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욕지도 **

-.일자 : 2023년 2월 5일

-.코스 : 욕지항-출렁다리 1.2.3 새천년기념공원-대기봉(모노레일상부)-천왕봉-태고암-욕지중학교-욕지항(10.4km / 3시간 22분)


입춘이 어제 지났고 불깡통을 돌리던 대보름날이 왔것만 날은 여전히 춥고 생명체가 없는 것처럼 감성은 메말라 가고 있어 딱 여행이 필요할 때다.
마침 봄맞이 산행에 나선 산악회동참에 동참을 하지만 오랜만이라서 어색하기만 하다.
식습관으로 조식을 챙겨 먹었지만 대보름인 만큼 사천휴게소에서 찰밥을 먹으며 한식구가 되어 통영의 삼덕항에 도착한다.
항은 변함없이 그 모습인데 배가 제주도를 운항해도 될 만큼 엄청 커졌다.


선내에서 산우들과의 회포는 제주도 행의 재현 판이 되어가고 있고 새우깡을 향해 돌진하는 갈매기들은 여행의 낭만을 연출한다.
하얀 포말을 밀어 내며 항해하고 있는 선내에서 지역사회의 정감이 오가면서 한배를 탄 가족화가 되었다. 
만지도와 점 점의 섬들이 물결에 흘러 가고 있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이다.


이미 배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로 코로나는 종식되었고 항구는 대보름맞이 행사로 시끌벅쩍하다.


욕지도는 몇 번의 입도로 익히 알고 있는 섬이지만 주체측 만을 따르다 보니 순환버스를 타지 못하고 나 홀로 도로를 따라 등산로 입구인 야포로 향한다.


어라 이 출렁다리는 뭐지......
도로와 근접하여 굳이 없어도 될 흔들다리가 설치되어 있고 그나마 푸른 바다가 밑그림이 되어 그럴싸한 풍경이 되어 시선을 붙잡는다.


욕지도의 지형이야 머릿속에는 조감도처럼 그려져 있지만 야포까지 걸어서 가기에는 너무 멀고 3시까의 시간을 맞출 수 없다는 경고등이 켜져 일출봉과 망대봉을 싹둑 잘라 먹고 1출렁다리로 선회 한다.


봄날이 온 듯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고 걸 거침 하나 없는 망망대해는 아득 하기만 하다.
출렁다리를 건너 갯바위에 올라 본다.
숭어 송송 썰어서 초장에 푹 찍어 쏘주 한잔이 생각 나는 분위기이고 저 멀리 천왕봉이 발랑 오란 듯 빠니 내려다 보고 있다.


단체 산행을 와서 나 홀로 섬 길을 이어간다.
요즘은 단체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나 홀로 자유로움을 찾게 되니 나이가 들어 감에 따라 사회성이 부족함을 체감한다.


둘레길의 숲이 잠시 바다를 격리시키고 그늘이 되어 들뜬 심신의 안정을 가져다 준다.


남도의 여느 섬들처럼 해안가를 따라 펼쳐진 아늑한 숲길을 따라서 제 2의 흔들다리를 건넌다.
이런 구조물들이 관광객들을 불러 들이고는 있겠지만 나의 견해로는 확실한 과잉 투자다.


낚싯배는 세월을 낚고 나는 시간에 쫒기여 종종걸음이다.


길게 이어진 데크가 예전의 길을 외돌려 서 갯바위에 걸쳐진 흔들다리로 인도 하고 있다.
요즘은 산에도 강에도 바다의 협곡에도 모조리 흔들 다리다.


산길은 욕지일주도로에 올라 운행이 중지 중인 통영욕지섬 모노레일로 이어진다.
일터든 생활이든 어디서든 자나깨나 안전을 상기 시키는 구조물이다.


꽃송이가 말라 버린 동백의 가로수 길을 따라 새천년기념공원을 향해 올라 간다.
쉼터에서 우리 팀들이 반가이 맞아주고 컵라면에 반주까지 곁들이게 되어 기분이 알 딸딸 한 상태에서 새천년기념공원에 올라 바다를 조망한다.
호수와 같은 잔잔한 바다다.
한없는 평화로움이다.


여지 것의 트레킹에서 비로서 등산을 시작한다.
거친 듯 또 잘 정리 되어 있는 등로 상에 바다를 조망하는 뷰 포인트 들이 있어 가슴 뻥 뚤린 섬 산행의 진수가 시작된다.
단순한 섬이기에 관광객을 모우기 위해 흔들다리가 만들어 지고 풍광을 감상하기 용이 하게끔 모노레일과 전망대 등을 만들어 놓았지만 건강을 지키는 기본은 등산이다.


모노레일 덕분에 대기봉에는 널따란 전망대가 생겼고 화장실까지 갖춰져 있다.


평탄화된 등로와 푸른 숲은 섬이란 걸 잊게 만들고 테크를 따라 군 시설이 있는 천왕봉에 오른다. 


정작 정상은 철조망에 갇혀 있어 전망보다는 정상인증이다.


되돌아 나와 태고암을 곁눈질하고 급경사의 시멘트로를 뒤뚱거리며 내려 온다.


가믐에 메말라 가고 있는 저수지에는 준설작업으로 미례를 대비 하고 있고 댐에는 물고기를 노리는 까마귀 때가 콱콱 거린다.


중학교를 비켜나 욕지항에 도착하니 풍물패가 가계를 돌면서 액운을 물리고 번창함을 기원하더니 항구로 행진해 오면서 관광객과 어울려 흥겨운 놀이패가 되어 준다.
얼 쑤 좋다.
잊어져 가는 정월대보름 행사의 맛보기로 모두의 평온과 행복을 기원해 보는 뜻 깊은 통영 욕지도 나들이다.


이 여행이 또 얼마나 깊은 추억으로 자리매김 될지는 몰라도 떠나는 길을 갈매기가 길게 환송하여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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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양 백운산 산행 **

-.일자 : 2023년 2월 1일

-.코스 : 논실-한재-신선봉-상봉-억불봉헬기장-노랭이봉-동동마을(13.7km / 5시간 10분)

 


결단력의 부족으로 입암산의 안내산행을 곁눈질 하다가는 결국에 나 홀로 산행 길이다.
요즘에는 나와의 타협에서 익숙해져 가면서 자기합리화에는 마음의 안정까지 찾고 있다.
동동 마을에서 백운산행 시내버스와의 시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출발시간을 늦추었는데 옥룡면에 접어들자 앞에 빨간 버스가 가고 있어서 겨우 추월을 하여 올라 탄다.
버스에 오르자 엉덩이에 불붙은 것 마냥 내달리는 낌새를 눈치 챘던지 기사님이 산행을 하느냐고 아는 채를 한다.
손님이 없으니 종점인 논실까지 논스톱이다.


정적인 마을은 그림 속의 풍경화가 되어 있고 눈이라도 내릴 듯이 잔뜩 흐린 흑백 화면 속에서 내가 살포시 끼어들면서 활동사진의 주역을 자처한다.
시멘트 임도가 나뭇잎 하나 매달려 있지 않는 나무숲을 가르며 신작로처럼 길게 뻗어 있을 뿐 움직이고 있는 나와 졸졸거리는 물소리만이 현실감이다.
다람쥐가 내달리는 소리 마저도 감지 될 만큼의 적막한 공간 속에서 무거워진 몸 덩어리로 중력을 거슬러 올라 가면서 오직 나에게만 집중을 해 나간다.


숲이 바스락거린다.
몸은 순간적인 위험 감지에 긴장 모드로 전환 되고 사주경계를 하는데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는 사람들이 근래 최강한파에 얼어 버린 호스 흔들어 대면서 재정비를 하고 있다.
아~ 쪽 팔리고 다리에 힘만 풀린다.


한재는 바람길이 되어서 넘어 오는 찬바람이 화끈거림을 식혀주고 상봉으로 향한 된비알은 다시금 산행에 집중도를 높여 놓는다.
그 동안 산행 자체가 없었다 보니 이 길이 이렇게나 길었었나 싶게 지루한 오름 길이다.
이토록 이나 산길을 모조리 지워 버린 몸의 적응력이 실로 놀랍다.


세차게 불고 있는 바람이 등로를 마당 쓸 듯 쓸어 놓고 산길을 내어 놓았다.
나뭇가지에 걸린 바람의 날카로운 소리에도 칼날 같은 냉기가 실려 있지 않음은 그나마도 다행스러우나 그 위력에는 육중한 몸이 휘청거린다.


바람은 확연하게 체감온도를 떨어 뜰이고 있어 환절기와 같은 2월 첫날이다.


제트기가 이륙하는 듯한 굉음이 길동무가 되어 주었고 그 흔적들이 떡가루처럼 하얗게 엉겨 있는 신선봉에 올라 선다.
이곳까지 쉴 자리도 없어 물한모금 마시지 않고 마냥 왔지만 지리산은 구름이 지워 놓았고 도솔봉조차도 보여주질 않는다.


잔설이 걸음의 제어권을 빼앗아 버려서 울퉁불퉁한 바위 길의 사면을 어설프게 지나 상봉에 올라 선다.
태백산의 바람은 샛바람에 지나지 않을 만큼 거세기 물아 치고 있는 태풍급의 바람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정상석은 진공상태 속에 있는 것만 같다.
정상에 올라 거풍을 하듯 두 팔을 벌리고 온 몸으로 바람과 맞짱을 뜨면서 나약함을 털어내고 건재함을 과시하려 해보지만 자연에게는 미약한 존재만을 확인 한다.
에구 추워라.


바람이 미치지 못한 비탈은 온실 속인 듯 온화하다.
주변의 상황들을 살피며 복장을 재정비하여 산행을 이어간다.
기계음 방향으로 계단 보수공사 현장이 목격되면서 이들로 인해 순삭으로 베짱이가 되어 버렸고 또 자재를 운반하고 있는 사람들이 나를 한량으로 만들어 놓는다.


그저 이렇게 걷기만 하고 있는 것도 사치처럼 느껴지고 있는 산길이다.
낙엽을 털어낸 나뭇가지는 거센 바람에도 흔들림이 없이 바람만을 걸려 내고 있고 상처 입은 바람의 절규에 몸은 절로 반응하여 움츠려 들고 있다.
차가운 겨울의 정갈함이 느껴지는 등로다.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발걸음만 떼면 되는 단순한 산길이다.
쉼 없이 무심히 걷는 산길에서도 벼린 칼날이 무디어 가듯 산행 자체를 망각한 채 점점 힘에 겨워 가고 있다.
등로가 마실길처럼 아늑하게 이어지고 있어도 쉴 곳이 마땅치 않아 전망대역할을 하고 있는 바위를 바람막이 삼아서 점심 자릴 잡는다.
뭇 생명체들도 이처럼 둥지를 틀고서 이 한 겨울을 보낼 터이다.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가 된 듯 산하를 굽어 보면서 한껏 여유를 부린다.
주 능선상에 마땅한 쉼터가 없기에 산림과에서 올해 내로는 쉼터를 마련해주기로 했는데 실행이 될련지는 기다려 봐야겠다.


고도를 점차로 낮추어 가면서 수분이 얼어서 땅이 부풀어 오르는 배부름 현상에 눈을 밟은 듯 푹푹 빠져 들어 수렁에 빠진듯한 기분이다.
봄날이 다가 오듯 해빙기의 날씨는 옷을 어쩌지 못하게 하여 땀이 베어 나고 식곤증 마냥 몰려 오는 노곤함에 기가 다 빠져 나간 듯 힘이 없다.
이 작은 몸짓에서 떨어진 땀방울들이 초목에 성장눈을 깨워 봄의 희망을 보았으면 하지만 그럴 기미는 애초에 없다.


억불봉헬기장에 한때는 함께 활동을 했었던 산우분이 올라 온다.
이곳을 오르는 것에도 영 힘이 딸려 애를 먹었다는 것으로 세월의 무상함 만을 공감하고 질퍽거리는 길을 내러 선다.


노랭이봉에는 상봉에서의 바람의 잔병들이 방어선을 치고 있지만 그리 위협적이지 않아 따스한 커피를 마시면서 지니 온 산행 길을 더듬어 본다.
아직은 언제든 산행에 나설 수 있는 체력이 있어 감사하다.


바람이 사면의 낙엽들을 모조리 휩쓸고 와 등로를 솜처럼 푹신하게 만들어 놓았다.
블랙아이스가 된 듯 복병이 되어 발길로 더듬어 가는 것도 한계가 있어 새로운 길을 내어 가지만 나뭇가지의 저항 또한 만만치가 않는 하산길이다.


어머님으로부터 전화다.
광양 장날이라 사온 굴이 하도 싱싱하여 다녀 가라는 전갈이니 오늘은 굴 안주에 술이 술술 잘도 넘어 가게 생겼다.


동동 마을의 고로쇠 공동작업장에는 남자들이 모여 있어 이것도 이 시기만의 볼거리가 된다.
기압 차로 멍멍 해진 귀가 뚫려 가며 광양읍에 도착하여 어머님의 정성을 한아름 안고 귀가하여 보람찬 하루를 마무리 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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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 조계산 산행**

-.일자 : 2023년 1월 20일

-.코스 : 접치재-접치재정상-장군봉-선암골목재-보리밥집-송광굴목재-연산봉-접치재(13.8km / 4시간 34분)

 

이 겨울에 동면에 들어 간 듯이 움직임이 없었다 보니 산행의 모든 게 처음을 대한 듯이 생소하기만 하고 두렵다.
학교 가기 싫은 아이처럼..
장기간 휴가 후에 회사 출근하기 싫은 회사원 마냥 한동안의 산행 휴식기는 산에 대한 거부감을 갖게 만들어 기피 대상이 된다.
산에 대한 갈망으로 잠 못 들었었던 숱한 세월들은 산행 부담에 대한 불면의 밤으로 이어져서 뒤척거리던 잠자리를 억지로 털어내고 일어나 배낭을 주섬주섬 챙겨 조계산으로 향한다.
갓길에 주차를 해야만 했던 접치재에 새로운 주차장이 생겨나 비로소 이곳이 공인 등산로 인증을 받은 것 같다.

 


쌩쌩 불어 오는 겨울바람이 산행 들머리로 밀어 넣는다.
둔해진 육체와 함께 무거워진 발걸음 속에서 거친 호흡은 커피포트에서 수증기를 내뿜는 것처럼 바람에 휘날리고 있어도 정신 만은 맑아져 가고 있다.
항상 느낀 것이지만 괜한 걱정들이 그 동안에 몸을 붙들고 있었고 우려했던 눈 마저도 없어서 지구를 내딛고 있는 발걸음에 힘이 실린다.
나무를 흔들어 대는 광풍도 산행의 일부로 편입 되어 무감각해져 가고 있고 오름길을 거침없이 올라 접치재 정상에 선다.
뭐 아직은 쓸만 하구만...
썩어도 준치라고 그 동안의 산행에서 다져진 튼실한 육체를 아직은 유지하고 있는 듯 하다.


사면은 울부짓던 바람길을 돌려 놓아 적막감이 있고 산정을 잊게 하는 나무데크와 흙 유실 방지포가 신작로처럼 쫙 깔린 등로다.
겨울의 냉랭함이 산길을 정화 시켜 놓아서 가지런하고 차분하게 만들어 놓았다.
주저 않으려고 하는 둔중한 육체를 어르고 달래는 내면 대화에 몰입해 가면서 산행의 집중도가 높아져 나 홀로 산행을 잊게 만든다.


정상에 올랐지만 눈이라도 휘날릴 것 같은 희끔한 분위기에 인증 만을 남긴다.
쉼터에서 땀이 배여 든 겉옷을 벗으려 다가 장갑을 벗는 잠깐의 노출에도 곱는 손가락 때문에 그대로 내림길로 향한다.


그새가 언제라고 잠깐의 쉼 동안에 경직된 근육이 발걸음의 제어권을 장악하고 수시로 브레이크를 걸고 있으니 걸음걸이에는 엇박자가 발생하여 발 밑만을 더듬고 가는 길이다.
등로가 정비되어 있어 난이도는 줄어 들었어도 산행 경험들은 안전을 볼모로 삼아 산행 속도는 확연하게 줄어 들어서 표지기만이 펄럭이는 작은굴목재에 내려서고 푸른 산죽 군락지의 도열을 사열 하듯이 지나 선암사재인 골목재에 접속한다.
사람 대신 바람만이 넘나 들고 있는 재다.


내림의 돌길을 징검다리 건너듯이 조심조심 즈려 밟아 가면서 장박골의 다리를 넘어 인적 없는 보리밥집에 들어 선다.
오늘도 시간 조정에는 실패다.
점심을 하기에는 많이도 이른 시간대 이지만 조심스레 식사 여부를 물어 보니 10분만 기다리면 된다고 하는데도 그 머쓱한 기다림의 시간이 부담스러워 그냥 길을 나선다.


나뭇가지를 톡 건들기만 해도 부려 질 듯한 엄동설한의 날씨가 육신 마저도 경직되게 하여 시야를 발 밑으로만 한정시켜 놓으니 걸음걸이는 여전히 더디다.
그래서 일까?
송광굴목재까지 완만하게 느껴 졌던 그 동안의 체감 경사도와 짧았던 거리가 꽤나 길고도 멀다.


수분을 보충할 겸하여 오이를 꺼내 씹으니 얼음알갱이가 서걱거리고 이가 시렵다.
아무도 없다.
윙윙거리고 있는 바람마저 없었다면 이 고독함을 어쩌야 했을까 싶은 산중에는 낙엽이 수북하게 깔려 가을의 여운이 남아 있고 모든 것을 다 까발려 보자는 나목 속을 나 홀로 걷고 있다.
오름길에 대비는 했지만 꽤나 용을 써가면서 연산봉에 올라선다.
정상에서 조망하였던 연산봉에서 지척인 듯 다가와 있는 장군봉을 건너다 본다.
몸은 피로도가 있는데 눈은 에게 겨우 이것 왔어 다.


상록수 하나가 보이지 않은 갈색의 정갈한 나뭇가지들과 그 아래 단정하게 놓여 있는 산길을 즈려 밟아가며 오늘에 산행 의미를 찾아 보지만 내가 여기 와 있다는 자체만이 현실이다.
눈 산행에 대한 걱정이 앞서서 주춤거렸음에도 그 쓸쓸한 풍경에서 눈꽃이 활짝 핀 설경을 그려 본다.
등로에는 낙엽이 눈처럼 수북하게 쌓여 있고 스펀지처럼 부풀어 올라 버석거리며 바람이 마당을 쓸듯 깔끔하게 만들어 놓은 반복 된 산길에서 산죽 밭이 매서운 바람을 막아 준다.

장박골정상에서 조계산 원형 종주를 완성 짓고 올라 왔던 길을 되짚어 내려간다.
왜 이렇게나 길지...
새로운 시간이 계속되어 가고 있듯이 새롭게만 느껴지는 길이다.
나 홀로 주차였는데 이웃이 생겨 났음에도 눈인사도 못하고 산행을 마무리 짓고 쌍암기사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김치찌개가 일품인 1만원의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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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년 한라산의 설경 **

-.일자 : 2023년 1월 7일

-.이동 : 광양-순천-완도항-제주항

-.코스 : 어리목-만세동산-윗세오름-영실휴게소-영실주차장

 

한라산의 설경을 빼면 별반 볼 것도 없는 제주도 지만 밀당으로 쉽게 받아 주질 않고 있으니 더 애를 닳게 된다.
휴가를 내어 놓고 출발일 만을 기다리고 있던 제주도 행이 일주일 앞두고서 불가피하게 취소가 되고 보니 더듬이를 잃은 곤충처럼 방향을 잃어 버렸다.
휴가를 취소하고 내길 반복하면서 겨우 타 산악회에 편승하여 한라산탐방은 가능해졌지만 이번 겨울에 산행을 한번도 하지 못했었던 우려와 타인과의 잠자리 걱정이 대신하고 있다.
애초 모임에서 계획되었던 생파는 방어로 재물을 삼았고 함께 마신 술이 취침주가 되어 완도배에 올랐는데 이건 완전 난민촌은 저리 가라다.


여수의 배가 수리에 들어가 한꺼번에 몰려든 승객들 중에는 산악회 활동을 함께 하였던 동호인도 섞여 있는데 이젠 타인처럼 인사만 건네고 빈틈을 찾아 쪽잠을 청한다.


밤새 배가 퉁퉁거리더니 결국 연착이 되었고 강풍으로 한라산정상등반이 통제되었다는 문자다.
눈이 내리면 눈 때문에 비가 오면은 폭우로 또 바람이 불면 강풍으로 통제가 되는 한라산은 참으로 쉽게 허락하는 산이 아니다
세상은 요지경인지라 정상 통제에 안도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나마도 윗세오름이 열려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국밥으로 조식을 먹고 희뿌연 어둠 속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어리목 주차장에는 제설 된 눈이 설벽이 되어 성을 이뤘고 표지석을 파고 들어 인증을 남기고 다져진 눈길을 밟아 나간다.


시리도록 신선한 공기는 시들어 가는 육체에 생기를 찾아 주었고 산동무가 있어서 조급증도 버렸다.


따뜻한 남쪽 나라인 제주도는 섬 전체가 식물원이라 할 만큼 다양한 식물이 생존한다고 하는데 식생이 달라지면서 눈꽃도 피어 나기 시작한다.
기대치 않았기에 더 기쁘고 행복감은 커져서 풍경을 담고 있는 휴대폰이 열 일을 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곰탕이라도 좋다.


거센 바람에 실려 온 얼음알갱이가 총알처럼 피부를 파고들고 광야에서 걸 거침이 없이 몰아 치고 있는 칼바람이 손을 곱게 만들어도 건강함이 허락하여 볼 수가 있는 풍경들이다.


회색의 겨울 풍경이 우릴 압도 한다.


혹독한 자연환경이 이국적인 풍광을 만들어 놓아 그 동안에 고단했던 여정들을 잊게 만든다.
다져진 눈길 만을 허락하여 조금이라도 이탈할라 치면 눈은 늪이 되어 점점 몸이 빠져 드니 트레바스를 걷듯 조심스러운 길이다.


윗세오름의 대피소가 공사를 마치고 산뜻하게 변모 했다.
몰아치는 눈바람에 사위가 지위져버린 설맹 속에서 헤어졌던 동료들은 또 다시 이중화된 대피소에서 이산가족이 되었고 한참을 헤매다 이른 점심을 먹는다.
참 우리나라 살기 좋은 나라는 맞다.
하얀 설국에서도 따스한 온기가 퍼지는 대피소 안은 봄볕에 병아리 졸 듯 식곤증마저 오는데 연신 밀려 들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릴 양보한다.


밖은 몹시도 춥다.
급변해 버린 환경에 몸은 번데기처럼 쪼그라들었고 살려는 자구책에 머리에서는 빨리 움직이라고 지령 내리고 있는데도 신경세포까지의 전달은 영 더디다.


구름에 따라서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가 사라지길 반복하는 신기루현상이 이어진다.


해외 고산 지대에 줄을 지어가고 있는 전문산악인이 된 듯한 착시에 의기 탱천하여 맞바람을 뚫으면서 하산 길을 이어간다.


환상의 설경과 풍부한 눈꽃 그리고 상고대가 고드름이 될 때까지의 반복된 악천후가 만들어낸 이곳 한라산 만의 매력덩어리에 푹 빠져 든다.
스스럼 없는 산 친구가 있어 더 아름다운 길이고 유쾌한 산행이다.


적설량이 얼마나 많은지 한 사람의 선답자가 내어준 길만이 줄을 세운다.


정상 통제로 인해 한꺼번에 몰려든 사람들로 등로가 정체되어 풍광조차도 담을 틈이 없지만 모두의 얼굴에서는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으니 이것 또한 진풍경이다.


영실의 오백나한휴게소에 쏟아져 들어 온 햇살에서 또 다른 풍경을 끼워 넣어 보지만 아서라 이만하면 됐다.


양성평등을 넘어 여성우월 세상이 되어 산행내내 함께한 여성분의 당찬 모습이 참 좋았었지만 기꺼이 하산주까지 계산을 하여 머슴아인 내가 영 벌쯤 해진다.
뭐 사람 사는 일 다 거기서 거기니 맘 편하게 받아 들이자, 스며드는 알콜은 몸을 덮이고 마음의 문을 열어 놓게 한다.


도로는 눈이 말끔하게 치워져 있고 눈벽이 가이드레일이 되었다.
강풍은 어델 가고 봄날만 같은 오후다.


이른 시간에 출발을 하기도 했었지만 2중화 되어서 볼 것도 없는 삼각봉대피소까지의 산행 마저도 너무 빨리 끝내 버려서 절물휴양림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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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천산 단풍산행 **

 

-.일자 : 2011년 11월 9일

 
단풍이 한창이라 단풍 명소를 찾아 나서야겠는데 산악회들은 일정이 맞지가 않고 그 나마도 개인 산행은 직원의 갑작스런 퇴사로 인해 대근이 불가피하여 무산되고 만다.
그나마 코로나가 잠잠해진 틈을 타 어찌어찌 하여 조직활성화로 강천산 단풍산행을 잡아 놓았던 게 시기상으론 늦었고 긴 가믐으로 볼품이 없어져 버렸다.
봉고차를 랜트하고 맥주 한잔 하면서 차장으로 울긋불긋한 산하를 구경하는 것이 여행하는 맛이 난다.


평일이라 수월하게 주차를 하고 거금 3천원의 입장료를 지불하여 강천산 입산 허락을 받는다.
산이 지들 것도 아니고 도적넘들이 따로 없지만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의 집단이다.
가을의 서늘함이 몸에 감겨 든다.
단풍이 없는 인공폭포는 물줄기마저 찔끔거려 더 볼품이 없어 그냥 그곳에 있었는듯 스쳐 지나간다.


평일이라 대부분이 노년층인데 성지순례에 나선 듯 임도를 따라서 위로만 올라가고들 있고 젊은 우리는 산길로 들어 선다.
이미 우리들은 나들이 모드 인지라 쉼터에서 문어를 제물 삼아 약주 한잔씩을 한다.
역시나 노장은 살아 있다.
신입사원의 풋풋한 어린양들은 어설픔에 주저 앉는다.
어쩌라, 이 산이란 것은 지 발로 올라야만 함인데 자책의 시간을 통에 자기관리로 체력과 역량을 키워 국가의 도량으로 성장해 나가야지.
등로는 굽힘 없이 된비알이 이어져 신발만을 보면서 능선에 올라선다.
이 경사도가 협곡을 만들었고 바람을 잠재워서 단풍을 곱게 만들어 놓았기에 가을이면 사람들을 이렇게나 끌어 들이고 있음이다.


나뭇잎이 양탄자처럼 푹신하게 깔린 능선에 자릴 잡고 자릿한 마취재를 투입하여 밋밋하기만 한 산행에 흥을 가미 시킨다.
등로가 숨 고르기를 하였고 적당한 기온에 활기를 되찾아 비로서 조직의 용합이 되어 가는 듯 하다.


왕자봉에 올라선다.
그나마 황제라 칭하지 않았음이 양심은 있다.
계곡에 걸쳐진 흔들다리가 우리를 이끈다.
말발굽에 먼지가 피어 오르듯 내 딛는 걸음마다 먼지가 휘날려 멀리서 보면 스크린상에 잔영처럼 비현실적으로 비춰진다.
짧은 가을을 즐기기에는 부족한 시간이라 고맙기는 하나 비가 너무 안 왔다.

 


뭐야 이거..
강천산의 그 나마 볼거리인 흔들다리를 통제하고 있다.
사전에 정보가 없어서일까? 아님 그 많은 휴면기에는 그냥 보내고 돈만 받아 챙기자는 것인지 짱 난다.


국화 화단에는 낙엽이 먼지처럼 쌓여 색감을 잃어 사람들을 불러 들이지 못하고 있고 산책로를 따라 폭포로 향한다.


소가 오줌을 싸는 듯 허연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고 있는 것이 장관이다.
그 치만 인공이란 게 썩 매력적이 진 않다.


울굿불긋 사람들이 단풍을 이룬 임도을 따라 본전이라도 뽑을 요량으로 강천사에 들어간다.
절은 절이고 단풍은 단풍이다.
잎사귀 떨구고 노랗게 매달린 감이 꼬마 전구를 밝힌 것처럼 도드라지고 메타세콰이어가 갈색으로 물들어가는 늦가을의 단풍 나들이다.
상가에 스며들어 짧았던 강천산 산행의 마무리를 짓는다.
땀을 흘린 만큼 선후배와 동료간에 허물없는 자리에는 웃음이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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