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두륜산 산행 **

-.일자 : 2023년 11월 12일

-.코스 : 쇄노재-위봉-두륜산-가련봉-노승봉-오심재-북미륵암-대흥사-주차장(11.4km / 4시간 36분)
 
짧은 가을인 만큼 나의 산행 일정도 무척이나 바쁘다.
월출산을 다녀 온지가 불과 3일전인데도 입동을 지나면서 찬바람이 쌩쌩 불어 와 단풍에 대한 기대치를 내려 놓게 만든다.
차창으로 절로 눈길이 가는 남도의 산들이 펼쳐진다.
순한 해난 사람들과는 달리 산은 톱니 와도 같은 바위들이 월출산에서부터 치솟아 땅끝인 달마산까지 이어 지고 있고 근육질의 주작산을 스쳐지나 쇄노재에 도착한다.
도로 확장공사로 인한 주유소의 운명을 걱정하는 쓸데 없었던 걱정이 임도를 따라 올라 가다가 마주한 등산객 안전을 위한 출입금지 판에서 나의 산행결행여부로 바뀐다.
이미 버스는 떠나 버렸을 터이고 별다른 대응책도 없으니 결론도 빠르다.

 


세월은 통행의 흔적을 지워가고 있다.
앞선 단체 산행팀이 나의 펄떡거리고 있는 새가슴을 진정시켜 주긴 하나 속도감이 확 떨어졌고 슬랩구간을 만나며 조망이 트인다.
다도해와 섬들이 펼쳐지며 완도대교가 완도를 잇고 달마산은 땅끝을 향해 흐르고 있다.
신발의 접지력이 두 다리를 온전하게 지탱해주고 창갈이를 해 놓아 믿음이 간다.

 


한두 사람을 추월하다 보니 길잡이가 되어 있고 밧줄이 메어진 슬랩 구간들이 나타나면서 출입금지를 시킨 원인을 확인 한다.

 


공깃돌을 올려 놓은듯한 투구봉의 전경에 자꾸만 쳐다보게 되고 쉼표가 되어 준다.

 


몹시도 바람이 불어 와 모자의 조절 끈을 바짝 조여 사그락 거리는 산죽밭을 지나 올라 선 위봉은 숲에 묻히고 표지석도 없다.
위봉까지가 출입금지였으니 이제 부턴 몸과 정신이 조금은 자유로워 질것이고 등로의 까칠함도 덜할 것이다.

 


투구봉 갈림길에서 투구봉을 놓아주고 두륜산으로 향한다.

 


오름길도 끝나 신체의 자유를 찾았다고 여겼는데 아직은 아닌듯하다.
두륜산이 펼쳐지면서 최고봉인 가련봉과 두륜산이 한눈에 들어 오고 땅끝기맥은 안테나가 있는 도솔봉을 향해 이어져가며 세를 죽이지 않고 있다.

 


삭풍이 몰아치고 있어도 산비탈은 초록이고 편안한 숲길을 걸으며 에너지소비를 최소로 하여 땅끝기맥에 접속한다.

 


여전히 바람을 거세게 몰아치고 있어 몸의 뻣뻣함에서 암릉의 밧줄을 타는데 위험함이 감지 되고 발판과 슬링이 걸린 바위 오름은 차가운 냉기에 순발력을 잃어 바위에 엉기다 시피 하여 올라 위험구간을 탈출한다.
이젠 스릴을 즐기는 게 아니라 미션 수행이 되어 가고 있음을 부정할 수가 없다.

 


정규등로라 사람들이 많아졌고 구름다리를 지나 두륜산에 선다.
구름다리의 조연이 있어서 인지 이곳은 최고봉이 아님에도 세자책봉이 되어 당당하게 가련봉과 노승봉을 거닐고 있다.
건너다 본 가련봉과 노승봉은 바위꽃을 피웠는데 꿀을 찾아 든 것처럼 ㅅ람들이 모여 있고 긴 계단이 연결하고 있다.

 


구름다리로 되돌아 나와 만일재로 향한다.
사람들의 정체와 지체로 다리쉼은 되는데 도대체가 왜 산에 왔는지 조차도 의문시 되어 머리와 가슴은 더 팔딱 인다.

 


만일재에는 가장자리로 파고들어 바람을 피하고 햇살을 찾아 들어 식사들을 하고 있는데 난장 에다가 비닐돔 등으로 난민촌을 연상케 한다.

 


이미 잎새를 날려 버린 억새가 바다를 망중함하고 있는 만일재를 벗어나 가련봉을 향해 오른다.
지 정체가 오늘이 휴일 임을 자각하게 말해주는데 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는 게 놀랍다.
해적 같은 바닷 바람의 강도가 모자를 채 가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 철저하게 단속하여 가련봉에 올랐으나 사람 틈새를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어 정상 인증은 포기한다. 
단풍을 보러 와서 바람만 맞았다.
산 아래에 보이는 산사만이 온실처럼 평온해 보인다.

 


머리가 띵할 정도의 강한 바람에 잔뜩 움츠려 들어 폭 좁은 계단을 조심조심 올라 노승봉에 올랐으나 이 또한 웨이팅이 길어 그냥 내려 선다.
아직 산하는 퍼른 데도 체감은 북풍이 몰아치는 겨울이라서 쉴래야 쉴 수도 없다.

 


내림길은 점심때가 되어 가면서 교차하는 사람들도 적어져 걷기는 수월한 데 젖은 등로가 시껍하게 만든다.

 


흔들리지 않은 흔들바위에서 대흥사를 조망하고 오심재에 내려 와 산님들의 한 켠에서 점심을 먹는데 손이 시려 젓가락질이 어설프다.

 

 


오늘 바람이 세력 과시를 하려고 몰려 들었는지 산비탈에 까지도 복병을 숨겨 놓아서 겉옷까지 꺼내 입고 북미륵암으로 향한다.

 


둘레길은 북미륵암으로 안내하고 돌길은 다듬고 데크를 설치하여 수평을 유지하였고 천년수 길과 합류하면서 시멘트 임도가 된다.
대흥사까지 2km가까이를 급경사의 이 임도를 따르게 되는데 북미륵암에서 곧바로 내려섰으면 무릅팍이 나가는 이런 시멘트길을 조금은 줄일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바람이 빗질을 하여 단풍을 모조리 떨어 뜨려 버렸는지 이건 단풍이 든 것도 아니고 안든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의 길을 따라 대흥사로 흘러 들어간다.
대웅전의 불사가 한양의 궁궐을 능가할 정도로 웅장하다.
노송의 은행나무에 노란 은행잎 몇 장 남아 있어도 고즈넉한 산사의 풍경을 완성하는 데는 더없이 좋다.
유서 깊은 천년고찰이자 마지막 단풍을 보러 오는 인파로 사람이 단풍잎보다 많아 보인다.

 


찻길 옆으로 물소리길 등 산책로를 만들어 놓아 사색과 힐링의 숲이 되어 준다.

 


어쩌다 보니 버스를 놓치고 상가지역을 지나 주차장까지 내려와 버렸다.
또....
옛 기억 상의 고정관념 때문인데 자책한 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축제는 끝났지만 국화 향이 가득한 해남미남축제장의 국화를 보았으니 헛걸음은 아닌 셈이다.

 


다시금 물소리길을 거슬러 올라 버스 주차장에 도착하니 아직도 여유시간이 많아 뒷풀이로 단풍 산행의 미련을 떨쳐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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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출산(하늘아래첫부처길)**
-.일자 : 2023년 11월 08일
-.코스 : 기찬묏길주차장-산성대-천황봉-바람재-구정봉-마야려래좌상-용암사지-하늘아래첫부처길-기찬랜드(11.4km / 5시간 45분)
 
폭우가 쏟아져 나무잎새를 다 떨구어 버리더니 뒤이어서 태풍 급의 바람이 청소를 하듯이 깨끗하게 만들었고 급랭하는 날씨까지 합세하여 겨울 분위기로 만들어 놓았기에 이젠 어쩔 수가 없이 가을을 놓아 주어야만 한다.
온통 바위인 월출산에서 단풍을 찾는다는 것도 별 의미가 없어졌고 하늘아래 첫부처길이란 신상품이 이끈다. 
보성휴게소에서 조식을 먹는다.
요즘 휴게소에 음식물섭취와 음주금지 현수막이 붙어 있어 매스컴의 지대한 영향력을 느낀다.

기체육공원에서 산행을 시작이다.

 

산성대가 11월 12일까지 단풍철 안전을 위해 탐방예약제를 실시하고 있어 산성대탐방로입구에서 신상기록을 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평일이고 산행 인원이 적어 통과했는지 는 몰라도 요즘 모든 게 예약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어 구시대의 골동품인 되어가고 있고 이 몸도 예전만 못하다.

 
올 들어 최저 기온이라고 하더니 쌀쌀함이 산행하기엔 최적인 조건이다.
기본 스타일 대로 뚜벅뚜벅 걸어 전망대에 올라 선다.
평야와 같은 드넓은 들판에는 벼 수확 후 지푸라기를 돌돌 말아 놓은 곤포사일리지가 새알처럼 또 메시말로처럼 펼쳐져 있는데 이 또한 장관이고 활성산의 풍력발전소로 인하여 더욱 목가적이다.

 

바위지대와 숲길이 같이하면서 해돋이 직전처럼 월출산의 위용이 들어 나기 시작한다.
이름만 거창한 월출제일관의 바위에 올라서 영암읍과 영암뜰에 혈류 와도 같은 실개천들이 영산강으로 모여 들고 있는 자연의 순리를 조망하면서 존재의 미미함을 느낀다.

 


숲길을 벗어나 월출산의 전망대인 산성대에 오른다.
산이 산 답게 하늘금을 그리고 있지만 난 산을 그리라고 하면 그냥 선하나 쓱 긋고 말지 저렇게 울퉁불퉁하게 그리진 않을 것 같다.

 

그 고단함을 안고 암릉 속으로 들어가 속살을 탐익한다.

 

삶이 그렇듯 길이 없을 것 같아도 또 길은 오묘하게 이어져 있다.
지루할까 봐 좌측으로 살짝이 장군봉이 찬조 출연을 하며 힘을 실어 주는데 그 모습이 주연보다 더 당당하지만 국공까지 동원하여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신비주의다.
산을 타는 것인지 자신의 경력들을 브리핑하는지 말로만 산행을 하고 있는 팀들을 추월하여 바람폭포에서 합류되는 광암터삼거리에 올라서면서 산성대코스를 벗어나자 더 즐길 걸 하는 미련이 바람을 따라 가슴으로 파고 든다.

 

지속된 오름 길에서 나를 체크해 가며 테스트해 간다.

 

정상에 올라 뭐 아직은 쓸만하다는 결론으로 자평를 내리지만 온몸에 힘이 쏙 빠지고 다리에 힘이 풀린다.
그래 산은 이 맛에 오르는 거다.
기암들은 흙을 털어 내고 하늘로 치솟구쳐 제각기 존재를 뽐내며 괴사하고 있는 것 같지만 겹겹의 꽃잎이 서로를 감싸며 화사한 꽃을 피워내듯이 온통 바위꽃을 피워 낸 월출산만의 경이로움이다.

 

술집에는 초뺑이들만 모여들고 산에는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가지는 사람들이 찾게 되어 있기에 산정에는 자연에 맞서는 배짱 있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살포시 비켜나 영암을 내려다 보고 바람재를 향해 내려선다.

 

단체 산행 와서는 결국 맨날 홀로 산행이 되고 만다.
이런들 저런 들 어찌하라 내가 선택하고 내만의 산행스타일이 있으니 내만 즐기면 된다.

 

인생샷을 찍으려고 거시기 바위에 올라탄 여인이 내려 오질 못하고 쩔쩔 메고 있는데 보고 있는 내가 더 아찔하다.
난 산에 오래 다녀야 되니깐 절대로 위험 한데는 가지 말고 바구돌 위는 올라 가들 말자 다짐해 본다.

 

혹여 모르고 지나칠까 봐 쌩 하니 불어 오는 바람이 바람재를 각인 시켜 준다. 
춥다고 하더니 뻥은 아닌 듯 한데 또 바람만 없으면 덥다.

 

장군봉을 빠니 보면서 배틀굴로 들어간다.
자연의 오모함이지만 상상력의 풍부함 때문인지 언제나 민망하긴 하다.

 

비좁은 바위 틈새를 비집고 구정봉에 올라가 바람과 맞짱을 뜨면서 월출산의 그림을 감상한다.
바람은 혼돈의 시대를 연출하고 있고 창조자가 빚어낸 듯한 자연의 조각품들이 펼쳐져 있어 항상 처음 보는 듯한 자연의 위대한 조각품들이다.
나 지금 왜 이렇게 떨고 있는 거니?
첫 선을 보는 것도 아닌데 이런 증상은 차가운 바람 때문이다.

 

부처길이 열려 있다.
예전에도 부처까지는 열려 있었지만 다시금 올라올 것이 염려스러워 포기 했었는데 당당하게 들어선다.
어라 낮 익은 산님 들이다.
다들 점심 전이라 하니 따라 올라 가 구정봉에서 점심을 먹지만 이 분들은 배틀굴을 가야 하기에 또다시 홀로 산길을 걷는다.

 

의자 바위를 선점하여 월출산의 선경을 바라다 보며 망중함을 하는 것도 혼자 이니 금방 시들 하여 하산이 답이다.

 

산중에 삼층석탑이 있고 건너편에 마애여래좌상을 두고 있다.

 

탑돌이를 하고 국보인 마래여래좌상과 마주한다.
바위에 암각 된 이 마래여래좌상이 국보 인 것도 신기한데 어떠한 금지 조치나 감시카메라조차도 없다는 게 의아스럽지만 하늘아래 첫부처길이란 등로개설의 주역자인 셈이다.

 

탑 등과 유물들이 남아 있는 용암사지터에는 머구대가 파란 잔디처럼 깔려 있을 뿐 한적한 시골집의 마당만 같다.
세월의 무상함 이다.

 

이제 부터의 등로는 금지구간이었는데 신상이 아니라 사람의 발걸음을 타서 대나무숲을 정리하고 데크 등을 설치하여 등로를 이어 놓았다.

 

기암의 전시장이었던 월출산이 안면을 싹 바꾸어서 유순한 숲길이 이어지고 계곡에 물이 흐른다.
푸르른 나뭇잎이 따뜻한 남도를 상징하고 있고 단풍은 아직 요원하다.
최대한 천천히 걸으면서 월출산의 속살과 교류해 가지만 별다른 특징이 없다.

 

계류는 대곡저수에서 갇혀 식수원이 되고 이곳이 영암군의 상수원이기 때문에 큰골을 출입금지 시켜 놓았다가 개방한 것 같다.

 

임도를 따라 내려간다.

 

또 하나의 저수지인 대동제가 있는데 영암사람들은 월출산의 기를 철저히 활용하고 있고 그래서 인성이 좋고 인물들이 많은 것만 같다.

 

승용차 주차장이 있고 마을로 이어 지고 있는데 마을에는 버스가 주차할 만한 공간이 없어 보여 기찬묏길을 따라 기찬랜드로 들어간다.

 

월출산국화축제가 열리고 있는 기찬랜드에는 먹거리도 있고 주차장도 넓은데 우리 버스는 없다.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예감은 틀리지가 않아 다시금 기찬묏길을 거슬러 올라 영암교회를 찾아 간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이곳을 잘만 찾아 오고들 있는데 왜 나만 몰랐을까?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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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주왕산 &  주산지

-.일자 : 2023년 11월 4일

주차장-대전사-주봉(주왕산)-칼등고개-후리매기-용연폭포-금은광이삼거리-장군봉-대전사-주차장(13.2km / 4시간 55분)
 
빠른 시이 내에 서해랑길의 사전모임이 필요하여 주말 폭우 예보로 산행이 취소 되길 은근 기대를 해봤으나 인원만 빼먹고는 결행이 된다.
새벽 나섬에 가로등과 달빛에 샛노랗게 투영된 은행잎이 가을의 색체를 짙게 만들어 놓아 주왕산 단풍의 기대감을 높여 놓고 있다.
인원도 적은데 버스는 근대 유물이 되어가고 있는 45인승으로 바뀌었고 자리 배치 마저 도 흩트려 놓아서 시끄러운 엔진음에 졸다 깨다 가를 반복하다 보니 그래도 4시간이 흘러 청송에 들어 와 있다.

 


청송은 지금 단풍과 사과축제로 매우 혼잡 한데도 버스는 주차장에 주차를 하여 곧바로 사람들의 흐름에 합류한다.
상가는 행락객들을 끌어 들이면서 활기로 넘쳐 나고 있고 물길을 거슬러 올라 가는 연어처럼 인파 속을 헤집고 나와 중간집결지인 대전사에 들어선다.
사과 축제기간이라서 입장이 무료 란다.

 


기암을 배경으로 한 대전사는 주왕산의 상징이나 다름이 없으니 공식 인증을 남기고 계획된 마이 웨이가 있기에 걸음을 재촉한다.
어차피 이 인파에서 단체 산행은 의미도 없다.
주왕산은 굳이 산행을 하지 않고도 기암과 어우러진 단풍을 구경하는데 최적의 장소인 지라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 들고 있어 혼잡도는 극에 달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왕계곡의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고 나만이 대열에서 튕겨져 나와 주봉마루길로 들어 선다.

 


매달린 나뭇잎보다 밟히는 낙엽이 많은 등로지만 가을의 정취는 남아 있어 나름 추남의 감성에 젖어 든다.
지인과 동행을 할거라고 배낭 무게를 늘려 놓았고 어제 백운산 산행의 후유증인지 발걸음이 무거워서 신발에 돌이 수시로 체이며 땀이 뚝뚝 떨어지고 있어도 기꺼이 힘겨움을 감내함이다.

 


장군봉과 주왕계곡을 조망하는 전망대가 있지만 흐린 날씨가 주왕산 특유의 매력을 감추어 놓았다.
그래도 비가 오지 않음에 감사한다.

 

 


이 많은 사람들이 어디서들 올라 왔을까?
정상에 가득한 사람들에게서 역동성을 느끼지만 또 너무나 이질감도 있어 멀찍이서 증명을 남기고 쉬지도 않고 내려선다.
애초에 계획하였던 주왕계곡의 등로는 출입금지가 되어 막혔고 등로는 자연스레 양몰이를 하듯 사람들을 줄 세운다.
단풍은 없어도 울창한 소나무로 호젓한 산길이다.

 


가마봉 갈림길을 만나 괘도 수정을 시도했으나 가마봉 방향은 통행의 흔적이 없고 편리한 등로에 이끌려서 그냥 사람들의 흐름에 따른다.

 

 

내림길이 되면서 단풍도 사람들도 물들어 계곡이 시끄럽고 오만 군상들로 길은 정체되어 추월을 할 엄두도 못 낸 채로 뒤만을 졸졸 따라 알록달록한 단풍이 매달려 있는 계곡에 내려서는데 계류는 낙엽이 위장을 시켜 놓아서 분간이 안 간다.



후리메기삼거리를 지나면서 풍상을 겪지 않는 계곡은 편안함을 안겨 주고 사람들을 온화하게 순치 시켜 놓았다.
아찔한 절벽 아래에다가 절구폭포를 숨겨 놓았지만 거슬러 내려왔던 마른 계곡이기에 수량은 없어 보여 오늘은 그냥 패스하기로 작심한다.

 


주왕계곡과 합류되면서 관광 모드가 되어 용연폭포로 올라 가고 일방통행이라 상부전망대에서 폭포를 관람한다.
예전에는 저 폭포아래에서도 자유로웠고 그만큼 무질서 했는데 선진 문화가 정착된 느낌이다.

 


내원골로 이어지는 폭포의 상부로 올라 간다.
용연폭포의 떨어진 웅장한 물줄기의 원류가 되는 주방천의 단풍나무 아래에서 휴식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가을 소풍을 즐기는 듯 여유로운데 나만이 분주하다.
자연과 사람이 어울린 예쁜 모습을 뒤로 하고 나 홀로 금은광이삼거리를 향해 오른다.

 


단풍의 어설픔이 을씨년스러움을 안긴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등로는 자연 그대로인 듯 정비되어 있지 않아 국립공원의 정식등로를 의심케 하나 본명 달기약수터에서 이곳을 내려 왔었고 그때의 느낌 또한 다르지 않았었던 것 같다.
낙엽에 덮여 있어 마른 계곡인듯해도 계곡의 깊음을 알리기라도 하듯 물은 졸졸 흐르며 소리를 내고 있다.

 


담벼락이였던듯 단층이 연이어 이어진 따밭맥이골을 지나며 오름길이 지속된다.

 


가끔씩 내려 오는 사람이 없더라면 깊어가고 있는 이 가을처럼 정말로 쓸쓸할 뻔 했다.
외씨버선길과 함께 하는 등로는 걷다 보면 문득 만나게 되는 또 하나의 나를 발견하게 된다는데 세월에 노화되어 기능 상실에 대한 뼈저림만 느낀다.
나뭇잎은 떨어지고 커다란 나무는 뿌리를 들어낸 채 넘어져 있어 세월을 버텨내지 못한 현실성을 속에서 나의 무거워진 몸만은 어찌 버텨 내보려고 허우적거린다.
아무리 주봉을 올랐다가 원점에서 다시금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금은광이삼거리가 이렇게나 버거웠던가 싶다.
정작 인파와 그 속에서 풍기는 역겨운 냄새를 잘 피했다는 생각은 단풍구경 와서 이게 왠 개고생이냐는 푸념으로 바뀌어간다.

 


주봉에서는 이른 시간이라서 점심을 먹지 않았고 이곳 금은광이삼거리는 참고 오르느라 점심때를 놓쳐 에너지도 바닥이다.
금은광이로 넘어가는 달기약수를 내어 주고 장군봉으로 향한다.
비행기가 운항 고도에 올라 선 듯 길이 순탄 하지만 앞에 작은 오르막이 있어 적당한 평지에 자릴 잡고 늦은 점심을 먹는다.
이게 뭔 일이래……
갑자기 구름이 사위를 감춰가고 바람이 휩쓸고 올라 오더니 나뭇잎이 비 쏟아지듯 휘날리면서 전설 따라 삼천리를 연출하여 그냥 이라도 무서워해줘야 할 분위기이고 무서움증에 긴장하여 목이 메인다. 
이런 쫄보가 다 있나 싶어도 비까지 주적거리니 있으니 이런 뻔한 자연현상에서도 군대에서 담력 훈련을 하는 것마냥 뭐라도 해야만 될 것 같은 강박관념에 일어선다.

 


우중충한 단풍들은 티벳의 소원을 들어 준다는 타르초의 오색 깃발이 아니라 서낭당나무에 걸린 오색 천처럼 무서움증을 안겨 주는데 길은 다행히도 편안하게 이어지고 있다.

 


말 방목장의 울타리 같은 안전난간은 좀 과잉이라 여겨지고 차라리 이곳의 시설들을 금은광이삼거리의 오름길에 투자함이 합리적 일거란 생각은 지울 수가 없다.
그래도 가끔씩 오가는 사람들로부터 안위를 찾아 산길에 다시금 적응을 하였고 긴 내림길은 다시 올라야만 하는 고달픔을 전달해 와 이제 그만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안부라 여겨지지 않는 월미기재에서 오름길로 돌아서긴 하나 장군봉이 이름값만 했지 금줄 뒤로 멀찍이 물러 나 있고 고도가 685m라 우려와는 달리 급경사가 아니다.

 


정원수 같은 소나무들이 운치를 더하고 건너의 기암에 휘둘러진 안개가 주왕산을 수묵화로 만들어 놓았다.
어차피 땀에 흠뻑 젖은 옷이지만 빗방울이 그대로 느껴질 만큼 한기가 전달 되어 걸음을 서두른다.

 


단연코 이곳의 경치는 주봉을 능가하고 있고 주왕산을 제대로 느끼게 하는 곳이다.

 


건너편에 전원주택으로 올라 가는 도로 마저도 목가적인 풍경이 되어 어느 알프스풍의 분위기다.

 


바위 틈새 사이로 길게 계단이 놓여 있고 기암이 멋들어지게 액자의 소품을 자처했다.

 


빗소리가 홍등가처럼 불 밝힌 상가에서 올라 오고 있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을 삼켜 가고 있다.

 


폭우 라고 하더니 쏟아지는 빗줄기가 애사롭지가 않아 비옷을 꺼내 비 가림을 하여 사찰의 대문에서 비가 잠잠 해지길 기다린다.
스피커에서 흘러 나온 은은한 음악과 실시간으로 그려지고 있는 수묵화의 완벽한 조화 속에서의 마음 챙김은 내 영원에 정화가 되었지 싶다.

 


종종거리고 있는 인파를 따라 상가 지역을 빠져 나오는데 차량으로 길이 막혀 119차량 조차도 꼼짝 못하는 현장은 왜 이태원참사를 떠올리게 하는지 모르겠다.
결국 산속에서의 자기수양은 음식냄새에 섞이고 사람들에게 희석되어 원위치 되고 만다.
젖은 옷을 환복을 하고 나니 30분의 여유시간이 생긴다.
그래도 나에 대한 보상은 해줘야 하겠기에 가계로 스며들어 사과막걸리 3병을 순삭하고 차에 올라 주산지로 이동한다.

 

 

 
단풍이 휘두르고 비가 톡톡 거리는 주산지는 무적이나 낭만적이다.
그러하니 당연스레 주를 불러 들어 더덕 안주에 막걸리 한잔 하니 세상이 내 것이 된다.

 

 

 

지역의 음식을 먹는 것도 산행의 마무리 과정이다.
근디 이건 좀 실망스럽다.
청정의 고장이라 잔득 기대했던 버섯은 평이함이고 럼스킨스 병 때문인지 소고기는 숨은 그림 찾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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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운산 가을 풍경 ***

-.일자 : 2023년 11월 3일

-.코스 : 진틀-진틀삼거리-상봉-신선대-진틀(6.9km / 2시간 54분)

             포스코수련관둘레길(5.4 km / 1시간 26분)

 

일찍이 꽃을 피워 내었던 벚나무는 마지막 잎새조차도 매달지 않은 미끈한 나목이 되었고 가로수 나뭇잎이 메말라가고 있는 풍경 속에서 가을의 색체를 찾아 백운산을 찾아 든다.
가깝다는 이유로 또 자유롭게 찾을 수 있는 지리적인 조건에 매번 뒷전 이였던 산이다.
또 언제나 화려한 매스컴의 그림과 수식어에 현혹되고 사람들의 휩쓸림에 애먼 곳만 찾아 다녔지만 정작 단풍은 백운산계곡에 곱게 치장하고 기다리고 있었음은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방전된 에너지를 재충전시키고 오늘 부부동반 동기회 모임에서는 정상컨디션으로 참석하기 위하여 정상만을 간단하게 다녀 오기 위해 진틀주차장에 주차를 시킨다.
요즘 기온이 계절이 재 기능을 상실하여 역행하고 있는 듯하다.
백운산의 능선이 건조기에 넣은 고추처럼 빨갛게 익어가고 있고 농익어 거무스레한 빛이 감돈다. 

 

길섶에는 아직 들국화가 피어 나 있고 등로에는 키 작은 꽃향유가 햇살을 쪼이고 있는 한가로운 가을 날이다.
알록달록한 나뭇잎의 카펫을 즈려 밟고 계곡으로 스며들자 산길은 숲 그늘과 단풍으로 간접 조명이 되어 분위기 좋은 카페처럼 은은하다.
어설픈 단풍은 눈 마주치지 않으려 해도 자꾸만 다가 와 자태를 뽐내니 아니 이뻐 할 수도 없다.

 



너덜길을 사뿐하게 지나 진틀삼거리에 닿는다.
계곡을 덮어 버린 낙엽을 휘젖어 목을 축이고 오르막을 오른다.
나뭇잎을 다 떨구어 버리고 휑한 등산로가 삭풍이 몰아치는 겨울 분위기다.

 

 

 


즐곳 정상을 향한 오름 짓만은 멈추지 않는다.
유연함도 속도감도 전과 같지는 못하지만 거뜬하게 상봉에 올라 건재함을 증명했다.

 


장쾌한 산하가 눈 아래에 펼쳐져 있고 막힘 없는 조망에는 가슴이 뻥 뚫린다.
이 맛에 고달픈 산행을 기꺼이 감내하고 이런 쾌감에 중독이 되어 또 오른다.
벼가 누렇게 들판을 물들이 듯이 오색 단풍이 산하를 알록달록하게 물들여 놓다가 지쳤는지 색채를 한꺼번에 쏟아 버린 듯 검붉게 펼쳐져 있다.
이젠 이 가을이 떠나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쫌 덜하려 나......
산정에서의 머묾에서 모든 가을을 담아 내고 하산을 시작 한다.

 


낙엽이 등로에 쌓여 미끄럽고 돌멩이의 기습공격을 받아 비틀거리길 반복하고 있으니 몸은 자체 방어시스템이 풀 가동되면서 그 과열로 인해 식은땀이 맺힌다.
땅으로 낙하한 나뭇잎은 소복이 내린 눈처럼 세상을 포근하게 평탄화 시켜 놓았지만 알록달록함 속에 함정을 감춰 놓은 현혹일 뿐이다.

 


진틀 삼거리의 원점회귀 구간이 올라 올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다른 감정 이입이 된다.
단풍은 더 농염 해졌는데 외출하는 집사람이 화장을 하는 것 마냥 낯설어만 보인다.
이만 하면 그리움에 뼈져 허우적거리는 상사병은 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이대로는 뭔가가 허전하다.

 

 

 

 

<포스코수련관 임도>  
이왕 나섬 것 기름값이라도 뺄 겸하여 수련관둘레길을 돌기로 작심은 하는데 진틀은 여름 한철 장사를 하는 유원지화가 되어서 점심을 먹을 데가 없다.
궁하면 통한다고 백운사갈림길에 간이매점이 있어 라면으로 요기를 한다.
인적이 없어 적적 했던지 아줌마의 사설을 들어 주는 것으로 공깃밥을 대신 한 4천원의 행복감이다.

 


수련관의 둘레길이 입소문을 타면서 많은 차량이 주차되어 있고 사람들도 제법 있다.
나뭇잎이 메말라 예전 단풍만은 못하지만 충분한 치유의 숲이 되어 준다.
언제 찾아도 편안한 숲길이다.

 


혼자라 쉼이 없다 보니 금방 수련관에 내려선다.
쉼터는 멍 때림의 공간이다.
모든 것을 잊고 가만가만 산하를 바라만 봐도 힐링이 될 터인데 내겐 여유로움이 없다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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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우도 여행 **

-.일자 : 2023년 10월 22일

 

급조되어 실행 여부 조차도 의구심이 들었던 제주도의 일정들이 순조롭게 진행 되고 있다.
모두의 축적된 경험들과 능동적인 협조 덕분이겠으나 체력의 한계점만은 어쩔 수가 없어 일탈의 흥분됨을 잃었기에 뭔가를 채우지 못한 허전함은 남는다.
때론 태풍과 같이 대류를 순환시키는 에너지원도 필요함이다. 
어쨌든 이곳을 숙소를 정하게 된 것은 성산일출봉의 일출과 우도 관광에 있음인 만큼 모두가 어둠을 뚫고 일출봉에 오른다.

 


정상은 이미 많은 인파에 점령 당하였고 숨막히는 적막감이 안기는 숙연함과 염원 속에서의 기다림은 자기성찰의 시간이 된다.

 


리셋 시키는 지구의 자전 기능만으로도 사람들은 하루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되고 오늘이란 백지에다가 각자의 색채로 삶을 또다시 그려 나가게 된다.
반복된 삶 속에서도 이곳으로 이 많은 사람들을 끌어 들이고 있는 이유가 되지 아닐까.

 


붉은 색체가 퍼지면서 흑백을 총천연색으로 바꾸어 놓았고 우리들도 햇살의 에너지로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 해장 할 곳을 찾는데 마땅한 곳이 없다.

 


제주만의 친절함 일까 아님 특유의 친목성일까 그것도 아니면 이들만의 자존심일까? 
일출 시에는 친절한 삼존으로부터 여인들은 온갖 포즈를 잡았어야만 했었는데 찾아 든 음식점은 주인장의 자부심이 올라간 만큼 우리들의 미각을 떨어 뜰이고 있다.
어쨌든 하루를 시작하는 에너지원과 감성은 충분하게 충전을 시켜 놓았으니 이젠 우도 여행을 떠나자.

 


펜션을 떠나며 주인장에게 커피를 부탁하였더니 펜션 홍보가 자동으로 따라 붙는다.

 


공기의 차가움과 햇살의 따가움이 있는 뱃전에서 갈매기의 놀라운 생존적응력을 바라 보면서 우도에 하선한다.

 


매번 선택의 순간이고 그 책임감 또한 오롯이 내게 있기에 탈것들을 선택하는데 개인 취향을 존중하였고 우도체험용 카 들이 비빔밥처럼 한 그릇에 담아진다.
반납할 때 알았지만 렌터카처럼 사진을 찍으라는 친절도 는 내가 하자를 발견치 못했을 때 책임을 지라는 그 들만의 숨겨진 영업방식이었다.
세상의 규칙만 있을 뿐 믿을 넘 없고 나쁜 놈들 참 많다.

 


출발~~~
수 많은 사람들에 뒤 섞여서 해안로를 따른다.

 


어라 왜 벌써 해수욕장이 나오지?
에메랄드 빛의 바다는 제주만의 색이라 사진 속에 꼭 남겨 둬야 한다.
이래 저래 폼을 잡아 가며 추억을 갈무리하고도 그냥 우도만의 풍경이려니 했는데 오토바이 대여점이 보이면서 우리가 오도항에 내렸다는 걸 비로서 인지 한다.
그래 지금처럼 참 단순하게 만 살아가자.

 


서안백사를 지나면서 점자 타는 것에 적응을 해가고 있고 정자에서 커피를 하는 여유로움 속에서 방파제의 포장마차가 포착이 된다.
해녀는 주문을 받고 해산물만 썰면 되는 셀프 시스템이다.
상큼한 소라와 소주 한 모금씩으로 분위기만 낸다.

 


제주의 매력은 뭘까?
그냥 막연한 기대감과 설렘이 아닐까 싶다.

 


푸른 바다의 해안로를 따라서 이어진 가계들은 육지의 차별성도 없고 혼잡한 하우목동항이 나오며 지난 흔적들이 오버랩 된다.
해안로의 검은 돌들과 우윳빛의 바다가 제주도를 그려 내고 있고 수많은 사람들에 탈것들이 뒤엉켜 다니지만 무질서 속에 질서가 되려 여행의 기분을 업 시켜 준다.

 


하고수동해수욕장에는 한여름의 들뜸이 있고 이에 편승하여 음식점에 들어간다.
점심이 이른 시간이라 웨이팅은 없었지만 식욕이 없어 대부분을 남겨 로컬 음식을 체험하는 것으로 만족이다.

 


금모래에 도착하여 망망대해의 바람을 흡입하며 여행의 막바지에 다가 와 있고 시간의 흐름이 느껴진다.

 


비좁은 마을길이 위험스럽지만 섬의 특성이고 등대 입구에서 총무님의 아량으로 우도 땅콩을 챙겨 우도항에 도착한다.

 


음마야 무슨 이런 날강도들이 다 있나
오토바이를 반납하는데 이들은 분명 하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부위만을 콕 찍어서 변상을 요구한다.
찝찝함을 털어내고 승선을 하는데 인원이 부족한지 한참이나 대기시간이 있고 결국 성산항에 도착하여서는 시간관계상 검은오름의 일정을 포기하고 곧바로 렌터카 반납을 한다.

 


하릴없는 공항에서의 기다림이 무척이나 아깝지만 차량 반납과 머묾을 바꾸어 버렸으니 어쩔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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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자 : 2023년 10월 21일
-. 이동 : 중마동-여수공항-제주공항-성산포
-. 코스 : 오백장군과까마귀휴게소-윗세오름-어리목

야근 후 곧바로 여수공항으로 내달린다.
와우
여수 공항이 언제부터 이렇게 분비고 있었는지 주차장이 꽉 차 있어 주차공간이 없다.

 

모바일티켓으로 간단한 검색을 걸친 후 탑승한 비행기는 울 동네의 광양항과 우주항공의 메카인 나라도 그리고 거문도 등의 섬들을 지나면서 지리 공부를
하고는 금새 제주공항에 착륙을 한다.
이렇게 술기운 없이도 간편하게 제주도 땅을 밟을 수도 있다.

▲ 광양컨테이너부두

▲ 나로도

▲ 거문도

▲ 이건 훗날 물가 비교로 남겨 놓는다.

렌터카의 출고도 키오스크로 간단하게 렌트 하여 모든 게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는데 한라산 영실을 찾아 가는 길목에서 발목이 잡혀 다시금 시내로 내려가고 있어 시간을 잡아 먹어 버렸다.
우리에겐 절대적으로 시간이 필요한데 영실입구에서 부터는 차량이 정체다.
산행하기에 최적인 지금의 단풍철에 교대근무자까지 주말을 택했으니 정체의 주범으로써 감내해야만 한다.
영실휴게소에서 차가 빠져 나와야만 그 댓수만큼 출입을 시켜 줘 근 30여분을 허비하고서야 들머리인 오백장군휴게소에 도착한다.
그나마 2.5km의 거리를 차로 올라 왔고 영실 통제 시간이 14시라 다행이다.

 

뭣들 해....
빨랑 빨랑 가야만 오늘 할당량을 소화시키고 저녁에 만찬을 여유롭게 즐길 수가 있다.

 

제주도의 푸른숲이 아니더라도 어찌 되었건 올해의 단풍은 기대치를 낮춰야만 될 것 같다.
조용한 숲 속에서 노루가 먹이활동을 하고 있고 우린 각자의 페이스대로 워밍업을 해 간다.

 

제주도답게 몹시도 바람이 불고 있어도 햇살만은 따갑다.
낭만은 바닷가에 통창이 있는 따뜻한 곳에서 차를 마실 때나 생기는 것이지 이렇게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는 난장 속에서는 내 몸 건사하기 바쁘다.

우리들은 공수부대가 투입돼 듯 한라산에 급파가 되었지만 처음부터의 전력 손실로 각개전투로 올라 간다.
점차로 몰입도가 높아져 가면서 팝콘처럼 요동치던 격한 감정이 사라지고 풍경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펼쳐진 평원을 따라서 서귀포시가 아지트를 틀고 있고 끝자락에 해안선이 바다를 경계 짓는다.

 

오색의 단풍을 기대했는데 색이 바랜 자주색이 한라산을 채색하여 흑백 화면만 같지만 원근감이 시선을 붙잡는다.
그래도 이렇게 영실기암과 병풍바위의 완벽한 모습을 보는 것은 차가운 기운이 안개와 구름을 밀어 내 준 덕이다.

 

고사목지대를 지나고 오름길의 기세가 꺾이는 숲 속을 빠져 나오자 한라산이 수평선에서 떠오른 해님처럼 백록담이 쑥 나타 나는데 장관이다.
한라산에 흰사슴이 노니는 것 마냥 하얀 상고대까지 듬성듬성 뒤집어 쓰고 있어 신비롭기까지 하다.
이 모습을 보려고 물 건너 온 것이나 다름이 없다.
아무것도 마음에 꺼리낌 없이 마주 하는 이순간이 행복감이다.
흩어져 있었던 회원들도 모여 원팀이 되었고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공감대를 형성해 간다.

 

 

고원지대의 평원에 하얀 눈이 덧씌워진 장관은 아니더라도 파란하늘 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평지에 카펫처럼 깔려 있는 테크를 따라 간다. 

 

윗세족은오름이 노루샘을 젖줄을 만들어 놓아 사슴처럼 목 축임을 하고 윗세오름으로 들어간다.
야외는 춥기도 하지만 대피소가 잘 되어 있어 따스한 온기 속에서 김밥과 컵라면으로 점심을 먹는다.
아주 오래 전에는 이 대피소에서도 컵라면을 팔았지만 지금은 이곳에서 컵라면을 먹는 것은 한라산 산행에서의 미션 수행과 다름없다.
산장에서는 고기와 라면은 신의 한 수라 챙겨 오지 않으면 죽지 않을 만큼의 고문에 시달려야만 한다.

 

여기서 차량 회수를 위한 선택을 하여야 한다.
어제 야근을 했음에도 운전을 하고 있는 종인씨에게 독박을 씌운다는 건 너무 가혹하고 우리에겐 아직 미 답지인 어리목이 남아 있다.
우린 매 순간 선택을 해야만 하고 이 선택이 잘 헸는지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가 없겠지만 지금은 공동운명체로 결론 짓는다.

 

산상고원이 눈 아래 펼쳐져 있고 파란 하늘 위에 윗세족오름은 한없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라산만이 보여 주는 풍광은 우리를 들뜨게 하고 평지 와도 같은 등로상에서 소풍 나온 듯 여유롭기만 하다.

 

구름이 단풍을 지워가지만 가을의 싱숭생숭 함을 탓하고 있는 듯 하얀 억새의 깃털이 하늘거린다.
범죄현장의 증거를 수집하 듯 철저하게 산죽을 제거 하고 있는 인부들의 손길에서 철쭉나무가 존재를 들어 내고 있다.
조릿대가 한라산을 뒤덮으면서 토종 식물과 희귀식물이 멸종위기에 처하고 있어 문제란 소리는 들었지만 등로를 따라 벌초를 하듯 베어내고 있어 그 효과가 의문시 된다.
어차피 이 산죽이 말의 방목 금지로 퍼진 것이라면 이 또한 침식과 홍수 등을 막아주는 순기능도 있는 자연의 생태계에 간섭한다는 생각도 든다.

 

청명하던 날씨가 구름에 뒤덮여 가면서 제주 시내를 가렸고 숲으로 들어 간다.
어설픈 단풍은 햇살의 조력이 없어 더 색감이 초라하다.
숲 속이라 조망도 없어 오직 내리막만 걷는 단순성에서 회원들은 지쳐가고 무릎의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듯 말수가 줄어 들었고 대열도 길게 늘어 진다.
그래도 벵기 타고 왔는데 이렇게 완전한 윗세오름 코스는 경험해 봐야만이 후에 할말도 있다.

 

한라산의 화강암은 좀처럼 사정을 봐 주질 않고 무릎을 공략하고 있으니 이를 경험했던 대부분은 설경과 함께 푹신한 겨울에 찾게 된다.
알았죠 회원님들.....
단풍이 눈에 들어 올리 없지만 추억들은 남을 것이니 잘 견디어들 내시요.

 

더디어 어리목주차장에 도착을 했다.
예상시간 보다는 늦었지만 차량 회수를 하는 데는 문제가 없어 선발대를 선발하는데 역시나 만년 총무인 김하사가 자원한다.

 

도로를 따라 버스정류장까지 내려가다 시간상 차를 히치하이킹하여 겨우 시내버스에 올라 영실입구에 내린다.
뭐야 이거...
택시는 있을 거라 확신을 했는데 4시부터 차량 출입을 통제 시키고 있어 2.5km을 걸어서 올라 가야만 한다.

 

북풍한설처럼 몰아치고 있는 을씨년스런 도로를 뛰다 시피 올라가고 있자니 김하사의 눈치를 슬슬 살피게 된다.

 

결국 배낭을 배수로에 처박아 놓고 차량을 회수하니 하루가 붉게 물든 석양 속을 녹아 들어가고 있다.
어리목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회수 팀인 우리도 서로간 힘든 시간이었지만 모두가 함께 견디고 이겨낸 한라산 산행이 이렇게 마무리 된다.

 

 
숙소를 낼 일정을 위해서 저 멀리 성산에다가 잡아 놓았기에 짙은 어둠속을 뚫고 가는 길이 참 지루하다.
입실과 동시에 제주도 입도를 자축하기 위한 화합의 시간을 가진다.
난 제주도를 한 바퀴 돌면서 축사다운 축사를 본 적이 없는데 제주 돼지는 다 제주 흑돼지 알까?
간판은 사람들을 현혹하고 SNS는 정보를 독점하여 웬만한 곳은 웨이팅이 필수인데 이게 또 사람들을 끌어 들이고 있다.
우리도 별수 있나?
함께 즐기고 함께 먹고 한 숙소에 자면서 식구화가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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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왕산 억새산행**

-.일자 : 2023년 10월 07일

-.코스 : 지하곡주차장-1코스-배바위-화왕산-허준세트장-관룡산-구룡산-관룡사-용선대-옥천주차장(13.4km / 6시간 13분)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고 있어 너무나 상쾌한 나날들이다.
도로에는 바람에 떨어진 낙엽이 휩쓸리고 들녘은 풍요로운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면서 가을이 무르 익어 가고 있다.
오색의 단풍에 앞서 화왕산성 대평원의 은빛 억새 물결이 아른거려서 마중을 나간다.
이 때쯤의 창녕 화왕산은 찾아 든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룰 것인데도 운영측 에서는 1코스로 안내를 하고 있어 그 고단함이 그대로 그려 지고 있다.
초입부터 사람들이 도로를 꽉 채웠다.
정체가 필연적이라 이를 회피하기로 다짐을 했는데 지인이 처음이라니 할 수 없이 따라 가고는 있지만 역시나 명절날에 도로가 정체되듯이 좀처럼 움직임이 없어 주말에 산행을 자체 해 왔었던 나를 자책하게 한다.


추월의 무의미 함에 앞사람만을 따라 능선에 올라서니 마라톤풀코스를 뛴 것 마냥 기운이 풀리지만 솔솔 불어 오는 바람이 재충전을 시켜 준다.
구름이 햇살을 감추어 놓아서 억새가 갈색으로 우중충하다.
배바위에 올라 가을바람을 가슴속에 가득 넣어 잠입을 하듯 억새군락지로 뛰어 들었고 금새 사람들을 삼켜 버린 억새의 물결 속을 매끄럽게 유영하여 간다.

 


솜 같은 하얀 깃털의 포근함에 감싸여서 청각으로는 사각거림을 고스란히 담아 가는 정상 길이다.  


정상 인증이 필수가 되어 줄을 길게 섰고 난 그 한 켠에서 흔적을 남기고 내려선다.


성벽이 억새군락지를 완벽하게 보호하고 있고 샛길조차도 허락 치 않아 햇살에 고스란히 익어가면서도 황새가 먹일 감을 쫓듯 멀건이 억새의 하얀 깃털 사이를 헤집어 가고 있다.
바람을 억새 숲을 흔들고 있는데도 몹시도 더워서 손차양이라도 해야만이 눈살을 찌부러지 않고 건너편을 관망할 수가 있다.


간단 점심을 해결하고 동문을 빠져 나온다.
숲이 그늘을 만들어 놓아 도로를 걷는 게 더 아늑하다.
바람이 땀을 말려 주고 체온도 내려가면서 완연한 가을 기운에 서늘함이 느껴 지는 길이다.
산행은 가을 산행이 최고인 이유가 되어 준다.


마냥 걷기만 해도 좋은 산길을 따라서 관룡산 정상석과 마주 한다.
쉼을 하고 있는데 우리가 추월을 하였던 산님이 올라 오며 암릉미가 있는 출입금구역으로 이끌어 흔쾌히 동행한다.


뭐야 이거......
출입금지가 되어 있어 무심코 지나쳤던 곳이 원래 계획하였던 구룡산을 경유하는 루트이고 능선을 따라 흘러 가던 곳이 부처상이 있는 용선대 길이였다.
숱한 날들을 찾았던 곳이었지만 무지를 들어낸 터라 침묵으로 화끈거림을 삭힌다.


제대로 등로를 찾아는 들었지만 동행자의 자잘한 설명들을 고스란히 듣고 발걸음을 맞춰야 하는 댓가를 지불하면서 암릉을 오르락 내리락 한다.
출입금지를 알리는 안내문들이 왜란 의문점을 품게 한다.



구룡산을 올랐다가 되돌아 나와 본격적인 내리막을 내려 간다.

이게 뭔가 잘못되어 간다는 경고 신호가 감지되고 있는데 선답을 하였다니 새로운 코스를 답사한다는 흥미가 누른다.
점점 거칠어지고 있는 등로가 의심을 품게 하여 지도를 살펴보니 부곡온천의 종주루트라 되돌아 나온다. 




정리되지 않는 등로가 위험스럽 긴 하다.
바위들이 방지턱이 되어 자동 속도조절이 되고 있고 행동의 어설픔에 내리막인데도 땀이 배어 난다.


송이채취 움막을 기점으로 숨 고르기에 들어가고 흙 길을 따라서 관룡사에 내려서면서 차를 태워 준다는 동행자와는 헤어져 용선대를 향해 오른다.
동행자와 보조를 맞추느라 시간이 지체가 되었고 계획에는 없던 곳인지라 시간이 부족하여 속보로 오른다.


쉽게 생각했는데 계속된 오르막의 500m 거리가 결코 만만치가 않다.
땀을 쏟은 정성이 있길 염원하고 관룡사로 되돌아 나오니 옥천리주차장까지 뛰지 않으면 시간을 못 맞추게 생겼다.
이럴 줄 알았다면 차를 태워 주겠다는 동행자를 홀딩 시켜 놓을 걸 하는 부질 없는 생각이 아지랑이처럼 머릿속을 헤집고 나간다.
그 많았던 사람들이 사라졌고 해거름의 서늘함이 감도는 길을 냅다 뛰어 청간재에서 내려 오는 길과 합류하고 공원화가 되어 가고 있는 천변을 따라서 겨우 시간을 맞춘다.
이게 뭐라고 난 사생결단을 하듯 시간을 맞췄는데 여유인지 배짱인지 느긋하게 도착하는 사람들을 멀건이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다. 


요즘 산에 대해 관심도가 낮아져 가면서 옛 기억들 조차도 들쳐 낼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모든 게 새로워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낼도 새로운 산을 찾아 이 가을을 만끽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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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등산 산행 ***

-.일자 : 2023년 10월 11일

-.코스: 큰재-만연산-나와나목장-장불재-인왕봉-중봉-중머리재-새인봉-서인봉-증심사주차장(14km / 5시간 50분)


새파란 하늘과 피부에 살랑대는 바람이 나들이를 부추김 한다.
낮의 길이가 점점 짧아져가고 있는 이 새침한 가을은 또 언제 토라져 버릴지 모르니 부지런을 떨어 가면서 교감을 쌓아 둬야 만이 아쉬움을 남기지 않을 것 같다.  
들녘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풍요로움이 있고 길가에는 코스모스가 바람에 살랑거리고 동산에는 억새가 빛나고 있는 더 없이 좋은 날에 무등산 단풍 마중에 나선다.
들머리가 만연산산림공원지역의 큰재다.
만연산은 다녀 온 봐가 있지만 이런 곳에 이렇게 삼빡한 시설이 있을 줄은 내 미처 몰랐다.


새로운 루트를 탐색하는 기쁨이 더해져 계단을 따라 올라 간다.
숲 속에서 꽃무릇의 꽃대는 사그라들고 메마른 땅을 뚫고 새싹이 마구 올라오고 있어 꼭 복잡하기만 한 축제장을 찾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계단이 능선까지 이어진다.
나에겐 다 계획이 있는데 진행속도가 너무 느려 동행하고 있는 일행과는 헤어질 결심을 한다.


잔돌과 바위들로 산길이 쫌 거칠지만 날것의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고 계단만을 따라 올라 와 단순해져 있는 근육과 자율신경들을 바짝 긴장 시켜 놓는다.
바람이 참 좋은 가을날이다.
어쩌다 모자를 빠뜨리고 왔는데 숲이 그늘을 만들었고 바람은 드라이어기가 되어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린다.
화순읍과 만연저수가 보이고 만연산산림욕장으로 내려가는 길이 만났으나 이미 기억에서 휘발되어 모든 게 새롭다.
쌩뚱맞은 만연산 표지석이 없던 기억을 더 헤집어 놓는데 전망테크가 있는 만연산에서부터 앱의 따라 가기 루트에 접속하듯이 중첩된다.


수만리 마을과 황금 들녘이 평화롭게만 내려다 보이고 무등산은 멀찍이서 가만 지켜 보고 있다.
저렇게 멀고도 높은 곳을 가야 할 지의 막막함에 눈이 게으름을 피운다.


한때 집사람을 어르고 달래며 올라 왔던 길을 쉬이 내려와 장불재이정표와 마주한다.
나무계단을 따라 내려와 둘레길처럼 넓은 길을 따라가면 결국 능선과 만나게 되는데 굳이 이렇게 안내해 놓은 이유를 모르겠다.


거미줄이 엉기는 걸로 보아 내가 선구자인 듯하고 바람만이 나뭇잎을 살랑거리는 숲속에서 지저귀는 새소리는 뮤직테라피가 되어 정서적 치료제가 되어 준다.
편의상 단체 산행을 왔지마는 눈치를 보지 않고 이렇게 나 홀로 풍광을 느껴가면서 여유자적 즐기는 산행의 참 맛이다.
요즘은 산악회들이 산행코스를 자율에 맡겨 놓아서 가능한 일이고 숱한 산행으로 체력이 따라 주고 산행스케줄을 나름 정할 수 있는 안목과 경험이 축적되어 있음을 자부하기에 난 산악회가 또다시 좋아지기 시작했다.


산비탈을 따라 수만리탐방센터에 내려선다.
너와나묵장이 항상 궁금했던 터였는데 목장은 보이질 않고 식당인 듯한 공사현장에다 주변에는 따로 주차장이 없고 자율이다.


아치를 통과하자 국립공원의 상징인 돌길이 시작된다.
장불재를 오르는 최단 코스라는데 그 만큼 경사도가 있음을 반증하고 있어 주구장창 올라야 한다는 뜻이다.
나야 선호하는 것이나 큰재에서 부터 쉼 없이 와서 인지 다리에 힘이 풀린다.


산객이 쉼터에서 얼마 안 남았다며 쉬어가라 권하지만 귀에 들어 올 리 없고 하얀 억새가 반기는 안양산능선에 올라 선다.
하얀 억새가 감성을 자극한다.


시퍼런 하늘에 뭉게구름을 바탕으로 가을 색으로 채색되어 가고 있는 무등산이 너른 품으로 끌어 들이면서 쉼을 좀처럼 허락하지 않고 있다.
탁 트인 공간에 억새가 가을 가을 한다.


나도 가을을 타는지 자꾸만 곁눈질을 해가면서 숲으로 들어가 입석대전망대에 오른다.
나뭇잎을 다 떨군 나뭇가지에 열린 빨간 열매가 켜켜이 숯덩어리를 쌓아 놓은듯한 시커먼 주상절리대를 동양화로 만들어 놓았다.


숲을 벗어나니 햇살이 따갑지만 억새가 눈처럼 하얗게 능선을 덮고 있고 안양산의 벡미능선에는 비림에 날리는 백마의 갈기처럼 억새가 하얗게 빛을 발하고 있다.


모자 대신 손수건을 머리에 둘러 햇살을 차단한다.
빠니 보이는 서석대정상이 고단하다.


역시나 산행은 평일에 해야만이 정체가 없이 내 의지대로 할 수가 있어 제 맛이다.

 

 


정상석이 오롯이 나의 것이 되었지만 또 경쟁이 없으니 흥미도 없어 금방 물러나서 앞에 보이는 인왕봉을 향해 간다.
57년만에 개방된 인왕봉의 상시 개방은 23년 9월이라 아직 신상이다,
되돌아 올 것 이라서 배낭을 벗어 놓고 초소를 넘는다.


긴강과 설렘에 두군 거리던 가슴이 억새밭을 지나면서 진정이 되었고 설치된 계단은 정식 등로를 인증하고 있어 자유로움을 찾았다.


뭐야 이거..
소문난 잔치에 먹을게 없다더니 전망데크만 덩그러니 있어 이게 정상이 맞는지 조차 의구심이 든다.
산비탈의 알록달록한 단풍 위에 구름의 프레임이 살포시 덧씌워지면서 색감과 채색을 달리한 다이내믹한 풍경화를 그려 내고 있다.
산객 한 분이 사진을 찍어주고 난 후 나 홀로 의 산정은 아무리 의미를 더해봐도 쓸쓸하다.


내림길에 구름이 그늘을 만들어 주고 서석대내림길의 숲이 싱그러움을 안겨 가뿐하게 서석대에 이른다.
단풍도 눈도 없이 햇살에 익어가고 있는 시커먼 서석대가 어째 초라해 보인다.
역시나 모든 것들은 조력자가 있어야만 빛을 발할 수가 있다.


목교를 내려와 억새평원에 들어선다.
영남알프스가 부럽지 않을 정도의 억새군락지다.


중봉에 올라 뒤돌아 본다.
역시나 무등산은 사시사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주는 매력덩어리다.


내림길이 지난하다.
오후 정점의 햇살에 억새는 익어 하얗게 탈색된 솜털을 매달고 있고 나는 새카맣게 그슬러 깜상이 되었다.
중머리재까지 돌길에 직하라 무릎에서 전해지는 통증이 천천히 내려 가라고 경고를 한다.


중머리재는 고속도로의 휴게소와 같아 북적거림에 증명 남기길 포기하고 곧바로 서인봉으로 향한다.


그 많은 사람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나 홀로 길이다.
울울창창한 소나무숲길에 다람쥐가 간간히 노닐고 있고 새들이 지저귀는 유토피아 속을 유영하고는 있지만 나만이 치열한 삶에 굴레에서 벗어나 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그나마 1년의 유해가간이 남아 있어 위안이다.
산수화 같은 풍경이 흘러 가고 서인봉을 내려 와 약사암 안부의 갈림길을 지나며 힘겹게 새인봉에 올라선다.
산너울의 끝자락에 건물이 걸리지만 푸르름은 마음을 편하게 하고 단애의 아찔함이 자연의 경이로움을 전한다.
홀로 산길은 쉼이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리 서두른 것도 없었는데도 산악회에서 제시한 시간이 한참이나 남아 있어 모처럼 느긋한 쉼을 가져 본다


요즘 가을 바람이 넘 좋은 날들이다.
하늘로 치솟은 아름드리 나무들이 흙을 붙잡아 놓아 요즘 유행하고 있는 어싱길에 적합한 흙 길을 밟고 상가로 들어 선다.
친구와 술 한잔 나누고 푼 음식점과 자꾸만 눈길이 가는 용품점의 유혹을 뿌리치고 주차장에 도착하니 나 뿐이다.


결국 헤맴이 있는 사람들 때문에 2시간을 기다려서야 출발을 하여 승주의 어느 음식점에서 저녁식사를 하는데 이것 또한 술을 부르는 메뉴라서 물잔 만을 꼴짝거리면서 그 유혹을 이겨 낸다.
쓰담 쓰담, 오늘 너 참 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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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운산 가을의 길목 ***

 

-.일자 : 2023년 10월 7일
-.코스 : 진틀-진틀삼거리-신성봉-상봉-억불봉헬기장-노랭이봉-동동마을(12.3km / 4시간 48분)


치솟고 있는 혈압 관리의 주간 스케줄관리로 백운산 산행을 계획하여 놓았는데 자꾸만 가기가 싫타.
편안함과 타협하지 말자 란 나의 좌우명은 현재의 운동량으로도 충분하다 란 합리화에 기우제를 지내듯 흐린 창 밖만을 쳐다 보다가 집사람에게 내 볕은 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선다.
주 능선을 걷기 위해 동동마을애다 주차를 하고 진틀행 버스에 올랐는데 텅 빈 차내와 행락객이 없이 펜션만 즐비한 계곡 과도 닮아있어 왠지 씁쓸하다.
그럼 그렇지 그래도 백운산이 울 나라의 명산인데 사람들이 안찾아 들리가 없다.
진틀에 차가 주차되어 있고 몇 사람이 보여 요즘의 산행 트렌드를 보여 준다.
산객은 젊은이들로 대체되어 아직 여름의 푸르른 나뭇잎과도 닮아 있는데 난 능선마루에서 온 갓 삭풍을 맞고 쪼그라들고 있는 앙상한 나뭇잎처럼 세파에 찌들 린 늙다리라 홀로 들머리를 들어 선다.  
뭐지 이 느낌,
추석 이후 금주를 했더니 몸이 가뿐하다.
이렇게나 좋은데 왜 지 시간과 돈과 몸을 베려 가면서까지 술을 퍼 마셨는지 몹시도 후회가 되는 순간이다.


계곡에는 아직은 단풍을 기약할 수 있는 싱그러움의 숲도 좋고 녹음이 져 어두침침한 계곡에 흐르는 하얀 물줄기가 가슴속에다 냇물을 만들어 시원하다.
너덜은 일수 없는 미례와 우여곡절의 인생길 과도 같아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잔뜩 흐린 날씨에 기습한 찬바람은 흐르는 땀을 급냉 시켜 가면서 좀처럼 휴식을 허락 치 않아 쉼 없이 신선대에 올라 선다.
1시간 남짓의 발걸음에 신세계가 펼쳐진다.
공룡의 등뼈처럼 흘러가는 능선에는 연한 단풍이 물들어 산비탈로 퍼져가고 있고 지리산의 주 능선은 백두대간의 거대한 산맥이 되어 아득하게 흐르고 있다.
이 유토피아 같은 풍경과 마주 하자니 절로 술이 땡 긴다.
동녘이 불그스레한 여명 속에서 염원을 담고 일출을 기다리듯 추위와 맞짱을 뜨면서 가을의 채색에 감성을 희석시키면서 산행의 의미를 마구 부여하지만 몸은 새로운 자극을 원한다.


금주 며칠만으로도 확실히 몸이 달라졌다. 
산오이풀과 살찌기 눈맞춤을 하고 정상에 올라 서니 산악동우인이 반가이 맞이한다.
산에 다니고 있으니 산에서의 만남이야 당연하지만 어색함에 순삭으로 인증을 남기고 산정에서의 파노라마를 눈으로 촬영하고 내려선다.


화단에 가꾼 꽃처럼 보라의 꽃향유가 등로를 따라 피어 있다.
난 이 계절이 참 좋고 이 길이 무척이나 좋다.
아직 가는사초의 푸르름과 숲 그늘이 드리워져 있어 정원을 산책하듯이 사브작 사브작 걸어 간다.
당연하게 조망은 없고 쉴 곳도 마땅치 않아 마냥 걷게 되는 능선이다.
산지킴이가 어느 적당한 곳에 휴식의 공간을 설치하여 준다는 약속은 이번에도 공약이 되어 버렸다.
이런 저런 잡다한 생각들은 무념 속에서 휘발되어 버리고 나의 몸과 마음은 푸르름의 동색이 되어 자연과 일체화 되어 간 듯하다.
세상 아무런 근심걱정 없이 이렇게 단순하게만 살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소슬바람이 느슨해진 틈새로 슬금슬금 파고들어 가을의 계절을 느끼게 하고 나무가 자라면서 억새군락지를 삼켜버린 숲을 빠져 나와 억불봉삼거리에 닿는다.


자연은 복원이 되어 풍만하게 변신을 해 가고 있는데 익숙한 것에 대한 그리움으로 옛 기억들을 주억거려 가면서 노랭이봉에 올라선다. 
우와
상봉이 아득하고 억불봉은 왜 여기까지 와서 안보고 가느냐고 토라져 있는 듯 하여 다음엔 다녀 와야겠다.


그 동안에 새끼발가락을 볼모로 잡고 있던 신발을 볼치기로 넓혀 놓았더니 걷는 게 한결 자유로워져서 국사봉으로 흐르는 억불지맥의 능선이 또 아른거리지만 차는 동동마을에 주차 되어있다.
처음부터 시내버스를 이용했더라면 결행했었을 만용이 잡아 끄는데 어쩜 다행이다.
산행을 시작하고부터 변변한 쉼 없이 진행해 왔음에도 피로도가 덜해 내림길이 수월하다.
등로에는 바람이 마당을 쓸 듯 낙엽을 쓸어갔는지 쌓이고 밀어내며 밀당을 하던 낙엽들도 없어 발 디딤도 좋아 쉬이 수련관임도에 내려선다.
동동마을까지는 고사리와 밤나무로 스스로가 경직되고 경계 되는 지점이다.
밤 수확 철이 지났지만 밤알이 떨어져 있어 몇 알 챙겨 배낭에 감춘다.
개도 졸고 있는 조용한 동동마을의 담벼락에 주렁주렁 매달린 감이 노랗게 익어 풍요로움을 전한다.


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다.
어머니 집에서 땀을 씻고 환복을 하여 불고기축제장을 어스렁 거리니 하루가 너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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