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암산-존재산-방장산 철쭉 산행 **

-.일자 : 2023년 4월 26일

-.코스 : 수남주자장-초암산-광대코재-무남이재-주울산-방장산-초암산주차장(15.6Km  /  5시간 23분)

 

봄비 촉촉하게 내려 막걸리 한잔이 절로 생각나는 날에 동료와 기분 좋게 술을 마신 후 배낭에 설렘을 가득 챙겨 놓고는 잠자리에 든다.
봄 인듯 또 겨울이 머물러 있는 듯 몹시도 싸늘해진 날씨지만 모처럼 깨끗해진 대기 속에 가로수의 이팝나무꽃이 거리를 환하게 밝히고 있는 기분 좋은 아침이다. 
버스는 중마동에서 순천까지 승합차로 이동을 하여 버스로 환승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 있어 이 산악회에 한동안 참여치 못했음이 증명되고 있지만 산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다니고들 있다.
졸 틈도 없이 수남리주차장에 도착을 하였고 주차된 승용차들이 철쭉시즌임을 증명하고 있는 한적한 시골이다.
이를 어쩐다.
모자도 장갑도 두고 와 어색하기만 한데 자책할 틈도 없이 숲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대열을 황급히 쫒는다.
싱그러운 숲과 부드러운 흙길이 꽃동산으로 이끌고 있다.
숲의 공간을 미세 먼지로 채운 듯 회색으로 바뀌어 가고 있고 비 라도 뿌릴 듯한 습도가 전신을 휘감으면서 추위가 느껴지고 있다.

 


한정된 시야에 비친 철쭉군락지는 빛을 잃어 치명적인 매력이 없다.


햇볕의 간접 조명도 없이 안개비라도 뿌릴 듯한 흐린 날씨가 냉해를 입은 꽃잎을 더욱 초라하게 만든다.


세상 물정 모를 여리디 여린 꽃잎들이 찢기고 농해서 땅을 물들이고 있는 건 어쩜 당연한 자연현상이다.


일찍 꽃을 피웠던 것이나 눈치를 봤을 꽃봉오리 들이나 죄다 어제의 야습에 상처를 입어 재생이 불가하게 되었으니 올 철쭉 시즌은 여기까지 이지 싶다.

 


우중충한 날씨에 벌과 나비가 없기에 수정체를 자처하며 꽃밭을 헤집고 다니다가 뒤 늦게 종주팀을 따라 잡는다.


어차피 홀 산행은 의미가 없어졌고 쾌활한 월화님이 구심점이 된 소대원들이 줄을 이어 능선을 헤쳐 나가고 있다.


그 동안에 미세먼지와 미친 봄바람이 계절을 붙잡고 있는 듯 하더니 비의 꽁무니를 잡은 꽃샘 추위에 허연 입김을 내뿜고 있어 쉼도 여의치가 않아 계속 간다.

비로 인하여 다져진 흙길과 미끄러운 길이 반복되고 키를 훌쩍 넘긴 철쭉은 일행의 꼬리를 안개처럼 삼켜 버릴 뿐 옷가지를 잡아 채지는 않는다.

철쭉봉을 지나고 광대코봉에 올라도 누구 하나가 쉼을 유도하지도 않고 있다.
서로 경쟁이라도 하는 듯한 속도전에서 철쭉은 주마간산이고 광대코봉에서 호남정맥을 존재산에게 내어주고는 무남이제에 내려선다.



고속도로와 나란히 하고 있는 도로를 따라서 원점회귀 할 수 있는 중간지점이지만 주월산의 활공장이 보여주었던 시원스러웠던 풍광의 잔상들이 자연스레 산길로 이끌고 있다.
흐렸던 날씨가 맑아졌고 연초록의 싱그러운 숲길이 그늘이 되어 준다.


존재산은 공훤화 되어 있고 파란 활공장에 파랗게 돋아 난 잔디는 봄날의 부활이고 일망무제로 펼쳐진 조성 들판은 한없는 평화로움이다. 
날개가 없어 날지 못하는 육중한 육체들을 중력을 거스르면서 까지 지구와 분리를 시키면서 하늘에서부터의 키 재기를 해 보아도 울퉁불퉁 다 재 각각이다.
행복이란 느끼는 만큼 누리고 누리는 만큼 나누는 것이라고 했으니 한바탕 웃음이면 됐다.


한결 가벼워진 기분으로 호남정맥 능선을 이어 간다.


철쭉꽃이 피어 있는 산책길이다.


간간히 연분홍의 철쭉이 단순함을 달래주고 있는 산길이 계속 된다.


연둣빛 새순을 보여 주는 나뭇잎과 앙증맞은 봄 꽃들이 존재를 내밀고 있는 신록의 자연 속에서 산우들 과의 정감을 나누면서 모처럼 대중 속에서 자유로움을 만끽한다.


방송탑이 있는 방장산에 간이 주막이 차려지고 술꾼들은 방앗간에 참새떼처럼 자연스레 모여들어 한바탕 잔치를 치룬다.


임도의 내림길이 요주의 구간이다.
이정표에서 우측으로 꺾어 벌목을 하여 개활지나 다름없는 작업로를 따라 내려가야만 한다.


나무를 베어낸 자리는 황량하기만 하고 옛 등산로는 토지 정리하듯이 흔적이 없어 졌는데 그래도 가믐에 수몰민의 마을이 간혹 들어 나듯이 임도를 가로질러가는 등로가 반갑다.
그렇지 않아도 기억 상실증에 걸린 듯 등로 자체가 생소한데 기억에서 완전하게 삭제된 고속도로의 굴다리를 넘어서 수남주차장까지 이동한다.


마라톤의 시간 단축을 위한 듯한 스피드 산행이었지만 깔끔하게 꽃 산행을 마무리를 짓고 이동한 식당은 점심도 소화가 안될 시간이라서 아무래도 오늘 하루가 길어 질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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