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매산  철쭉 산행**

-.일자 : 2023년 5월 3일

-.코스 : 대기마을 -감악산-황매산평원-황매산-삼봉-중봉-도로-주차장(13.4km / 5시간 14분)


비와 함께 급습한 냉기가 곱게 치장을 하고 호객에 나선 철쭉 밭을 폭삭 삭아 버리게 만들어 놓고도 그것도 직성이 풀리지 않았는지 아직도 찌쁘리고 있다.
어쩌나, 초암산의 꽃잎이 짓이겨져 볼품이 없었는데 황매산도 별반 다름이 없다는 소식만 들려 온다.
고민 할 것 없다.
인생을 돌아 보았을 때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가장 크다고 하지 않던가, 이 또한 자연현상으로 기꺼이 수용하여 버스에 오른다.
황매산 산군이 펼쳐지면서 산마루가 붉어 져 있어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대기마을은 참 오랜만이다
철쭉 군락지와는 멀찍이 떨어 져 있는 산행의 기점이다 보니 노파가 우리들을 멀끔하게 쳐다 볼 뿐 인적이 느껴지지 않은 전형적인 산골 마을이다.
꽃구경에 나선 오늘만큼은 일행과 보조를 맞추어 진행을 하고자 다짐을 했는데 이분들 도통 갈 생각들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어쩔 수가 없다.
마을 길을 지나고 갈림길인 숲길도 걸 거침이 없으니 결국 선두까지 따라 잡아 일등이 되어 버렸다.


세안을 한 듯이 땀이 얼굴을 적시고 비를 맞은 것 마냥 옷이 피부에 달라 붙어 생쥐 같은 몰골에서 희열을 느끼고 있는 내가 참 이상하다.
누럭덤의 거대한 바위에 올라 황매산을 나의 제어권에 두고 하얀 암반의 근육질과 붉어진 철쭉군락지를 조망한다.


아이스크림을 핱듯 철쭉군락지를 향해 천천히 접근해 가고 살결에 스치는 바람결에서 꽃 내음을 찾아 킁킁거려도 본다.
감악산을 올라서자 꽃구경 나온 동료로부터 개화 상태가 전해져 와 꽃보다 더 반가움에 막걸리나 한잔 하자고 꼬드긴다.
꽃을 보면 님 생각이 나야 정상인데 역시나 나는 술을 떨쳐내질 못한다.


조망이 트이며 앞에 산 하나를 더 두고 있어 섣부른 제안 이였음을 시인하고 천황재로 내려선다.

 


숲이 장막을 쳤다.
얼마나 열심히 준비를 하고 리허설을 했는지의 궁금증에 쉼을 허락 치 않는다.


커튼이 걷히며 짠 하고 화려한 철쭉평원이 펼쳐진다.
역시나 봄은 직무유기를 하지 않고 충실하게 계절을 이끌고 있음이 증명 된다.
인공적이든 어쨌든 가 단연코 국내 죄고의 철쭉군락지다.
관리 차원인지 철쭉군락지를 싹둑 짤라 임도를 만들어 놓은 게 볼썽 사납기도 하나 도로명이 주소가 되듯 구획된 곳마다 특성도 있다.
다만 전망대나 사진 포인트 정도는 만들어 놓은 센스가 없어 아쉽다.


아직도 동료가 꽃놀이를 하고 있어 함께 축제장에서 상춘객들과 섞이어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이런 저런 세상사 예기로 시간을 잊었다.


밑바닥에 가라 앉아 있는 산꾼 기질에 몸을 일으키게 하여 황매산을 오른다.


교행 하는 사람들에게 냄새를 풍기지 않으려고 입을 앙다물다 보니 최대치 출력에 에너지 효율은 저하되고 있어도 몸은 점차로 튜닝 되어 가면서 산행에 최적화가 되어 가고 있다.


황매산 정상석에 대기 줄이 길어서 정상을 올라 선 것으로 만족하고 삼봉 능선을 이어간다.


다듬어 지질 않아서 제법 까탈 스러움과 암릉미가 있고 황매평원의 조망도 좋다.

 


암반으로 노출되어 햇살이 부담스럴 뿐 홀로 산행의 진수다.

 


합천호가 미니 스커트를 걷어 올린 것 마냥 허연 살결을 드려 내고 있어 민망하다.
근래에 비가 몇 차례에 걸쳐서 내렸음에도 저 넓은 댐의 욕구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예전의 기억들이 리셋 되어 있어 새롭게만 느껴지는 등로가 긴장감을 안기는데 상봉에 이르러서 산악회에서 안내 한 루트가 헷갈린다.
이와 같은 회원님이 서성이다가 산님의 도움을 받아서 함께 그대로 직진의 능선으로 진행한다.
시피 봤는데 이곳에서 곧장 내려갔더라면 은행나무주차장으로 내려가 버려 시간을 맞추기가 곤란할 뻔 했기에 성급한 판단은 실수가 필연적 임을 느끼며 매사에 신중해야 함을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산길이 부드러워 졌고 걷기가 수월하다.
철쭉이 곱게 피어 꽃 길이 되었고 중봉과 삼봉을 지나 본격적인 하향 길이다.


기대치 않았던 등로가 정비되어 있어 쉽게 축제장을 잇는 도로에 내려 선다.


오늘의 할당량을 다 채운 듯한 개운함은 도로를 따르면서 휘발되었고 지겨움을 동반 해 주차장에 내려선다.
많은 관광버스로 버스터미널이 되어 있는 주차장은 시장처럼 흥청거린다.
나 이런 느낌 이런 분위기 넘 좋아하는 것 같다.
자중과 절제가 아니라 하산주를 쳐다 보지도 않으려 했던 것이 한잔 술에 모래성처럼 허물어져서 뒤풀이가 결국은 귀가 후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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