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천 조계산 산행 ***
-.일자 ; 2024년 10월 1일
-.코스 : 선암사주차장-선암사-장군봉-연산봉-보리밥집-작은굴목재-선암사주차장(13.7km / 5시간 24분)
 
한낮에 푹푹 찌는 더위와 조석의 싱그러운 가을 바람으로 아직까지도 여름이 더부살이를 하고 있는 공존의 계절이다.
연일 티끌 하나가 없이 청명한 하늘에 나의 마음도 세탁이 되어 기분은 마냥 상쾌 하기만 한데 가을이가 슬며시 산행이란 강박증을 데려다 놓았다는 건 눈치 채지 못했다.
더위의 기록 갱신과 폭우로 올라 버린 배추 값이야 수입을 해서라도 가격대를 낮추면 되겠지만 한번 늘려나 버린 몸무게로 인해 제대로 된 사람의 형태를 유지 시킬 수 있는 방법은 움직임뿐이다.
10월이 시작되자 새벽에는 창문을 닫아야만 하는 시원한 바람에 더위는 나 몰라라 내빼 버려서 산행에 대한 핑계거리가 사라졌고 나태함 과의 결별을 선언하기엔 적기다 싶어 조계산을 찾는다.
나 홀로 지방도를 달려서 선암사주차장에 들어 선다.
갑작스런 공휴일 지정으로 혼란도 있지만 이런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 많은지 주차장은 만차이고 햇살은 따갑다.
이상한 군상이 별별 요상한 짓들로 세력을 과시하려고 하는 게 우습지만 어쨌든 나는 휴일로 공돈을 챙겼고 누구 덕분에 입장료 없이 선암사의 들머리로 들어 선다.
푸른 숲이 햇살을 은은한 간접 조명으로 바꾸어 놓았고 물소리만이 청량한 산사의 진입로는 언제나 마음에 안정을 가져다 준다.

 


승선교를 지나 태고종 총본산인 조계사로 들어 간다.

 


매스컴의 2024년 세계유산축전 홍보에 혹시나 했는데 49기 합동득도 수계산림에 예비 스님들의 불경 소리만 울려 퍼지고 있어 인간사 어딜 가나 경쟁과 시험의 연속이다. 

 


무거워진 나의 몸과 올라야만 한다는 의지와의 사투에 열불이 난다.
조금만 참자, 저 위 벤치에 가면 몸을 쉬어 줄께 달래면서 겨우 겨우 발걸음을 때고 있다.
어제의 숙취 때문이라 핑계를 대보려고 해도 몸의 게김성이 하도 괴씸 하여 그냥 내쳐 올라 버리기로 마음을 다잡는다.
몸이 가벼워야만 머리도 명석해지고 몸의 순발력도 생기지만 둔탁함은 우직성이 있어 날파리의 방해 공작도 육탄으로 돌파해 버리고 몇 사람을 추월까지 하는 성과를 보여 준다.
흔들리는 나뭇잎에 바람이 걸렸고 무한한 숲의 생명력 속에서 몸도 활력을 찾아 가고 있다.
이제야 길을 안내하는 눈도 거저 먹고 있다는 발걸음의 원망에서 벗어나 평온함이 깃들고 서로 유기적인 협력이 있어 향로암터에서 약수로 목을 축여 너불어진 돌무더기에 앉아 쉼을 하는데 산밑에서 올라 온 그 넘의 형님 형님 이란 추임새가 상념을 깬다.

 


샘터가 있다는 것은 그 만큼의 고도가 남아 있다는 증표이고 겨울이면 이곳에서부터 상고대를 피우기 시작하는 급경사의 시작이다.
토사가 빗물에 휩쓸려 버리고 돌만이 들어나 너덜지대와도 같은 오름길에 설치 되었던 계단의 침목들도 나뒹굴어 그 구실을 잃어서 몸은 지구 밖의 행성을 걷고 있는 듯 부자연 스럽다.
뒤로 자꾸만 밀리는 몸을 올라야만이 산다는 의식이 이끌어 정상에 올려 놓는다.
젊은 처자들의 경쾌한 대화에서 나는 세월을 느낀다.
민망스러워서 못할 포즈를 취해가며 자신을 표현하는 자유 분망함이 전 세계에 한류열풍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었겠지만 너무 획일화된 느낌도 지울 수 없어 살그머니 비켜나 산 풍경을 본다.

 


올라 올 땐 티없이 파란 가을 하늘이 비 예보를 증면할 셈인지 연산봉 너머로 구름이 피어 있고 등급을 가릴 수 없는 무등산은 아예 지워 놓았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시원한 산정이고 산비탈은 요즘 아침 저녁의 일교차로 곧 단풍으로 물들일 것만 같이 색이 바래어 퇴색되어 가고 있다.

 


이 가을은 감성을 말랑하게 만들었고 힘에 겨워 곧장 보리밥집으로 내려가고자 한 애초의 마음이 변덕이 죽 끓듯 하여 연산봉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한여름처럼 땀에 옷이 젖고 비를 맞은 듯이 흘려 내리질 않아 산행하기에는 적기이니 마음을 따를 수 밖에는 없다.
꽃 향기는 없지만 숲의 상쾌함이 퍼져 있는 산길이 기분을 좋게 한다.
산죽은 정원수를 관리하듯 말끔하게 정리를 하여 놓았고 계단은 빗질을 한 듯하여 발 디딤이 좋아 도심지의 산책길과 다름이 없다.
이 산하가 다 내 것이 되었고 나 혼자 만의 호사다.
나뭇가지 끝에 잎새가 말라가고는 있지만 나무들은 가지런하게 하늘로 치솟아서 그늘을 만들어 놓았고 등로는 스펀지처럼 푹신한 흙길이라 쉼 없이 걷고 있는데도 무리가 없다.

 


연산봉에 올라 조계산을 조망한다.
그새 장군봉은 구름 속에 자취를 감췄고 긴 골짜기의 물줄기를 승주호가 머금고 있다.

 


사색이 무념이 되어야 될 터인데 자꾸만 밀려 드는 상념들 때문에 무차별로 달려 드는 날파리를 떨쳐내 듯 연산봉을 떨쳐내고 송광굴목재에 내려 선다.
그러고 보면 입장료가 없어진 후 접치재를 기피하게 되어 송광사를 자연 회피할 수 밖에 없었는데 다음엔 꼭 연계하기로 맘 먹고는 밥 먹으로 보리밥집으로 내려 간다.
연신 밥솥에 뿜어져 나오는 듯한 구름이 계곡을 덮었고 습한 비 기운에는 밥 냄새가 묻어 나는 듯 하여 흘리듯이 보리밥집에 스며 든다.
늦은 시간임에도 손님들로 북적여 겨우 한 켠에 자릴 잡는데 활달한 목소리에 산우가 잡힌다.
참 영원이 자유로운 후배는 처렁처렁한 목소리로 옛 추억들을 영웅담으로 만들어 소개 시켜 주는데 내가 민망스러워 말문이 막힌다.
부인을 동행했으면서도 고추며 숭늉을 챙겨주는 세심한 챙김에는 더 없는 정이 담겨 있어 몸둘 봐를 모르겠다.
한참이나 이어진 수다는 스스럼없는 야유회 느낌이고 나 홀로 남겨 짐은 빈자리의 허전함 이다.
톡톡 떨어지는 비가 외로움을 부추긴다.

 


예전에 비해 빈약하기 그지 없는 보리밥도 넣어 놓은 양은 있기에 더부룩해진 배는 못 올라간다고 투쟁에 나섰지만 살려면 몸이 시키는 반대로 움직여야만 하기에 타협점이 없다.
살려고 먹고 또 움직여야만이 산다.
항상 선암굴목재 이 곳이 최대 고비다.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의 뒷모습을 빠니 보면서도 경쟁 의식도 생기지 않고 앞서 본들 피곤함은 온리 나의 몫이다.

 


우거진 숲이 우산이 되어 주었지만 몸은 젖어 들어 작은굴목재에 올라섰고 시원한 바람의 마중을 받아 선암사를 향해 내려간다.
그 많았던 사람들이 싹 사라지고 물소리만이 청아한 내림길이다.
동네 뒷산 오르듯 부담이 없었던 이곳도 점점 원정산행지가 되고 있어 일상으로의 복귀가 절실해지고 있다.
딸 결혼식이 있는 시월이 지나면 좀 나아 지려나......
그럼 또 환갑이고 정년퇴직인디
오늘이 시월의 첫날이고 국군의날로써 임시휴무일로 지정되다 보니 선암사 진입로에는 행락객이 많다.
저 평범함 속에 행복이 있음을 그 땐 몰랐다.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순천 조계산 산행  (0) 2024.10.29
대구 팔공산 산행  (0) 2024.10.21
광양 백운산 산행  (1) 2024.09.10
용궐산 산행  (5) 2024.09.10
가을의 길목 천왕봉  (5) 2024.09.03

** 광양 백운산 산행 **
-.일자 : 2024년 9월 10일
-.코스: 진틀-상봉-신선대-진틀
 
새롭게 구축한 둥지가 벙커처럼 사방이 막혀 있어 에어컨에 볼모가 되었는데 입추가 지나고 풀잎에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 마저 지나 갔건만 찜통 더위는 아직도 기세 등등한 점령군이 되어서 행동을 제약 시키고 있다.
이대로는 못살겠다.
어제 회식에서 장어로 원기 보충해 해놓았으니 이참에 기습 탈출을 강행해 본다.
닭구이의 연기로 사람들을 홀리던 옥룡계곡에는 인적이 없고 펜션에서 쏟아낸 오염물질로 인하여 수생식물이 계곡을 메워 간다.
미풍도 없이 고요한 주차장의 적막을 깨기가 뭣 하여 다시금 차에 올라 진틀의 임도를 올라 버린다.
계곡과 맞닿아 있는 저곳이 공유수면이 아니라 사유지 였는가?
새가 둥지를 짓듯 자재들을 하나씩 조립해 나가더니 작은 가계 하나가 만들어 졌고 주차공간이 없어 병암산장 아래에다 주차를 한다.

 

등로를 잠식해 가는 수풀이 사람의 흔적을 지우고 있고 젖가락만 같았던 고로쇠나무는 성장이 빨라서 그늘을 만들어 놓았다.
날파리가 평생 먹잇감을 선점했다는 듯 달라 붙더니 빨랑 돌아 가시라고 귓전을 맴돌며 정신적 고문을 가하는데 보이지도 않는 미물 하고의 신경전은 수건 한 장으로 제압 한다.
어젯밤의 술에 안심하고 퍼질러 있던 세포들에게는 비상이 걸렸고 강제 동원된 근육들이 풀로 가동 되고는 있지만 제어권을 장악하지 못한 몸은 비틀거린다.
어제 맥주만 안 마셨어도 일상의 리듬은 유지했을 것인데 항상 후회스럽다.
계류로 세안을 하고 하늘을 올려다 본다.
쭉쭉 치솟아 오른 나무가 생명의 기운을 돋게 하고 초록 초록한 나뭇잎은 정신을 맑게 해준다.
숲 속에 스며든 빛 내림과 계곡에서 피어 오른 자욱한 수증기로 태초의 원시림이 되었고 큼직한 바위들은 외부인의 발길을 막고 있다.
다행이도 훈련된 발걸음은 머리의 지령을 잘 수행해 내고 있어 부비트랩에 걸림 없이 진틀삼거리에 올랐다.
숲 한가운데에서의 고립감이 아니라 동물들이 생존하기 위한 영역권을 확보하는 것처럼 만족감에서 오는 여유와 자유로움이다.

 

오름길은 나를 원초적으로 만든다.
오직 한 기지의 집념이 무거운 발걸음을 떼게 하고 있고 먼저 가서 깃발을 꽂은 놈이 땅의 임자였던 미국 서부개척시대가 아닌데도 정상을 향한 이 오름짓을 멈추질 않는다.
오직 한 방향뿐인 이런 단순함이 산행이기에 이 발길이 행복해야만 되는데 지금의 나는 내적 갈등에 몹시도 힘겹다.
나는 왜 매일 매일을 이렇게 걷고 올라야만 할까?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방책 치곤 몸이 너무 혹사를 당하고 있다.
이 무슨 해괴망측한 상념인가?
놀고 있네.
이렇게 두 다리로 어디든 걸아 갈수 있는 지금이 행복한 줄 알아라.

 

쉼터에서 오이 하나를 베어 문다.
전신에 향긋한 향이 퍼지면서 상념들을 싸그리 몰아내고 능선에 올라서니 시원한 바람이 가을꽃을 데려다 놓았다.
백운산상봉이 참으로 오랜만이다.
듬직한 백운산은 외도만을 하다가 왔는데도 아무런 거리낌없이 받아 준다
모처럼의 대면에 오랜 산꾼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려 했는데 홀딱 젖어 몰골이 말이 아니다.
세월 탓을 할까? 이곳을 올라 오는데 제대로 올라 온 것인지 조차가 의문시 된다. 
버티고 있는 폭염을 피해서 피서 나서는 듯 출발은 했지만 순례를 하는 듯한 고역의 길이였다.
옷은 몸에 착 달라 붙어서 흉측한 몰골이 그대로 들어나 있고 땀은 불어 오는 바람에 기화가 되면서 급격하게 온도를 낮추어 버려서 몸이 으슬으슬 떨리니 피서도 체력과 내공이 겸비되어야만 즐길 수가 있다.

 

산행은 과정을 즐기는 것이라고 숲 속에서 머물면서 자연의 변화에 주목 할거라며 도시락도 싸왔는데 내겐 호사고 내려가서 국밥에 소주로 타협하고 만다.
가을꽃 피어난 아름다운 산길이다.
잔디처럼 푸르른 가는잎그늘사초는 곧 갈빛으로 물들면서 정염으로 불타다 사그라 들것이고 계곡의 나무들도 화려한 색조화장으로 가을의 축제를 이끌면서 낙하하여 소멸 될 것이다.
그전에 또 찾을 날이 있을까?
 
계곡에서 뿜어 낸 음이온으로 정신이 맑아지고 있고 작은 폭포들은 땀을 식혀주는 안개 분수가 되어 하산 길을 이끌어 준다.
자~~
일 끝냈으니 일잔 하러 가자~~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구 팔공산 산행  (0) 2024.10.21
순천 조계산 한바퀴  (1) 2024.10.01
용궐산 산행  (5) 2024.09.10
가을의 길목 천왕봉  (5) 2024.09.03
용마산 산행  (0) 2024.06.19

**용궐산 산행 **

-.일자 : 2024년 9월 7일

-.코스 : 용궐산하늘길매표소-하늘길-비룡정-용궐산-삼형제바위-임도삼거리-요강바위

 

광양백두산악회는 나의 산행에 전부였는데 여건이 맞지 않아서 외곽만을 멤돌았다가 올해 처음으로 산행에 동참하게 된다.
연례 행사인 한라산을 빼면 산악회란 자체가 처음이라서 매우 어색함이 있었는데 역시나 고향과 같은 살가움이 있다. 
어제 소낙비를 맞으면서도 강행했었던 체력훈련이 되려 컨디션 난조를 가져 와 이들과 어울림에는 제약이 되지 될까 염려 됨인데 상황으로 보아선 현실이 될 것만 같다. 

 


비가 오지 않는다는 회장님의 장담에도 하늘은 먹구름으로 중무장을 하고 있고 도착한 용궐산은 입장료 4천원에 2천원은 지역 상품권으로 준다.
여긴 경로우대가 70세부터여서 건강 빵빵 하게 유지시켜서 공짜 산행을 한번은 해봐야겠다는 오기를 심어 준다.
용궐산은 3번째 걸음인데 한번은 용담마을에서 시작하여 개고생을 했었고 두 번째는 이곳 하늘길이였었는데 그때도 입장료를 받았는지는 아리송하다.
하여간에 용량이 적으니 새로운 것을 받아 들이려면 비워 둬야 한다는 것을 느끼지만 두뇌는 여전히 빈 트랙만 회전하고 있다.

 

 

 

 

 

 

 


한 켠으로 비켜난 어부님은 비가 그치기를 바라는 기청제 의식을 지내 듯 곡주와 과일 등을 차려 놓고 길손까지 참여 시키고 있는데 별 효과가 없다.

 


산악회에도 구성원들이 많이 바뀌었지만 1대간 9정맥을 같이 하고 거친 산길을 함께했던 동지들과 동참을 하고 싶어도 긴 세월은 개인차를 만들어 놓았고 더구나 잔도는 줄을 세운다.
이곳이 잔도 길이라고 하나 원조인 중국처럼 기암에다 구멍을 뚫고 깎아 지른 절벽에 받침대를 세워 길을 만들어 놓아 담력을 농락한다는 것은 어림 반푼어치도 없고 미니어처에 유아 수준의 잔도다.
그 동안에 세상 경험들로 내성이 길려져 세상사 별반 놀랄 일 없는데 그나마 쬐금은 특별한 경험이니 많은 사람들이 찾고들 있는 곳이다.

 


실개천처럼 흐르는 섬진강 줄기가 단순한 풍경 속에서 볼거리가 되고 있지만 그 마저도 구름에 가리워져서 산행 자체에 집중하긴 최적이다.
빗발이 굵어 진들 흐르는 땀방울만큼도 옷을 적시지는 못하길래 비옷은 배낭에서 고이 보관되어 있다. 
섬진강과 산허리에 드리워진 흰구름의 조력자는 풍경화를 데생 했으나 컬러에 익숙한 나의 눈에는 테크만 그려 지는 단순한 오름길이다. 

 


예전에 비해 테크가 연장이 되어 정자까지 이어져 있다.
산 아래를 내려다 보면서 막걸리 한잔하기 딱 일 분위기 련만 비를 피해 모여든 사람들로 그냥 지나쳐서 산길을 오른다.

 


몸은 벌써 잔도의 편안함에 익숙해져 버려서 발걸음이 게으름을 피우며 그만 가자 버틴다.
야가 아직도 주인의 성질머리를 파악 못하고 따로 놀고 있으니 몸은 맨날 피곤하다.
등산의 최고 매력은 혼자만의 힘으로 오르는 것이다.
힘들어 하는 옛 여성 동지들을 나름 챙기다 보니 정작 산 친구들은 내달려 버렸고 동행인 어부님이 더위에 시원한 사이다가 되어 준다.
습도는 땀 구멍을 막아 놓아서 열이 체류 되니 온열질환이 걸린 것 마냥 비실비실 해지고 금방 지친다.

 


꾸역꾸역 용굴삼거리에 도착하여 이곳을 리턴 지점으로 정하여 놓았고 다리가 게으름을 피우기 전에 마저 올라 버리기로 한다.
3백미터의 체감 거리가 1키로는 될 것만 같은 지루함이 동반하여 주저 안고 싶어도 아직 꼬라지는 짱짱하여 쉼 한번 없이 정상에 올라 선다.

 


이 많은 젊은 처자들이 그냥 올라 왔을까? 고작 647m 밖에는 안 되는데 육신은 태산을 올라선 것 같으니 많이 반성 된다.
줄을 서서 정상 증명을 남기는 뻘 짓도 하고는 한 켠으로 비켜나 아래를 내려다 봐도 딱히 보이는 것도 할 일도 없어 하산을 하려는데 어부님이 마음을 바꿔 정 코스로 내려 가 잔다.

 

 


계단이 끝나고 꾸밈없는 동네 산길이 이어진다.

 

 

 

 


공사 자제들로 보아선 또 어느 곳에다 계단을 설치할 요량이지만 지금 이대로도 안전상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 곳이다.

 


점심을 정상부에서 먹었기에 망정이지 쉼 할 곳이 없는 등로는 발걸음에 채찍질을 하여 날파리조차도 귓전에 윙윙거리다 떨어져 나간다.

 


날씨는 우리의 의지를 시험했다는 듯 햇살이 쨍쨍해져서 습도만을 높여 놓아 몸에서는 메주를 띄우는 듯한 냄새가 올라 오고 있다.

 


갈림길의 임도 에서야 휴식을 하고 다 내려 왔다는 안도감에 바른 걸음을 유지하여 요강바위를 찾는데 자체 정화 시설이 없는지 강은 오염이 되어 강물에는 파래가 새파랗다.

 


비대 시설이 없는 요강바위에 들어가 본다.
요강의 용도가 그렇듯 비상시에만 사용해야지 퍼 내려면 한나절은 걸릴 만한 깊이의 자연석의 오묘함 이다.
자가용일 땐 출렁다리를 건너 섬진강자전길을 따라 가다 징검다리를 건넜어야 했는데 단체산행이다 보니 버스가 대기하고 있어 산행을 복귀해 볼 시간도 없이 끝나 버린다.

 

 

 

 

 


 ===== 채게산 출렁다리 =====
채계산 출렁다리는 용궐산과 자매품이다.
왔던 길을 거슬러서 출렁다리 주차장에 들어서는데 비가 쏟아진다.
올라 가는 것은 문제가 안 되는데  몸에서는 난 쉰 냄새의 역겨움에 출렁다리 대신 꼬랑을 찾는데 수풀이 선점을 하여 포기한다.
비는 더욱 거세게 쏟아져 내리고 이때 필요한 것은 막걸리다.
비 나리는 다리 밑에서 산우와 나누는 막걸리는 보약이다.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순천 조계산 한바퀴  (1) 2024.10.01
광양 백운산 산행  (1) 2024.09.10
가을의 길목 천왕봉  (5) 2024.09.03
용마산 산행  (0) 2024.06.19
북한산 비봉 산행  (1) 2024.06.19

** 지리산 천왕봉 **

-.일자 : 2024년 9월 2일

-.코스: 중산리-셔틀버스-순두류-로타리대피소-개선문-천왕봉-제석봉-장터목대피소-유암폭포-칼바위-중산리(15.8km / 6시간 28분)

 

생활리듬이 여행에 최적화 되어 있어 산에 대한 거부 반응에 산악회 자체를 기웃거려 보질 못했다.
어떻게든 산과의 연결고리를 복원하고 생체리듬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천왕봉의 영험한 기운에 의탁해 보기로 한다.
배낭에는 온열질환에 대비해 식염포도염을 준비하고 근육 이완제와 에너지바도 함께 챙겨 넣었다.


올해 한번도 찾지 못했던 어색함은 잠을 설치게 했고 나 홀로의 발걸음은 두려움인데 주차장의 리모델링으로 갓길에 주차를 해놓고는 이게 맞는지 눈치를 본다.

 


성숙한 숲은 향기롭고 지리는 아늑하게 객을 품어 준다.
도로를 따라서 주차금지선이 쳐져 있고 카페는 커피 한잔으로 이탈한 차들을 끌어 들인 듯하다.

 


중산리탐방지원세타의 공사는 12월 말까지 이고 마침 셔틀버스 출발시간이라 탑승하여 어수선함을 떨쳐 낸다.

 


휘어진 도로를 10여분만에 학생수련원에 올려 놓았고 학습된 대로 들머리를 찾아 드는데 지리산을 향한 카펫이 깔려 있다.

 


햇살이 차단된 숲에는 가을이 스며들었고 바람은 열기를 식혀 준다.
이렇게 배타성 없이 받아 주는 걸 나 혼자서 밀당을 하고 자학 하느라 시간만 허비했다.
수족관의 물 온도와 비닐봉지 안의 온도를 서서히 맞추어서 물고기의 쇼크를 방지하기 위한 물맞대기를 하는 것처럼 지리산은 완만하게 이어 지면서 친근하게 맞아 주면서 적응의 시간을 준다.

 


계곡의 물소리는 어느 사이 침묵 속에서 사라졌고 아리랑고개에 올라 지구와의 정확한 좌표를 맞춘다.
칼바위를 선택했으면 지금쯤 망바위쯤은 올라 왔을 것이고 저질체력을 한탄할 싯점이나 계곡의 계절은 가을꽃을 대려 와 고운 색체에 눈 마주치면서 오름길의 고단함을 삭히다. 

 


월요일이니 만큼 남자들은 생활전선에서 사투를 하고 있을 것이고 이미 중년의 시기를 지난 여성분들의 깔깔거림의 여유가 나를 되돌아 보게 한다.
산사람들은 여전히 산을 찾고 있는데 나는 뒷산만 깔짝거리면서도 자기 안위를 찾았고 그에 안주해 참이슬을 꼴짝 거렸었다.
포크레인이 돌을 쪼아 대는 공사 소음과 가림막 속에 로타리대피소가 감춰졌고 휴식의 공간을 지워 놓았다.
이 곳은 산중턱의 난이도 때문인지 공사가 내년 1월까지인데 조감도로 보아 선 큰 변화는 없어 보인다.

 


법계사앞의 졸졸거린 물줄기에는 수중 펌프를 박아 놓았고 식수대의 수도 꼭지는 말랐다.
큼직 큼직한 바위들이 시선을 발 아래로 고정시켜 놓는다.
그렇지 않아도 끝이 안 보이는 오름 길인데 차라리 보지 말고 오르란 배려라 여겨보려 해도 떨어지는 땀방울도 과열 됨은 못 식혀 준다.
고도를 높이고 있으면 온도가 떨어져야 하는데도 시간과 비례하여 달구어진 열로 더위까지 느껴지고 있다. 
냉해를 입은 연분홍의 산오이풀이 조급증을 건드리고 있어 쉼 없이 개선문까지 올라 선다.

 


화려하지도 요란 하지도 않은 하얀 구절초가 포인트가 되어서 가을의 구색을 맞춰 가고 있다.

 


연일 폭염이라고 매스컴에서 떠들고 재난 문자로 행동을 제약 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조화롭게 어울린 계절의 순리다.

 


백운산은 해무에 지워져 가지만 천왕봉은 고사목까지도 선명하게 보이니 이젠 어쩔 수 없이 정상엘 올라야만 한다.
인생은 등산 과도 같다더니 하늘 한번 제대로 처다 보지 못하고 발 밑만 쳐다 보다가 천왕봉에 올라 섰다.
환희 보단 더 이상 안 올라도 된다는 안위에서 세상을 똑 바로 내려다 본다.
삥 들러 선 산그리메 중에 내 족적을 남겨 둔 곳들이 더 많으련만 이젠 불러 볼 이름 조차도 없고 저 산 아래에서 이곳 까지가 천리길처럼 멀다.


오랜만에 올라와서 힘든 게 아니라 내 육신이 뇌쇄하여 버텨낼 힘이 없었다는 걸 인정하고 정상석과 마주한다.
날파리들을 휘휘 젖어 몰아내고 인증용 사진을 가족들에게 전송하여 환갑의 나이에 천왕봉에 오른 것을 상기 시켜 놓는다.
좀 유치하긴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 애가 된다고 내 것은 내가 챙겨 먹어야 한다.

 

 


월요일의 천왕봉은 인적이 없것만 다음 사람을 위해 자리를 비워 주고 제석봉을 향해 내려선다.

 


고산 이기도 하지만 서늘해진 날씨가 가을 스럽게 변해 간다.
산오이풀과 쑥부쟁이와 구절초 그리고 용담이 포인트가 된 가을 색체다.

 


느림도 쉼도 수련에 의한 내공이 있어야 됨이 증명되고 있고 제석봉의 전망대에서 폭염에 대한 갈증을 풀어 내듯 바람만 실컷 맞는다.

 


헐벗어 내면의 모습을 들어낸 제석봉의 돌틈 사이에 야생화들은 순천만 정원에 가꾸어 놓은 꽃밭보다 더 어여쁘다.
날로 쇠약해져 가는 식생인데 약용으로 뿌리를 채취를 한 듯 군데 군데 훼손된 흔적들은 제석평전의 아픔을 닮았다.
천상의 화원 인들 홀로 산길에서의 느낌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조적이 될 수 밖에 없고 그늘이 없는 공간은 머묾도 허락 치 않는다.

 


뒤돌아 지리의 선경과 작별하여 장터목대피소에 내려선다.
파장이 아니라 아예 장이 서질 않아 음식 냄새로 고문을 가해야 할 취사장에도 야외 탁자에도 사람이 없다.
외계에 나 홀로 떨어진 듯한 적막감과 나를 감시하는 듯한 카메라와의 신경전이 나를 피곤케 하여 이른 도시락을 먹고 일어 선다.

 


식수를 취사장 앞에까지 끌어다 놓아 편리성을 향상 시켰지만 몇 걸음 아래에 식수장이 있다.
돌길의 내림길은 무릎에 통증을 안긴다.
그렇지 않아도 마음과는 엇박지를 내고 있는 걸음걸이가 영 불안스러운데 자칫 명령을 수행해 내지 못할까 봐 내내 염려스럽다. 

 


긴장됨은 땀방울로 시각화 되어 뚝뚝 떨어져서 계곡에 물을 더하였고 계류가 존재를 들어 낸다.

 


구름이 몰려와 능선을 지우고 있고 내려 설수록 더운 공기가 피부를 촉촉하게 만든다.
햇살은 나뭇잎에 투영 되면서 더욱 짙푸르러서 성하의 계절을 붙잡고 있고 바람의 조력이 없어 더위가 머물러 있다. 
데이터센터 냉각 시스템의 냉각수가 쏟아 지는 듯한 유암폭포도 더위를 식혀내지 못한다.

계류의 웅장한 물소리는 공포용 일뿐이다.

 


발걸음은 자꾸만 돌부리에 걸리고 있다. 사색 마 저도 철저하게 차단시켜 놓고 .조련을 하듯 한눈을 못 팔게 하면서도 도무지 나를 받아줄 기미가 없는 지루한 내림 길이다.

 

 

폭포 길을 찾고 샛길을 탐하던 때는 진짜 옛이야기다.

낙석위험으로 계단을 놓아 우회 시켜 놓았는데 안전의 댓가가 과한 느낌이 든다.
딴딴해져 있는 종아리가 퇴업을 따지지만 이젠 조강지처의 말이 옳음을 잘 알고 있다.
괜스레 샛길을 탐하는 과욕은 사고를 불러 오고 되돌아 오기에는 많은 댓가를 지불해야만 함이다.

 


발걸음의 정직함은 칼바위삼거리의 쉼터에 내려 놓는다.

 


산행을 잘 끝내고 있다는 것은 기분 탓이다.
지친 몸의 억지 걸음은 칼바위를 지나도 이어지고 있는 등로에서 탈출구인 아치 만을 찾고 있다.

 


텅 빈 야영장의 시멘트도로 옆으로 데크가 설치되어 쬐금은 수월하게 도로에 내려선다.


길섶으로 휩쓸린 낙엽이 가을의 매개체를 자처했으나 뒹굴고 있는 낙엽일 뿐이다.
공사현장의 난잡함에 문이 닫힌 가계 그리고 도로에 갓길 금지의 설치물들은 도무지 이곳이 대한민국 최고의 국립공원지역인지를 의심케 할 뿐이다.
삼고초려를 하듯 지리산과 친해질 때까지 계속 찾아 오고 싶어도 주춤하게 만들고 있다.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광양 백운산 산행  (1) 2024.09.10
용궐산 산행  (5) 2024.09.10
용마산 산행  (0) 2024.06.19
북한산 비봉 산행  (1) 2024.06.19
보성 초암산  (0) 2024.05.02

** 용마산 & 아차산 **

-.일자 : 2024년 6월 15일

-.코스 : 용마산역-용마산-아차산-아바이손두부

 

토닥거리는 빗소리에 선잠에서 깨어나 집을 나선다.
잔치 국수로 간단 요기를 하고 용마역에서 내리자 빗줄기는 더 거세어 졌지만 여기에서 포기 할 수는 없다.
빗속에서도 용마공원에는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제법 많고 용마폭포에서 산길로 접어 들자 빗물이나 흐르는 땀이나 다를 게 없다.
여긴 도심에서 접근성이 좋고 적당한 높이라서 짬 시간이나 아침운동 하기에는 딱 이다.

 

 

계단을 오르다 시내 한번 내려다 보고 또 오르고 하다 보니 용마선 정상이다.
빗물에 젖어 축 늘어진 태극기에도 국뽕이 자동 장착되어 정상 인증을 하고는 시내권을 조망하나 구름 아래의 회색 도시는 다가 오지 않는다.

 

포장로와 다름이 없어 보이는 반질거린 등로는 산책길이다.
비는 소강상태이고 습도 때문에 젖은 옷이 레깅스처럼 착 달라 붙어 걷는 게 조금 불편해도 손은 자유로워 졌다.
한강도 안 보이는 조망에 롯데타워도 사라져 버린 맹탕이나 도심속 공원을 걷는 데는 아무런 장애가 없다.
오늘도 아차산 방향을 잘못 잡았다.
신호등과도 같은 아차산이정표가 이곳에서는 보이질 않아 항상 헷갈린다.
많은 둘레길과 갈림길이 있어 아차산의 보류를 보고 방향을 잡아야지 이정표만 따르다 보니 매번 결과가 이렇다.

 

 

조망이 없는 아차산은 밋밋하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목적과 방식대로 산길을 오르내리고 있다.

 

 

생태공원을 내려간다.
예상했던 시간보다는 빨라서 둘레길의 테크를 따라서 조금 더 진행해 본다.
슬그머니 원조할아버지손두부 집이 떠오르고 결국 도로를 내려와 따끈한 순두부에 막걸리 한 병 마시니 오늘 하루가 오롯이 내 것으로 되었다.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용궐산 산행  (5) 2024.09.10
가을의 길목 천왕봉  (5) 2024.09.03
북한산 비봉 산행  (1) 2024.06.19
보성 초암산  (0) 2024.05.02
남해 망운산 산행  (0) 2024.04.29

** 북한산 비봉~ 문수봉 산행 **

-.일자 : 2024년 6월 14일

-.코스 : 불광역-족두리봉-비봉-사모바위-승가봉-문수봉-대남문-문수암-구기동(10.4 / 5시간 14분)


상봉 먹자골목이 생겨나고 개발이 마무리 되어서 유동인구가 많아졌음을 체감한다.
식당은 언제든 열려 있어 북한산 산행을 위해 순대국밥을 먹고 전철에 올라 불광역에서 내린다.

 


정상위주를 탈피하고 새로움을 추구 하고자 함인데 방향감각의 상실로 대략난감이다.
검색용 램블러는 삥글삥글 맴돌고만 있어 그냥 감각으로 도심지를 파고들어 대호아파트의 들머리에 들어 선다.
한치의 오차도 없어 자신을 쓰담쓰담 해준다.
계단을 벗어 나면서 암릉이 이어진다.

 


아침부터 끈적거린 기온에 쌍을 이룬 러브버그 들이 눈앞에서 정신을 흩뜨려 놓는다.

 


바위인 만큼 조망도 좋아 서울의 조감도가 펼쳐지나 해석불가라 단순 오름짓에만 집중해 경고문을 본다.
요즘 많은 일을 겪으면서 길들여진 습관은 당연히 우회 쪽으로 방향을 틀어 버린다.

 


족두리봉을 반 바퀴 돌아서 반대편에 섰다.
참 바윗돌이 큼직하고 과연 족두리모양 처럼도 생겼는데 올라 갈 엄두를 못하고 셀카로 인등한다.
아직 물욕은 그대로 인 것 같은데 육신의 보존이 우선시 되어 몸을 사리게 된다.

 


산길이 좋아졌고 여유도 생겼다.
정상위주와 접근성 때문에 편식성 산행을 해왔던 탓에 이곳은 처음인듯 한데 비봉의 통제소에서 결국 우회로를 택한다.
혹서기 산행에 물과 그늘과 휴식은 기본인데 물을 달랑 0.5L 한 병뿐이니 갈증이 더 난다.

 


우회를 해버리려고 했던 비봉이 뒷 통수가 쫄보라 비웃는 것 같아 용기를 내 보기로 한다.
괜히 오기를 부렸나.
와 이거 삶에 집착도가 살 떨리게 만들어 그냥 내려가라고 부추긴다.

 


코끼리 바위와 눈 마주치고 바위에 엉겨 붙어서 비봉에 올랐다.

 


경치 한번 끝내 주는 구만., 바로 이 맛이지...
오를 때보다 내려설 때가 더 위험함이다.
다리를 달달 떨면서 바위에 붙어 기다 보니 자신이 참 한심스럽지만 그렇다고 딱히 방법도 없다.
이 놈의 세월이 사람을 요로코롬 겁쟁이로 만들어 삶에 집착을 하게 했다
그래서 이제 부턴 가지 말라면 안 간다.

 

 


사모바위까지 쉬엄쉬엄 간다.
숲도 길도 좋아서 수도권의 뺀질함이 느껴진다.
커다란 비석이 솟아 있는 듯한 사모바위에 사람들이 많다.
쏟아지는 햇살이 부담스러워 한쪽에서 쉼을 하면서 진행해야 할 길을 찾다가 응봉방향을 선택한다.
어째 내려가고 있는 방향이 수도권의 외곽으로 빠진 듯 해 곧바로 괘도를 수정하여 원점회귀한다.
그래 튀지 말고 남들이 하는 데로 하자.

 


문수봉으로 수정을 하였고 승가봉에 올라 지나 왔던 길을 되돌아 본다.
참 암릉들 많다.
이래서 북한산이 선망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음이 확인된다.

 


난이도가 있는 문수봉의 직등을 회피하여 쉬운길을 선택한다.
거친 계곡의 길이 만만치가 않다..
뭐가 쉽다는 거지, 그럼 어렵다는 직등 길은 비봉 오름길처럼 살 떨린단 소린가?

 


낑낑 거리며 청수동암문에 올라 선다.
시원하게 불어 오는 바람이 드라이어가 되어 땀과 머리를 말려 준다.

 


성벽을 따라 문수봉에 올라 선다.
여기선 쉬운 길이네..
전망대가 되었고 더 이상 올라 가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햇살에 떠밀려서 금방 대남문으로 내려선다.
이런 천연의 방패막이가 있는데 무엇이 두려워서 성벽을 구축하고 교류의 통행로를 만들어야 했을까?
대륙의 인해전술에 맞서기 위한 선조들의 선택이였다.

 


나그네는 성루에 앉아 골바람을 선풍기 삼아 쉼으로 만족한다.
무엇을 하든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자신감만 믿고 입산했으니 갈 길이 마땅치 않다.
그냥 내려간다.
문수암에서 목을 축이고 내려갈 곳을 못 찾아 되돌아 나와 긴 계단을 따박따박 내려 간다.

 


녹음이 짙어 몸에 푸른 물이 들게 생겼다.
문수암 갈림길이 나오고 돌길이 꾸준하게 이어 진다.

 


마른 계곡에 습기가 물로 바뀌어 가며 쉼터들이 형성되어 막바지를 알린다.

 


구기동탐방지원센타를 빠져 나와도 주택만 있을 뿐 산행의 종지부를 찍을 만한 지물이 없어 도로까지 나와 버렸다.
시원한 캔맥주 들이키고 싶어도 마땅한 가계가 없는 구기동이다.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의 길목 천왕봉  (5) 2024.09.03
용마산 산행  (0) 2024.06.19
보성 초암산  (0) 2024.05.02
남해 망운산 산행  (0) 2024.04.29
수련관에서 노랭이봉  (0) 2024.04.1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