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암산에서 관악산 잇기 ***
-. 일자 : 2024년 3월 7일
-. 코스 : 석수역-호암산-장군봉-삼성산-무너미고개-관악산 연주대-사당역(14.6km / 4시간 55분)
서울 상경에는 항상 산행 계획이 앞선다.
관악산을 등반하기 위해 첫차로 출발을 하여 정확하게 10시 30분에 센트럴시티에 도착이다.
집사람은 7호선으로 이이들 집으로 난 들머리인 석수역을 가기 위해 환승하여 1호선인 인천행에 올랐는데 어째 역을 비켜나 직진만 하고 있다.
되돌아 오고 왔던 길을 또 가고 하다 보니 1시간을 헤매어 버렸고 12시가 다 되어 점심 시간이 되어 버렸다.
그 동안에는 시간에 쫓기어서 매번 동선이 짧은 관음사구간만을 택하였기에 이번에 만은 단순함을 회피하고 숙제와 같았던 삼성산을 경유하고자 석수역을 택하였는데 너무 방심을 했다.
잃어 버린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조리가 빠른 짬뽕을 흡입하여 더부룩해진 배를 껴안고 호암산 들머리로 향한다.
서울둘레길인 호암사숲길공원이다.
둘레길을 완주하였기에 분명 여길 경유 했었겠지만 막상 모든 게 낯설기만 한데 그때에도 안양천을 따라 걷다가 둘레길 스탬프를 놓쳐서 전철을 다시금 타고서 왔었던 때가 생각난다.
서울둘레길과 함께한 호암산 오름길이 가파르다.
작은 골짜기에는 요즘 잦았던 비로 인하여 물이 흐르고 있고 낙차로 자그마한 폭포들도 생겨났다.
결벽증 때문에 불면의 밤을 지새운 것처럼 서울둘레길을 되짚어 보기 위한 집착에서 벗어 나질 못하고 있어 정갈하기만 한 숲길을 진공 상태로 만들어 놓고 있다.
평일의 오후이다 보니 간혹 교차한 사람들은 노인들 뿐이고 걸거침이 없는 등로는 시간 단축에 제격이다.
삼성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허물어진 호암산성을 지나고 호암산성의 우물지 문화재발굴조사 중으로 난잡해 보이는 복원터를 벗어나자 석구상이 있다.
이게 호랑이여 개여?
풍수적으로 호암산의 산세가 호랑이 형국으로 한양에 호환이 많기에 산세를 누르기 위해 창건된 것이 호압사이고 기운을 누르고자 만들어진 게 석구상이란다.
넓은 터를 지나 태극기가 있는 호암산 정상에 선다.
호랑이 기운까지 야 과장된 듯 하지만 바위들로 제법 우람하나 정상석은 없고 막힘 없는 조망에 가야 할 관악산과 삼성산이 눈앞에 있다.
전망대에서 대충의 서울 조감도를 맞춰 보고 서둘러서 숲길로 스며든다.
등로가 참 좋다.
창공에는 비행기가 허연 배를 보이면서 날아 다니는데 5분에 하나씩은 비행하고 있는 것 같다.
작은 봉우리를 우회 하듯 하다가 올라 선 곳이 아무런 표식도 없는 장군봉이다.
이곳도 그 넘의 풍수지리에 이름을 빼앗겨 버린 듯 한데 올라 있던 산님들이 이곳이 장군봉이 맞냐고 물어 온다.
나 또한 램블러가 아니었으면 그냥 지나칠 곳이다.
오늘 비 예보가 뻥이 아님을 보여 주려는지 잔뜩 흐려지며 바람이 차가워지고 있다.
등로에 이정표는 삼성산을 대신한 삼막사가 하고 있고 갈림길 또한 실타래처럼 엉켜 있어 헷갈림이 있지만 능선고집이다.
소나무숲길의 아늑함과 암릉에다 억척스럽게 뿌리를 내린 소나무들은 산수화가 되었으니 이 자연이 나의 장원과 다름 없다.
인적도 없는 길을 처음인 내가 거닐고 있어 어색함도 있지만 색다름이 안겨주는 긴장감과 함께 또 하나의 미지를 탐익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더 크다.
커다란 바위가 있어 올라 본다.
뭐 특별 난 것은 없는 삼성산 깃대봉이다.
삼성산이 코 앞에 다가와 있음에도 이정표상 에는 여전히 삼성산의 이름이 없다.
갑자기 임도가 나타난다.
송신탑을 향해 이어진 듯 구불구불 올라가는 임도를 탈피하여 샛길을 잡아 올라 간다.
송신탑에 가로 막히고 더 이상 올라 갈 곳이 없는데 어째 보여야 할 정상석이 없다.
탑돌이를 하듯이 휘어 돌아 임도가 올라 오는 정문에서 전망대 역할을 하는 듯한 건물의 옥상계단을 올랐으나 역시나 잠겨 있다.
어쨌든 삼성산에 올랐고 이렇게 송신탑이 정상을 잠식을 하여 그토록 이름을 지웠었지 싶다.
정상석 찾기를 포기하고 임도를 따라 내려 서면서 잠시 헤매다가 망월암이정표에서 등로에 올라 탄다.
등산로가 잔돌과 바위로 많이도 거칠어서 이곳이 삼성산을 잇는 정상 등로가 맞는지 조차의 의문은 계단이 나타나면서 증명이 되었고 앞에 버티고 있는 관악산에 치솟아 있는 암릉들이 성벽처럼 견고하게만 느껴진다.
고도를 한참이나 낮춰 좌측에 서울대학교의 건물들과 눈높이가 일치할 정도인데 내림길의 정점인 무너미고개다.
목적하였던 호암산에서 삼성산까지의 루트를 확인 했기에 서울대학교로 탈출할 수 있지만 관악산에 와서 연주대를 안 찍고는 미션 크리어가 안 된다.
듬성듬성 하얀 눈이 박힌 암릉들이 위협적이지만 길은 열려 있어 두발을 지탱할 수 있는 체력이 요구한다.
학바위 능선을 까마귀들이 선점을 하여 침입자를 경계하듯이 깍깍거리며 날아 다니고 있고 사위가 검어 지면서 한두 방울 내비치던 비가 싸라기 눈이 되어 휘날린다.
일기예보를 우습게 여겼는데 그래도 기상청의 존재성은 있다.
꾸역꾸역 올라 태극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는 학바위국기봉에 오른다.
쉼 없이 왔다.
내가 늙은 것인지 이쯤의 난이도에서는 체력 고갈이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몸의 저항이 만만치가 않아 쉬면서 오이를 먹는다.
상큼한 향만으로도 치유가 된 듯하지만 향미는 금방 휘발 되고 남은 오름길 또한 만만치가 않다.
송신탑으로 이어진 길에서 꺾어 관악사지를 향해 내려 가는데 음지의 눈이 위협적이다.
데크와 계단 등으로 사찰만큼이나 깔끔해진 등로다.
뛰어 가는 젊은이도 부럽지만 거북이와 같은 뚜벅이도 뒤를 이어 전망대에서 연주암을 조망하고 정상에 올랐다.
잿빛 하늘을 비행기는 여전히 날아 가고 있고 흐린 달빛과 같은 해거름에서 하산 시간은 충분하게 보증이 되고 있다.
하늘아래 도심지에는 한창 쏘나기를 쏟아 내고 있는 듯 새카맣게 덮여 있고 스산한 바람에 으슬거리는 몸은 절로 반응하여 하산을 이끈다.
그새 몸이 굳어져서 관절이 통제가 안되니 내림길이 무섭다.
통천문을 통과하자 관음사능선이 펼쳐진다.
참 웅장 하게만 느껴지고 이 삭막 하기만 한 도심지에서 서울의 기상을 품은 진산이다.
한동안 온화 해졌져가던 날씨의 틈새로 꽃샘 추위가 강풍을 대동하고 난입을 하여 나무의 뿌리를 뽑고 가지를 꺾어 놓아 등로가 어지러운 곳이 더러 있다.
내림길에다가 희끔한 눈이 점박이처럼 박혀 있을 뿐 빗자루로 쓸어 놓은 듯이 말끔한 등로라 속도가 난다.
바위와는 상관 없어 보이던 등로에도 호두알 같은 바위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바위의 틈새에 걸쳐진 계단이 안전을 확보해 준다.
쉼터에서 내려설 방향을 가늠하여 관음사국기봉을 향해 내려선다.
서울 시가지가 내려다 보이는 뷰이고 펄럭이고 있는 태극기가 국뽕을 자극한다.
할배들이 근육 자랑을 하고 있는 약수터에서 관음사를 버리고 사당역으로 방향을 잡는다.
계곡을 따라 이어진 등로에 징검다리처럼 돌로 만들어 놓은 계단이 지속되어 무릎에 통증이 가증되고 있다.
수도권이라 사이 사이에 이런 길도 있다는 걸 체험하지만 거미줄 같은 등산로에서 목적을 잃지 않는 주관성의 중요함을 느끼는 길이다.
등로는 아파트에서 삶의 도로에 흡수되고 생활 도로를 따라 사당역에서 마무리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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