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야산 운동 **

-.일자 : 2025년 6월 8일

-.코스 : 더샆-현충탑둘레길-마동제-가야산-와우제-버스터미널(14.7km / 4시간 5분)

 

나의 일상을 얼마나 한심하게 지켜 보았으면 아내의 친구가 나와 놀 친구를 매칭 시켜 주겠다는 말에 적이 놀래서 나를 뒤돌아 보게 만들지만, 나이가 들었다는 것만은 절실하게 느낀다.
이제는 사회의 주류에서 벗어나 나만의 가치관과 주체성을 가지고 세상을 관조적으로 바라볼 때도 되었는데도 아직도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 기준에 휘둘리고 있고, 아내에 대한 의존증은 트러블을 겪으면서야 자각하게 된다.
그래도 놀친구가 없다고 주저 앉아 있을수만은 없고 나에게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더 이상 자존감을 잃지 않고 찌질하게 살지 않기 위해서는 생활 패턴을 재점검해 변화를 추구해야만 한다. 두 발로 걸을 수 있을 때가 인생이다, 건강 관리를 통해 삶의 여유와 정신적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집 밖에 나가 운동하는 것이 최선이다.
여지것 꾸준한 운동을 하고 있고 그나마 할 수 있는게 산행과 크레킹이라라서 그동안에 축적된 경험을 기반으로 우선 반나절 운동 코스의 동선을 그려 놓고 실증에 나선다.

 

 


물짐 하나를 짊어졌을 뿐인데, 마치 군인이 완전무장을 한 것처럼 두려울 것이 없다.
역시 편안한 공간은 권태를 가져오고, 집 밖의 길에서 새로운 활력이 생긴다.
잔뜩 찌푸린 날씨에 습도가 높아 피부가 끈적거리지만, 피부 보호용 안면가리개는 하지 않는다.
구름 위에 햇살이 있음을 망각해서다.
수영장 앞을 지난다. 근래에 시작한 수영이나 교대근무로 강습을 할수가 없고, 일주일에 한 번 다니다 보니 허우적거리다가 매번 괜한 힘만 쓰고 물을 먹어 배가 볼록해져서 나온다.

 


주차장 하나는 큼직해서 좋은데, 캠핑족들이 선점하고 장기 주차를 하고 있다.

 


아카시아꽃으로 향기롭던 산책로를 따라 중마동 확장 도로에 접속하는데, 이렇게 장기적으로 하고 있는 국도의 차로가 어떻게 바뀔지 사뭇 궁금하다.

 


충혼탑 둘레길을 잇기 위해 육교를 넘어선다.
보잘것없는 간판에 ‘쇠주한잔’이란 촌스러운 상호지만, 숨은 맛집으로 소문이 나서 웨이팅이 있고, 지금은 이곳으로 이전을 하여 큼직한 간판을 단 부흥식당은 이 마케팅의 원조격이다.

 


점심만 장사를 하고 있는 진수성찬은 근래에 들어서 맛집으로 검색된 곳이라, 지속적으로 영업을 해줬으면 싶다.

 


숲이 생명을 품고 살린다.
야산에 지나지 않았던 곳이 손길이 더해지자, 새들의 보금자리처럼 사람들이 찾아들어 근린공원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반 바퀴를 돌아서 와우호수공원으로 들어간다.

 


동산은 요즘 유행인 맨발 걷기로 완벽하게 꾸며졌고, 마동저수지 둘레길을 따라 걷다 보니 물가의 풍경과 함께 마음이 한결 평온 하다.

 


가야산에서 가습기처럼 뿜어대는 피톤치드가 기본 장착되어 있고, 음악분수가 있는 호수와 바다를 잇는 이순신대교를 조망권으로 두고 있는 영무아파트 앞을 지나 가야산 입구인 육교에 이른다.
여기서 부터가 일상운동의 시작점인데 습관화된 거리와 시간을 다 써버려서 벌써 지친다.
그래도 매일 운동하고 있는 산인 만큼, 쉼 없이 가야산에 오르고, 경유지 기록상 시티뷰를 갈무리하는데 보이는 게 없다.

 


가야지맥길을 따라 내려서고 현불사를 지나 진입로를 따라서 와우생태호수공원에 내려선다.

 

 


숲을 벗어나자 햇살이 엄청 따갑고, 한여름의 무더위다.
물고기들이 뻐끔거리던 호수에는 연꽃이 피어나 있어,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 바퀴를 돌아 와우도시개발지역의 산책로를 따라 와우포구와 삼화섬을 지나 콤팩트시티아파트에서 먹거리타운으로 진입한다.
이 동네는 아파트가 남아도는데도 계속 짓고 있는데 가격도 만만치 않다. 먹고살 만한지 가게들은 브레이크타임을 불문율처럼 지키고, 일요일에는 대부분 휴무다.

 


별수 없이 국밥을 최초로 만 원으로 올려서 나에게는 기피 대상이었던 남자탕에서 뼈다귀해장국을 먹으면서도 소주는 시키지 않아, 힘겹게 운동한 효과를 그대로 보존한다.


나야 산은 원껏 다녀봤고, 남에게 자랑할 일도 없으니 이렇게 일상적인 운동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도 썩 괜찮을 것 같아 이참에 동네 운동 코스를 시리즈로 엮어 볼 생각이다.

'깜상 일상운동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깜상 일일 활동 기록  (0) 2024.01.14
깜상 삼성헬스 월간 걸음수 기록  (0) 2024.01.14
2000년 ~ 2023년 운동 기록  (1) 2024.01.11

*** 지리산 반야봉 산행 ***
-.일자 : 2025년 6월 4일
-.코스 : 성삼재-노고단-임걸령-노루목-반야봉-성삼재(18.5km / 6시간 42분)

요즘 몰빵이 달라졌다, 생일 축하 모임 틈새를 이용해 지리산의 철쭉 산행을 다녀오자고 한다.
쉬는 날에는 어떻게든 집을 나서야 하는 나로서는, 꽃이 있으면 좋고 없어도 괜찮은데, 선거의 선택과 조바심이 해가 떨어지기 전부터 술을 찾게 했고, 역사는 진보와 보수가 끊임없이 충돌하고 조화를 이루며 발전하지만, 개표 방송에서는 주체성도 없이 머슴처럼 스스로 복종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괴로워 과음을 했는데 몰빵도 나와 다르지 않았는지 조심스레 산행 취소를 제의한다.
산행 후 친구들과 기분 좋게 축배를 들자는 심리에, 집사람에게는 산행을 나설 거라며 선빵을 날렸더니, 약속을 잡아놓고 밀어내기를 하고 있어 차선책으로 조계산을 찾고자 했는데, 몰빵이 집에서 출발한다고 하여 괜히 신경전만 벌였다.

차를 고쳤어도 신뢰성을 잃어 차선책으로 구례까지만 내 차로 이동하고 버스를 타고 성삼재까지 가자는 계획은 말을 꺼내자마자 묵살되고, 오늘도 순천에서 광양까지 이동해 온 몰빵에게 미안하다.
 

성삼재 초입의 가로수가 단풍이 든 듯 알록달록하고, 녹음이 드리워진 구불구불한 도로를 거슬러 올라 성삼재 주차장에 주차하는데 바람이 거세다.

 

등산 길목에서 고결함이 꽃말인 하얀 산목련 꽃이 반긴다.

 

노고단 대피소와 중계탑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잘 다듬어져 있고, 딱딱한 돌과 시멘트 대신 푹신한 보행로를 설치해 놓아 산문으로서의 배려도 있다.

연초록의 숲이 바다 물결처럼 출렁이고 있다. 산 아래는 초록의 동색이 되었는데, 여긴 계절의 시간이 더디 가고 있어 새싹이 막 키워낸 연초록이다.

 

무넘이 고개를 지나고 돌계단을 올라 리조트만 같은 노고단 대피소에 들어선다.
화장실 옆에 또 다른 화장실을 신축하고 있고, 취사장에는 식수가 보이지 않지만 루프탑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는 여인의 여유로움이 산장을 럭셔리하게 격상시켜 놓는다.
저런 건 풋풋한 나잇대에나 가능한 것이고, 만추에 접어든 우리는 부지런히 걸어서 건강과 추억을 쟁여 놓는 게 상책이다.

 

연분홍의 병꽃이 도열하여 산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숲을 벗어나며 천국의 문이 열리듯 올라선 노고단 고개에는 첩첩의 산릉이 펼쳐져 있고, 키오스크로 출입금지 구역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노고단을 향해 가파르지도 않은 나무 데크가 융탄자처럼 길게 이어져 있다, 탁 트인 시야에는 우리의 목적지인 반야봉이 걸려 있는데, 저렇게나 가까이 있으면서도 오르기가 결코 쉽지 않다.

 

 

풍경이 다큐에나 나오는 이국처럼 아름답다. 자연 보호를 위해 예약제로 운영되기에 보호되고 있는 철쭉과 산상고원의 야생화들은 참 예쁘다.
떨어지지 않으면 꽃이 아니고, 불지 않으면 바람이 아닌데, 산철쭉은 연분홍 꽃잎을 떨구고 있고 바람은 쉼 없이 불어와 가늠할 수 없는 바다처럼 새파래진 풀숲을 헤집어 춤추게 한다.

향긋한 바람이 불어 오는, 이래저래 오늘은 축제의 날이다.

 

 

 

바람에 날라가지 않게 모자를 푹 눌러 쓰고 산신 할머니에게 인사하고, 전망대 데크에서 천왕봉으로 이어진 산줄기와 섬진강이 흘러 들어가는 남해를 조망한다.
지리는 광활하고 풍경은 정말 장관이다.

 

 

노고단 고개로 내려와 돼지령으로 향한다.
우리의 입산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계절을 붙잡고 있는 연초록의 숲길에 살랑이고 있는 바람이 무척이나 좋다.

 

돼지령으로 이어진 등로는 관목들이 자라 숲이 되었고, 키가 훌쩍 자란 철쭉 터널이 길을 인도하고 있다.

 

여전히 신록이 우거진 숲길과 시원한 바람, 그리고 맑은 공기가 좋다.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에게 신비로운 전설과 이야기를 전해 준 곰이 지리산의 주인이 되고, 사람들의 출입을 경계하여 예전의 생태계가 회복되어 가고 있다, 전국토의 산을 탐험했던 우리들은 어떤 어려움도 극복해 갔었던 그때의 자신감 회복을 원하지만 노쇠하여 그 시절만을 추억 할 뿐이다. 

 

돼지령에 근접하면서 멧돼지 떼가 자주 나타났다는 설화에 몰빵의 전설 따라 삼천리가 시작된다.
유년 시절, 동네 어른에 의해 개로 착각한 여우로부터 목숨을 구한 일, 살쾡이를 약초 괭이로 잡아 지게에 지고 왔다는 이야기들이 침묵 속에 묻혀 간다.
우리들만의 산길이다.

 

고즈넉한 산속의 침묵을, 간혹 들려오는 새소리가 현실로 이끈다. 침묵이 금일까? 안전자산인 국제 금값이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금광에서 채광을 하듯 지금을 축적하고 있어 하산할 때는 갑부가 될 것만 같다.

 

피아골 삼거리를 지나고 임걸령 샘터에서 목을 축인다. 샘이 있는 푸른 정원에 들어서자 시원한 바람이 끈적임을 없애 주어 기분이 상쾌하고, 약수 한모금을 마시니 피로가 씻은 듯이 사라진다.

 
 
여지껏 정원을 걸어왔다면 지금부터 등산이 시작된다. 요즘은 일상의 것들에서도 점점 기억이 없어져 가는데, 이 오름길은 참 낯설게만 느껴져 거리를 종잡을 수가 없다. 임걸령 쉼터가 있어 중간쯤 올랐다는 걸 어림짐작하고, 묵묵히 걸어 노루목에 올라선다.

 
 
몰빵이 토끼굴을 찾듯 계속 주변의 바위 틈새를 살핀다. 예전 산에서 술이 자연스러웠던 때에 후답자들을 위해서 미션을 하듯 숨겨 놓았던 술병을 지금에서야 기억해 낸 것은 기적이지만, 설마 찾는다 해도 약이 아닌 독이 될 것 같다. 바위에 걸터앉아 토마토 하나씩 베어 물며 산하를 내려다본다. 너울진 첩첩산중이 삶의 터전을 메우고 광대하게 펼쳐져 있다.

 

삼도봉과 반야봉의 길목이 되는 노루목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꼬마는 무언가 꺼림칙한 듯 반야봉 오르막에서 눈물을 흘리며 부모와 대치하고 있어, 산행을 하며 아이들을 닦달하였던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산을 오르다 보면 누구나 체력적으로 힘들고 마음이 지치만,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진다. 모처럼 몸에 저항이 온다. 꼬마가 부모와 실랑이를 벌였던 이유다.

 

쉴 새 없이 불어오던 바람은 멀찍이 물러나 있고, 몰빵은 스틱으로 늘어난 몸무게를 버티면서 땀을 뻘뻘 흘리며 한 걸음씩 내딛고 있다.
쉼터의 산객은 집에서 새벽 3시에 출발했고, 우리는 7시 50분에 출발해 여기에 도착했는데, 이렇게 쉽게 찾을 수 있는 산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잊고 지내다 친구 덕에 찾게 된다.
고사목으로 기후 변화가 현실화되었고, 병꽃이 계절을 이끌고 있어 이미 철쭉 군락지에는 마지막 꽃잎조차 남아 있지 않아 철쭉 산행의 의미는 없어졌다.

 

홀로 100대 명산 인증을 남기고 있는 틈새에서 우리도 정상 인증을 한다.
지리산의 주능선과 바래봉으로 펼쳐진 산하가 한눈에 들어온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라면과 김밥을 먹고 휴식을 취하는데, 바람이 시원하단 몰빵과 달리 난 추워서 머물 수가 없다.

 

 

내림길은 역순이다. 오를 때보다는 풍경이 있어 지루하지가 않고, 반야봉 삼거리에서 노루목까지의 체감 거리는 이정표와 달리 너무 멀게 느껴지고 있다.

 

올랐던 길을 고스란히 되짚어서 주능선인 노루목에 접속하고 임걸령을 향해 내려가는데, 그새 길이 낯설고 발밑에만 집중했던 오름길과는 달리 내림길의 트인 시야에 눈이 게으름을 피운다.
임걸령 쉼터에서 달달한 커피로 당을 보충하고 달콤한 바람에 몸을 말린다.

 

임걸령을 지나고 산상정원의 산책로를 따라서 돼지령으로 들어서고 노고단을 조망하며 좌표를 확인한다. 노고단 사면길이라 이젠 얼마 남겨 놓지 않았는데, 아가씨가 바위를 기어가고 있는 게 포착된다.
산행은 오로지 내 발로 걷는 것이기에 근육이완제와 포도당을 건넬 뿐 딱히 해줄 방법이 없다. 스스로의 힘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 산행의 본질이니만큼 이런 고통도 지나고 보면 추억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공지선상에 돌탑이 보여 금방일 거라 여겼던 노고단 고개가 이정표에 0.5km나 남아 있어 몰빵은 여성을 함께 데리고 오지 못함을 자책 하는데 곧 회복될 거라며 말리고 있는 내가 공감 능력이 없어 보인다.

 

노고단 대피소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우리도 놀며 즐기자는 것이 18km를 넘기고 있고, 연이은 산행에 몸은 마음의 갑작스런 변화를 수용하지 못해 다리에 힘이 풀리지만, 시원한 바람과 맑은 공기를 마시며 걷다보니 피곤했던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 졌다.

행복은 사소한 것에 있다고 퇴직 후의 제2의 출발점에서 힘겨워했는데, 이렇게 틈틈이 놀아도 되니 다닐수 있는 직장이 있어 다행스럽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오늘 내내 날씨가 너무너무 좋고, 연신 달콤한 바람으로 새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국립공원의 입장료는 없지만 주차비가 11,900원이나 되어 두 사람의 버스비 값이 넘지만, 로스 시간 없는 것으로 퉁친다.

 

바람은 들녘에도 불고 있고 산의 나뭇잎들을 뒤집어 놓고 있다. 내일이 망종으로 계절은 순서대로 진행되어 , 들녘에는 보리가 누렇게 익었고 모가 심어져 있다.

브레이크타임 해제에 맞춰 광주에 있는 주군을 불러 들이고 오늘의 무용담을 설파한다.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암 월출산 산행  (1) 2025.05.27
광양 백운산 산행  (5) 2025.05.25
남해 망운산 철쭉산행  (1) 2025.05.10
사자산 & 일림산 철쭉 산행  (1) 2025.04.29
창원 천주산 산행  (3) 2025.04.06

*** 깜상 결혼 34년 주년 여행 ***

-.일자 : 2025년 5월 30일~31일

-.장소 : 여수

 

퇴직 후 자연스럽게 재취업으로 이어져서 일상이 그대로인 것만 같은데도 마음에는 여유가 없어 하루하루가 더욱 빨리 흘러가는 듯하고, 벌써 나의 결혼생활 34년째인 오월의 끝자락에 와 있다.
여태껏 그저 일상의 하루였던 결혼기념일이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직장의 단절이 주는 일상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벤트로 여수에 호텔을 예약해 두었고, 사전투표를 하여 나의 미래를 맡긴 후 광양읍으로 이동해 결혼의 가교 역할을 했던 어머님을 모시고 여수로 간다.
가족 모임으로 올해만 세 번째 여수행이라 별다른 기대감은 없고, 호텔에 대한 기대치도 내려놓았는데, 역시나 리뷰는 호객용에 지나지 않지만 즐기는 건 우리의 몫이다.

 


체크인을 하고 룸 컨디션만 확인한 후 여동생에게 합류를 권했으나, 요즘 엉망진창인 나라 때문에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많다.

 


미리 검색해 두었던 엑스포공원 내 아르떼뮤지엄을 찾아간다.


아르떼뮤지엄(ARTE MUSEUM)은 디지털 미디어 아트 전문 기업인 디스트릭트(d’strict)가 기획•운영하는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이다. 대형 프로젝션, 사운드, 향기 등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는 첨단 기술을 활용해 관람객이 예술 작품 속에 직접 들어간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아쿠아플라넷 외에는 대부분의 건물들이 휴관 상태라 썰렁하고, 안내판도 없어 찾아가는 길이 미로 같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다리를 저는 어머님이 여간 신경 쓰인 게 아니다.

 


시간상 내일로 미룰까 하다가 마지막 티켓을 끊어 입장하는데, 영화관처럼 어두운 공간에 처음 접한 미디어아트 시설에 무서움을 느끼던 어머님이 점차 적응해 가시면서 매우 만족해하시고, 집사람도 좋아해서 나의 기분이 공중부양하는 듯하다.
이런 건 가족방에 자랑해서 나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행복감을 배가시킨다.

 

 

 

 


한낮의 더위가 바닷바람에 물러가고, 썰렁함이 느껴지며, 여행객들의 분주함에 자연스럽게 편승해 즐기기 모드로 전환한다.
종포해변의 여수 밤바다와 포장마차 거리는 패스하고, 호텔의 야식당에서 석식을 겸해 분위기주가 세팅된다. 나의 절대적인 지지자인 어머니와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집사람이 나의 말을 들어주고 이해해 주니 오버됨이 느껴진다.
술기운에 오로지 나만의 만찬이다.

 


자연스럽게 이어진 룸에서는 공간의 이동이 주는 여행의 감성에 어머니도 집사람도 장단을 맞춰주고, 건물에 반짝거리는 조명과 여수 밤바다의 유람선에서 쏘는 불꽃이 밤하늘에 꽃을 피우고, 빅오쇼 분수는 무지갯빛 물줄기를 뿜어 올린다.
젊은이들의 성지인 이곳 여수에서 환갑이 넘은 나이에 팔순이 넘은 어머니와의 달콤한 여행에 취해가는 밤이다.
시간이 이렇게나 쏜살같이 지나가고 있으니 우리는 매 순간 하루하루가 즐거워야 한다.

 

 

 


서로 의지하고 지켜주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 있어 다들 깊은 숙면으로 아침이 개운하다.
밭을 갈아야만 하는 숙명의 내가 먹거리 조달에 나섰지만, 믿었던 김밥집은 9시에 오픈이고, 쑥빵과 편의점표 김밥, 그리고 컵라면을 사 들고 들어왔어도 어떤 요리보다도 잘 먹어 주어서 감사하다.

 


매일 바다를 건너 출퇴근을 하고, 집 앞이 컨테이너 부두이면서도 호텔에서 바라보는 바다뷰 요트가 정박해 있고, 오동도의 방파제가 길게 드리워져 있는 휴양지로 테라스에서의 커피 한 잔도 멋진 라운지가 된다.
오늘은 무슨 구경에 나설까 설레는 고민도 잠깐이고, 어젯밤에 레이저 빛을 쏘는 전망대에서 커피를 하는 것으로 일정이 정리가 되었었다. 멈추고 쉬는 것도 휴양이기에 퇴실 시까지 휴식을 보장하고, 나는 하루 운동량을 맞추기 위해 나선다.
꾸준한 운동은 내가 유일하게 유지하고 있는 습관인데, 신체의 건강을 담보로 술을 너무 과신하는 게 문제다. 그럼에도 나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시켜 준다는 절대적인 믿음이 운동을 지속하게 한다.

 


여수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답게 방파제를 따라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어 자연스럽게 섞여서, 햇볕이 들지 않는 빼곡한 동백나무 군락지의 해안 산책로를 따라 돌고, 등대 전망대는 9시에 오픈이라 패스하여 섬 끝자락에 있는 오동도 등대로 향한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수많은 배들과, 제주 여객선 대신 생뚱맞게 입항하고 있는 크루즈선으로 여수는 활기차다.

 

 


퇴실을 하고 전망타워를 찾는다.
주차비는 입장료에 포함되어 있는데, 카페를 운영하는 옥상 전망대에 입장료를 받는다는 건 좀 그렇다.
휴양과 귀향의 완충지대가 되어 사진을 되돌려 보며 하룻밤의 추억을 되새기는 공간이 되어 주고 이렇게 어머니와 함께 나들이할 수 있다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감에 젖어 든다.

 

 


광양으로 향하는 국도변에는 번식력이 너무나 강해 온 나라가 노랗게 변해 버릴 것만 같은 금계국 꽃길이 이어진다.
애용하던 식당이 새롭게 단장하여 업종을 변경했는데, 가격대가 있어도 어머님을 모시기에는 격에 맞는다.
배가 너무 불러서 후식 커피는 마시지도 못하고, 어머니 집에 들러 밭을 정리한 상추며 냉장고를 털어서 바리바리 싸 들고 빠른 귀가를 하는데, 오늘만큼은 어머니가 나의 뒷모습을 보고 있지 않아서 좋다.

 

 


오늘의 이벤트로 야당 영화를 본다.
빵빵한 냉방에 떨어가며 점차 몰입해 가는데, 참 요즘 세태를 잘 묘사해 놓아 공감이 가는 영화다.

 


누구는 결혼기념일 이벤트로 레스토랑에서 분위기를 찾고 손편지나 선물들을 준비한다고 하는데, 이런 건 체질상 낯뜨거워서도 못해, 우리는 어머님과 1박 2일 여행으로 대체하였어도 좀 아쉬움이 있다.
어제 과음을 했지만, 날이 날인 만큼 외식은 해야겠는데, 만만한 게 집 앞에 오리고기집이고 이것도 최애 음식이라고 의미를 부여해 주는 아내다.
술김에 딸들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나를 뒤돌아보게 할 뿐, 관심 1도 없어 옆에 있어 서로의 건강을 챙기고 일상을 함께 보내고 있는 동반자가 최고지만, 아이들 또한 건강하게 자라서 홀씨가 되어 서울에 잘 정착을 하여 스스로들 성장하였고, 기념일마다 잊지 않고 챙겨주니, 이것이 효도라 여긴다. 또 우애의 딸들은 아빠를 위해 사위까지 합세시켜서 주류업계가 파산하지 않도록 마셔대고 있으니 이 또한 돈독한 가족애다.


이젠 어지간히 세월에 닳고 달아서 서로가 닮아가고 있고, 애초에 사랑이란 건 다르게 살아온 두 사람이 같은 곳을 보고 같은 길을 걷는 것이라 했다.
어쨌든 건강 잘 챙겨서 넘 눈치 보지 않고 나 대로 사는게 잘사는 거다.

 

'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깜상네 여수 가족여행  (0) 2025.04.14
매화마을 & 쫓비산  (1) 2025.03.28
24년 서울 여행(2박 3일)  (0) 2024.12.25
퇴직기념 가족여행  (0) 2024.11.14
임실 치즈랜드 테마파크  (0) 2024.11.05

***영암 월출산 산행***
-.일자 : 2025년 5월 26일
-.코스 : 산성대입구-산성대-천황봉-바람재-구정봉-영암사지-대동재-기찬묏길-산성대입구(14.3km / 6시간 50분)
 
차에 이상 증상이 느껴져 정비소를 찾았지만 진단이 되지 않아 운행을 계속하다가 결국 도로에서 멈춰 버렸다. 수리는 했지만 신뢰성이 없어 순천에 거주하는 몰빵이 집까지 와서 나를 태우고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의 원인이다.
나 홀로 어느 산에 갈까 고민했었는데, 둘레길만 걷던 몰빵이 이렇게 산행을 제안해 온 건 나의 복이고, 어쨌든 둘은 참으로 오랜만에 함께 산행을 하게 되어 자연스럽게 하산주까지 이어지는 일정이 된다. 몰빵의 RV 차가 부앙부앙 달리다 보니 쉽게 영광읍에 도착했는데, 산성대 입구의 기찬묏길 주차장이 공사로 폐쇄되어 있다. 차를 한켠에 주차하고 산행 준비를 하는데 다행히도 등산로는 개방되어 있어 주민들이 오가고 있다. 몰빵이 무릎 보호를 위해 모처럼 스틱을 펼쳤고, 정체 모를 캔 음료를 치켜들었지만 어차피 나의 선택권은 없어 보인다. 

 

기분 좋게 산성대 아치를 통과한다. 며칠 전 백운산 산행에서는 지구를 흔들어대는 바람 때문에 추위를 느꼈는데, 그새가 언제였는지 고요한 적막 속에서 스틱 찍는 소리가 발자국에 장단을 맞추고, 지저귀는 새소리만이 정겹다.

 
 
숲을 벗어나며 조망이 트이고, 쉬어가라는 조망터가 나온다. 흘러내리고 있는 땀에 눈이 따끔거려서라도 쉬었다 가야 하는데, 땅끝기맥상의 활성산에 풍력발전기가 우리의 추억을 되새기게 하고, 산자분수령이 만들어낸 영산강 줄기가 영암뜰을 적셔 햇살에 반짝인다. 
이곳에 오르면 봄에는 온통 노란 유채꽃으로 황홀한 풍경이, 가을이면 황금 들녘이 우리의 마음까지도 풍요롭게 만드는 곳이나, 나의 삶이 녹록지 않아 친구를 따라 모처럼 찾아들었다.

 
‘천하제일관문’이라는 안내문만 없으면 여기선 극히 평범해 보이는 바위는 천하제일의 풍경을 숲속에다 숨겨 놓았는데, 숲의 신선함이 지쳐가는 몸에 기운을 북돋아 준다. 

 
기암괴석 전시장을 숨겨 놓은 숲의 완충지대를 지나 신성대에 올라선다. 천황봉에서 사방으로 뻗은 뾰족뾰족한 바위 군락지가 참으로 경이롭기만 한데, 이 시간에 하산하고 있는 여성 산악회원들이 있다. 결국 우리도 이를 그대로 답습하게 되겠지만, 입산을 하여 내려갈 것만을 계산하고 있는 것은 역설적이다.
시간과 경비를 투자해 산에 왔으면 즐겨 줘야만 한다.

 

 
 
 이제부터가 월출산과 제대로 교감하며 풍광을 즐기는 기점이다. 병풍처럼 좌우로 펼쳐진 암반의 산줄기들은 자꾸만 모습을 달리하고, 숨겨 놓은 암릉들이 유혹하며 빠져드니 힘겨움이 덜하다. 

 

몰빵이 이렇게나 순진무구했는지, 연신 감탄사가 터져 나오는데 장단 맞추기가 쉽지 않고, 가족방에 자랑을 하며 며느리와의 산행을 약속하고 있어 세상 부럽기만 하다. 
햇볕은 쨍쨍하고 그늘 하나 없는데, 헤헤 실실거리는 것이 설마 더위를 먹은 것은 아니겠지. 

 

 

국토종주길에서는 여유를 담보로 맡겨 놓고 시간을 단축 시키기 위해 전력 질주를 해야만해 즐기지를 못했지만, 천하의 풍경을 한아름에 담을 수 있는 이곳 산에서는 삶의 여백과 영혼의 자유로움을 안겨 준다. 

 

 
 
고인돌 바위를 지나고, 진달래꽃이 암반에다가 수를 놓아 동양화가 되었다. 광암터 쉼터에서야 발걸음을 멈추고, 정상을 향하기 위한 재정비를 한다.

 

 
 
월출산의 기를 영양분 삼아 기가 찬 풍경 속으로 스며들며 급조되었지만 산행지 결정에 대한 자화자찬을 한다. 소나무 한 그루까지도 이곳에서는 명품이 되어 멋진 풍경이 되어 준다.

 

오랜 세월 동안 풍화와 침식 작용에 의해 독특하게 생기고 아찔하게 쌓인 바위들이 수시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바람폭포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류되고, 좌측으로는 천황사지 지구가 조망되면서 출렁다리가 잠깐 보였다가 사라진다.

 

여지껏 기암괴석의 전시장을 관람하면서 올라왔고, 지금부터는 천황봉을 뵙기 위한 고된 오름길이라 보이는 것 없어 계단에만 집중한다.
다행인 건 끝이 안 보여 눈의 게으름을 방지하고, 숲이라 그늘이 있다는 점인데, 날벌레들이 정신을 사납게 한다.
경포대와 사자봉의 갈림길을 지나, 통천문을 통과하여 정상에 선다.

 

항상 그렇듯 쉬운 산은 하나도 없다. 그러하기에 성취욕이 있지만 줄줄 흐르는 땀을 닦으며 주변을 조망하는데, 과연 천하제일경이다.
설악산의 축소판이고,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가봐야 한다는 중국의 황산과도 비교할 바가 아니다.

 
 
쉬엄쉬엄 올랐더니 벌써 점심시간이라서 영암뜰을 내려다보며 김밥과 컵라면으로 요기를 하는데, 우리가 유일하게 추월했던 산님이 뒤이어 올라오며 ‘참 보기가 좋다’는 덕담 한마디에 산 친구가 되었고, 몰빵은 장군바위의 전설을 설파하는 풍수지리인과는 카톡 친구까지 맺는 친밀감을 보인다.

 

오후의 정점은 계절이 여름으로 순간 이동해버린 듯한 더위와 정적 속에서 다리에 힘이 풀려 걷는 게 벅차도, 뒤돌아보면 정상은 저만치나 멀어져 있다.

 
 
TV의 자막처럼 사람들의 생각을 잠식해버린 돼지바위를 지나 남근바위와 마주하는데, 꼿꼿한 자태에 화룡점정이 되어 주었던 나무가 죽어있어 왠지 위풍당당함은 없어 보인다.

 

 
 
바람재의 내림길에서 뒤돌아본 풍경이 바위들로 아주 장관이라서, 쇼핑몰에서 온갖 미사어구로 홀리고 치장한 여느 여행사 상품속의 그림 보다도 절경이다.
그새가 언제였는지 모든 게 낯설어 나의 사라져 버린 블로그를 다시 쓰듯 오늘도 새롭게 월출산을 알아간다.

 

바람재에서 미풍을 인질로 붙잡고 오르며, 나무 그늘에서야 바람의 무리를 포획하여 시원함을 느낀다.

 
  
상상의 영역이지만 민망할 정도로 참 오묘하게 생긴 배틀굴이다. 굴 안에 고인물은 식수 가능 여부조차 가늠하기가 거시기하여 구정봉 바위에 올라 선다.

 
 
구멍마다 물이 차 있지만, 꾸정물이라 반영을 담지는 못하고, 바위들이 층층이 쌓여 보기에도 위태로운 월출산의 전경을 눈으로 갈무리 한다. 기묘한 바위들은 자연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기암절경이다. 

 

 

 

영암사지의 내림길이 시작되고, 수석전시장을 벗어나 숲길이 되어 영암사지 석조여래좌상으로 이어진다. 고려시대에 조성되어 국보로 지정되었는데도 방치된 듯 어떠한 보존시설도 없고, 감시카메라도 없지만 불상의 형태는 뚜렷하여 나로서는 세월을 추정하기 조차 불가능하다. 
불상과 석탑, 석등과 절터의 유물들이 있는 용암사지터는 머위 나물밭이 되어 있는데, 이런 기막힌 산에 역사적인 유물이 있음에도 이렇게 방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보존 방식인지 모르겠다. 

 

 

 

조릿대숲을 두고 산길이 뚫려 있고, 지금부터가 미개방지였던 곳인데, 거친 듯 다듬어 놓은 등로가 이어지고 있다. 
고요한 숲속에서는 청아한 새소리만이 들린다.머시마들은 부부처럼 별말이 없고, 스틱에 찍히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초록의 숲속을 내려간다.

 

마른 계곡을 뚫고 흐르는 물은 오아시스가 되고 약수가 되어 포도당을 주입하듯 금세 흡수되어 온몸의 미세혈관을 돌며 시들어 가는 세포들을 회복시켜 놓아 기분이 상쾌해진다., 탈수하지 않으려면 이젠 포도당과 근육이완제도 챙겨 놓을 때가 되었다. 

 

허물어진 돌축과 커다란 느티나무가 옛 거주지였음을 말해 주고, 주거지역을 상징하듯 길은 완만해지고 좋아진다. 마른 계곡이 계속되며, 물은 땅속에서 자연 정화를 하고 있고, 계류는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출입이 통제되어 있어서 영암상수원으로 흘러들어 영암군민들에게는 약수가 된다. 이런 상수원보호구역을 개방했다는 건 지리적인 조건과 관리가 있음이다. 

 
 
상수원저수지 아래에는 생활용수용 대동제가 있고, 주차장 아래에서 기찬묏길에 접해 차량 회수에 들어간다. 영암교동지구 도시개발에도 기찬묏길은 살아남았는데, 몰빵은 기어코 공사장으로 진입하여 불안하게 만들더니 산딸기 군락지에서 달콤함을 맛보여 주고, 버찌까지 입에 넣어 쓴맛을 보고야 만다. 

 

 

 

몰빵의 차 운전실력이 나를 쫄보로 만들어 졸음도 쫒아 냈고 순천의 퇴근 러시아워대의 차량들은 카레이스를 하듯 역동적이다,  
참수리가 퇴근하여 삼겹살을 준비 시켜 놓고 기다리고 있고, 광양에서 택시로 순간이동해 온 주군의 친구가 있어 하산주 자리는 길어지고 추억의 밧데리는 완충되어 또 다른 일탈을 모의한다.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리산 반야봉 산행  (1) 2025.06.05
광양 백운산 산행  (5) 2025.05.25
남해 망운산 철쭉산행  (1) 2025.05.10
사자산 & 일림산 철쭉 산행  (1) 2025.04.29
창원 천주산 산행  (3) 2025.04.06

** 모처럼 백운산 산행 **

-.일자 : 2025년 5월 23일

-.코스 : 한재-신선봉-상봉-억불봉 삼거리-노랭이봉-동동마을(11.2km / 4시간 16분)


요즘 날씨는 종잡을 수 없다.
비가 오지 않는 오늘, 지금 당장 백운산 산행을 나서며 친구들 톡방에 알림을 한다. 마침 백운산 지킴이인 참수리가 도솔봉 정비를 한다고 하여 한재까지 차로 올라가 버렸다.

 


같이 산행을 하면 좋겠지만, 돈을 받고 하면 일이 되고, 나처럼 즐거움을 위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면 취미이기에 참수리는 상행선, 나는 하행선으로 나뉜다.
요즘은 장거리 산행은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고, 임도는 기피하는 터라서 여기가 낯설게 느껴진다.

 


지천에 놀거리가 깔려 있는 요즘 세상에는 개고생을 해야 하는 산행인은 확 줄었고, 자연스럽게 회복된 자연 속에서의 야생동물들은 경계심도 없어졌는지, 날지도 못하는 꿩 새끼들이 생존 본능에 퍼덕거리는데, 보호색으로 가만히만 있었으면 더 안전했을 것 같다.

 


인공 구조물인 계단이 기억을 되돌려 놓았고, 능선에 접어들며 꽃길이 펼쳐진다.

 


역설적이지만 등산을 하고자 찾아와서는 친구 덕분에 일상 운동하듯이 쉽게 능선에 올라 버렸다. 이제부터는 산보길인데, 산행이 너무 무덤덤할까 봐 바람이 거세게 불어 푸르른 숲을 마구 흔들어대며 환영한다.
문어가 알을 품을 때 알다발에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다리로 부채질하듯, 대지에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고 있어 상쾌하긴 하지만, 땀에 젖어 있는 나는 추워 동태가 될 것 같다.
날씨는 여차하면 비를 쏟아낼 듯, 눈이라도 뿌릴 듯이 잔뜩 흐려서 발걸음을 재촉한다. 백운산은 남도의 수장답게 듬직하여 잔망스러운 오르내림 없이 완만하게 이어진다.
나름 자태를 자랑하고 있는 산철쭉의 분홍과 연보라색 꽃이 가냘퍼 보인다.
바람이 봄을 붙잡고서 애처롭게 매달려 있는 산철쭉을 집단 괴롭힘이라도 하듯 마구 흔들어대고 있어, 보는 내가 힘들다.
요즘은 정맥꾼들도 드물어서 의지의 상징이기도 한 표지기조차 보기 힘들고, 시에서 매달아 놓은 등산로 리본만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는데, 국토종주의 안내 리본만 같아 정감이 간다.

 


계절의 연속성에 봄꽃들은 피었다 지고 또 피어난다.
푸른 산하에는 버짐처럼 알록달록하게 꽃들이 피어나 있을 뿐, 초록은 동색이라서 내 마음도 새파랗게 물들어 가는 길이다.
참 좋다.
고요와 적막이다. 이 산속에는 새와 나밖에 없는 듯하다.

 


이렇게나 좋은데도 왜 여태껏 눈길조차 주지 않고 살아왔는지, 산과의 몰아일체가 되어 가면서 자책에 대한 면역력이 생겼고, 자연스럽게 신선대에 올라선다.
바람, 바람, 바람...
차라리 구름에라도 덮여 있었더라면 이름값이라도 할 텐데, 매몰차게 불어대고 있는 바람에 모자 단속이 급선무다. 바위 틈새에 철쭉꽃이 피어 있고, 상봉으로 흐르는 올망졸망한 봉우리들은 마치 도원경만 같아 신의 세계처럼 느껴진다.

 


톱니로 오를 수 없는 바위 군락지의 우회로가 바람막이가 되었고, 갑작스러운 적막감에 콩닥거리는 심장 소리가 느껴지고 땀이 솟는다.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봉이다.
얼마 전 친구가 전망 데크에 부식 방지용 페인트를 도포했다고 했는데, 신발의 접지력이 느껴질 만큼 끈적거림이 남아 있다.
흔들림 없는 상봉에 올랐으나 바람의 밀착 경호에 인증만 남기고는 바람의 눈치를 보며 주변을 조망한다.
초원처럼 무척이나 평온해 보이는 남사면과는 달리, 북사면에는 꽃들로 알록달록해졌고 정상부의 산철쭉은 바람을 타며 계절을 즐기고 있다.

 

 


정상을 내려와 조망터에서 섬진강을 바라본다.
진안군의 데미샘에서 발원하여 212km를 유유히 흘러온 강줄기, 하얀 모래톱을 따라 남해로 합수되는 풍경은 분수령을 가르는 정맥꾼들에게는 남도의 향수다.
푸른 물결이 출렁인다.

 


이 산속에서 망경평야의 보리밭을 거닐었던 서해랑길이 겹쳐진다.
메말랐던 나뭇가지에 잎이 매달려 녹음이 짙어졌고, 자연의 순환 속에서 꽃들이 피고 지고 다시 피어나 생명의 연속성이 경이롭고 역동적이기만 한데 나는 노쇠하여 다리가 아파 온다.
몸을 그렇게나 단련시켰으면 공중부양도 하련만, 자꾸만 지하로 파고들고 있으니 매번 바닥을 기고 있는 발가락이 아우성이다.

 


바위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본다.
내 발 아래 세상 모든 것이 존재하여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다.
산은 백운암으로 인해 풍경화가 되었고, 총천연색의 자연의 밥상을 펼쳐 놓고서 편의점 김밥과 컵라면으로 요기를 한다.
그러고 보면 노동주를 겸한 반주용 막걸리조차 생각하지 못한 것은 몸이 받쳐주지 않아 생긴 자연스러운 변화인 것 같아 씁쓸하다.

 


능선은 단순하다.
물에서 헤엄치듯 푸르른 숲속을 그저 걷는 단순한 행위의 반복이다.
시에다 쉼터 하나 만들어 달라고 민원을 넣었더니 감감무소식이다. 이건 아마도 마땅한 장소가 없기도 하겠지만, 그래서 마냥 걷고 있다.
가끔씩 잡스러운 생각들을 끌어모아 근본 원인을 추적해 보지만, 느닷없는 잡생각일 뿐이고, 무상무념의 걷기에 점차 고도가 낮아지면서 길에 떨어진 꽃잎조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헬기장인 억불봉 삼거리다.
이른 시간이고, 이왕 산에 들었으니 억불봉을 다녀와도 되련만, 몸은 발가락을 인질로 삼아 하산을 요구한다.
매일 만 보 이상씩 걷고 수시로 산을 오르내리고 있어도, 조금 거리를 오버했다고 몸이 즉각 반응한다.

 


수련관 삼거리의 길목에 억불봉의 액자는 나무가 자라면서 그림이 미완성될 것 같고, 쉼터가 있는 삼거리는 야영장의 텐트 자리만 같다.

 


철쭉나무가 자라 터널이 되어가고 있고, 자그마한 오름도 힘에 겨워 겨우 노랭이봉에 올라선다.
무슨 바람이 종일 따라다니며 나를 쫓아내고 있지만, 꿋꿋하게 버티며 커피를 마시고 파노라마 속의 지나왔던 능선을 더듬는다. 어쩌다 보니 철쭉 구경도 못 해본 국사봉 능선상에는 광양만이 걸린다.

 


이제 동동마을까지의 내리막만 남아 있다.
이미 나무의 새싹들은 푸른 잎들로 성장하고 있는데, 갈색의 낙엽이 깔려 있는 내리막길이 위협적이다.
슬로프에서 스키를 타듯 자연스럽게 몸을 맡겨야 하는데, 뻣뻣하게 굳어 유연성을 잃어버린 몸으로 버티자니 종아리까지 아파온다.

 


에라이...
아무리 안 가려고 버텨 봐야 어차피 내려가야 끝이 나니, 제발 좀 가자...
행위가 진짜 힘이고 능력이다.

 


동동마을이 공동화되어 가고 있는데, 어째서 이곳에 마을회관만 자꾸 늘어나고 있다.
마을회관에 깃발이 나부끼고, 나무가 바람에 쓸리는 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울리고 있다.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리산 반야봉 산행  (1) 2025.06.05
영암 월출산 산행  (1) 2025.05.27
남해 망운산 철쭉산행  (1) 2025.05.10
사자산 & 일림산 철쭉 산행  (1) 2025.04.29
창원 천주산 산행  (3) 2025.04.06

*** 장미의 계절 오월 ***

-.일자 : 2025년 5월 19일

-.장소 : 중마동 장미공원-광양읍 서천변 - 광양읍 장미공원

 

나무와 풀들이 본격적으로 자라 초록빛이 짙어지고 꽃들이 만개하는 바쁜 계절입니다. 기념일이 많은 시기에 처가 가족 모임을 잡았습니다. 재 재용으로 휴가가 없는 나를 배려해 주었지만, 환갑이 넘었어도 막내인 내가 모든 스케줄을 잡았고, 서울에서 또 평택과 충주에서 이동해야 할 처가 식구들의 고달픔이 그대로 전이되어 미안스럽습니다.


리조트의 체크인은 키오스크로 대체되어 정확히 3시부터 열리는데, 정말 인정머리가 없고 기계까지 버벅거립니다. 뭐 할 일이 있나요. 먹고 마시고 놀다 보니 그토록 기대하였던 하루가 후딱 지나가버렸고, 너무 분위기에 오버되어 아침 운동도 나서지 못한 채 체크아웃을 하고 장도를 찾습니다

 

 

처가 쪽은 사진 찍기를 극도로 기피하여 여행은 스텔스화가 되었고, 순천의 명지원으로 이동하여 숯불갈비로 점심을 하는데 1인분에 19,000원이나 하여도 웨이팅이 있습니다.

 

 


이 좋은 봄날의 한복판에 동반자의 생일이 있고 생일날이 야근 때라서 미리 축하의 자리를 마련합니다. 간단하지만 자기가 손수 준비를 하였고 나는 술만 마시면 되는데도 좋아라 하니 나도 더불어 좋습니다. 다만 5월에 기념일이 집중되어 일일이 챙겨야 할 아이들의 부담이 걱정이 되지만 이 또한 자식된 도리이니 노후 보험 차원에서라도 꼭 받아 둬야만 합니다.

 


요즘 기후변화를 실감할 만큼 비가 잦은데 출근길에는 모처럼 동녘이 붉어지고 있는 해오름에, 달은 게으름을 피웠던지 하얗게 질려서 모습을 감추고 있습니다.

 

 

어제 회식으로 정신줄을 놓아 버려서 백운산행은 자연스레 취소되었고 주변 산으로 대체합니다. 운동을 게을리 했던 것은 아니지만 아웃풋보다 인풋이 많았으니 체중 증가로 몸이 둔해져 있어 강도를 높입니다. 길섶에 핀 야생화 하나도 어여쁜데 무덤가에 피어난 보랏빛 엉겅퀴가 이렇게나 예쁘게 군락을 이뤘습니다.

 



애초에 나의 건전한 생각과 실천력이 좋았습니다. 점심의 뼈다귀해장탕에는 기어코 소주를 배석시켰고 커피 한잔의 여유 속에서 오늘 하루를 잘 즐기는 것으로 타협을 했습니다.

 


5월은 붉은 계절입니다. 민주화운동에서 흘린 피와 뜨거운 열망의 5월에는 넋을 위로하듯 붉은 장미가 본격적으로 피어나는 계절입니다.
이사 전에는 집 앞이 장미공원이었는데 지금은 여행지가 되어 있습니다. 폐속 깊이 들어오는 장미의 향에 마취되어서 몸이 붕 떠오르고 온갖 빛깔의 장미꽃밭 속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개량종이 화려한 모양과 빛깔로 치장했지만 농익어 꽃잎을 떨구고 있고, 울타리에 걸쳐진 토종의 장미넝쿨꽃의 자태가 더 곱습니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서천변을 찾았지만 양귀비꽃은 없고 장미공원의 개화는 이릅니다.

 


요즘 술만 마시면 "도심의 터"에서 모이자는 친구로 인해 구옥을 찾는데 프라이빗한 공간에 열려 있는 방문으로 물소리가 들려 오는 정원이 격을 높여 줍니다. 홍어회는 딱 소주 한 병에 막걸리 한 병이면 족할 양이고 배불러서도 못 먹겠습니다.

 

 

 

친구가 점점 없어지고 활동 범위가 좁아지고 있는데 이렇게 부부가 하루를 오븟하게 보내는것도 복이고 소소한것에도 감동해주는 마눌있어 난 참 행복합니다.

** 망운산 늦은 철쭉 산행 **

-.일자 : 2025년 5월 7일

-.코스 : 화방사-화방고개-망운산철쭉동산-망운산주봉-망운산상봉(방송탑)-망운고개-망운사-화방사(8km/3시간20분)

 

서해랑길이 철쭉의 개화기와 겹쳐서 급하게 날짜를 잡았는데 유독 봄비가 잦습니다. 작년만 해도 우중에서도 황매산을 찾았었고, 몽환적인 분위기에 도취되어서 수분 매개체를 자처하며 꽃밭을 누볐었는데, 어제는 일기예보만을 검색하다가 포기해 버렸기에 실행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가까운 망운산을 찾습니다.


비는 그쳤지만 안개가 사위를 감추고 있어 매우 우중충한데, 차에서 내리지 못하고 있던 여인 하나가 뒤를 따라 올라와 여간 신경이 쓰인 게 아닙니다. 초파일이 지난 화방사에는 연등만이 매달려 있고, 유골을 안치한 봉안당이 산자를 긴장하게 만듭니다.

 


대나무숲을 벗어나면서부터 능선의 거친 오름길이 시작됩니다. 주민들의 식수원으로 계곡의 등로를 돌려 놓은 것인데, 능선상에 돌출된 잔돌이 이렇게나 많고 거친 곳은 몇 군데 보질 못했습니다. 걸려 넘어지지 않으려고 발밑만 집중해야 하여 몰입도는 있지만 푸르름이 짙어가는 5월과의 친밀도는 없습니다.

 


망운고개에 올라서자 시야가 밝아졌고, 부드러운 흙길이 되면서 신체의 자유를 얻었습니다. 자연은 초록으로 물들었고 선선한 바람도 불어오고, 대지는 점점 따스해지고 있어 한결 산행의 여유가 생깁니다. 싱그러운 초록에서 여유로움이 생기고 생명의 기운을 느껴가는 산행이 나를 재생시켜 주는 것 같아서 참 좋습니다.

 


차량이 올라오는 공터의 철쭉 전망대에 올라섭니다. 헉헉거리는 숨과 흐르는 땀방울은 내가 살아 있음을 증명하고 있고, 이러한 꾸준한 운동이 나의 삶을 지탱해 주고 있습니다. 진분홍의 철쭉이 능선을 물들여 놓았는데, 막상 마주한 꽃잎은 시들고 떨어지고 있습니다.

 


철쭉꽃이야 우리 아파트의 조경에 활짝 피어나 있고 사촌 격인 연산홍은 거리에 지천이기에 이런들 저런들 상관없이 좋기만 합니다. 

 

 

신록의 산하와 대비되어 펼쳐진 화원이 경이롭기만 합니다.

 

 

 어제 황매산을 약조했던 친구는 지금 아들과 황매산에 있고 나 홀로인 게 조금 아쉽긴 하나 실행력에 만족합니다.

 


위로 올라설수록 어째 꽃 상태가 더 안 좋아지고 있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방치되다시피 했던 군락지에 잡목이 정리되어 있고 빈 곳은 식재까지 해 놓아서 내년에는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종소리가 철쭉 터널에서의 망중함을 깹니다. 뱀이나 동물들을 쫓는 게 아니라 내가 여인에게 뒤를 쫓겨서 괜시리 바빠지고 있습니다.

 

 

 

 


사진을 찍으며 간격을 벌려 보려 해도 꽃을 바라보는 것은 같은 마음인지라 불편함 속의 철쭉 산행은 망운산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운해는 연기처럼 퍼져서 남해읍을 감추고 광양만을 지워 놓아 볼거리가 없는데, 방송탑으로 이어진 능선을 물들여 놓은 철쭉이 멋집니다.

 


관음봉의 바위에 여인이 올라섰고 새는 감시 드론처럼 치솟아 올랐다 사라질 뿐 적막하기만 합니다.

 

 

관음봉에서 바라본 능선은 수목 한계점마냥 나무들이 없이 초록의 풀과 관목들뿐이라 이색적이고 산비탈에 연분홍의 철쭉이 색칠을 해 놓았습니다. 햇살에 그대로 노출되어도 시야가 탁 트여서 시원하게만 느껴지는 풍경입니다.

 


이 철쭉 군락지에는 억새와 관목의 저지선이 있어 접근이 쉽지 않아 관광용으로만 지나쳐서 산불 감시 초소에 올라섭니다. 

 

 

여수의 사라진 해안선 사이를 배가 하얀 물줄기로 가르고 있고 제철소와 이순신대교는 상상으로 그려 넣습니다.

 

 

임도로 되돌아 나오며 바라본 철쭉군락지는 사람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아서 그렇지 온통 진분홍입니다.

 

 

파란 하늘에 구름 떠 있고 분홍색만 있으면 그려지는 단순한 풍경이지만 그림대회에 나가면 유치원생이나 일반인들 누구나도 입상할 것만 같습니다.

 

 

 망운고개에서 망운암으로 내려가는 초록초록했던 길이 너덜길로 바뀌어 조심스럽습니다.

 


망운산 아래 망운암에는 스피커에서 불경만 흘러나올 뿐 인적이 없고 나 홀로 길은 하산 시까지 계속됩니다. 

망운암

 

 

이 산에 와서는 항상 그렇습니다. 뭐가 그리 급한지 산에서 즐겨 보고자 왔는데도 딱히 쉬지도 못하고 챙겨온 점심을 그대로 가져 내려갑니다.
숲은 초록빛으로 환해졌고, 거친 돌길은 여전히 식은땀을 솟게 만듭니다. 오늘 기대하지 않았던 철쭉도 잘 봤고 운동도 적당히 했으니 어제 못 만났던 친구들과 시장에서 막걸리도 한잔해야겠습니다.

화방사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암 월출산 산행  (1) 2025.05.27
광양 백운산 산행  (5) 2025.05.25
사자산 & 일림산 철쭉 산행  (1) 2025.04.29
창원 천주산 산행  (3) 2025.04.06
광양 매화마을(쫓비산)  (0) 2025.03.13

*** 서해랑길 도장찍기(서해랑길 47코스,서해랑길 46코스) ***
-.일자 : 2025년 5월 3일

 

=== 서해랑길 47코스(변산해수욕장-격포항 14.3km) 중 일부 ===

펜션이 복층 구조이고 2층을 선점한 몰빵의 코 고는 소리가 주변의 소음을 흡수해버린 듯 옆에 주군의 숨소리가 새근거리는데 어쨌든간 날은 밝았습니다. 왜 이놈의 일기예보는 틀리지도 않고 모처럼의 서해랑길을 방해하는지, 거리가 휑하고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광양에서 출발하는 김 하사의 도착 시간에 맞춰 라면을 끓이고 소주로 경직된 근육들을 풀어 서해랑길 투입에 준비합니다. 조력자가 있어 출정 행사가 좀 길어졌고, 하필이면 송포항 직전의 산속에다가 필수 코스를 만들어 놓아서 방향 감각의 상실로 주변만을 맴돌다가 시간을 허비합니다.

 

 

바닷가라 비바람이 몹시도 몰아치고 있어 김 하사님의 눈길이 우리를 쫓고 있습니다. 어차피 흐려서 볼 것도 없어 차라리 걷는 게 편한데, 숲속은 바람이 없어서 걸을 만합니다. 

 

 

바람의 마중과 함께 백사장이 길게 펼쳐집니다. 비에 젖은 나그네들은 펜션의 온기가 그립고, 일상에서 벗어나 고기를 굽고 이야기를 나누는 캠핑카의 낭만이 우릴 더 초라하게 하는 해변입니다.

 


완충 지대를 벗어나자 다시금 고사포 해수욕장입니다. 고사포 해수욕장에 야영장이 생기기 전인 소나무만이 빼곡했던 때부터 이곳을 다녔던 터라서 이곳은 살갑지만, 그때를 회상해볼 여유조차 없이 텐트 존의 미로를 헤쳐 나갑니다.

 


이곳의 철조망은 텐트장의 영역 표시인지 군사시설의 유물인지가 궁금합니다. 해수욕장 출입이 자유로운 이곳에서 철조망은 과거 해안경계 등의 군사적 목적으로 설치된 것인데, 폐철로처럼 남아 경관을 해칩니다.

 


마눌님이 고생하지 말라고 방수 신발을 사주었는데 발등이 아파 고문 수준이라서 김하사의 신발로 교체했지만 전달된 통증은 그대로입니다. 짝짝이 양말을 신어도 발에 물집 하나 없이 쌩쌩한 주근이 부러워집니다.

 

 


바다는 비를 포용했고 우리는 비를 튕겨 내고 있습니다. 성진항에 정박된 배들은 긴 여정 끝에 찾아온 안식처처럼 평온해 보이고, 김하사는 우리의 보호자처럼 적시적소에서 기다리고 있어서 촉촉히 젖어든 몸을 차에 실습니다. 필수 경유지 3개를 찍었고, 오름길의 계단에는 수문에 몰린 물고기 떼처럼 도보꾼들이 있는데, 차로 이동하면서 해변로와 나란히 하고 있는 서해랑길에 드문드문 보이는 사람들이 부러운 건 왜일까요?

 

 

=== 서해랑길 46코스(격포항-궁항-해양수산-도정리 모항 10.1km) 중 일부  ===
적벽강에서 내립니다. 비는 의지를 시험하려는 듯 거세졌고, 후줄근한 우릴 바라보는 김하사의 눈길은 더 애처롭습니다. 붉은 색을 띠어야 할 적벽은 비에 젖어 시커멓고 경치도 별로인데, 당나라 성을 쓰는 주군이 뜬금없이 적벽강을 아느냐 묻습니다. 나도 삼국지에서 연합군이 바람이 부는 날 불화살과 불붙은 배로 조조군을 격퇴시킨 것쯤은 알고 있지만, 전통파 김씨이기에 말을 안 섞습니다.

 


서해랑길은 노랗게 유채꽃이 핀 수성당으로 들어가며 관광객들과도 함께 합니다. 이곳 용왕과 산신을 함께 모신다는 수성당은 부안 여행 시에 나의 산보 코스나 다름없는 곳입니다. 자연의 신 앞에서 한없이 나약해져 있어 부들부들 떨면서 고개를 푹 숙이고 앞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한 채로 후박나무 군락지를 지나 도로에 합류됩니다. 숙박형 프로그램도 있다는 변산반도생태탐방원을 찾아들기엔 우린 지금 너무 젖어 있습니다.

 

 


소노벨변산을 지나고 있고 곧 채석강이 있는 격포해수욕장입니다. 군산에 동생이 거주하고 있어 대명콘도 때부터 애용했던 소노벨변산은 매우 친숙하여 로비에서 커피 한잔하며 몸이라도 녹이려 했지만, 나의 의견에는 기피 현상이 있는 친구들이라 그냥 지나쳐 버립니다. 

 

 

김하사가 대기하고 있을 격포항 주차장이 지척에 있으니 괘념치 않고 여인네 동상이 있는 해넘이 전망대를 넘어 격포해수욕장에서 또 하나의 코스를 마무리 짓습니다.
바다와 함께하는 제대로 된 서해랑길이나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어 괜히 격포항을 기웃거리다가 여객터미널에서 찻길이 막혀 되돌아 나와 해변길이 아름다운 궁항과 연포해수욕장을 차로 잘라 먹고 전북해양수련원으로 들어갑니다.

 

 

 

 


해변에는 솔섬과 해넘이 전망대가 있고 마실길과 함께 하는 길은 모항까지 4.7km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차에서 덮여진 몸이 훅 달려든 냉풍에 온몸이 떨려 와 앞만 보고 걷기 시작합니다. 그렇잖아도 알코올 주입이 안 되면 말수가 적어지고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 지켜가고 있는데, 이젠 제 살기 위한 생존 본능으로 각개전투가 되어 도로에 올라섭니다.

 

 

조망되는 해안들은 어느 동남아의 휴양 분위기이고 몰빵은 프라이빗 해변을 가지고 있는 싱그릴라펜션 앞에서 기어코 머리에 꽃을 꽂고 경관 쉼터에서 박쥐처럼 날개를 펴고 있습니다. 그래, 미치자. 제정신이 아니어야만 이 현실에서 헤어날 수가 있습니다.

 

 


도로에서 해변으로 내려가고 데크와 흙길의 고운 해변로를 따라서 전망대를 만납니다. 평소라면 술 한잔 나누며 풍월을 읊거나 오침 때리기 딱 좋을 장소입니다.

 

 

모항해수욕장이 펼쳐지며 모항전망휴게소에 올라서고 보니 아무래도 지금쯤이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서 종점인 대항리에서 기다리고 있을 김하사를 호출하여 점심을 겸해 에너지 충전으로 몸을 덮입니다.

 

몸은 생각과는 달리 비를 피하고 온기 속의 휴식에서 안락함과 편안함에 적응을 하여버려서 더 이상 진행하는 의지력을 상실하였습니다. 김하사는 한 구간이라도 더 진행시켜 보려 했지만, 즐기자고 왔다가 죽자고 진행을 했다가는 아예 주저앉을 수도 있기에 우리들의 노쇠한 몸이 이끄는 본능에 결국 귀가로 결정을 봅니다.

 

 


귀가의 이동거리가 짧아졌지만 그만큼 긴장도가 떨어져서 전부 기절하다시피 졸다 보니 순천이고, 가계의 브레이크타임을 밀고 들어가 염소탕으로 2박 3일의 해단식을 합니다. 길 위에서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고,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이렇게 팔도를 유랑할 수 있는 것은 전생에 무언가 하나로 엮여진 그런 인연이지 싶습니다. 기적은 하늘을 나는 게 아니라고 땅에서 걸어 다니는 것이라고 했으니 우리 또 기적을 실현하기 위해서 다음에 또 걸어야 겠습니다.

 

*** 서해랑길 도장찍기(서해랑길 49코스,서해랑길 48코스) ***
-.일자 : 2025년 5월 2일

==== 서해랑길 49코스(부안군청-부안신재생에너지테마파크 19km)  중 일부 ====

해는 어느 곳에서나 뜨기 마련이나 올해 들어선 우리보다 빨리 떠 있는 건 또 처음이지 싶다.

 


편의시설 없는 만경평야를 분석하면서 숙박과 민생고를 해결할 수 있는 부안읍을 선택했었기에, 호텔 바로 앞 식당에서 애호박국밥으로 조식을 먹고는 곧바로 택시에 올라 서림공원과 매장공원을 건너뛰고 부안 구암리 지석묘까지 순간 이동을 한다. 비록 김하사의 조력이 없지만 우리는 환경에 맞춰 새로운 것에 적응하고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경험을 활용하는 학습 능력이 있음을 증명한다.

 

 

필수 코스 하나가 찍히고 고인돌 공원으로 들어가자 주군은 사후 무거운 돌 대신 화장을 해달라고 부탁을 하여 수명의 서열을 확실하게 인정받았다. 

 

 

마을 구경을 시켜주고 나온 도로는 자연스럽게 농로로 이어진다. 농토에 젖줄인 수로가 냇물처럼 넓고 양쪽의 공유 땅은 밭이 되어 있는데 이쪽에서는 힘깨나 쓴 사람 일거라는 우리끼리의 판단이다.

 

 

전국토를 연결하는 코리아둘레길이니 만큼 연결로가 필요할 것이고 궁리 끝에 안전이 확보된 이런 길은 자연스러운 선택이겠지만 농로와 수로만을 따라가는 길은 돌을 옮기는 시지프스의 형벌처럼 의미 없는 반복적인 행위이고, 농부들에게는 배짱이의 한량처럼 비쳐질 것만 같다. 그래도 이런 걸음들이 우리들에게는 삶을 지탱하는 근원이 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기에 길 위의 깨달음이다.

 

 

쉼터 하나가 없어 술 한 잔을 나누지 못하지만 밀착된 시간만큼 동지애가 깊어지고 서로 간 의지가 된다. 카톡의 짧은 단편적인 정보로 자기식 해석에 의한 오해도 해소시켜 가며 우리 앞에 남은 세월을 재설계해보는 소중한 시간이다.

 

 

굴다리를 넘어 꽃들이 예쁘게 피어 있는 마을로 들어간다. 안쪽에 등용성당이다. 성당 안에서 구원의 길을 찾은 몰빵은 화색이 돌아왔고 수선화꽃과의 눈맞춤에서 영원히 맑아져서 서해랑길로 되돌아온다. 호랑이 새끼 같은 고양이가 앞서가다 풀숲에 숨어버리고 고랑에는 미나리가 가득하여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이 연상된다. 

 

이곳에서의 농사는 파밭도 양파밭도 대단위라서 괜히 언덕 위에 트랙터도 위풍당당하게 멋져 보이는 곳이다.

수로와 함께하는 길이다.

둠벙에는 수경재배를 한 듯한 수생식물이 가득하고 물을 퍼내 물고기들의 은신처를 습격하잔 작당 모의를 한들 우린 어제 날 잡아가란 잉어도 그냥 두고 와 별의미가 없다. 이젠 주군이 생리현상으로 고독의 시간을 가진다.

 


햇살은 따스해졌고 초록빛 풀과 야생의 꽃들이 어우러진 대지에는 생명력이 가득하여 마음은 상쾌하지만, 너무 단순한 풍경 속에서 부안 신재생에너지 테마파크의 풍력 발전기가 눈길을 끈다. 너른 들판에 배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함인지 수로가 깊어 경운기와 펌프 등이 설치되고 논의 배수관 덮개는 생뚱맞게 높게 설치되어 있다. 

 

조금이라도 거리를 단축해 보려고 논둑을 가로질러 걷는 주군이 선두 지휘를 하여 마을을 벗어난다. 변산 바다로 국도 아래 버려진 쓰레기에는 담금주 병이 있어 몰빵의 눈초리가 달라졌으나 행동은 없어 다행스럽다. 

도로는 사방 넓고 집 한 채가 없는 곳에 서해랑길 안내도가 있고 월포 경로당과 유리창까지 달린 정자가 있다. 너무 이른 시간에 단축 48코스를 마쳤고 쉼터가 있어 우리들의 주특기인 오침의 최적 장소이나 청결도가 영 거시기하여 기웃거리다가 만다.

 

 

 

=== 서해랑길 48코스(부안신재생에너지테마파크-변산해수욕장 9.8km) 중 일부 ===

 

48코스는 이곳 부안 신재생에너지 파크에서 변산 해수욕장까지 9.8km로 짧고 변산 해수욕장에 코지 캐빈을 사전 예약해 두었기에 더 진행할 수도 없는데 현재 10시도 안 되었다. 건물들이 번듯할 뿐 인적 하나 없는 휑한 신재생센터는 마땅히 머물 곳도 없어 전시관 건물을 지나 버스가 정차되어 있는 새만금 메타버스 체험관으로 들어간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기 등의 실습 프로그램이 있다는데 많은 학생들로 인해 체험 예약은 받지 않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우리들에겐 관심사 밖이라서 야외 쉼터로 옮겨 휴식을 한다. 비 내리는 어제와는 달리 주변에는 온통 봄꽃들로 봄내음 물씬 나고 햇살이 쏟아지고 있는 양지바른 곳은 모두를 눕게 했는데 주군의 드러난 짝짝이 발가락 양말은 손이 많이 가는 나잇대임을 말하고 있다.

 


오늘은 엄청 시간이 널널하다, 그냥 저냥 늙어가도 좋고 이렇게 시시하게 서해랑길을 이어가도 나쁠 것 없다. 다만 무뚝뚝한 머시마들의 침묵을 깨우고 동심을 찾기 위해 편의점을 찾아보나 휑한 사무실뿐이라서 그냥 나온다.

 

 

역대 잼버리 대회 개최탑은 왜 여기에 있는겨?

 

 

도로로 나오자 칼국수집의 입간판이 부안에 진입했음을 알리고 주군의 생리 현장으로 버스 정류장에서 쉼을 하는데 하필이면 차가 그곳으로 진입하더니 정차를 하고 여성 운전자가 나온다. 뻔뻔한 주군은 그냥 추스르고 일어서는데 어째 지켜 보고 있는 우리의 얼굴이 화끈거린다

 

 

굴다리를 통과하여 구도로를 따르는데 우리에게 자유로움을 안긴 변산로와 나란히 하고 있는 변산 바다로의 잼버리 공원 졸음 쉼터가 여느 휴게소만 하고 잼버리 공원 정자와 조형물들이 조망된다. 23년 8월의 뜨거운 햇살에 새만금 잼버리 대회가 그대로 노출되었을 새만금 간척지가 펼쳐진다.

 

 

이젠 종점까지 7.2km 밖에는 남아 있지 않고 비웠으니 채워야 하는데 대광 슈퍼의 가성비 대신 럭셔리한 조개 칼국수집이다. 관광지라 그런지 이른 시간임에도 문을 열었고 손님들도 연신 찾아 들고 있어 이곳이 맛집인가 본데 조개 무침은 안주용으로는 뭔가 부족하여 만두를 추가시킨다. 뽕주를 제조하여 뽕 갈 때까지 마시고 햇살이 가장 강한 대낮에 서해랑길을 나서지만 우리들뿐이라서 위장을 안 해도 된다.

 

 

끝이 없는 간척지의 벌판이 펼쳐지고 있고 갯벌에 뭔 장승같은 전시물들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젠 관심사가 아니다, 도로를 건너야 되는데 주군은 실익 없이 신호등과 대치를 하고 있어 이참에 버리고 간다. 

 

 

뭐여? 왜 꽃이 분홍색이여... 처음 보는 꽃이라 이것에는 눈길이 간다.

 

 

새만금 방조제는 부안 변산면 대항리에서 군산의 비옹도를 잇는 33.9km의 방조제인데 김제와 부안을 삥 둘러서 진행을 해왔었어도 저 방조제를 걷지 않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다. 새만금 홍보관은 점심시간이 휴관이라 야외 화장실만을 이용하고 곧바로 나와 국립 새만금 간척 박물관을 마주한다.

 

 

우리나라와 세계 여러 나라의 간척의 역사와 문화를 알 수 있는 국립 새만금 간척 박물관은 가을 구절초 마냥 하얗게 피어 있는 야외 꽃구경으로 대체한다. 

 

 

 

 

기온도 많이 올랐고 마실 길의 샛길을 따르다 올라선 도로가 쉽지 않다. 종점이 1km 밖에는 안 남았고 모처럼 제대로 코스를 완주할 수 있는 기회지만 갯벌로 유도된 안내판을 개무시하고 도로만을 따르다 보니 그렇게 애타게 찾았던 쉼터도 우회하여 버리고 만다. 하여간에 뭔 구신들이 들었는지 내가 하는 말은 죽어라 반대로만 움직이고 있다. 

 

 

이번 구간에 제대로 된 바다가 펼쳐지고 있고 모래사장에는 갯벌 체험으로 사람들이 따개비처럼 붙어 있다. 

 

 

도로에 우리들이 그토록 갈구하던 변산 낙조 공원에 정자가 있지만 출입 금지 줄이 쳐져 있어 서해랑길 안내판에서 48코스를 클리어 하고 각자가 쉴 곳을 찾는다.

 

 

 

 

 

저 해수욕장에 펜션이 있는데 입실을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 해수욕장에 내려서는데 밀물에 밀려난 갯벌 체험객들의 수확물이 솔찬하여 그저 놀고만 있었던 게 아님이 증명된다. 엄청스레 시간이 남은 우리도 저 체험이나 해보자는 의견은 당연스레 패스되었고 물욕 없고 술에 대한 욕심만 있는 우리는 펜션 앞의 편의점으로 스며든다. 

 

 

토박이들과 자연스레 합석이 이뤄진 자리는 흥겹고 저 에너지들이 일상생활에서도 계속될까 싶을 만큼 보통의 입담들이 아니다. 서해안을 대표하는 이 해수욕장이 국립공원에서 해제되면서 땅값만 올랐다는 한탄은 유익한 정보다. 

 

 

그저 헤헤거리다가 펜션에 입실을 하여 주군은 주특기인 잠자기 신공을 펼치고 몰빵과 두리서 해변을 거닐며 변산 노을 바다 전망대를 다녀와 김치찌개로 회포를 푸는데 뒤늦게 합석한 주군의 계란찜은 단순했던 오늘의 서해랑길에서 하나의 해프닝이 된다.
우리가 숱한 날 숱한 밤들을 함께 지내고 있음에도 맞지 않은 롯또와 같은 부부의 인연으로 만났는지 아직까지 식성 하나가 맞는 게 없다.

 

 

 

 

*** 서해랑길 도장찍기(서해랑길 52코스,서해랑길 51코스, 서해랑길 50코스) ***
-.일자 : 2025년 5월 1일

=== 서해랑길 52코스(새창이다리-심포항 18.4km) 중 일부 ===

계절은 빠르게 흘러갑니다. 1800km의 서해랑길을 시작했을 때가 22년 11월 24일이니, 한시도 머물지 않는 계절의 변화에 자연의 위대함이 새삼 느껴집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4월이 마무리되고, 장미의 계절인 5월의 첫날이자 근로자의 날에 서해랑길을 출발합니다. 그 사이 김하사의 차량이 바뀌였고, 주군의 야근 퇴근과 동시에 출발하여 계획하였던 정확한 시간에 픽업들이 이루어져서 출발이 좋습니다.

 


여지껏 태안을 벗어나지 못해 애를 먹었었는데 짐검다리로 남아 있던 군산까지를 깔끔하게 연결하여 이제부터는 전라도권이라서 이동 시간이 단축되었고 53코스의 새창이다리에서부터 역행으로 이어갑니다.
일상에 익숙해지면 늙습니다. 우리에게도 새로운 변화가 있어 그동안 고집하였던 코스 완주라는 무기력증에서 벗어나고자 필수코스와 완주를 병행하는 인증으로 바꾸었고 올해 내로 완주를 목표로 세웠는데 이건 바램입니다.
우리들의 퇴직과 함께 김하사까지 휴가를 부담해야 하는 부담감이 너무도 크기 때문입니다.


김하사의 차는 편리함을 기동성과 바꾸었습니다.
만경강을 사이에 두었던 54코스를 이어가고자 마을길로 접어들었는데 차폭이 길어서 골목길에 막혀 버려 어쩔수 없이 농로를 통해 서해랑길로 접근합니다.

 


바람이 몹시 불어 보리밭에는 파도처럼 물결이 일렁이며 지구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해저드 같은 수로가 만경강과의 경계를 가르며 이어지고 있고, 푸른 산하를 하얗게 까뒤집어 놓던 바람은 기어코 비를 데리고 왔습니다.

 

 


허허벌판에서 비를 피할 수는 없고 냅다 뛰었습니다. 차가운 비바람은 주군도 뛰게 만들었고, 젖어드는 옷이 레깅스가 되어서 종아리를 압박합니다.

 


진봉면의 마을정자에서 비를 피하면서 이때쯤이면 김하사가 달려올 거란 기대감을 가졌지만, 지역 편차가 있는 스콜성인 탓에 비는 곧 그쳤고 의지의 시험에서도 벗어났습니다.

 


시골 마을들이 그렇듯 폐가들이 많고 인적도 없는 마을을 빠져나왔고, 고사교회가 수호신을 자처했습니다. 

 

진봉방조제가 광활한 갈색의 억새밭과 푸른 물결로 출렁거리는 논을 가르며 이어져 있고, 바람과 맞짱을 뜨고 있는 팔랑개비들은 삐거덕거리며 위태롭습니다.


뭐든 입에 넣고 보는 몰빵에게 찔레가 걸려들었습니다. 봄의 새싹들이 다 식용이 가능한 게 아니라 독성이 있는 것들도 있는데, 저렇게 튼실한 걸 보면 내성이 생긴 듯합니다.

 

비가 그치며 바람은 드라이어기가 되어서 옷을 말려 주었고, 신선하게까지 느껴지고 있어 기분 좋은 힐링의 길입니다. 강물을 보여주지 않은 드넓은 갈대밭은 순천만과 비교가 안 될 만큼 광활하고, 논에서나 있을 법한 공룡알이 널려 있습니다.

 


뚝방에 자라난 풀들을 맑끔하게 정리해 놓았고, 차량 진입 금지 경고판은 그동안 마구 달리고 보는 김하사를 염두한 것만 같습니다. 새만금바람길과 함께 하고 있는 서해랑길은 야트막한 산으로 이어집니다.
푸른 새싹들이 싱그러운 길이고 군초소들이 군데군데 있습니다. 보이지 않았던 강줄기가 펼쳐지고, 살결에 닿은 바람이 끈적거리더니 기어코 비를 쏟아내며 비상 대응 능력을 시험하였고, 나무 밑으로 뛰어 들어 여린 새싹을 가림막으로 이용합니다.

 

 


뚝방에 사람들이 포착됩니다. 연령들이 있어 보이는 단체인데 배낭이 없는 우리가 회피를 하여 인사만 건네고 지나칩니다. 언덕에서는 소나무를 흔드는 바람소리가 거세고, 막상 올라선 조망대는 바람길을 돌려 놓고 아늑하게 우릴 맞이합니다.
망경강은 물안개에 지워져 바다와의 경계를 지웠습니다. 

 

 

 

 

망해사로 내려가는 길목에는 연분홍의 겹벚꽃잎이 뿌려져 있고 아래에는 망해사의 지붕이 보이는데, 비를 흩뿌리고 지나간 지금의 분위기는 한적한 고갯마루에 성황당만 같아서 내려갈 생각은 없습니다.

 



진봉산 전망대는 올라봐야 보이는 게 없기에 패스입니다. 평야가 대부분인 이곳에서 야트막하지만 이 진봉산은 산책코스로 애용되는 듯 길이 무척이나 좋고 운치도 있습니다.
숲이 검어지면서 비가 쏟아지고 천둥 번개까지 합세하여 위협하니 가진 게 많은 주군은 삶의 애착에 날다람쥐처럼 내빼버리는데 속도가 우사인 볼트 급입니다. 그렇다고 비 사이를 뚫고 갈 수는 없어 진봉산을 내려설 때는 이미 다 젖어 버렸고, 음식점의 처마 밑에서 쏟아지는 빗줄기를 망연히 쳐다만 보다가 김하사의 차량에 올라 심포항으로 이동하여 스탬프를 찍습니다.

 

 


이젠 이 시스템도 익숙해졌고, 김하사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져서 미리 예약해둔 중식집에서 해물짬뽕으로 점심을 먹습니다. 순간이동을 해왔고, 낯선 공간에서 타인들과 섞여서 먹는 식사는 여행의 기분을 들게 만들었고, 뿌옇게 흐려진 창가로 보이는 강은 아련한 향수를 가져다줍니다.
같은 마음 같은 뜻으로 하는 사람과의 식사에는 만두 하나도 나눠 먹는 챙김과 정감이 있습니다.

 

 

=== 서해랑길 51코스(심포항-동진강휴게소 23.4km) 중 일부 ===
군대에서 5보 승차처럼 자동 차량 탑승을 하여서 필수 경유지를 찍기 위해 이동합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민망했던 것도 이제는 자연스럽습니다. 우리나라 최대의 평야 지대로 산 하나가 걸리지 않은 지평선이 펼쳐져 있고, 밀과 보리밭이 초원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지금으로선 이런 곳을 처음부터 마냥 걷는다는 건 또 무슨 의미일까도 싶습니다. 

 

 

기상대가 단합대회 날도 예측 못한다는 일기예보가 요즘은 정확하여 봄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수교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서 주군은 일회용 우의를 몰빵은 3천 원짜리 판초우의를 챙겨 입었고, 나는 메이커 방수 옷을 입고 필수 코스 인증에 나섭니다.

 

 

푸르른 초원이 펼쳐집니다. 고창의 청보리밭이 관광지가 되고 있는 요즘에서 그저 오는 풍광은 호사스럽지만, 드넓은 들판에 일직선으로 된 농업로는 공사 중이라서 걷는 게 조심스럽습니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청보리밭에 숨결을 불어넣고 있고 이런 싱그러움이 넘실거리고 있는 들판을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길이지만, 너무 단순함은 정신을 멍하게 만듭니다.

 

 

지평선에 다릿발이 걸리고 마을에 교회의 첨탑이 솟아 있는 지극히도 농촌스러운 풍경입니다. 수로에는 안전 확보와 보행자 보호를 위해서 핸드레일이 설치되어 있고, 이는 통행자 하나가 없는 곳에다 핸드레일을 설치하는 회사의 시스템과도 유사합니다.

 


푸른색 도화지와도 같은 들녘에서 걷고 있는 건 오로지 우리들뿐이지만 긴 세월을 같은 마음 같은 뜻으로 함께 하고 있다는 건 행운입니다. 비를 맞으면서까지 걷고 있는 게 미친 짓 같지만 토닥거리는 비는 오히려 스트레스 해소가 되고 우리들만의 색다른 경험입니다.

 

 

멀리 거리를 두고 서로 각자가 걷고 있지만 말보다는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는 지금이 좋습니다.

 

 

해창마을버스정류장이 비를 피할 수 있는 장소가 되었고 동진강의 지류인 원평천의 해창관문을 지나는데 물가에서 새들의 노림이 포착됩니다. 배수관문이 닫혀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잉어들이 헐떡이고 있고 새는 덩치의 위압감에 난 내려갈 방법이 없어 주변만 배회하다가 포기를 하고 마침 마중을 나온 김하사에게 인계를 하지만 어느 쪽이나 뾰족한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

 

 

김하사는 농로로 우리는 뚝방길을 택해 평생선을 그으며 51코스 종점을 향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평선이 보이지 않은 김제평야 입니다. 그동안에 간척지 등을 지나 오면서도 이런 광활한 농토는 지겨움의 대상이었는데 푸르른 들녘이 기분을 상쾌하게 합니다.

 

 마을정자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하사는 비에 젖은 우리가 측은하게 보였던지 승차를 권하나 우린 얼마나 빨리 가느냐보다는 어디를 향해 가느냐가 중요하고 아직 필수 경유지가 남아 있습니다.

 

 

황해로 흘러드는 동진강이 곁에 붙고 배수관문이 카페처럼 우뚝 서 있는데, 알콩쌀콩교류센터는 왜 이런 곳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차 소리를 따라서 동진대교가 흐릿한 강을 가르고 있고 도로가에는 서해랑길 안내판이 있습니다. 인증을 남겼으나 아쉽게도 우리들의 주유소인 휴게소가 길 건너편에 있어 대기하고 있던 김하사의 차에 올라 김제와 부안을 잇는 동진대교를 넘어 50코스의 중간지점인 고마제까지 순간이동을 합니다.

 


=== 서해랑길 50코스(동진강휴게소-부안군청 10.8km) 중 일부 ===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 중 하나로 사적지로 지정되었다는데 산이 없는 평야에 있어 조금은 생뚱맞게 느껴지고 필수 경유 지점을 지나치고 있어 차를 급하게 세워서 고마저수로 들어갑니다. 

 

 

저수지가 제법 넓습니다.

 

 

 

 

수면에 빗방울이 토닥거리고 있는 호수를 빠져나와 작은 고갯마루를 넘어 도로를 따라서 신흥마을을 접하는데 저 백로와 왜가리들의 먹이사슬이 어떻게 되는지 나뭇가지마다에 집을 지어 놓아서 나무들이 고사되고 있습니다.

 

 

 


 마을을 비켜나 봉황교차로를 삥 돌아서 납골묘를 지나 도심지를 향해 들어갑니다. 

 


언덕배기에 올라서자 한옥의 부안 선은재 카페에는 둥그런 달이 떠 있고 닭구이로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어 저곳에서 몸을 녹이는 불멍에 한잔술로 여행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전원주택지 같은 마을길을 지나 신석정고택을 앞에 둔 시공원의 정자에서 촉촉해진 신발을 벗고 휴식을 취합니다.

 

 

날씨가 추워 쉬는 것도 쉽지가 않아 그냥 대로를 따라서 이동합니다. 지역축제를 알리는 깃발들이 감성을 건들지만 도보꾼이자 이방인인 우린 할 일이 있습니다.

 

 

군청의 건물이 꽤나 커서 두루누비의 앱을 따라서 서해랑길 안내도에서 종지부를 찍습니다.

 

 

역시나 김하사는 적시적소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군청 앞의 식당에서 삼겹살을 안주로 오늘의 완주 축하와 함께 석별의 자리를 마련합니다. 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날에는 따뜻한 불판에 구워 먹는 돼지고기가 최고지 싶습니다. 위로와 관심을 전하는 말로 밥 먹자란 것만 있을까요? 그나마 저녁을 함께 먹고는 김하사와 헤어져서 모텔에 아지트부터 구축합니다. 

 

 

우중충한 날씨지만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서 선술집에서 취침주를 하고 이른 잠자리에 듭니다.
나이는 세월을 비켜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월의 흐름 앞에서 우리들의 일탈도 일상도 점점 단순해져 갑니다.

 

 

 

*** 사자산 & 일림산 철쭉 산행 ***

 

-.일자 : 2025년 4월 29일

-.코스 : 용추계곡-제암산자연휴양림-사자산-골치-일림산-용추계곡

 

전국에 산불이 도깨비불처럼 날뛰면서 지인의 본가를 다 태워버려 안타까웠는데, 또 대구 함지산에 대형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지면서 진화 작업이 진행 중이라니 산행을 나서는 게 무척 조심스럽다. 

마음은 다 같은지라 산악회들도 잠잠하고, 홀로 조용히 다녀오고자 일림산 입구에 들어서는데 그래도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어 안심이 되었으나 용추 주차장에는 차량 하나가 없어 불안스럽긴 마찬가지다.

 

 

용추 주차장에서 농로를 따라서 제암산 휴양림으로 이동한다. 벌써 논에는 벼가 심어져 있고 생뚱맞은 나의 등장이 주민들에게 걸려 들어서 강제 브리핑을 받고 이동을 하는데 저분들이 나만큼이나 주변의 산들에 대해서 알까 싶다

 

 

제암산 휴양림 입장료가 1000원이고 지역 할인으로 500원을 지불하는데 아가씨가 여기까지 걸어왔다는 것에 대해 무척이나 놀라워하며 추켜세워준다. 이동 거리가 3km밖에 안 되었는데도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출발이다.

 

 

오늘은 제암산은 버리기로 했고 마음의 흩어짐인지 계곡길을 선택하지 않고 지겨움의 대상인 도로를 따라서 올라가다가 무장애 데크로 갈아타고서 곰재에 닿는다. 

 

 

요즘 겉으로 봐선 나이 구분이 안 가는데 남녀란 시너지 때문인지 활기로 넘쳐나는 어르신들이 지나가고 철쭉 군락지가 시작된다. 기대치만큼은 아니지만 잘 왔고 휴대폰 인증을 하려는데 전화다. 내 차의 꽁무니를 쫓다가 초암산으로 틀었다는데 전화질이나 하지 말것이지 왜 내가 너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봐야 하는 레이더망을 가동시키는 거야?

 

 

참 좋다. 내 작은 발걸음에서도 이런 풍광을 볼 수 있다는 게 그저 감사하다. 4월의 초록 초록한 푸르름은 생명의 환희이다. 곰재봉에는 혼성팀이 벌나비가 되어 철쭉 군락지를 넘나들며 숨바꼭질로 서로 간을 어필하고 있는데 이 유치한 걸 고스란히 내려다보고 있는 내가 방해꾼이 되어 버렸다. 내가 꽃터널 속으로 숨어들어서 곰재산에 올라선다.

 

 

올망졸망한 꽃망울이 앙증스럽기만 하고 전국 제일의 철쭉 평원이라는 것에 토를 달지 않기로 한다. 봄바람 솔솔 불어오고 조막만한 새싹들이 몸을 뒤척이는 생명력 넘실거리는 등로다.

 

 

 

사자산 사면이 해풍의 바람막이가 되어 땀이 솟고 오름길이 고되다. 오늘의 조망은 연분홍으로 채색된 철쭉 군락지로 한정짓고 정상석과 인증을 남긴다.

 

 

비박을 했던지 자기 키만큼이나 큰 배낭을 짊어진 동호인들이 거친 내림길에서 삶의 무게에 허덕거리고 있어 간단하게 추월을하여 자연휴양림과 연결되는 고산이재에 내려선다. 

 

 

이제부터는 보성과 경계를 가르는 완충지대로 푸르른 숲속의 오솔길을 오르내리며 골치재로 향한다. 

 

 

현란한 색이 섞이지 않는 푸른 숲은 안정감을 준다, 골치재에서부터 본격적인 일림산 산행이 시작되기에 사람들도 많아졌고 오프로드 자전거가 휙휙 지나간다. 오르막길에 쉬운 길의 안내문은 유혹이고 세상사 쉬운 길은 없어 곧바로 골치산 작은 봉에 올라선다. 쉼터는 다른 팀에게 양보하고 나무 아래에서 동반자가 급조한 김밥을 먹는데 왠지 쓸쓸하긴 하다. 

 

 

와우~~ 철쭉이다. 만개를 앞둔 싱싱한 꽃잎들이 너무 너무 예쁘다. 자꾸만 뒤돌아보게 만드는 철쭉 평원을 올라 정상에 선다. 

 

 

 

바다가 보이지 않음은 이곳을 위한 배경일 뿐이고 많은 사람들은 들뜸이 축제의 풍선 소품처럼 여기저기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그렇다고 정상에다 술상을 차린 것은 좀 너무했구만.... 한쪽 구석지에서 철쭉 평원과 교감을 시도하나 머시마의 감성은 금방 메말라 버렸고 꽃밭에서 다시금 수혈한다.

 

 

수풀이 제거되고 철쭉나무만 남아 있는 게 분재만 같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철쭉평원과는 다음을 기약하고 용추 계곡에서 나오니 봄의 축제를 만끽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광양 백운산 산행  (5) 2025.05.25
남해 망운산 철쭉산행  (1) 2025.05.10
창원 천주산 산행  (3) 2025.04.06
광양 매화마을(쫓비산)  (0) 2025.03.13
예산 가야산  (0) 2025.02.2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