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년 봄나들이 ****
일자: 2025년 4월 24일~25일
루트: 광양백운산수련원-노랭이봉-순천 선암사
산행과 걷기로 단순화된 나의 일상에 수영이 추가 되면서 산행은 자연스럽게 자리를 내어주었고, 관심에서도 밀려나 있지만 일상 운동으로 가야산을 다녀온다.
진달래가 꽃잎을 떨군 자리에는 애도를 하듯 누런 송홧가루가 뿌려졌고, 이를 모른 척하며 산하를 물들여 가고 있는 푸릇푸릇한 새싹들 속에서 벌레들이 거미줄을 타고 있다.
연분홍의 등나무꽃은 나무들을 칭칭 감으며 흐드러지게 피어났고, 하얀 벚꽃이 지고 난 거리에는 이팝나무꽃들이 눈처럼 피어난 이 봄날에 나들이란 명목으로 수련관을 찾는다.
항상 인적 하나 없는 진입로는 미지의 긴장감을, 예쁜 조경은 휴양지로의 설렘과 안정감을 동시에 안겨준다.
긴 지붕 개량 공사와 함께 진행되었던 백운산 수련원의 바비큐장이 오픈했지만, 퇴임을 한 내가 이를 이용하게 될 줄은 몰랐다.
대기업의 시설답게 에어컨과 환기시설까지 갖춘 시설이 참 깔끔하다.
무엇보다도 즐길거리가 단순하기만 한 휴양시설에서 그나마 주당들은 숨통이 트였다.
고기를 굽고 마시다 보니 식당에서 석식을 마친 사람들이 새로운 바비큐장의 구경 나섰고, 인사를 나누는 지인들과 술잔을 나누고 같은 공장의 동료와도 자연스럽게 합류된다.
난 술자리에서 한 번 엉덩이를 붙이면 좀처럼 일어나질 못하는 고질병이 있다.
이건 분명 치명적인 결함이다. 호의를 성의로 받아들여 바비큐장이 끝날 때까지 함께 하여 부부간의 오붓한 시간에 민폐를 끼쳤고, 룸으로 이동하여 옛 산행 동지와 합류하여 기억이 가물가물할 때까지 부어라 마셔라 한다.
남해에서 펜션을 경영하는 친구는 새롭게 둥지를 이룬 이웃들과 또 다른 공동체를 만들었고, 밖으로 장소를 옮긴 우리는 바닷가도 아닌데도 기타의 연주에 맞춰 모닥불 피워놓고를 외치며 산중의 적막을 깨뜨리다가 경고에 각자 룸으로 흩어진다.
이게 휴양인지 먹고 놀자의 여행인지 모르지만 참 기분 좋은 밤이고, 재 채용으로 이런저런 고민과 갈등도 많은 요즘이지만 회사 생활의 연장으로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
그동안에 수면장애는 스트레스와 심리적인 영향 때문이었을까?
알코올이 약이 되었는지 아님 맑은 자연환경 속에서의 심신 안정 때문이었는지 한 번도 깨어나지 않고 아침을 맞이했고, 머리도 맑다.
호텔과는 달리 이곳에서의 조식 시간은 8시로 늦어 노랭이봉을 오르고자 휴양소를 나선다.
발걸음은 삐거덕거려도 산속의 상큼한 공기와 물소리에 몸이 정화되어 가고 있다.
햇살이 스며들지 않은 숲에 초록초록한 나뭇잎들로 환해졌고, 거친 길을 올라 노랭이봉 삼거리에 올라선다.
아침의 운해가 노랭이봉을 덧칠하여 더 몽환적으로 만들어 놓았고, 몽울진 철쭉은 꼬마전구처럼 반짝거리는 싱그러운 산정이다.
해는 떠올라 옅은 구름층을 뚫고서 세상을 밝혀 주고, 국사봉으로 흐르는 철쭉 능선은 산불 방지로 금지시켜 놓았는데 너무 행정편의적인 통제다.
혈기왕성할 때 세워 놓았던 노랭이봉의 정상석은 의연하고, 내림길은 갈수록 정비가 되어 가고 있어 봄철 미끄럼도 없이 안전하게 수련관에 안착한다.
백운산 수련관은 맛집이다.
푸짐하게 음식을 담아서 테라스에 자리를 잡아 경치를 눈요기로 추가 시켜 놓았는데 오늘따라 춥다.
평소 만류하던 아내도 오늘은 순순히 따라 주어서 괜히 폼 잡다가 커피 한 잔 홀짝이며 추위를 달래 보지만 몸은 방어 시스템을 무시해 버린 독단적인 행동에 면역을 포기해 버려서 콧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수련원과 수련원 임도와는 자매품이다.
퇴실을 하여서 임도를 걸으면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것이 학창 시절에 봄 소풍 나온 느낌이다.
초록초록한 자연의 바다 속을 유영하는 모든 사람은 편안해 보이고 재잘거리는 새처럼 서로 간 소통들을 하는 산책길이다.
이런 푸르른 숲과 깨끗한 공기가 있는 자연 속에서의 휴식은 심적인 안정을 주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는 최적이다.
요즘 겹벚꽃이 한창 피어나고 있어 부산의 중앙공원과 사천 청룡사, 서산 개심사의 명소가 SNS에 올라오고 있는데 가까운 선암사가 겹벚꽃으로 유명한 줄은 이번에야 알았다.
선암사의 길목인 승주의 기사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예전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김치찌개 속의 돼지고기에는 숟가락이 안 가고, 반찬은 한 젓가락이면 없고, 특히나 술은 5천 원이라서 정이 안 가 다음엔 패스다.
평일인데도 겹벚꽃을 보러들 왔는지 주차장은 만차이고 선암사의 진입로에 사람들이 꽤나 많다.
이곳을 다녀온 후 왜 사찰에 겹벚꽃이 많은지를 GPT에게 물어보았다.
겹벚꽃이 사찰에 많은 이유는 불교의 무상함을 상징하고, 경관을 아름답게 하며, 꽃이 오래 피고, 전통적으로 중요한 장소에 심어졌기 때문입니다. 또한 실용적인 이유도 있습니다라는 대답이다.
주변에는 흔한 진달래꽃도 연산홍도 없어 혹시나 했는데 선암사의 겹벚꽃은 화려하게 피어나 사찰을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
겹벚꽃은 일반 벚꽃보다 꽃잎이 많고 오래 피어 있습니다. 그래서 꽃이 지는 시기가 일반 벚꽃보다 늦어, 봄철 사찰을 더 오래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다는 설명답게 탐스럽게 피어나 사람들을 환호 짓게 한다.
어느 여인의 배려로 모처럼 둘의 사진도 찍고 벚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 망중한도 한다.
파란 하늘과 푸른 산하에 연분홍 꽃잎이 살랑거리는 사찰은 경건함 속에서의 아름다운 경관이다.
주 진입로에서 비켜나 있는 전통 찻집에는 찾아드는 이 하나 없고 목 빼고 대문을 바라보고 있는 할미꽃은 허리가 굽고 머리가 하얘져 버렸다.
공짜 시음이란 차 대신 제기차기 체험 한 번 하고 선암사를 내려와 스벅에서 쓴 커피로 여행을 마무리를 하는데 어머니로부터의 호출이다.
상추며 김치며 먹거리들을 한 보따리 차에 실어서 집에 안착하는데 아직도 햇살이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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