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경새재 주흘산 산행 **
-.일자 : 2023년 6월 17일
-.코스 :문경새재-조령1관문-여궁폭포-주흘산주봉-영봉-=꽃밭서들-조령2관문-조령1관문-주차장(14.4km / 6시간 40분)
경양식에 와인을 곁들인 모임은 삼겹살에 소주로 다져진 나의 식성에는 맞지가 않아서 귀가 후에 컵라면과 소주로 허기증을 달랬더니 속이 거북하여 밥알이 넘어 가질 않는다.
문경까지의 장거리 이동인 만큼 컨디션을 잘 관리했어야 했는데 버스 안에서 물만 들이키다가 눈을 뜨니 옛 문경새재휴게소다.
백두대간시가 스멀스멀 떠오르지만 능선의 난이도는 당연히 휘발이 되었고 산동무 와의 눈치 게임을 하는 사이에 사람들이 반쯤 이나 내려 버린다.
뭐 남하고 경쟁할 일 있나?
과거에 억매이지 말고 심플하게 살자는 자기합리화로 정신을 재무장하여 20여분을 되돌아 나와 문경세재의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햇볕이 쨍쨍한 오후의 정점으로 내달리고 있는 시각이다.
주차장은 넉넉하게 크고 상가들이 즐비하여 산행 후 뒤풀이 장소는 걱정이 없겠다.
관광객들이 나서 긴 이른 시간인지 상가들은 이제 막 매대를 펼치고 있고 산객들의 흐름에 합류하여 조령 1관문을 넘어선다.
주흘산과 조령산의 계곡을 따라서 산책로와 문경 관문이 설치 되어 있어 있어 산책으로도 제격이다.
우린 여기서 주흘산을 한 바퀴 휘어 도는 원점 회귀 코스다.
문경의 주산 이지만 산길은 거칠어 워밍업을 하듯이 천천히 걸으며 여궁폭포에 올라 선다.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했던 전설에다가 여인의 하반신과 같다 하여 여심폭포라 한다는데 페미니스트들은 이런 건 왜 시비를 안 거는지 모르겠다.
계류를 따라서 올라 가고 있어 간간히 불어 오는 바람에 실려온 냉기에 신선함을 전달된다.
내달리는 장거리 코스를 포기한 대신 자연스레 산행팀이 만들어 지고 유쾌상쾌한 대화 속의 산길이 참 좋다.
해국사가 관문처럼 버티고 있고 차량도 보인다.
많이 참았다.
이쯤이면 중간은 올라 온 것 같고 일을 했으니 새참이나 먹고 가자.
이정표를 따라 여기서 우측으로 꺾어서 능선을 따라야만 하는데 다리에서 서성이던 사람들이 해국사로 갔다가 되돌아 나오고들 있다.
계곡을 벗어난 등로는 육산으로 부드러워졌고 고된 오름짓에 육신이 젖어 든다.
안되겠다. 우리들도 쉴랑께 방 좀 빼주세요.
요즘은 세입자가 대세 인지라 선행 팀을 밀어내고 쉼을 하는데 대궐약수가 지척이고 거목 아래에는 쉼터도 있다.
힘 좀 쓸 거라고 간식과 물을 충분하게 주입했는데 밥 먹고 가진다.
식탁에는 뷔페가 펼쳐지고 우린 식탐을 주저하지 않는다.
직접 잡은 생선들과 온갖 야채들 그리고 공수해 온 문어 숙회와 다양한 종류의 주류가 겸비된 산정의 잔치상이다.
좀 더 먹고 싶을 때 숟가락을 놓아야 하고 적당할 때 멈추어야 하는데 과잉 충전이 되어서 계단이 버겁다.
한 계단을 오를 때 마다 쌕쌕 거리는 숨소리가 새어 나가는 것만 같다.
정작 경사도는 계단을 설치하지 않아도 될 것 같고 간벌은 답답증은 해소 했지만 혈세의 낭비로만 비춰진다.
능선은 편안하고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 준다.
정상의 주봉은 모두에게 인증의 장소가 되고 있고 조금 벗어난 조망터에서는 문경 시내가 내려다 보이며 굵직한 산군들이 펼쳐 진다.
그냥 그 자체로도 싱그러운 젊은 처자들은 우리들의 시선도 아랑곳 하지 않고 온갖 포즈로 사진을 찍어 대고 있는데 필름카메라의 신중성은 없다.
되돌아 나와 영봉으로 향한다.
나무의 녹음과 바닥을 초록으로 물들인 가는사초의 싱그러움이 심신을 정화시켜 주고 있다.
펼쳐진 산군들 중에서 월악산이 쬐금 아는 척을 할 뿐 다 첫대면인 듯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고 있으니 나 또한 쌩까고 영봉에 올라 선다.
요즘 어딜 가나 100대 명산의 인증으로 정상이 북적이고 있지만 어쨌든가 산에 올라 건강들을 챙겨 가니 보건복지부에서는 국민건강증진 상을 줘도 될 좋은 현상이다.
서늘함이 기분을 참 좋게 한다.
짠 소금이 단맛을 더 잘 느끼게 해 주듯이 흘리는 땀방울이 있어 산행에 의미가 더해 진다.
시작했으면 성취할 때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하고 정상에 올랐으면 내려 와야 한다.
내가 여길 언제 몇 번쯤 왔더라?
어느 때처럼 오늘 산행도 모든 걸 반납하고 첫 산행 마냥 설렘으로 다시 다가 올련지는 또 모를 일이다.
별반 오른 것도 없었던 것 같은데 내림길이 급경사다.
붙잡아 둘 수 없는 게 세월이고 되돌릴 수 없는 게 청춘이라서 무릎에는 통증이 전달되며 욱신거리고 발은 툭툭 돌부리를 걷어차길 반복하고 있는 위험신호가 몸을 더 경직되게 한다.
계곡이 마중 나와 문경새재로 이끈다.
빗물에 씻겨 나간 거친 등로와 유실되어 길을 감춰 버린 미로가 경로이탈 경고음을 내고 있다.
비탈에 너덜지역은 쌓아 놓은 돌탑으로 연꽃을 피워 냈는데 꽃밭서들 너덜지대다.
임도를 따라 조령 2관문으로 내려선다.
물고기 노닐고 있는 웅덩이에 발을 담그자 차가운 냉기가 정신을 바짝 들게 한다.
영남을 가르는 2관문이다.
문경새재도립공원으로 이제부터는 관광 모드로 전환 시켜서 새재길을 따라 내려 간다.
낙락장송이 그늘을 만들고 개천이 흐르고 폭포수가 떨어지고 있는 유토피아의 그림 속에 속세의 주막까지 있다.
공원을 거닐고 있는 사람들이 근심걱정 하나 없어 보이는 모습이다.
이 평화로움을 내 안의 평안함이 있기 때문이 란 길동무의 말을 가만 되새김질 해본다.
주막에서 막걸리 한 컵 얻어 마시고 떡고물 잔뜩 묻힌 인절미를 오물거리면서 조령 원터를 지나고 셋트장을 스쳐 조령 1관문을 빠져 나온다.
이동거리를 감안한 이른 저녁을 겸한 뒷풀이가 또 나의 절제력을 무장해제 시켜 오늘도 이미지 쇄신에는 실폐를 했지만 삶에 삶의 에너지원은 챙기지 않았을까 싶다.
건강도 인간관계도 준비된 자들만이 즐길 수 있다.
자기관리에 좀 더 충실하자….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계획으로 오른 불암산/수락산 (0) | 2023.06.29 |
---|---|
미션 수행이 된 관악산 산행 (0) | 2023.06.29 |
23년 6월의 백운산 산행 (4) | 2023.06.14 |
세석평전 연달래 산행 (0) | 2023.05.21 |
황매산 철쭉 산행 (0) | 2023.05.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