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악산 산행 ***
-.일자 : 2023년 6월 23일
-.코스 : 관악산역-관음사국기봉-관악산-관악산야영장-호수공원-계곡캠핑장-서울대입구역(9.6km / 4시간 10분)
야근 퇴근 후 상경 버스에 올라 쪽잠으로 하루를 버티어 볼 요량이었는데 역시나 나의 습성을 개무시한 바램 이였다.
일찍 들이 닥친 장마와 딸의 남친 소개에 대한 걱정을 한아름씩 안고 도착한 서울은 햇살 만 쨍쨍하여 모든 게 기우였음이 증명 된다.
집사람은 상봉으로 나는 관악산 산행을 위해 사당으로 잠시 이별을 하여 아이들의 퇴근과 함께 상봉하기로 한다.
그나마 전철이 같은 노선 이라서 길눈이 어두운 아내를 위해선 다행스럽다.
사당은 유동 인구로 역동적이고 젊음의 생기가 넘쳐나고 있어 아직은 성장의 동력을 유지하고 있는듯하다.
밥은 먹고 나 하자며 주위를 살피다가 여차하면 반주를 곁들이기 위해 찾아 든 해장국집은 내용물이 매탕이라서 식욕을 끌어 들이지를 못한다.
장수 막걸리 한 병을 챙겨 넣고 햇볕을 튕겨 내고 있는 주택단지를 빠져나 와 숲에 들어서야 몸과 영원의 자유로움을 다시 찾는다.
정상은 중력을 거슬러 올라야 하고 하산은 물이 흐르듯 내려가야 하는 이 단순한 몸짓에서 정신의 이완이 찾아 들고 근육의 경직이 되려 생동감을 안기는 산행 길이다.
무기력을 볼모로 잡고 있는 식곤증을 이겨내기 위한 안간힘이 시작된다.
달아 오른 몸의 열기를 빼내려는 자구책으로 호흡은 거칠어지고 있고 풀가동 된 냉각 시스템은 연신 땀을 빼내며 옷을 적시고 있다.
제발 이 염천하에서 무모한 짓을 그만 두어 달라며 흘려 내리고 있는 땀은 눈으로 파고들면서 시야를 흐리게 한다.
이런 자기와의 싸움이 등산의 묘미다.
남하고 경쟁이 스트레스를 가져다 줄지언정 자기극복의 이 과정 속은 내성을 기르고 경쟁력을 키워 나가는 성장의 시간이다.
나는 물 한 모금도 쉬이 허락 치 않고 쉼도 없이 몰아치는 스파라타식에서 나르시즘을 느끼고 무아의 경계를 즐긴다.
숲을 벗어나며 사막의 한증막을 경험하고 신기루처럼 회색 도시가 펼쳐지길 반복하고 있다.
분명 이 산은 도시 속의 오아시스다.
태양과 가까워져 머리는 더 뜨거워지고 있고 땀도 어지간히 흘러 이젠 염전 처럼 증발을 하며 옷에서는 허연 염분이 베어 난다.
정상의 기상관측대 돔이 피니쉬 라인이 되어 막바지 힘을 쥐어 짜게 만들고 있고 마라톤에서의 사점을 넘기었 듯 바위들을 사뿐하게 올라 정상에 선다.
햇볕에 빨래를 말리듯이 정상의 바위에 올라 버티어 보지만 상한 수박처럼 저절로 땀이 줄줄 흘러 내리고 있어 사물이 흐릿하다.
정상석과는 인증 대면을 하고 그늘로 피신을 한다.
아이스크림에 음료수까지 짊어 지고 올라 온 상인을 보자니 침투습격을 하는 것 마냥 단독 군장으로 올랐음에도 오뉴월의 땡칠이처럼 헉헉거리고 있는 내의 몰골이 한심스러워 자릴 피해 연주대전망대에 내려 선다.
전망이 트이는 바위에 앉아 산하를 굽어 본다.
천천히 왔어도 쉼 없이 정상에 올라 아직은 건재함을 확인 했다.
늘 푸른 산하이고 도시는 여전히 회색이다.
이토록 짧은 시간만으로도 완벽하게 도시를 탈출하여 자연 속에서 알딸딸한 일탈의 맛에 취한다.
어쩔까?
이왕에 왔으니 쬠 긴 코스를 택할까?
아서라, 오늘이 첫 입성이고 이이들 과의 만남도 중하니 이쯤에서 하산을 하자.....
긴 계단은 우리나라 산의 상징성이 되었고 청정의 계곡들은 더위를 식혀 주고 청량함을 안겨 주는 휴식의 공간으로 사람들을 끌어 들인다.
물에 땀을 씻어 내고 산책로를 따라 서울대입구역에서 산행을 종료한다.
완벽한 마무리 이지만 산행의 끝과 동시에 지하철을 탑승하여 몸에 베인 땀에 신경이 쓰이는데 그나마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 입어서 다행이다.
가뿐하게 산행을 마친 산행의 성취감에 가족의 완전체가 나의 감성 리미트를 해제 시켜 놓았다.
함께 먹는 고기는 천하일미로 맛나기만 하고 술은 술술 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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