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 : 2023년 11월 20일

-.서해랑길 57 코스 : 송석리 와석노인회관-다사항-비인해변-신도리갯벌체험장(15.9km)
-.서해랑길 58 코스 : 신도리 갯벌체험장-띠목섬해수욕장-서도초등학교-춘장대해변(12.5km)

=== 서해랑길 57 코스 : 송석리와석노인회관-다사항-비인해변-신도리갯벌체험장(15.9km)) ===


호텔을 나와 조식을 챙겨 먹고는 택시에 올랐는데 이동 방향을 이상 하게 여긴 몰빵 덕에  목적지를 수정하여 송석리마을회관에 도착한다.
어제 마무리를 짓지 못한 채 택시를 탔었고 애초 계획시에 오기를 한 탓이였는데 공계롭게도 또 그런 마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여간에 주군의 방향회로 시스템는 이미 이때부터 오류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인구는 줄어들고 있고 택시는 그대로라는 택시기사님 말대로 사방은 고요하기만 한데 그래도 할머니 한 분이 있어 떡 나눔을 하고 해변으로 들어 선다.
몹시도 추운 날씨다.

 

갯벌이 길게 들어난 해변을 따라 걷는다.

 

갯뻘 속에서 물을 끌어 올려야 하는 양식장은 물의 공급은 충분하고 경쟁력이 있을까?

 
해변을 벗어나 도로에 올라 서는데 배가 산으로 올라 와 있고 갯벌체험용 수레들 마저도 생경스러운데 서천오션플레이스의 글림핑장에는 송림뿐이다.
차량통행 하나 없는 도로와 인적 없는 인도에는 수풀만이 자유롭게 자라고 있다.

 

판교천을 넘어 한참이나 휘도는 루트를 잘라 먹기로 한다.
해파랑길에서는 두루누비 앱을 사용치 않았었고 순수한 열정으로 무장을 하여 이정표만을 따랐었는데 학습능력이 있는 우리들에게는 역기능이다.

 

새들이 자유로운 하늘길 대신 김 건조장 등을 지나고 논길을 헤매다가 서해랑길과 합류하는데 주군은 이정표상 1km는 단축했다고 말한다.

 

야트막한 언덕을 올라 마을회관에서 그대로 도로를 따르고 있다.
주군아, 그쪽이 아녀 이 아래쪽으로 내려가야 헌당께...

 

뭐든 한번이 어려운 법이다.
마을을 벗어나자 앞에는 공룡알만 즐비한 농로가 곧게 뻗어 있어 눈은 당연스레 게으름을 피우게 되어 있고 우린 이를 회피하게 위해 방조제로 붙어  다사 2리 삼거리에서 합류한다.
모처럼 사람들의 분주한 움직임 속에는 김발이 손질되고 있고 우린 뻘쯤스러움에 간이주점인 슈퍼를 지나쳐 어촌체험관광안내소 앞에서 쉼을 한다.
시커먼 갯벌이 햇살에 반짝이고 있고 그 속을 가만 들여다 보면은 수많은 생명체들이 꿈틀거리고 있는 광활한 생태계다.

 

 

다사항입구의 배들은 갯벌에 박혀 폐선처럼 기울어져 있고 전광판을 보며 입맛을 다셨던 건물은 다사항팬션이라서 헛물만 켰다.

 

다사항에 철새나그네길이 열려 있고 밀물이 철썩 이면서 자갈을 씻어 낸다.

 

 

해변길이 돈 좀 들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만큼 정성을 들였는데 파도에 휩쓸려서 구조물들이 깨지고 이동로가 파헤쳐져 있어 흉물이 되어 간다.

 

갯바위에서 관광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무엇을 흔들면서 먹을 수 있는 것이냐고 물어 온다.
우린 시방 서해랑길을 걷고 있으면서도 이런 갯바위도 처음이고 또 전라도에서 와서 아무것도 몰라요~~

 

탐방로가 끝을 맺고 길다란 백사장이 펼쳐진다.

 

길은 송림을 놓아 두고서 굳이 야자매트까지 깔아서 해변을 조망하게 만들어 놓았는데 서해랑길을 걸으면서 모처럼만에 밀려 오고 밀려 가는 파도소리에 제대로 해안을 걷는다.

 

해변의 끝자락에 아른거리는게 있어 갯벌체험객들 아닐까 여겼지만 바다에서 배를 건져 내는 견인 수레 들이다.
장포항에는 뻘에 박혀 움직이지 못하는 배들이 가득하고 육지에는 소유를 표시하는 알록달록한 깃발들로 무당집 같다.

 

도로에 접하자 서해랑길이 양식장을 경유하여 내륙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다.
이때쯤에는 새참을 먹어 줘야만 하기에  간판을 보며 부녀회에다 전화를 넣었으나 정작 가계를 찾지 못하였고 우리들의 염력이 닿았는지 신기루처럼 구판장이 나타난다.

 

가계에서의 음식섭취는 불가인데 나그네들을 위해 스스럼 없이 자릴 내주고 짱아치까지 안주로 내어 준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인지라 인생 강의를 들어야만 하여 우린 격한 반응으로 화답하며 장단을 맞춘다.
사람 왕래가 그닥 없는 외딴섬 같은 어촌에서 우리가 우울증을 예방하는 처방전이 되었고 여자는 어디서든 잘 살아 갈수가 있다는 걸 체감한다.

 

하~공기가 상큼하고 세상이 참 아름답게 보인다.
우린 인생이 아닌 서해랑길의 정도를 벗어나 도로를 따르고 있지만 송림과 야영장과 화장실까지 갖춰져 있는 이 길로 왜 서해랑길을 긋지 않았는지 의구심을 가진 채 바닷길이 놓여진 할미섬을 조망하면서 비인해변으로 들어간다.

 

분재만 같은 당산바위가 발길을 붙잡는다.
바위가 외로워 나무를 붙들고 있는지 나무가 의지를 하고 있는지 삶의 강인함과 생명의 연속성이 신비롭다.
애처로움은 나의 몫이 되어서 차라리 저 만치에 생명체 하나 보이지 않은 외딴섬이 더 아름답게 느껴짐 이다.

 

 

 

해변의 한 가계로 사람들이 몰려 들어가고 있다.
퇴색된 간판이 울 동네 노포의 마케팅만 같고 주 메뉴가 바지락칼국수인데도 주군의 기치로 생굴을 추가 했지만 어디 조개들을 까 봤어야 묵지~~

 

기분 좋게 서천해변을 걷는다.
햇살이 따가워서 새빨개진 얼굴은 보는 사람이 없으니 굳이 위장을 하지 않아도 된다.
지평선에 청춘 남녀의 사랑 얘기가 있는 쌍도가 자꾸만 눈길을 끌고 있다.

 

 

꽤나 드넓은 해변광장에 서해랑길 스탬프가 있다.

 
 
=== 서해랑길 58 코스 : 신도리갯벌체험장-띠목섬해수욕장-서도초등학교-춘장대해변(12.5km) ===
 
캠핑장이 있지만 철이 지나 운영 여부조차가 의문이고 선도리갯벌체험장은 갯벌에서 나오고 있는 트랙터가 말해준다.

 

드넓은 해안에는 썰물이 빠져 나가며 모래 위에 물결을 그대로 남겨 놓았다.
서핑을 하듯 모래 물결 위를 유영하다가 몸무게만 들통이 났고 양말까지 젖어 손실이 크다.
해안에는 갯벌체험이 아니더라도 조금만 눈길을 주면 살아 있는 조개와 소라 등이 있는데 채취를 한들 먹을 방법이 없다.

 

 

해변을 가로 질러서 쌍섬을 놓아 주고  도로에 올라 즐비한 펜션들의 쓰잘데 없는 수요 걱정을 하여가면서 갯벌전망대로 들어 간다.
오성급에 버금가는 자연 속의 시설로 오침 하기가 딱 이다.
행복한 사람이 시간을 보지 않는 다지만 우리의 여정 또한 밤이 되어야만 끝을 맺으므로 시간은 볼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 

 

주군아 그쪽이 아니란다...
월하성갯벌체험장으로 이어진 도로를 따르다가 숲길로 들어 간다.
숲으로는 울타리가 쳐져 있고 비포장로에 웅덩이가 파이고 질퍽거려서 갈지자로 겨우 빠져 나오니 시야가 트이면서 해변이 아득하게 펼쳐져 있다.

 

 

띠섬해변이다.
해변으로 들어가 모래밭을 걸어도 푹신할 뿐 빠지지 않으니 걸을 만은 하지만 너무 너무 길어서 지루 하다.
숲 속을 기웃거려 봐도 길은 없고 모래에 찍힌 새 발자국을 벗 삼아 이 지루한 모래밭을 야금 야금 좁혀 간다.

 

생각할 것도 후에 무얼 기록 할 것도 없는 무상무념으로 모래 밭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걷고 있다.

 

서로 같은 점은 구하고 다른 점은 놔두라고 하는데 모래밭을 하염없이 걸어야만 하는 것은 다를 수가 없다.
앞에 서천화력발전소가 기준점이 될 뿐이고 광활한 갯벌에서는 어민들이 조개를 채취하고 있고 새들마저도 간섭하지 않는 지루한 길이다.

 

잠깐 모여 휴식을 취하고 야영장에 침대며 TV까지 갖춰져 있는 텐트에 부러운 눈빛을 교환하며 도로로 탈출을 하여 서천서부수협에서 삼각형의 꼭지점을 찍는 홍원항 필수코스를 이탈하기로 한다.

 

마을길을 따라 춘장대해변으로 접근하는데 무인텔이 포착되고 음식점들도 있어 오늘밤의 보험은 들어 놨고 을쓰년 스러운 기온 속에서 도로에 휩쓸리고 있는 나뭇잎은 지난 한여름의 뜨거웠던 열기들을 쓸어내 쓸쓸하기만 하다.


순천만정원의 쌍 풍차가 여기에도 있다. 

 

인적이 끊기고 차량통행이 없는 드넓은 춘장대해수욕장은 우리를 초초하게 만든다.

 

아직 서해랑길안내판을 찾지 못했는데 주군은 자꾸만 모텔에 관심을 두며 뒷걸음 치고 있어 겨우 겨우 달래어 춘장대해변을 빠져 나와 인증을 완료 한다. 
여전히 주군은 지나 왔던 길에 미련을 접지 못하고 있지만 내일의 29km의 장거리를 염두 해 둔다면 한발이라도 더 전진하는 게 맞다.

 

그토록 염려했던 모텔과 음식점이 있다.
심리적인 압박감에서 해방이 되었는데 간판만 켜져 있을 뿐 영업 안 한지가 꽤나 된 것 같아 힘이 빠진다.

 

우리에게 있어 숙소와 음식점은 필수 항목이라 이젠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
더 이상 진행을 하면 막막한 부사호방조제임을 모두가 알고 있기에 초조감을 더하는데 방조제직전에 모텔이 있어 구사일생한 느낌이다.

 

숙소를 찾아서 다행이고 한 구간을 무사히 마친 해방감에 숙소에서의 해넘이도 건성으로 쳐다 보고는 곧바로 음식점에 들어가 한솥 밥을 먹는 식구가 된다.

 

 


3박4일의 마지막 밤이자 일탈의 종지부를 찍는 게 아쉬워 슈퍼에서 맥주를 구입하고 치킨을 배달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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