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림 여행 4~5일차 **
-.일자 : 2026년 5월 29~30일
-.이동 : 계림공항 -김해공항 - 순천/광양
-.여행 : 은자암-세외도원-상비산-슈퍼마켓-양강사호밤유람선-마사지
우리들의 여행은 '술의 힘'으로 달리는 여정이다. 이 기세를 이겨내지 못하면 스스로 위축되고 마는 묘한 치열함이 있다.
나의 새벽 운동은 단순히 체력을 점검하고 재충전하는 시간을 넘어, 이국땅의 낯선 풍경 속살을 탐험하고 그곳의 공기를 직접 호흡하는 생활 밀착형 여행의 시작이다.


아침 공원을 산책하는데 로봇이 청소를 하고 있다. 어제 객실에서 룸서비스를 요청했을 때도 로봇이 배달을 와서 놀랐는데, 달나라까지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중국의 기술력과 그로 인한 일상의 변화가 피부로 실감 난다.


조식을 든든히 먹고 객실로 돌아와 즐기는 느긋한 티타임. 이 여유로운 여행의 템포가 어느덧 익숙해지며 깊은 매력으로 다가온다.
캐리어를 곁에 두고 로비에서 대기하는 일행들의 얼굴을 보니, 이제 막 여행을 시작하는 사람들처럼 설렘이 가득하다. 기운이 넘쳐나고 피부마저 탱글탱글하게 빛이 난다. 이 친구들이 매 끼니마다 53도짜리 마오타이주를 음료수처럼 들이켜던 그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다.
어쩜 이리도 자기관리가 철저한지, 흐트러짐 하나 없이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이 참으로 멋진 친구들이다.
버스에 오르자 가이드는 오늘 일정과 함께, 노쇼핑 고품격 여행이라는 타이틀을 무색하게 라텍스 이야기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흘리며 밑자락을 깔고 있다.
차창 밖으로 낯익은 풍경이 스쳐 지나간다. 어제 그 살인적인 더위 속에서 생존 서바이벌 게임을 치르듯 액티비티를 체험했던 여의봉'이다.
이미 지나온 곳을 왜 굳이 다시 지나갈까? 이럴 거면 어제 동선을 연계해서 이동 시간을 줄였으면 좋았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스친다. 하지만 이 좁은 양삭 땅에 압축된 관광 인프라 때문이려니 하며 스스로 납득시킨다.
늘 미소만 머금고 있던 정호 씨가 역시 중생을 구제하는 진정한 보살이다.
200위안인 줄 알았건만, 통 크게 200달러를 투척! 이는 술꾼 친구들에게 '남김없이, 더없이 가열차게 마시고 즐기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덕분에 두둑한 군자금이 장전되어 우리의 여행 전투력이 무한 상승한다.


오늘의 목적지는 '은자암(銀子岩)'이다. 동굴 안의 종유석들이 은이나 다이아몬드처럼 영롱하게 반짝여서, 이곳에 다녀오면 평생 돈 걱정 없이 산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동굴로 들어가는 진입로에는 상가들이 즐비하다. 본능적으로 맥주 한잔할 만한 술집이 있나 기웃거리며 걷다 보니, 커다란 엽전 모양의 조형물이 마스코트처럼 서 있는 입구에 다다른다.



입구 주변의 선풍기 바람이 뿜어내는 열기를 뚫고 동굴 안으로 향하며, 여태껏 다녀본 동굴의 기억을 총동원해 본다. '안은 추울까, 아니면 더울까?' 미지의 공간에 대한 설레는 상상의 시작이다.



동굴 특유의 눅눅한 습도는 어쩔 수 없지만, 곳곳에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어 관람하기에는 쾌적하다. 문득 1만 년에 겨우 1cm씩 자란다는 저 수많은 석순과 종유석들이 인공적인 에어컨 바람 속에서 생태적 타격을 입지는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이 고개를 든다.
자연의 거대한 역사 앞에 우리는 한낱 미물에 불과할 뿐이니, 이내 생각을 접고 가이드를 졸졸 따라간다.
화려한 인공 조명이 종유석들을 비추며 온갖 형상을 설명해 주는데, 오히려 그 친절한 설명이 나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제한하는 것 같아 조금 아쉽기도 하다. 그저 자연이 빚어낸 경이로움을 온전히 눈으로 찍고 가슴에 담아, 나만의 추억 저장소에 깊이 묻어둔다.





동굴 깊은 곳을 걷는 내내 일행들의 불안감을 자극할까 봐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얼마 전 중국 산시성 탄광에서 90여 명이 숨졌다는 붕괴 사고 뉴스가 머릿속을 맴돌았기에, 동굴을 빠져나와 마주한 햇살이 눈부시게 반가웠던 것도 잠시, 이내 쏟아지는 폭염에 온몸이 제압당해 다시 그늘을 찾아 헤맨다.


갈증을 참지 못해 근처 가계의 시원한 캔맥주를 다 털었고 모자란것은 음료수로 대체되어 목을 축인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버스에 오르자마자 가이드가 시원한 캔맥주를 구매해 왔다. 맥주를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한 우리를 위한 가이드의 센스 있는 배려를 참수리가 괜한 농담 섞인 댓거리를 던졌다가 본전도 못 찾고 완패를 당하는 바람에 버스 안에 웃음꽃이 핀다.

양삭의 거리가 눈에 익고 늘어선 산봉우리들이 일상적인 풍경으로 다가올 때쯤, 세차게 쏟아지는 빗줄기가 눈앞의 풍경을 하얗게 지워버린다.
참 복받은 우리들이다.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하늘의 선물만 같다.


식당 앞에 내리자 거짓말처럼 비가 그친다. 갓 요리해 나온 상차림에 싱싱한 상추쌈이 있어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음식들은 고량주 안주가 되어 술이 술술 넘어간다.
고량주는 제 본분에 충실하여 순식간에 우리의 분위기를 화끈하게 달구어 놓는다.

빗물이 흥건한 도로로 나서자 참수리 님이 앞장서 안전을 유도하고, 운봉 님은 주변 보안 상태를 점검하며, 종필 씨는 두 사람의 행동을 매의 눈으로 감사한다. 이 든든한 '폴리스 3인방'이 있으니 타국에 있어도 거칠 것이 없다.
자, 이제 배 타러 가자!


배 타는 걸 마다할 남자가 어디 있겠냐마는, 이곳 계림에 와서는 이 배 저 배 종류별로 실컷 갈아탄다.
이 배는 세상의 시름과 고통에서 벗어나 평화롭고 풍요롭게 살 수 있다는 이상향, 비밀스러운 낙원 '세외도원'으로 향하는 길이다.




원주민이 배에 합승해 노래를 부르고, 육지에서는 또 다른 원주민들이 환영 공연을 펼친다. 이 멋진 환대에 몰빵이 화답한 노랫소리가 한층 더 구성지다.




계림의 독특한 산수를 뒤로하고 육지에 내리자, 소수민족 여인이 웰컴 드링크로 술 한 잔을 건넨다. 이 술에 무슨 마약이라도 들었던 걸까. 정작 공연을 보여주어야 할 소수민족들이 우리의 넘치는 흥에 겨워 되레 우리를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다.
참수리 님은 수족관에 끊임없이 활력을 불어넣는 산소공급기이고, '놀자' 님은 그 이름 그대로 노는 데 특화되어 여행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해 주는 메기와도 같다.
에고...넘 눈치 않보고 참 잘들 논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이제 계림으로 이동한다.
한바탕 흥겹게 놀고 난 뒤 고요해진 차 안, 가만히 있던 재용 씨가 갑자기 '빈머리' 얘기를 꺼냈다가 일행들에게 몰매를 맞는다.
흔히 꺼내는 순간 싸움이 난다는 세상의 세 가지 금기어가 정치와 종교, 그리고 대머리인데 다들 한 올 한 올 예민해져 있는 역린을 건드렸으니 재용 씨는 억울한 변명 한마디 못 하고 당할 수밖에 없다.
아! 우리 노옵션 노쇼핑 노팁의 럭서리 여행인데 가이드는 선택적 공략으로 '일나거라'를 다 완판하고 물건들을 소개하더니 곧바로 수금하러 나서는데 갑작스런 잡상인의 변신에 무대책으로 당한다.
거대한 코끼리가 강물을 마시고 있는 듯한 형상의 상비산이다.
계림의 대표적인 상징이자 현지인들도 필수코스로 사람들 엄청 많아 가이드가 시간에 마추어 2번출구에서 만나기로 하고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수많은 기암괴석 중에서 그저 바위에 구멍 하나 뚫려 있을 뿐인데도 이곳 사람들에게는 우리의 남산타워 같은 인증샷 성지란다.
다 좋은데, 사방에서 피워대는 그놈의 담배 연기는 정말 참기 힘들다. 가이드를 따라 구멍 뚫린 바위 뒷편을 구경하고 나오는데, '주군'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다. 순식간에 비상사태가 선포된다.






교신 끝에 겨우 합류하는데, 주군은 "어차피 그냥 걸어 나와도 만나는 도로였다"라며 짐짓 태연하게 자기변명을 늘어놓는다. 속으로는 가슴이 철렁했을 거면서 말이다. 뭐, 그래도 무사히 만났으면 됐지!


우리의 요구로 계획에 없던 슈퍼 투어에 나선다. 다들 이것저것 카트에 담는 모습을 보니 역시 여자들에게 여행의 꽃은 마트 쇼핑이다.
이것 저것 많이들 구입했고 계림의 마지막 만찬주로 연태고랑주가 선택 된다.

음식은 깔끔하고 먹을만 한데 이젠 음식도 술도 속에서 거부반응이 있다.
살아서 돌아가야 한다'는 몸의 본능적인 자기방어가 작동한 거다. 다들 술을 남기고 술기운이 덜하니 분위기도 예전만큼 뜨겁지는 않다.
이제 마지막 코스인 이강 밤유람선코스만 남았다.


양강사호(两江四湖) 밤 유람선 투어란?
'양강사호'는 **두 개의 강(이강, 도화강)**과 **네 개의 호수(목룡호, 계호, 용호, 산호)**가 연결된 인공 운하 노선을 유람선을 타고 도는 코스입니다. 밤이 되면 강과 호수 주변의 기암괴석, 다리, 정자, 탑에 화려한 오색 조명이 켜져 마치 한 폭의 움직이는 수묵화 같은 야경을 선사합니다.
해가 넘어가면서 뜨거웠던 공기가 식어가고, 우리들의 열기도 점차 차분해져 간다.
선착장에는 유람선들이 마치 군대의 도강 훈련이라도 하듯 일렬로 늘어서 있다가 일제히 물살을 가르며 나아간다. 선내에서는 가야금 연주가 준비되고 있어, 차분하게 여흥을 즐기며 여행을 마무리하기에 딱 좋은 분위기다.


이 와중에 우리의 전담 '찍사'인 '몰빵'과 '참수리'만이 부지런히 셔터를 누르며 바쁘게 움직인다.
불을 밝힌 일월쌍탑. 황금빛으로 빛나는 해탑과 은백색의 달탑은 과연 계림 야경의 랜드마크 답다.
허나, 세계 유명 다리들을 재현해 놓은 교량들은 어쩐지 어린아이들의 어설픈 화장처럼 유치해 보인다.

유람선이 지나갈 때마다 물속의 가마우지들은 수난을 면치 못한다. 공연에 나선 뱃사공들이 대나무 장대를 휘저으며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내 몸에서 알코올이 빠져나가며 이성이 돌아와서 그런지, 저들의 몸짓이 이래저래 사는 게 힘에 겨워 보여 왠지 짠하고 불쌍해 보인다.




최면을 거는 듯한 어설픈 가야금 소리를 들으며 투어를 마치고, 우리들의 요구로 예정에 없던 마사지를 받으러 간다.
평소 늘 긴장하고 사는지 근육이 뭉쳐 있어 마사지 받는 게 고역인 나는, '놀자'님을 핑계 삼아 슬쩍 빠진다.
맛사지앞 술집의 유혹을 피했는데 의외로 대기하는 특실에서 아주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일행과 합류한다.

밤이 깊어 자정을 넘어가는 시간, 마치 여행사에서 전용기라도 띄워준 것처럼 공항에는 오직 우리 일행뿐이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허기진 배를 컵라면으로 대충 때워본다. 마사지 숍에서 늑장을 부린 덕분에 비행기 맨 뒷자리에 앉게 되었고, 날이 뿌옇게 밝아서야 김해공항에 도착하여 구겨진 허리를 편다.


아따, 우리나라 공기가 참 좋네이~! 침침한 눈으로 에블라바이러스로 인해 방역 QR코드를 내려받느라 끙끙대며 받았던 스트레스가 고국 땅을 밟는 순간 확 풀리고 졸음도 싹 달아난다.

역시 우리나라에 왔으면 뜨끈한 국밥에 소주 한 잔은 '국룰'이다.
국밥이 다 죽어가던 우리를 살려놓는 마법을 부린 덕분에, 기운을 차려 순식간에 우리 동네 중마동에 도착한다.


고향 땅에 왔으니 신고식은 필수 코스! 곧바로 시장으로 스며들어 순식간에 찰진 돌돔 회에 소주를 세팅하고 . 순천 팀과의 술 배틀을 유도하기 위해 인증샷을 날렸더니, 녀석들이 간도 안 보고 덥석 미끼를 물어버린다.

가장 정직한 행복감을 느낄수있는 시기는 60대라고 한다.
자, 재건축을 위하여~~~, 재미있게 살고 건강하게 살며 축하하며 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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