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암산에서 관악산 잇기 ***
 
-. 일자 : 2024년 3월 7일
-. 코스 : 석수역-호암산-장군봉-삼성산-무너미고개-관악산 연주대-사당역(14.6km / 4시간 55분)


서울 상경에는 항상 산행 계획이 앞선다.
관악산을 등반하기 위해 첫차로 출발을 하여 정확하게 10시 30분에 센트럴시티에 도착이다.
집사람은 7호선으로 이이들 집으로 난 들머리인 석수역을 가기 위해 환승하여 1호선인 인천행에 올랐는데 어째 역을 비켜나 직진만 하고 있다.
되돌아 오고 왔던 길을 또 가고 하다 보니 1시간을 헤매어 버렸고 12시가 다 되어 점심 시간이 되어 버렸다.
그 동안에는 시간에 쫓기어서 매번 동선이 짧은 관음사구간만을 택하였기에 이번에 만은 단순함을 회피하고 숙제와 같았던 삼성산을 경유하고자 석수역을 택하였는데 너무 방심을 했다.

 


잃어 버린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조리가 빠른 짬뽕을 흡입하여 더부룩해진 배를 껴안고 호암산 들머리로 향한다.

 


서울둘레길인 호암사숲길공원이다.
둘레길을 완주하였기에 분명 여길 경유 했었겠지만 막상 모든 게 낯설기만 한데 그때에도 안양천을 따라 걷다가 둘레길 스탬프를 놓쳐서 전철을 다시금 타고서 왔었던 때가 생각난다.

 


서울둘레길과 함께한 호암산 오름길이 가파르다.
작은 골짜기에는 요즘 잦았던 비로 인하여 물이 흐르고 있고 낙차로 자그마한 폭포들도 생겨났다.

 


결벽증 때문에 불면의 밤을 지새운 것처럼 서울둘레길을 되짚어 보기 위한 집착에서 벗어 나질 못하고 있어 정갈하기만 한 숲길을 진공 상태로 만들어 놓고 있다.

 

 

평일의 오후이다 보니 간혹 교차한 사람들은 노인들 뿐이고 걸거침이 없는 등로는 시간 단축에 제격이다.

 

삼성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허물어진 호암산성을 지나고 호암산성의 우물지 문화재발굴조사 중으로 난잡해 보이는 복원터를 벗어나자 석구상이 있다.
이게 호랑이여 개여?
풍수적으로 호암산의 산세가 호랑이 형국으로 한양에 호환이 많기에 산세를 누르기 위해 창건된 것이 호압사이고 기운을 누르고자 만들어진 게 석구상이란다.

 

 


넓은 터를 지나 태극기가 있는 호암산 정상에 선다.
호랑이 기운까지 야 과장된 듯 하지만 바위들로 제법 우람하나 정상석은 없고 막힘 없는 조망에 가야 할 관악산과 삼성산이 눈앞에 있다.
전망대에서 대충의 서울 조감도를 맞춰 보고 서둘러서 숲길로 스며든다.

 


등로가 참 좋다.
창공에는 비행기가 허연 배를 보이면서 날아 다니는데 5분에 하나씩은 비행하고 있는 것 같다.
작은 봉우리를 우회 하듯 하다가 올라 선 곳이 아무런 표식도 없는 장군봉이다.
이곳도 그 넘의 풍수지리에 이름을 빼앗겨 버린 듯 한데 올라 있던 산님들이 이곳이 장군봉이 맞냐고 물어 온다.
나 또한 램블러가 아니었으면 그냥 지나칠 곳이다.

 


오늘 비 예보가 뻥이 아님을 보여 주려는지 잔뜩 흐려지며 바람이 차가워지고 있다. 
등로에 이정표는 삼성산을 대신한 삼막사가 하고 있고 갈림길 또한 실타래처럼 엉켜 있어 헷갈림이 있지만 능선고집이다.
소나무숲길의 아늑함과 암릉에다 억척스럽게 뿌리를 내린 소나무들은 산수화가 되었으니 이 자연이 나의 장원과 다름 없다. 
인적도 없는 길을 처음인 내가 거닐고 있어 어색함도 있지만 색다름이 안겨주는 긴장감과 함께 또 하나의 미지를 탐익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더 크다.

 


커다란 바위가 있어 올라 본다.
뭐 특별 난 것은 없는 삼성산 깃대봉이다.
삼성산이 코 앞에 다가와 있음에도 이정표상 에는 여전히 삼성산의 이름이 없다.

 


갑자기 임도가 나타난다.
송신탑을 향해 이어진 듯 구불구불 올라가는 임도를 탈피하여 샛길을 잡아 올라 간다.

 


송신탑에 가로 막히고 더 이상 올라 갈 곳이 없는데 어째 보여야 할 정상석이 없다.
탑돌이를 하듯이 휘어 돌아 임도가 올라 오는 정문에서 전망대 역할을 하는 듯한 건물의 옥상계단을 올랐으나 역시나 잠겨 있다.
어쨌든 삼성산에 올랐고 이렇게 송신탑이 정상을 잠식을 하여 그토록 이름을 지웠었지 싶다.

 

 


정상석 찾기를 포기하고 임도를 따라 내려 서면서 잠시 헤매다가 망월암이정표에서 등로에 올라 탄다.

 


등산로가 잔돌과 바위로 많이도 거칠어서 이곳이 삼성산을 잇는 정상 등로가 맞는지 조차의 의문은 계단이 나타나면서 증명이 되었고 앞에 버티고 있는 관악산에 치솟아 있는 암릉들이 성벽처럼 견고하게만 느껴진다.

 


고도를 한참이나 낮춰 좌측에 서울대학교의 건물들과 눈높이가 일치할 정도인데 내림길의 정점인 무너미고개다.
목적하였던 호암산에서 삼성산까지의 루트를 확인 했기에 서울대학교로 탈출할 수 있지만 관악산에 와서 연주대를 안 찍고는 미션 크리어가 안 된다.

 

 


듬성듬성 하얀 눈이 박힌 암릉들이 위협적이지만 길은 열려 있어 두발을 지탱할 수 있는 체력이 요구한다.
학바위 능선을 까마귀들이 선점을 하여 침입자를 경계하듯이 깍깍거리며 날아 다니고 있고 사위가 검어 지면서 한두 방울 내비치던 비가 싸라기 눈이 되어 휘날린다.
일기예보를 우습게 여겼는데 그래도 기상청의 존재성은 있다.

 


꾸역꾸역 올라 태극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는 학바위국기봉에 오른다.
쉼 없이 왔다.
내가 늙은 것인지 이쯤의 난이도에서는 체력 고갈이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몸의 저항이 만만치가 않아 쉬면서 오이를 먹는다.
상큼한 향만으로도 치유가 된 듯하지만 향미는 금방 휘발 되고 남은 오름길 또한 만만치가 않다.

 


송신탑으로 이어진 길에서 꺾어 관악사지를 향해 내려 가는데 음지의 눈이 위협적이다.
데크와 계단 등으로 사찰만큼이나 깔끔해진 등로다.

 


뛰어 가는 젊은이도 부럽지만 거북이와 같은 뚜벅이도 뒤를 이어 전망대에서 연주암을 조망하고 정상에 올랐다.
잿빛 하늘을 비행기는 여전히 날아 가고 있고 흐린 달빛과 같은 해거름에서 하산 시간은 충분하게 보증이 되고 있다.

 


하늘아래 도심지에는 한창 쏘나기를 쏟아 내고 있는 듯 새카맣게 덮여 있고 스산한 바람에 으슬거리는 몸은 절로 반응하여 하산을 이끈다.

 


그새 몸이 굳어져서 관절이 통제가 안되니 내림길이 무섭다.

 


통천문을 통과하자 관음사능선이 펼쳐진다.
참 웅장 하게만 느껴지고 이 삭막 하기만 한 도심지에서 서울의 기상을 품은 진산이다.
한동안 온화 해졌져가던 날씨의 틈새로 꽃샘 추위가 강풍을 대동하고 난입을 하여 나무의 뿌리를 뽑고 가지를 꺾어 놓아 등로가 어지러운 곳이 더러 있다.

 


내림길에다가 희끔한 눈이 점박이처럼 박혀 있을 뿐 빗자루로 쓸어 놓은 듯이 말끔한 등로라 속도가 난다.  

 


바위와는 상관 없어 보이던 등로에도 호두알 같은 바위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바위의 틈새에 걸쳐진 계단이 안전을 확보해 준다.

 


쉼터에서 내려설 방향을 가늠하여 관음사국기봉을 향해 내려선다.
서울 시가지가 내려다 보이는 뷰이고 펄럭이고 있는 태극기가 국뽕을 자극한다.

 

 


할배들이 근육 자랑을 하고 있는 약수터에서 관음사를 버리고 사당역으로 방향을 잡는다.
계곡을 따라 이어진 등로에 징검다리처럼 돌로 만들어 놓은 계단이 지속되어 무릎에 통증이 가증되고 있다.

 


수도권이라 사이 사이에 이런 길도 있다는 걸 체험하지만 거미줄 같은 등산로에서 목적을 잃지 않는 주관성의 중요함을 느끼는 길이다.
등로는 아파트에서 삶의 도로에 흡수되고 생활 도로를 따라 사당역에서 마무리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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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제도 지심도 여행 ***
-.일자 :2024년 3월 3일
-.코스 : 지심도선찾장-마끝전망대-새끝전망대-활주로-포진지-시심도선착장
 
매화가 피어나 이미 꽃피는 춘삼월 이것만 이를 시셈하는 꽃샘추위가 전국을 얼음땡으로 만들어 놓았고 한창 봄꽃의 길목을 더듬어 가고 있는 나의 몽실해진 가슴마저도 차갑게 냉각되어 섬 여행 나서는 길에 흥이 나질 않는다.
더구나 이 산악회 와는 추구하는 방향이 달라서 참여가 뜸했던 지라 낯선 멤버들 과의 서먹한 만남과 함께 그 들만의 분위기에 위축이 될 것만 같다.
역시 안면이 있는 이가 별로 없다.
내가 선호하는 맨 뒷좌석을 선점하여 착석을 했는데 어째 이게 접객의 자리였는지 처음부터 나들이 모드다.
설쳤던 잠으로 몽룡해져 있던 정신이 격하게 반겨주는 선우와의 해포에 완전하게 해롱해롱 해져서 거제의 장생포항에 도착을 하는데 봄맞이에 나선이 들이 많다.

 

곧바로 승선이 이뤄진다.

 

배는 자유 분방함과 일탈의 짜릿함도 안겨 줘 불과 15분 거리에서 많은 일들이 생긴다.
새우깡으로 갈매기들을 꼬드겨서 창공에서 두둥실 춤을 추게 하고 그 날갯짓에 시를 적을 만큼이나 도취되어 가며 수면을 통통 튀는 진동의 전해짐에서 크루즈여행을 꿈꾼다..
뭐야 흥이 오르자 마자 지심도 선착장이다.

 

멋스러운 대기실과 민박집 등이 육지와도 다름이 없는데 선착장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순간 이동을 해왔음을 직시 시킨다.

 

하선을 하자 마자 모두들 흐름에 따라서 새끝방향으로 몰려들 가버리고 나 홀로 마을길 같은 가계 안을 통과하여 전망대로 향한다.

 

섬은 온통 동백 숲으로 파릇파릇하고 쇠고비가 정원수를 자처하여 섬 속의 정원이 되었고 동백터널을 따라서 갯바위가 있는 마끝에 이른다. 

 

바지를 걷어 올리고 바다에 발을 담근 듯 갯바위가 허옇게 들어난 해안선이 지심도의 자태를 그리고 있고 햇살에 반짝이는 망망대해가 섬 여행의 분위기를 고취 시킨다.
예전에는 저 아래 갯바위까지 내려가서 바닷물에 손을 담그며 밀착 접촉을 했었는데 안전으로 발걸음을 묶어 놓아서 교류할 시간이 없으니 머묾이 짧다.

 

포근한 바람에 따사로운 햇살로 이곳은 이미 봄이다.
겉옷을 갈무리하여 살방거리는 나비처럼 가벼웁게 되돌아 나온다.  
몇 번 다녔던 곳이라서 길은 GPS처럼 선명하게 그려져 있고 좁은 섬이라서 헤맬 곳도 없다.

 

배의 시간을 따라서 사람들이 움직이기에 동선을 달리 한 나 홀로의 길이 무척이나 사색적이고 낭만이 있다.
근디 이거 동백이 개화가 시작 된 것이여 아님 끝물인 겨?
햇살 한줌도 허락치 않은 만큼 빼곡하게 하늘을 가린 동백나무숲에 포인트를 찍듯 붉은 동백꽃이 간간이 매달려 있고 검은 숲 속에 가로등 마냥 듬성듬성 피어나 있다.

 

투 톤의 색감이면 충분하게 표현이 될, 특별 나게 볼거리가 없는 곳이기에 몽돌해변으로 내려 간다.

 

밀물이어서 인지 한 평 남짓 되는 자갈을 하얀 물결이 쓰담으면서 해변의 구색을 만들었을 뿐 이것도 저것도 아닌 갯바위인데 앞에 장생포을 두고서 여객선이 오간다.
저 빠니 보이는 거리에 1만원이나 하는 뱃삯이 너무 비싸 보이는데 뭐 요즘 해장국도 1만원을 하는 시대이니 뭐랄 것도 없다.

 

일본넘들의 탄약고와 관사 등의 잔재들이 미라처럼 건재 하고 있는 것이 눈에 거슬리는데 저것들을 싹 밀어 버릴 수는 없을까?
씻은 굿을 하듯 푸른 대나무잎이 사그락 거린다.

 

정치망의 끝에 물고기가 모여 들듯 사람들이 새끝전망대에 모여들 있다.
해안 절벽은 무를 보여준다.
푸른 바다를 조망하면서 뾰족해졌던 마음은 파도가 어루만져 몽돌이 된 것 마냥 말랑말랑하게 치환시켜서 일행과 합류하는데 완전한 봄소풍 분위기다.
단체라서 좋고 또 민망한 분위기다.

 

 

 
햇살이 가득한 넓은 공터다.
이곳이 활주로였다는데 근린공원과 같은 분위기로 화장실까지 있는 광장이다.
봇물이 터지듯이 줄을 이었던 사람들이 흩어지니 회장님과 어부님이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면서 회원들을 집결시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삼오오 모여 들어 점심을 먹는다.
잔칫집 같이 쏟아져 나온 풍부한 먹거리들에 압도되어 컵라면을 챙겨 온 나는 감히 잔 반찬도 펼치지 못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무뎌짐과 익숙함에 눈치도 없어져 가고 분위기에 휩싸이다 보니 올라 버린 기온만큼이나 얼굴이 새뻘겋게 익어 가고 있다.
이성이 마비되고 있어 몸에서는 이미 경고음을 내며 절제 명령을 내리고 있으나 전달 기능이 상실되어 있다.
이 나이가 되도록 나의 몸하나 제대로 컨트롤을 못하고 있으니 철이 안들 수 밖에 없음이다.

 

한바탕 떠들썩한 자리는 자연스럽게 정리되어 포진지로 이동한다.
일제 잔재가 주는 교훈일까?
포 거치대와 탄약고들이 마음을 참 찹찹하게 만들고 있으면서도 밤 먹고 살기도 힘들었을 그 시절에 섬 에다 이런 시설들을 만들었다는 것도, 노역에 시달렸을 민초들의 고역도 느껴진다.



산행이라 모객을 해놓고는 동백숲만 맴돌고 있는 여행이라서 먹고 노는 시간의 흐름도 빠르지만 또 배 시간은 한참이나 남아 있다.
동백꽃 보러 왔다가 남도의 봄 향기에 취한 날이다.
가계를 빠져 나와 선착장에 내려 섰으나 배를 기다리는 것 외엔 딱히 할 일이 없는데 어부님이 가계에서 구입해 온 주가 미끼가 되어 또 다시 바닷가로 모여 든다.
정말 끝도 없이 나오는 화수분이다.
입도한 인원이 많아서 집결하는 데로 승선을 시키고 있는데 어차피 들어 왔으면 반드시 나가야 하므로 승선권 확인도 없다.
작은 여객선은 선내와 해수면이 일치하여 푸른 바다가 넘실대면서 윤술이 노래방의 미러볼처럼 반짝이고 있는 기분 좋은 봄 나들이다.

 
 
 
 

시간이 남아 거제도의 몽돌해변을 추가 시킨다.
몽돌해변을 거닐며 옛 추억들을 소환해 보지만 노자산 자락에 매달린 케이블카의 케빈을 멀건이 쳐다 보고 있는 것만큼이나 낯설다.
언제 저런 케이블카가 생겼는지...... 그 동안에 산을 너무 등한시하여 트랜드를 못 따라가고 있음이다.
하인을 시킬 수 없는 요즘 시대이고 점점 편리해져 가고 있는 세상이니 그냥 TV나 보면 될 것이고 땀 흘려 산에 올라갈 필요가 없어 보인다.
혹여 건강에 이상이라도 생기면 그까짓 것 건강식품이든 약으로든 치료하면 되지 뭐......

 
 

산행이나 여행의 목적이 재충전으로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보존함인데 날로 피폐해지고 걱정만을 한아름씩 남겨두고 있어 참으로 난감하다.
이런들 저런들 어쩌리...... 하루 잘 놀았으면 됐지......
오늘도 구석 구석에 추억의 씨앗을 심어 놓았으니 훗날 많이도 자라서 추억의 숲을 이룰 것이다.

 

하동의 솔잎한우에서 전골로 마무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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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꽃 나들이 **
-.일자 : 2024년 2월 28일
-.코스 : 매화마을-쫓비산-매화마을(7.1km / 2시간 15분)
          화엄사-카페-LF 영화관
 
눈치 없이 일찍 꽃잎을 내밀었던 매화꽃은 향기가 퍼지기도 전에 장마 같았던 잦은 비에 꽃잎이 낙화 되어서 동백꽃 마냥 땅에다가 하얗게 꽃을 피워 내고 있어 마음의 조급하다.
순서도 없이 마구 피어 나는 봄 꽃들을 보기 위해선 서둘러야 히여 휴일의 평온한 휴식을 반납하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선다.
꼭 올해부터 지역상품권으로 대체된 입장료 때문이 아니라 스케줄상 축제기간과 일정이 맞지 않기 때문이고 무엇보다도 소설네트워크의 그림들에 현혹되었기 때문이다.


셔틀버스를 운행한다는 섬진강변 둔치는 주차장 재정비가 한창이고 막상 매화마을의 주차장은 어수선함이 남아 이거 주차를 해도 되는지 조차가 망설여 진다.
차에서 내리자 하얀 입김이 휘날린다.
이런 날씨에 꽃 구경이라니...
춘설에 꽃을 피운 매화가 아닐라까 봐 올려다 본 매화마을은 초설인 듯 엉성한 꽃들이 산비탈에 반짝이고 있고 홍매화가 포인트를 찍어 그래도 봄의 구색은 갖췄다.
장사 준비를 하고 있는 상인들에게서 분주함이 느껴지고는 도로를 건너 골목을 따라서 매화마을을 향해 올라 간다.

 


대체 이곳 어디쯤에서 어떻게 입장료를 받게 될지는 감도 못 잡은 채 올라 버린 매화마을은 꽃잔치 준비가 한창이다.

 


당산나무처럼 커다란 나무에는 비 현실적이라 할만치 하얀 꽃에 덮여 있고 꽃나무 아래에서 장사를 펼치고 있는 촌로는 생생한 화보다.

 


막상 올라 설수록 매화의 개화 상태는 미미하나 소소한 볼거리가 참 많은 매화마을이라서 여행 기분 제대로 난다.

 


정자에 올라 초가집에서 연기가 피어 오르는 목가적인 풍경을 바라 보는 것만으로도 또 명견 마냥 빛을 토해 내고 있는 섬진강을 조망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하루는 충만해 졌다.
가슴에서 감정의 물결이 일렁이며 파도를 일으키고 있지만 동반자는 관광 모드로 난 산행으로 잠시 헤어짐을 가진다.

 


정비 중인 간이 가계와 민가를 비켜나 언덕에서 매화마을을 조망한다.
참으로 그림 같은 풍경이다.

 


이른 아침의 냉랭한 공기가 정신을 맑게 하지만 오름길이 버겁다.
강가에서부터 시작된 산행인지라 고도를 고스란히 올라야 함이니 기꺼이 감내해야 함이다.

 


축제기간에 손님 맞이로 등로를 정비하고 송풍기로 마당을 쓸듯이 낙엽들을 깨끗하게 쓸어 내고 있어 등로가 반들 반들 하다.
나는 이맘때쯤 에는 명절에 고향을 방문하듯이 꼭 이곳을 찾는데 우리 산악회가 세워 놓은 정상석을 배알하기 위함이다.

 

아직은 초록빛 하나가 없는 등로에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로 뭇 생명들을 깨워 나간다.
매번 운동 삼아 가야산을 찾을 때와는 또 다른 산행의 맛이다.

 


토끼재를 잇는 호남정맥상의 능선상에 올라서고는 메마른 가지마다 에서 숨은 그림을 찾듯 연분홍의 진달래를 찾는다.
아직은 골을 휩쓸고 올라 오는 바람이 차가워 눈치만 보고들 있어 봄의 전령사를 자처하는 히어리 조차도 자취를 감췄다.

 


쫓비산에 올라 선다.
듬직한 정상석과 마당 같은 넓은 전망대가 반긴다.
이렇게 한번씩만 찾아 와도 고향 같은 넉넉함과 포근함이 있다.

 


산아래로 첩첩 산중을 섬진강이 가르고 있다.
마주한 이웃 동네 지만 섬진강줄기가 행정구역을 가르고 사람들의 성품 마저 달리하는데 지리산은 하얀 눈에 덮여 아직 겨울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막걸리 한잔 있다면 시 한수쯤은 그냥 읊을 분위기지만 올랐으면 내려서는 게 이치다.

 


온갖 악천후와 찾아주는 이 없는 외로움 속에서도 굳건하게 정상을 지키고 있는 정상석을 뒤로 하고 올라 왔던 길을 거슬러 내려간다.
인생이 그러하듯 올라 올 때 와는 사뭇 다른 경사와 숲 속 분위기에 걸음이 어설프다.
이른 시간인지라 완전한 자유 산행의 여유로움 속에서도 정성스럽게 등산로 정비를 해 놓은 수고로움에 감사한다.

 


이미 매화마을은 봄이고 상춘객들이 나비와 벌처럼 모여 들었다.
꽃 보고 인상 쓰는 사람 있을까?
활짝 피워 낸 복사꽃 같은 웃음으로 마냥 행복해 하는 사람들이 봄을 앞당기고 있다.
햇살에 냉기는 어디론가 내 빼 버렸고 한층 더 풍성해진 매화꽃은 또 다른 설산을 만들고 있는 오후다.
밥 묵으러 가자.

 

 

 


 
일찍 나온 덕에 오전에 꽃놀이를 마치고 화엄사길목에서 점심을 먹는데 어째 소문난 로컬음식점 보단 관광지 분위기다.

 

 


화엄사의 매화는 꽃망울만 맺혀 아직은 사람의 관심을 못 받고 있고 경내를 삥 돌아서 병풍처럼 우람한 지리산과 사찰을 조망하고 내려 온다.


 
어찌 알고 이렇게 들 찾아 들까?
촌로의 마을 어귀쯤일 듯한 카페에 사람들이 모여 들고 있다.
커다란 정원을 둔 카페는 쉼을 위한 공간으로 참 좋은데 그 만큼의 이용 가격대가 있다.
커피 한잔의 여유 속에서 오늘이 문화의 달이란 정보에 파묘 란 영화를 검색한다.
차라리 안 볼껄....
저녁에는 어머님을 뵈야 하기에 이른 오후대의 시간을 선택하다 보니 커피를 맹물 마시듯 마시고 서둘러서 LF의 영화관을 찾는다.

 

 


어라...
문화의 날 할인은 오후5시부터라네......
할 수 없이 제돈 내고 티켓팅을 했는데 나의 취향에는 전혀 맞지가 않아 돈 아까운 영화가 되었다.
 
어쨌든 뭐 오늘 하루를 잘 놀았으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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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추억의 소환. 

편집 능력이 없어 그냥 날것 그대로 올려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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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룡산 산행 **

 

-일자 : 2024년 2월 12일
-.코스 : 와룡공원-천왕봉-도암재-상사바위-새섬봉-민재봉-병풍바위-용두공원(11.8km / 5시간 50분)


명절날 조상님 못지 않게 주를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우리 가족들이기에 필연적으로 겪을 수 밖에 없는 명절 후유증을 줄여보고자 대체 공휴일에 산행을 신청해 놓았다.
가자 와룡산에 용 잡으러...
이웃 동네이기에 8시30분에 버스에 올라 1시간만에 와룡공원에 도착을 한다.
회장님의 사전 브리핑이 있긴 했으나 멧돼지를 향해 질주 하는 사냥개처럼 등로를 향해 돌진하는 사람들이 무섭다.
워워...
모처럼 만난 산 친구와 동행을 하기로 작심 한다.

 


궁도장에서부터 시작된 등로의 경사가 급하다.
더구나 이곳은 섬 산행과 유사한 해수면에서부터 시작 되고 있기에 낮은 고도에 비해 그리 호락호락 하지가 않다.

 


앞서 가던 사람들이 길가로 비켜 나고 있고 느릿한 걸음에 보조를 맞추자니 이것도 영 못할 짓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앞서다 보니 홀로 산행이 되어 행동은 자유로워 졌지만 종아리는 터질 듯 탱탱해졌고 땀으로 흔근하다.

 


전망바위에서 내려다 본 사천은 미세먼지가 덧칠을 하여 회색 도시가 되었고 육지와 남해바다의 경계 마저도 평탄화를 시켜 놓았다.
산 만이 태산이 되어 올라도 올라도 제자리 걸음이듯 한데 이 넘의 산 이야 태초 생성기부터 변함이 없었을 것이지만 이 내 몸이 늙어서 이니 다 세월 탓이다.
그래도 퇴색된 기억 속에서도 끄집어 낼 수 있는 추억만은 있어 거친 등로를 더듬고 철쭉군락지를 헤쳐 나간다.

 


전망이야 능선에만 올라 서면은 일망무제인 임을 알고 있는지라 고도 잘라 먹기에만 집중을 하며 암반에 걸린 밧줄 구간을 기어 올라 천왕봉에 올라 선다.

 


조망, 보이는 게 한정이 되어 있지만 그래도 참 좋다.
쉬면서 새섬봉을 조망하니 다리에 힘이 풀린다.
또 저 높은 곳을 어이 오를 꼬...
예전에는 의욕이 치솟았는데 지금은 걱정이 앞선다.

 


운해의 너울 속에서 눈에 덮인 지리산 천왕봉이 진짜라고 우뚝하게 존재를 나타내고 있고 하동 금오산이 수호 무사를 자처했다.

 


내림길이 잔돌들로 거칠지만 등로 정비가 되어 있어 직립보행은 가능하다.

 


고도를 원점으로 되돌려 놓듯 한 급경사는 성을 공략하기 위한 병사들을 집결 시켜 놓을만한 넓은 공터인 도암재에서야 끝나는데 다시금 산행의 싯점만 같다.
이제 부터 1km를 다시금 올라야만 한다는 결론이다.
참나..이 앞 전 산행만 해도 축지법을 하듯 그냥 저항 없이 올랐던 곳인데 앞서간 걱정이 구실 부터 찾고 있다.
이게 다 나이 탓이다.
그러니만큼 오를길이 낯설고 고되기만 하다;

 


어느 산님이 계단에 새겨 둔 힘내세요란 글자가 정말로 힘이 되어 주었고 정승 스럽게 쌓아 놓은 돌탑이 위안이 되는 오름길이다.

 


상사바위에 계단이 설치되어 스릴을 앗아갔지만 성취감 대신 속도감으로 능선에 올라 오름의 미션을 크리어 시킨다.

 


새섬봉으로 이어진 암릉이 멋찌고 건너편으로 진행 해야 할 능선 너머로 사량도와 욕지도의 섬이 공중 부양을 한 것 마냥 미세먼지 속에서 떠 있다.
누가 뭐라 해도 경치 맛은 최고 인데 함께 음미 할 벗이 없으니 금방 시들해진다.

 


사면과 계단이 바위의 날등이 살아 있었을 때를 잊게 만든다.
몸에 스치는 봄기운의 훈풍이 드라이어가 되어 몸을 뽀송하게 만들고 봄 향기가 방향제가 되어 온 산하를 아름다운 정원으로 만들어 놓았다.

 


와룡산이 봉우리가 아흔 아홉개라 하여 구구연화봉이라더니 자그마한 산세가 참으로 옹골차다..
와룡산의 수장 새섬봉은 이어진 능선상으로 민재봉을 관할하고 와룡골 건너의 기차바위를 방패막이로 삼았는데 경치가 압권이다.
여전히 지리산의 천왕봉을 병풍처럼 길게 늘어서 있고 정기가 좋다는 산답게 백천사의 커다란 불상이 내려다 보인다.

 


살랑이는 봄바람과 한참을 정상에 머물면서 친구를 기다렸다가 양지바른 곳에서 오찬을 한다.
산해진미는 아닐지라도 정성이 가득히 담겨 있는 반찬들을 안주 삼아 반주를 한두 잔씩 나누다 보니 일행들이 전부 지나가 버렸고 우리가 꼴찌가 되어 제대로 된 기차놀이다.

 


우리들의 소풍은 햇살에 얼굴이 익어 서야 정리가 되는데 비틀거리는 우리들을 철쭉군락지 붙들면서 인도하고 있다.
지열까지 더해진 등로가 곧 철쭉꽃을 피워 낼 듯이 무덥지만 우리들의 성급한 마음이었을 뿐 이파리 하나 매달지 않는 나목들 뿐이다.

 


남해바다의 조망이 참 좋았던 민재봉에 올라섰지만 휑한 공간을 의자만이 지키고 있다.
그 많은 사람들은 우리의 여유로움도 데려 가버려 증명만 남긴 채 의자에서 쉼 한번이 없이 내려 선다.

 


기차 바위에 올라 서면서 속도가 빨라 지고 논스톱이다.
등로가 큰 굴곡도 없이 수평을 이뤘으니 우리들만큼이나 앞서고 있는 사람들도 연착도 안하고 속도가 빠른지라 오로지 둘 뿐인 산길이다.
소나무숲길이 편안하고 우리들의 담소도 정겨워 노란 병아리들 소풍 나선 분위기다.

 


쉴 들이 없고 쉴 곳도 마땅치가 않아 묘지들을 지나 임도에 내려선다.
앞에다 활공장과 작은 봉우리 하나만을 남겨 두고 있다.

 


누적된 산행 피로감에 힘겹게 올라 와룡저수지의 푸른 담수의 원수가 된 와룡골을 굽어 보는데 전원주택단지가 들어 설 만큼 명당이다.

 


공원에서는 사람 소리도 들려 오고 진입로를 따라 내려가니 운동하는 주민들과 사람들로 도시공원이 맞다.
따스한 물까지 나오는 화장실에서 세면을 한후 램블러의 산행을 종료 시키고 버스에 오르니 어째 많은 빈자리들이 있어 의아스럽기만 하다.
결국 중탈한 사람들을 모시러 골짜기를 올라가서야 최종 마무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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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산 뜻 밖의 설경 **

-.일자 : 2024년 2월 7일

-.코스 :선암사주차장-선암사-장군봉-연상봉-굴목재-보리밥집-작은굴목재-선암사주차장(13.8km / 4시간 53분)

 
풍만함이 사라져 버린 앙상한 이 계절에 뭇 짐승들은 먹잇감을 찾아 동토를 헤집고 다니지만 풍부한 자원의 혜택 속에서 안락함에 순응해 버린 나의 몸만은 날로 비대해지고 있다. 

 


매순간에 결심했던 산행은 쉴 때마다 내린 비가 핑계가 되어 주었고 다치면 오래간다며 함께 놀자는 마눌님의 꼬임이 자의가 아니란 위로를 주었지만 언제까지나 구실만을 찾아 구걸할 수는 없어 조계산을 찾기로 한다.
선암사 주차장의 주차 라인을 재정비하였고 화장실이 호텔 급으로 바뀌었다.
주차장에서 올라다 본 스카이라인이 구름인 듯 눈 인 듯 하얗게 덮여 있어 가슴이 쿵쾅거린다.
장맛비처럼 연일 내렸던 비와 함께 입춘을 넘긴 터라서 전혀 기대치 않았던 풍경인 지라 그새 녹아 버릴 새라 마음이 바빠진다.
마눌님이 출타로 빨리 들어 오지 말란 명령이 있었고 모처럼의 입산에 천천히 즐기고자 했는데 사람 맘 참 간사함이다.

 


 
톨게이트에서 통행권을 뽑듯 절차를 밟아야만 했던 관리소는 하이패스를 통과하듯이 걸 거침이 없으니 또 기분이 좋아 진다.
하늘을 향해 가지런히 뻗어 있는 나목들에 비해 바닥은 싱크홀이 생기듯 패인 곳들이 있지만 사찰의 진입로는 연제나 정갈함을 준다.
싱그러운 바람에 육체를 샤워 시키고 청아한 물소리에서 정신에 쌓여 있던 고민들을 씻어 낸다.
항상 그렇지만 나서기만 하면 이렇게나 좋을 걸 왜 매번 편안함과 타협하고 있는지 모룰 일이다.

 


천년고찰 선암사가 동안거에 들어 간 듯 인적이 없고 내딛는 나의 발자국 소리에 내가 절로 겸손해 진다.
올려 다 본 산릉에는 눈이거나 상고대가 확실하게 목격 된다. 

 


천년 세월의 덧깨가 씌워진 대각암은 폐가를 연상케 하지만 여전히 건제하면서도 세속과는 무관한 듯이 비켜나 있고 담벽을 끼고 산행길이 열려 있다.
조용한 숲에 나무를 찍어 대는 딱따구리 소리가 울리고 나는 조급증에 새가슴이 되어 촉삭거리고 있다.
나의 이런 습성을 잘 알기에 산행 의지를 다지기 위해 이미 산악회에다가 산행신청을 해 놓은 터라 체력 테스트를 하기로 한다.
유연성이 없고 걸음걸이가 예전만 못함이 스스로 느껴지고 있으나 뚜벅이 기질은 그대로 있어 쉼 없이 향로암터에 올라 가쁜 숨을 고른다.
음, 그 동안에 언제든지 출동할 수 있는 기본 운동은 틈틈이 해 놓아서 인지 아직은 쓸만 하다.
샘터는 원효대사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해골물은 아니더라도 몸에는 좋을 것 같은 데도 도구가 없어 그냥 오른다.

 


급경사는 산의 골격을 붙잡고 있는 잔돌들로 정돈되지 못하였고 그만큼 오름길은 길다는 뜻이라서 등로에만 집중을 한다.
등산의 고달픔은 정신의 느슨함과 집중력을 높여 놓았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 치유제가 되어 준다.
햇살에 투영된 나목에 하얀 눈가루가 덧씌워지게 시작하고 눈이 얼어붙어 있는 난간의 밧줄은 몸의 의탁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세상에나 이게 웬 횡재야~
전혀 기대치 않았고 올라 버린 기온으로 전혀 기대를 않았던 풍경으로 기쁨은 탄성으로 흘러 나온다.
춥지도 않고 바람도 없는 온화한 날씨 속에서 피어난 눈꽃으로 산정은 화려해졌다.
하얀 설원에 둥그런 묘지 같이 봉우리들은 두둥실 떠 있는 섬처럼 펼쳐진다.
이런 날씨에도 눈꽃이 핀다는 것이 경이롭기만 하다.

 


신부가 버진로드를 거닐 듯 긴장감과 두근거림이 공존하면서 마음은 까닥 없는 조바심으로 요동친다.
오직 나만을 위한 듯 온통 눈꽃의 산정 속에서 거닐기도 좋게 등로만이 눈 하나 없이 말끔하니 오히려 이것이 비현실적인 풍경이다.
가만 보면 봄날 마른 나뭇가지 마다에 함박지게 꽃송이를 피워낸 봄날의 벚꽃 나무만 같다.

 


우주를 관장하고 있는 전지진능한 신의 작품처럼 느껴지고 나의 모습도 어디선가 지켜 보고 있을 것만 같아서 몸가짐이 조심스럽다.

 

 


진공상태인 듯 적막감만이 있던 산길이 참새들의 날갯짓처럼 숲이 바스락거리고 있다.

 


하루의 정점에 이르면서 자기들의 역할은 여기까지 인 듯 눈이 낙화하기 시작하여 검은빛이 들어 나면서 동양화가 되고 연산봉에 올라서자 순천의 젖줄인 상사호가 펼쳐지면서 세속과 일체화가 되어 간다.
연공서열이 있어 정년까지 잘 지내 왔지만 엄연히 조직의 평가가 있고 서열이 존재한 직장이기에 지금은 묵언수행으로 버텨 내고 있어 이 평화와 자유로움이 한없이 좋다. 
기온이 한껏 올라 부유한 미세먼지로 뿌옇지만 마음만은 맑음이다.

 


질퍽함을 예상했던 내림길은 얼어 있고 사면에 쌓인 젖은 낙엽이 여지 것 가을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산보 길이다.

 


굴목재에서 내림길 조차도 질퍽거림이 없고 물소리가 들려 오는 계곡의 배도사대피소를 지나 빗자루로 쓸어 놓은듯한 길을 따라 보리밥집으로 들어 간다.
연기만 피어 오르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칠 만치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가만 문을 열고 들어 가 손님인 내가 쭈삣대며 점심이 되냐고 조심스레 묻는다.
보리밥집은 나만을 위한 세프가 되었고 숭늉으로 입가심을 하고 커피 한잔 들고 아궁이 앞에 앉아 피크닉 기분도 내보지만 혼자 이니 금방 시들하다.

 


밖에 나와도 봄날 마냥 따스 하여 눈 속을 걸었던 게 꿈결인 듯하다.
식후의 오름길은 대비하고 있어도 항상 고달픔이고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힘듦만큼 몸은 건강해져 가고 있다고 자기최면을 걸어도 헥헥 거리는 현실성에 금방 다리에 힘이 풀린다.

 


작은굴목재에서 시작된 급경사가 스키장의 최상급처럼 급하게 내려 가고 있고 유연함이 빠져 나간 몸에서는 다칠 수 있다는 경고음을 내어 걸음이 절로 잘게 디뎌진다.

 


해빙기의 계곡은 이미 봄이고 빗물까지 더해져서 레프팅을 할 만큼 수량이 풍부하다.

 


편백숲을 지나며 숲을 벗어 난다.
쏟아진 햇살이 부담스럽고 마술을 부렸던 듯 싹 모습을 달리한 조계산이 낯설기도 하다.
선암사의 진입로에는 그나마 몇몇 사람들이 있어 덜 쑥스러운 길이다.

 

 
이미 봄이다.
홍매화가 피어나고 양지바른 곳에 연분홍의 꽃잔디가 피어나며 생동감이 느껴진다.
다음에 올 때는 또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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