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림 여행 3일차 **
-.일자 : 2026년 5월 28일
-.일동 : 계림-양삭
-.여행 : 양삭이동-여의봉-우룡강 뗏목 체험-서가 재래시장-이강 유람선-장예모(인상유삼저)
구름 사이를 살며시 비집고 나오던 햇살이 아차 했던지 다시금 모습을 감추었고, 오리가 뒤뚱거리고 새소리만이 재잘거리는 고요한 호텔의 호수공원을 맴돌며 어제의 숙취를 배출하고 새로운 정기로 아침을 맞이한다.





호텔의 조식 시간이 일행들의 컨디션과 건강 체크의 공간이 되는데, 테이블에 세팅된 이슬이로 보아선 숙취의 연속성인지 활기인지 분간이 안 된다.


우리들에게 있어 호텔은 그저 잠자리용이었는데, 제대로 마주한 호텔과 룸의 컨디션은 최상이다. 하지만 마지막 날이라 아쉽게 캐리어를 정리하고, 커피 한 잔으로 낭만을 충전하여 호텔을 나선다.


중국의 **계림(Guilin, 桂林)**과 **양삭(Yangshuo, 陽朔)**은 "계림의 산수는 천하 제일이고, 양삭의 산수는 계림 제일이다(계림산수갑천하, 양삭산수갑계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세계적인 카르스트 기형 지형과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중국의 대표적인 관광지입니다.
오늘 일정은 계림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양삭(陽朔) 이다.
3억 년 전 지각 변동에 융기한 후 오랜 세월 동안 비바람과 강물에 깎여 나가며 모양이 변형된 봉림들이 차창으로 스친다.
자연 그대로가 사진으로만 보았던 관광지다.


인지수사를 해야 할 참수리가 스스로 조식에서 반주를 했다 고백하며 가이드의 관심을 유도한다. 다소 부담스러웠던 억양이 자연스럽게 다가오고 무슨 말이든 다 받아 준 가이드의 티키타카에는 웃음이 머금어 진다.
양삭을 지나며 수많은 주점들과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가게들이 즐비한데, 유독 호텔에 관심이 가는 남정네들이 대실이 되냐 묻는 말에 "일나거라"로 대꾸하는 것에는 고수의 내공이 느껴진다.
그냥 쳐다보고만 있어도 신비로운 산수가 흘러가고 있고, 산봉우리 한가운데 보름달처럼 둥그렇게 구멍이 뚫린 산이 신비롭다.

여의봉은 2020년 전후로 개장한 비교적 최신 관광지로, 최신식 설비와 안전성을 자랑합니다. 보통 아래의 코스로 이동하며 약 1시간 반~2시간이 소요됩니다.
여의봉 케이블카 (如意峰索道):
총 길이 2,012m, 높이 차이 약 242m에 달하는 최신식 케이블카입니다. 탑승하는 순간 발밑으로 수많은 카르스트 봉우리(봉림)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마치 봉우리 사이를 날아가는 듯한 스릴을 선사합니다.
여의동삭교 (如意同心桥 - 출렁다리):
두 개의 거대한 암봉 사이를 연결하는 붉은색 현수교입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미세하게 흔들려 짜릿한 스릴을 주며, 다리 난간에는 사랑과 건강을 기원하며 걸어둔 붉은색 리본들이 가득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냅니다.
여의운정 (如意云顶 - 360도 전망대):
여의봉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원형 전망대입니다. 이곳에 서면 양삭의 독특한 '탑 카르스트(Tower Karst)' 지형이 사방으로 끝없이 펼쳐진 **'만산조종(萬山朝宗: 만 개의 산이 절을 하듯 둘러싸고 있음)'**의 장관을 360도 뷰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유리잔도 (玻璃栈道):
깎아지른 듯한 절벽 외벽에 유리를 깔아 만든 아찔한 길입니다. 덧신을 신고 걸으며 발밑으로 수백 미터 아래의 낭떠러지와 울창한 숲을 그대로 내려다볼 수 있어, 고소공포증이 없는 여행객들에게 최고의 포토존이 됩니다.
여의주를 든 봉황을 닮은 계림의 명봉 여의봉 케이블카 정류장에 도착한다.
어떠한 스토리텔링을 가미하든 나에겐 그저 중국 특유의 시골스럽고 평범하기만 한 관광지의 풍경이고 덥기만 무지 덥다.
이제 가이드와는 원팀이 되어서 티켓팅을 하는 동아 깃발은 자연스레 우리들에게 건네진다.

케이블카가 창문이나 개방이 되었으면 좋으련만 찜질방 같은 더위에 감성이 추출되어 버리고 주면 경치는 보이질 않는다.


케이블카에서 내리자마자 마주한 출렁다리는 기대했던 아찔한 스릴과는 거리가 멀다.
다리 난간을 빼곡하게 메운 붉은색 염원의 리본들이 시각적 안정감을 주는 바람에 스릴은 반감되었고, 바람 한 점 없는 날씨 탓에 흔들다리는 그저 땀 흘리며 건너야 하는 붉은 보도교에 불과하다.




뜻대로 이루어진다는 감미로운 이름의 봉우리, 여의봉(如意峰). 하지만 대자연은 우리에게 그리 쉽게 '여의(如意)'를 허락하지 않는다. 올해 들어 처음 맞닥뜨린 가혹한 찜통더위가 우리들의 발걸음을 머뭇거리게 한다.

땀으로 젖어 들어 몸에 감기는 옷자락이 벌써부터 부담스럽기 시작한다.
이곳의 구성은 묘하게 한국의 원주 소금산 그랜드밸리를 떠올리게 한다. 케이블카로 올라와 출렁다리를 건너고, 절벽 잔도를 지나 원형 전망대에 이르는 동선이 판박이다. "혹시 원주시와 양삭현이 비밀리에 MOU라도 맺은 걸까? 진짜라면 어느 쪽이 원조일까?" 쓸데없는 의문이 꼬리를 물었지만, 뇌를 찌르는 더위 앞에 이내 생각을 접는다.



이 지옥 같은 더위 속에서 유일하게 부지런한 존재는 '몰빵'뿐이다. 모두가 더위에 지쳐 사라져 버려도 몰빵만이 땀을 뻘뻘 흘리며 부지런히 셔터를 눌러대고 있다.


단체 드론 촬영이 예약되어 정상까지는 함께 올라야 한다는 가이드의 안내가 있어 정상의 원형 전망대를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전망대로 오르는 길, "너네 지금 뭐 하니?" 토끼띠인 주군이 동족이라도 찾으려는 듯 구멍을 들여다보고 있고 몰빵은 굴에서 튀어나올 토끼를 노리는 포획자만 같다.
더위가 만든 이 기묘하고 유쾌한 부조리극에 헛웃음이 나온, 하여간에, 미치도록 더운 날이다.



도착한 여의봉의 가장 높은 곳, 미세먼지 탓에 흐릿하게 바랜, 끝없이 펼쳐진 만 개의 봉우리(만산조종)는 이미 우리 안중에도 없다.
드론이 허공을 가르며 찰나의 청춘을 기록하는 동안 원형 전망대는 순식간에 우리들만의 야외 공연장으로 탈바꿈하여. 드론 기사의 구호가 떨어지기 무섭게 원형 전망대를 빙빙 돌고 하늘을 향해 두 팔을 치켜들어 올린다.
찜통더위 속에서도 드론의 렌즈 앞에서는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웃음꽃을 피어낸다.


촬영이 끝나자마자 팀은 자연스럽게 두 부류로 갈라졌다. 어떻게든 선풍기 밑 명당을 사수하려는 '생존파'와, 이왕 온 거 끝까지 즐기겠다며 더위와 맞짱 뜨는 '극복파'.
비가 오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나, 바람 한 점 없는 가마솥더위는 확실하게 여행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넓은 풍경구 속에서 서로를 찾아 "어이! 어디 있어!" 소리쳐 불러보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뿐이다.


이산가족이 된 채, 각자의 방식대로 유리잔도를 건너며 연출을 하고 추억을 남기지만 정수리를 내리쬐는 태양이 더 무서운 시간이다.








원점회귀하여 에어컨 바람이 빵빵하게 나오는 가상 체험공간에서의 스크린 속 사계의 화면이 밖의 진짜 풍경보다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온몸으로 땀을 흘리며 그 뜨거운 공기를 호흡하고 왔기에, 이 시원한 화면을 보며 "우리가 개고생을 하고 왔지"라며 훗날 안주 삼아 씹을 얘깃거리를 챙겼다.





내려가는 케이블카는 우리만의 프라이빗한 '스카이 라운지'가 되어주었고, 가방에서 꺼낸 한모금의 알콜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자, 더위와 긴장으로 경직되었던 근육들이 비로소 풀린다.
우리들만의 일탈에 쫄아 몰빵 일행이 타고 있는 앞 케이블카 주변으로 묘하게 음산하고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것 같아 등골이 서늘해 진다.

발아래 구불구불한 오프로드 길이 마치 산비탈의 다랭이논처럼 겹겹이 펼쳐져 내려다보인다.
지상에 내려와 버스로 이동하는 길, 몰빵이 낌새를 눈치챘고, 슬그머니 그와 거리를 두어 후폭풍을 피한다.
뜨겁고, 끈적이고, 그래서 더 잊지 못할 여의봉의 체험이 이렇게 끝나고 점심을 먹으로 이동한다.

땀에 젖어 피부에 축축하게 달라붙은 옷이 버스 안의 차가운 에어컨 바람에 식어가자 으슬으슬 한기가 몰라온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주군에 합세하여서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편안한 샌들로 갈아 신는다.
식탁에는 어김없이 고량주가 자연스럽게 세팅되어 있고, 속에서 거부 반응이 일어 겨우 분위기만 맞춘 채 상추쌈으로 허기진 배를 채운다.
뭐야? 특전으로 제공된다는 음료가 겨우 이거였어?’ 근사한 카페는커녕 식탁 위에 자판기 커피보다 못한 커피가 덩그러니 놓이는 것을 보며, 그저 형식적인 패키지 행사 진행일 뿐이라는 생각에 실망감이 스친다.

우룡강(우룡하, 遇龙河) 뗏목 체험
우룡강은 계림의 젖줄인 '이강(漓江)'의 가장 아름다운 지류로, **"이강의 경치가 천하 제일이라면, 우룡강의 경치는 이강 제일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때 묻지 않은 자연미를 자랑하는 곳입니다.

점심 식사 후 곧바로 우룡강 뗏목 체험이다.
반주로 마신 술기운이 채 가시기 전이라 그런지, 일행들의 흥은 이미 한껏 달아올라 있고, 그 흥이 너무 과하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맑은 강물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정화해 준다. 물이 어찌나 투명한지, 우리의 정신마저 어린아이처럼 해맑아져 일상의 모든 걱정을 말끔히 잊게 만든다.



우룡강 뗏목은 사공이 직접 대나무 장대를 저어 이동하는 100% 전통 수동 방식이다.
잔잔한 물소리와 새소리, 바람 소리만 들리는 고요함 속에서 한 폭의 수묵화 같은 풍경을 온전히 감상해야 할 뗏목 체험이건만, 우리의 여정은 어느새 격렬한 래프팅이자 서바이벌 게임장으로 변해 시끌벅적해진다.





사공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의 뗏목에 도킹을 시도하며, 마치 바이킹처럼 배를 밀어붙여 장난스러운 약탈을 일삼는다. 결국 사공마저 두 손 두 발 다 들게 만든, 몸도 마음도 여전히 짱짱한 60대 ‘미운 우리 새끼들’의 유쾌한 난장판이다.



서가 재래시장 투어다. 다들 마음은 하나로 통했는지 순대에 막걸리 한잔이 연상되어 선술집만을 찾아 헤맨다.
재래시장이라기엔 너무 현대식인 데다 날이 더워서인지 현지인도 별로 없다. 화려하게 변신하는 밤이면 모를까, 민낯의 시장은 매력적이지 못해 금세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





갈증이나 달래볼까 하고 생맥주를 찾아 들어간 곳은 물 같은 걸 술이랍시고 파는 순 날강도 같은 카페다. 그래도 혼자서는 결코 해보지 못했을 시장통의 이색 체험은 한 셈이다.



목이 말라 물을 찾듯 또다시 이강을 찾아 유람선에 오른다.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놀고, 먹고, 마시는 최상의 패키지여행에 몸은 점점 익숙해져 가고 있다. 이 편안함을 경계심도 없이 당연스레 받아들이며, 갑판보다는 자연스럽게 실내 좌석에 착석해 유람을 즐긴다.




술이 없어서 안 마시는 게 아니라 몸이 배겨내질 못해 저 주당들과 함께할 수가 없다. 잠시 갑판으로 대피해 산수를 감상하는데, 수많은 봉우리와 유유히 오가는 뗏목, 나룻배들의 풍경이 참으로 낭만적이다.
양옆으로 병풍처럼 펼쳐진 기암괴석과 푸른 강물이 어우러져 한 폭의 거대한 수묵화를 연출하고 있다.
해도 저물어가면서 뱃놀이하기에는 최적의 타이밍이 되어가는데, 내 정신은 헤롱헤롱해져 넘어가는 해를 따라 기억도 함께 지워지고 있다.
그러고 보면 이런 '초뺑이'들의 난장판을 보면서도 마냥 웃음 짓고 있는 운봉 님과 정호 씨, 그리고 종필 씨는 보살 3인방이고, 재용 씨는 죽었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는 오뚜기다.









저녁 식사 자리가 다시 술자리의 연장선이 된다. 소고기 무한리필 마라탕의 얼큰한 국물이 해장국이 되어 술이 또 술술 잘도 넘어간다. 하여간에 이런 주당들 틈새에서도 잘 따라주고 분위기를 맞춰주는 여성 3인방도 참 대단하다.



오늘의 마지막 일정으로 장예모 감독의 쇼를 관람한다. 이미 유람선에서 자연을 무대로 만들어 놓은 압도적인 스케일을 보았고, 워낙 유명한 공인된 쇼라 기대감은 있다. 산에 달이 걸리고 무대에 조명이 밝혀지면서 공연이 시작된다.
술 탓일까? 공연에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다. 차라리 잠이나 들었으면 자리나마 지켰을 텐데, 억지로 앉아 있으려니 정신 고문에 가깝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공연장을 나오니, 다른 사람들과 친구들도 하나둘 나오고 있어 나만의 문제가 아님이 증명된 셈이다.
조금만 더 현대적으로 재구성하고 다이내믹하게 만들었으면 좋았으련만. 문득 세계를 휩쓸고 있는 K-팝 문화의 역동성과 세련됨이 왜 대단한지 새삼 실감하게 되는 밤이다.





공연이 끝나기 전에 서둘러 빠져나왔음에도, 이동 시간과 공연 자체의 러닝타임이 있어 호텔에 도착하니 이미 깊은 밤이다.
오늘이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밤이라 누구의 강요도 없이 자연스럽게 방으로 하나둘 모여 소소한 마지막 룸파티를 시작한다.
놀고 먹는것도 체력이 있어야만 한다.다들 피곤하긴 피곤했는지 흥이 나질 않아 술자리가 일찍 파하고 만다.


잠은 죽어서도 자는 건데, 놀러 와서 잠만 잘 거면 집에서 자지 왜 왔나 싶은 생각이 든다.
이대로 잠들기 아쉬워 룸메이트인 '몰빵'과 둘이 앉아, 무슨 뜻인지도 모를 심각한 대화를 안주 삼아 이국의 깊어가는 밤을 채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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