고 있다.

늦었던 취침이였던 만큼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참 한갓진 여행 일정이다.
해가 중천에 높이 떴을 즈음 가이드와 합류하여 하늘 위에서 비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는 요산으로 향한다.





합류한 경주 팀을 배려해 우리가 버스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겨 앉는다. 이동 하는 동안 서로를 소개하며 하나의 팀이 되었고. 계림의 삼만육천 봉우리에 얽힌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덧 주차장이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쏟아지는 강렬한 햇살을 피해 그늘로 흩어진다.


계림에서 가장 높은 해발 909m의 요산 케이블카에 몸을 실으니 수많은 봉우리가 푸른 바다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사방이 막힌 케이블카 안은 금세 찜통처럼 달아올라 땀이 비 오듯 흐르지만, 틈새로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이 마치 냉족욕을 하듯 온몸으로 피를 돌리며 더위를 식혀준다.



정상에 서니 올망졸망한 봉우리들이 초록빛 파도가 되어 끝없이 밀려온다. 과연 '계림산수 갑천하'라는 명성이 허명이 아님을 온몸으로 느끼지만, 포토존 사진사의 확성기 소리가 고요한 감상을 깨뜨리며 이곳이 중국임을 새삼 실감하게 한다.




첫여행지의 멋진 경치에 도취된 나머지 팀워크는 순식간에 와해되고, 각자도생하듯 산수를 감상하며 꽃동산에 올라선다.
가이드의 중재 덕분에 겨우 단체 사진을 남긴 후, 카페 루프탑에 올라 흘러가는 산봉우리들을 중에서 상상 속의 풍경을 배경 삼아 추억을 증명하게 위해 사진을 남겨 둔다.





꽃동산 정상에 서자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산줄기들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지고, 케이블카 정류장에서 보았던 홍보용 포토존들이 있다.
아찔해 보이던 절벽은 사진 연출을 위한 모형이지만, 분위기를 내기엔 충분하고. 여성 친구들이 전통 복장으로 갈아입었고 참수리의 연출과 몰빵의 촬영으로 여행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다.
그 뜨거운 열기에 휴대폰마저 과열되어 작동을 멈췄고, 지켜보던 우리도 지쳐가고 있는데. 눅눅한 곰팡이 냄새가 배어 있는 전통 복장을 입은 여주인공들은 오죽했을까. 당장이라도 몸을 스타일러에 넣고 털어내고 싶은 심정이었을 게다.









하산하여, 우리들 여행 상품이 럭셔리하여 계림 중심가의 명물인 '이강 대폭포 호텔'에서 점심을 먹는다고 하는데 사진 찍는데 시간을 할애해 버려서 점심시간이 짧아져 버렸다.


테이블 배치상 '민중의 지팡이' 팀이 기꺼이 희생하여 한 식구처럼 다 같이 둘러앉지는 못했지만, 유쾌한 점심 식사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이강 대폭포 호텔은 도심에 위치해 인지도는 높을지 몰라도, 규모나 시설 면에서 우리의 숙소인 슈타이겐베르거 호텔에 비할 바는 아니다. 명성에 비해 음식은 다소 소박해 보인다.




버스에 오르자 우리를 가만히 지켜만 보던 가이드가가 이젠 우리의 성향을 파악했는지, 말이 많아지고 농담도 썩는데 우리들은 고량주 애착으로 속까지 털려 버렸다.

중국 전통 서커스와 발레가 어우러진 '산수간 쇼'를 관람하기 위해 이동한다.
나름 고품격 패키지 여행이니 뭔가 달라도 다르겠지 기대했지만, 예전에 샤먼(Xiamen)에서 보았던 공연에 비하면 규모나 스토리가 너무 단순하다.
모두의 감성은 같은지라 53도짜리 고량주처럼 확 끓어올랐던 우리의 흥미는 금세 사그라들었고, 공연은 모두를 깊은 잠으로 인도하여 그저 일정표상의 시간 때우기용 공연에 불과하다.





가이드가 여행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일정을 바꿀 수는 있다지만, 피로를 풀어줄 전신 마사지가 어째서 한낮에 배치되어 있는 걸까?.
서커스를 보며 몽롱해졌던 정신이 마사지숍까지 그대로 이어지는데, 몰빵의 코 고는 소리가 모두를 비몽사몽에서 깨어나게 만든다.

*.이름의 유래: '첩채(叠彩)'는 **'비단을 겹겹이 쌓아놓았다'**는 뜻입니다. 산의 암석들이 마치 오색 비단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듯 독특한 층리 구조를 가지고 있어 붙여진 이름입니다. 실제로 보면 바위들이 시루떡처럼 겹겹이 쌓여 있는 신비로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위치적 장점: 계림 시내 북쪽에 위치해 있으며, 계림의 젖줄인 이강(漓江) 바로 옆에 솟아 있어 산과 강, 도시가 어우러진 최고의 조망을 자랑합니다.
*.전망: 해발 223m(실제 오르는 높이는 약 70~80m로 왕복 30~40분 소요)로 그리 높지 않지만, 정상에 서면 360도 파노라마 뷰가 펼쳐집니다.
*.비경: 발아래로 유유히 흐르는 이강과 그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들, 그리고 도시 곳곳에 솟아오른 기이한 봉우리들이 어우러진 풍경은 첩채산에서만 볼 수 있는 독보적인 비경입니다.
마사지로 나른해진 몸을 이끌고 향한 곳은 비단을 겹겹이 쌓아 올렸다는 '첩채산'이다. 계림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올라가야 한다는 뜻이다.
평소라면 적당한 운동은 경직되었던 근육을 풀어주고 여행에 질을 높여주기에 선호하지만 이것도 분위기를 타는지 힘들다.
해발 223m에 실제 오르는 높이는 70~80m 정도라니 그나마 위안은 되는데, 날이 너무 덥다.


왜 한여름을 이리 앞당겨 맞이하며 비지땀을 흘려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천연 에어컨이라 불리는 풍동은 오히려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는 바람막이가 되어 숨이 막힐 정도로 덥고, 덕분에 낮술 기운만큼은 단숨에 날아간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정상인 명월봉에 서니, 발아래로 유유히 흐르는 이강의 푸른 물줄기와 계림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어딜 보나 비경이다.
이런 절경에 올랐으니 신선놀음하듯 벗들과 술 한잔 나누는 것이 당연하고, 정상에 올랐으면 정상주는 의무다.
세상 뭐 별거 있나? 이렇게 경치에 취하고, 술에 취하고, 벗에 취해 한세월 보내는 것이지!"


놀자님의 이 술잔은 주인을 잘 만나 전국의 산을 오르고 세계를 유람하고 있다.

모르는 새에 공습경보라도 내렸었는지 주변에는 한사람도 없다.
친구도 돈있는 친구가 좋다.
친구 찬스로 요산 미끄럼틀에 올라 '아악!' 비명 몇 번 질렀을 뿐인데 순식간에 아래에 도착해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 내려와 버려서 질투의 대상이 된다.


이번 계림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이동 거리가 짧다는 점이다. 덕분에 오가는 길은 벌써 낯이 익어 내 동네처럼 편안하다.

한국 식당이 귀하다는 이곳에서 삼겹살과 소고기가 무한리필 되는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데. 사전 모임에 불참했던 주군'이 미안함을 간직하고 있었던지 자진해서 10만 원을 찬조한다.
이 덕분에 분위기는 순식간에 급상승!


불판의 열기보다 더 뜨거웠던 우리들의 대화, 끊임없이 비워지던 술잔들. 쌓여가는 술병을 보며 서로 웃고 떠드는 시간은 고단한 일상을 잊게 만드는 유쾌한 극기훈련 같다.


쉽게 잠들기 아쉬운 밤, 결국 캔맥주를 가득 안고 숙소로 돌아와 밤새 이야기를 이어간다.
계림의 깊어가는 밤하늘 아래, 우리의 우정은 그렇게 한 뼘 더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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