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년 여수 가족여행 ***
-.일자 : 2023년 12월 9~10일(1박 2일)
울 어머니의 자식 사랑은 무한대인데 난 어째 자식이 전생의 빛쟁이라도 되는 듯 아이들에게 원칙과 실익을 따지고 있다. 참으로 의문이다.
어머니가 밭을 일구시면서 매번 챙겨 주신 것도 귀찮아서 짜증을 내곤 하는데도 아랑곳 없이 푼푼히 모아 두셨던 돈을 쾌척까지 하신다.
하여 어쩔 수 없이 가족여행을 계획하게 되었고 여행지가 전라도와 경상도를 넘다 들다가 접근성을 따져 여수로 가닥을 잡았다.
먹거리와 놀거리가 있는 시내권을 선호하다 보니 펜션 보단 호텔이고 가족여행의 격을 높여 소노캄 여수로 결정하고 나니 얼마 전 결혼 통보를 한 딸이 생각이 나서 가족 소개 겸 여수로 호출을 한다.
여수야 이웃 동네 지만 동생이 군산에서 내려 왔고 여행이 주는 즐거움은 야근 후의 피곤함을 잊게는 하지만 은근 예비사위를 맞이해야 하는 고민도 있다.
오늘의 지구전에 대비하여 가야산에 올라 체력을 다져 여수로 향한다.
날씨 마저도 포근하여 봄날만 같은 날의 축복된 가족 나들이다.
오후 1시부터 얼리체크인이 가능하다고 하여 객실 선점을 위해 점심도 거른 채로 체크인을 하는데 법인은 객실 선정이 제한되어 있다니 우린 잠만 자면 된다는 차체 처방으로 위안을 할 수밖에 없다.
우선은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해 음식을 한가득 챙겨 오신 어머님의 정성을 무시하고 돌산 굴전리의 굴구이집으로 이동한다.
검색하였던 굴구이집이 다른 집에 비하여 좀 썰렁하여 걱정을 하였는데 깨끗하게 세척되고 바다에서 막 건져낸 듯한 신선함과 탄력있는 우윳 빛 비주얼에 손은 쉼 없이 움직인다.
돌산의 마트에서 술과 안주류를 잔뜩 사서 호텔에 입실을 하여 상황 파악을 한 후 느긋하게 입실주를 마시면서 여동생과 딸을 기다린다.
동생 부부가 한식집을 예약하여 놓았다니 더이상은 배가 부르면 안 되는데 이 넘의 술이 신경을 마비시켜 놓아서 양 조절에 실폐다.
아 쪼그만 먹으랑께....
분위기 좋고 기분 좋은데 한 병만 더 마셔요, 공식적인 자리이니 만큼 제수씨도 못 말리는 동생이다.
일하는 시간이 이렇게나 빨리 지나 가면 얼마나 좋을까?
시간은 후딱 지나가고 택시를 잡아 한식집으로 이동을 하여 온 가족이 합체 된다.
첫 만남인 예비 사위는 바짝 긴장을 하여 손을 떨지만 그런대로 잘 대응을 하고 있고 새식구를 맞아 들이는 가족들도 만족하는 분위기다.
역시나 술은 우리들을 허물없게 만들어 또 하나의 가족 됨을 축하하는 자리로 급 발전을 하여 여수 밤바다로 향한다.
낭만포차가 다리 밑으로 이전한 후의 여수밤 바다는 예전만 못하다.
화려한 조명이야 밤이 빛나는 광양만 못하고 이 여수가 아름다운 것은 이렇게 가족이 함께 함이다.
추억 쌓기는 각자의 몫일 것이나 이 순간만은 훗날 의미 있는 날로 기억되지 않을까?
호텔은 레온 빛으로 화려해졌고 로비의 트리는 크리스마스에 온누리에 축복과 희망이 우리 가족 모두에게 전해지는 것만 같다
조카들이 꽃바구니도 준비해 주었고 여동생의 케익 준비로 뒤 늦은 어머님의 생신 축하를 한 후 이바지를 준비해 온듯한 예비신랑의 선물을 개봉하는데 꽤나 정성이 들었지만 이미 배가 포화상태인지라 손을 대지 못한게 미안스럽다.
밤늦도록 얘기 꽃을 피우다가 객실의 한계로 여동생이 귀가하고 짧아진 밤의 끄트머리에서 잠자리에 든다.
언행은 인격을 고스란히 드러내게 되어 있는데 예비사위를 테스트 하다가 오히려 우리가족의 취부만 들어낸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는 밤이다.
당연히 객실에서 편안하게 일출을 감상 한다는 것은 계획 이였을 뿐이다.
졸린 눈을 비비 가며 방파제를 따라 오동도로 들어간다.
오동도는 여수 관광의 필수라 많은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고 동백나무 그늘로 어두침침한 숲에 붉은 장미가 가로등 마냥 매달려 있을 뿐 동백꽃은 아직 멀었다.
바라 본 엠블호텔이 참 멋찌다.
아이들을 호실로 불러 간단 조식을 하는데 어젯밤의 과음에도 불구하고 맛나게 먹어 줘 이쁘다.
퇴실시간까지 호텔에서만 머무는 게 밋밋하고 가족들 간 추억을 남기기 위해 다시금 오동도로 향한다.
평소라면 오만상을 썼을 딸 마저도 잘 따라주고 있고 다들 웃음꽃을 피우고 있으니 나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동백숲 속의 자연 카페에서 커피에다 가족간의 유대감을 희석하니 달콤함이 온몸으로 스며든다.
매일이 맑은 날만 지속된다면 사막이 되듯이 매번 만나지는 못하지만 이번처럼 여행을 통해서라도 핏줄의 소중함을 느껴야겠다.
이것 또한 어머님이 베푼 커다란 은혜 중에 하나다.
우리가 차문을 닫다가 손가락을 찍을 만큼의 나이가 들어가고 있고 삶들이 제아무리 팍팍할 지라도 가족은 든든한 버팀돌이 되고 오직 자식 편인 어머님이 있어 우린 행복하다.
늘 내 곁에 있을 것 같지만 어느 날 뒤돌아 보면 많은 것들이 곁을 떠난다.
어머니의 늙어 가신 모습이 서럽지만 사랑할 수 있을 때 또 아껴 줄 수 있을 때 우리 맘껏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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